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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머리 MLB 단장-25화 (24/268)

< 25화 - 시즌준비(1) >

신년을 지나 스프링 트레이닝이 열리는 2월까지는 쏜살같이 흘러갔다.

그리고 2주 간의 트레이닝 이후 드디어 본격적인 야구가 시작되는 시범경기 기간이 다가왔다.

“다들 굿 모닝!”

“굿모닝입니다 단장님.”

회의실에 들어오는 다운과 파트장들이 아침인사를 나눴다.

파트장들, 감독 대행 에디 벨리츠는 커피 한 잔씩을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출근길이 없으니까 진짜 좋네요.”

“그러게 말이다.”

지옥같은 출근길을 가진 탬파와는 다르게 이곳 포트마이어스에 있는 스프링 트레이닝 구장에서는 그럴 일이 전혀 없었다.

호텔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구장이 있었으니까 말이다.

“어제는 별 일 없었나요?”

“네 뭐 시범경기 명단에 떨어진 놈들 몇 놈이 방에서 술마시다가 울고불고 난리 친 것 말고는 별 일 없었습니다.”

매 년 있는 일이다.

“쟤는 붙었는데 나는 왜 떨어졌지?”

“내가 저 놈 보다 뭐가 부족해서?”

“내가 더 잘할 수 있는데!”

다운은 덤덤하게 물었다.

“큰 사고는 없었죠?”

“네. 제일 큰 사고가 한 놈이 취해서 화장실에서 넘어진 것이었으니까요.”

“탬파 선수들은 생각보다 얌전하네요.”

양키스에 있을 당시 어떤 선수는 자신을 마이너 캠프로 내려보내기로 한 구단의 결정을 듣고는 호텔 방을 다 때려부수기도 했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술에 취해 화장실에서 넘어진 것 정도는 애교 수준이었다.

“다들 분노하고 다쳐봐야 자기 손해인 걸 아니까요.”

“분노해봤자 달라지는게 없는걸 아는데 굳이 화를 낼 필요는 없겠죠.”

상심하거나 분노했을 선수들을 달래서 다시 노력하게 만드는 것은 코칭스태프나 구단 관계자들이 할 일이 아니었다.

네이선 드레이크 급으로 포텐셜이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면 굳이 구단이 그들을 달래주고 납득시켜줘야 할 이유가 없었다.

큰 사고만 치지 않는다면 저렇게 내버려 두곤 했다.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었으니까.

“좋네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은 다운이 옆에 있던 화이트보드를 가져왔다.

“그럼 이제 시범경기에 대해서 이야기 해봅시다.”

사실상 지금까지는 다운이 할 일이 없었다.

가끔 선수들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친분을 쌓는 것 말고는 하루에 10시간 이상씩 스카우트 팀에서 올라온 드래프티들에 대한 크로스체킹만을 했으니 말이다.

게다가 신 구장에 관한 논의를 한다고 탬파와 세인트피터스버그에도 갔다왔고. 그들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 올랜도 시장과 만나기도 했다.

그나마 관여한 것이라고는 코칭스태프들의 조언을 받아서 마이너에 내려갈 선수를 결정하는 일 정도였다.

슬슬 개막 로스터를 결정해야하는 지금부터는 전면적으로 나설 시기였다.

“지금 로스터에 남아있는 선수들만 싹 다 붙여보세요.”

다운의 말에 옆에 있던 리타가 화이트보드에 차례로 이름들을 붙여넣었다.

“총 46명입니다.”

보통 이 시기쯤 됐을 때 스프링 트레이닝의 규모는 50명 내외. 그걸 생각하면 생각보다 적은 숫자였다.

명단을 한 번 훑은 다운이 감독 대행인 에디 벨리츠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에디.”

“네 단장님.”

“조나는 어때요?”

레이스와 계약을 한 뒤부터 몸을 만들기 시작한 파인트는 이번 메이저리그 스프링 트레이닝에 초청을 받았다.

“단장님이 말한대로 잘 되고 있습니다.”

다운이 어떤 기대감을 가지고 그를 명단에 넣은 것은 아니었다.

냉정하게 따져봤을 때, 파인트의 몸 상태가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경기감각이 바닥인 그를 쓰려면 마이너 리햅 경기들은 필수였다.

아무리 빨라도 그를 쓸 수 있는 타이밍은 6월 이후.

그럼에도 다운이 그를 로스터에 넣은 것은 순전히 유망주들에게 ‘조나 파인트’라는 메이저리그를 지배했던 한 투수의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기 위해서였다.

“조나는 자기가 뭘 해야할 지를 알고 있더군요. 먼저 투수조 애들을 데리고 가서는 이것저것 조언도 해주고, 친하게 지내려고 노력하더라고요. 벌써 투수조의 중심이 됐을 정도입니다.”

다운이 피식 웃었다.

“영악한건지 똑똑한건지······”

파인트는 자신이 조금이라도 더 이득을 보기 위해서라면 어떤 일을 해야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었다.

만약 파인트가 어린 선수들을 외면한다거나 적당히 오는 선수들만을 받아줬더라면 다운은 그를 마이너 캠프로 내렸을 것이었다.

마이너 캠프에도 파인트의 조언을 필요로 하는 유망주들은 널려있었으니까.

하지만 파인트는 적극적으로 유망주들을 비롯한 투수조에게 찾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중심이 되었다.

다운이 파인트를 내리는 것보다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남겨두는 것이 더 나은 상황을 만들어버린 것이다.

“조나는 2주 정도 더 넣어둡시다. 지금 폼이 어느정도 올라왔는지는 알아야하니까 선발로 한 번, 3이닝. 그리고 불펜으로 두 번 정도 세 타자 정도 상대할 기회를 주자고요.”

“알겠습니다.”

파인트 이야기를 꺼낸 김에 투수들부터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선발진은 어떻게 할 생각이죠?”

현재 레이스의 선발 중에서 자리가 확정된 선수는

1 - 리키 더지(L)

2 - 에디슨 포레스트(R)

두 명 밖에 없었다.

물론 지난 시즌 4, 5선발 경쟁을 했던 자비어 에르난데스와 미치 베이커가 있긴 했다.

하지만 그들의 자리는 확정된 것이 아니었다. 레이스의 투수 유망주 뎁스는 탄탄했고, 모든 투수 유망주들은 선발자리를 꿰차기 위해서 노력하는 중이었으니까.

“우선 한 자리는 에릭 슈어홀츠로 채울 생각입니다.”

슈어홀츠는 다임러 딜을 통해 양키스에서 넘어온 선수.

“미키와 프레드하고 의논해서 폼을 다시 예전으로 돌리더니 구위랑 구속이 쭉쭉 살아나더군요.”

그리고는 고소하다는 듯 웃었다.

“시범경기때 에릭이 던지는 공을 보면 양키 놈들이 배가 아파 미칠겁니다.”

“에릭에게 3선발 자리를 한 번 줘보도록 하죠. 그에 맞춰서 경기력을 끌어올리게 만들어주세요.”

리타의 손이 3번 자리에 에릭 슈어홀츠의 이름을 박아넣었다.

“다른 친구들은요?”

“그래도 경험은 무시를 못한다더니. 자비어와 미치가 가장 앞서나가고는 있습니다. 내부 연습경기에서도 좋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고, 공도 좋아요. 특히나 미치같은 경우에는 파인트에게 슬라이더를 다시 배웠습니다. 그리고는 더 폼이 올라왔어요.”

“토마스하고 빈스가 들으면 눈물을 흘리겠네요.”

토마스 애커슬리와 빈스 제닝스는 저 두 사람과 함께 선발경쟁을 하는 사이였다.

“그래도 기회는 줘봐야하니까 3주차까지는 네 사람을 번갈아가면서 선발 기회를 주세요.”

시즌 중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두 명 정도의 비상 선발이 있어서 나쁠 건 없었다.

“짐은 잘 하고 있어요?”

벨리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헛웃음을 흘렸다.

“허 참! 저는 짐 토머슨이 그렇게 엄청난 공을 던지는 투수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이제 몇 마일까지 나오나요?”

다운이 마지막으로 확인했을 시점에는 94마일까지 끌어올라온 걸 확인했었다.

“98마일까지 나옵니다.”

“제구는요?”

“아직 커맨드는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세컨 피치인 커브와 서드 피치인 체인지업도 완성도가 떨어져서 메이저리그 수준에는 못미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패스트볼 하나만으로도 불펜으로 활용가치는 충분하다고 봅니다.”

그러다 문득 생각이 났는지 벨리츠가 무릎을 쳤다.

“아! 그리고 스위치 피쳐로도 생각이 있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더라고요.”

개인적으로 다운은 짐 토머슨의 좌완으로는 활용가치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이런 생각을 했다면 분명 벨리츠도 비슷한 생각을 했을 터. 그럼에도 이렇게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은 특이사항이 있다는 것이었다.

“에디가 생각하기에는 쓸만할 것 같나요?”

“우타자를 상대로는 절대 안된다고 봅니다. 구속도 너무 낮은데다가 기본적으로 짐은 사이드에 가까운 스리쿼터 폼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공략하기가 너무 쉽습니다. 하지만 좌타자들을 상대로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라이브 피칭 당시 좌타자들이 한결같이 짐의 공이 치기 거지같다는 말을 했거든요.”

타자들의 입에서 거지같다는 말이 나왔다는것은 투수 입장에서는 더할나위없는 찬사와도 같았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충분히 쓸만한 카드가 될 것 같습니다. 특히나 핀포인트 활용이 불가능한 요즘에는 더더욱 쓸만할 것 같고요.”

바뀐 룰 때문에 불펜 투수는 무조건 한 이닝, 혹은 세 명 이상의 타자를 상대해야만 교체가 가능했다. 그런만큼 좌우 모두 상대가 가능한 토머슨의 경우 활용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었다.

“근데 짐이 만약 세컨 피치만 제대로 정착시키면 좌타자들도 상대하기 힘들어 할 것 같은데요.”

“제 판단도 같습니다. 하지만 당장에는 부담스러워 하더군요. 커브의 완성도가 낮다보니 좌타자들에게 꽤나 많이 맞았거든요. 그에 비해서 좌완으로 좌타자들을 상대할때는 성적이 좋았고요.”

결국에는 자신감 문제였다.

“미안하지만 짐에게 그건 안된다고 전해주세요. 단장이 결정을 내렸으니 불만있으면 저한테 이야기하라고 하시고요.”

규정상 양손투수는 투구 전 던질 손을 정해야하고, 바꿀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방은 대타를 쓰면 그만이다. 결국 토머슨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죽어버린 좌완에 미련을 가져서는 안된다.

“마무리는 호세로 갈 거죠?”

호세 마르티넬리는 지난 시즌 다임러 앞에서 셋업피쳐 역할을 했던 선수다. 성적 역시 다임러에 뒤를 이어 불펜에서 두 번째.

다임러가 없는 지금 당장에는 ‘마무리’ 하면 떠오르는 유일한 선수이기도 했다.

“네. 짐이 조금 더 안정된다면 모를까. 당장에 저희 팀에 호세만한 마무리는 현재 저희 팀에 없으니까요.”

“불펜으로 투입될 예정인 투수들에게 다들 한 번씩 마무리 상황에서 투입될 기회를 줘보세요. 이왕이면 터프세이브 상황이면 더 좋고요.”

마르티넬리는 셋업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줬지만 마무리에서는 아직까지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모른다.

만약 그가 마무리의 중압감을 버티지 못한다면, 그를 대체할 다른 선수가 있어줘야 했다.

“알겠습니다.”

이 정도면 투수진은 대강 정리되었다.

“포수부터 볼까요?”

포수진이라는 소리에 벨리츠의 얼굴에 흥분감이 어렸다.

“사무엘은 최곱니다 단장님. 적어도 6년 동안은 포수 걱정따위 필요 없을 정도입니다!”

주전 포수인 알렉스 윌슨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고, 곧바로 비어만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벨리츠.

“윌슨은 1년 남았다고 그렇게 건너뛰는건가요?”

“타격만 조금 더 검증된다면 사무엘이 분명 더 나은선수일테니까요.”

알렉스 윌슨이야 공격에서는 거의 기대할 게 없는 수비형 포수였으니 어쩔 수 없는 결론이었다.

“투수들의 의견은 어떤가요?”

“투수들의 의견을 말한겁니다.”

“그래요?”

이건 좀 의외다.

윌슨도 수비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는 포수다. 투수를 편하게 해주는 성격에 프레이밍 실력도 좋다. 든든한 덩치에서 나오는 블로킹 실력은 가히 철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일주일 내내 경기를 봐도 윌슨이 공을 자신의 뒤로 빠트리는 경우는 한 번이 나올까말까 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투수들이 그런 윌슨보다 비어만을 선호한다는 건 조금 의외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선발 싸움을 하는 투수들은 비어만을 선호합니다. 불펜진들은 윌슨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이고요.”

“아!”

대강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가 된다.

점수를 더 내면 이길 확률이 더 올라간다. 당연한 이치다.

비슷한 수비실력이라면 조금 더 공격을 잘하는 포수가 자신들에게 도움이 된다는걸 아는거다.

어떻게든 이길 확률을 높여주는 선수를 선호하는 것은 선발로는 당연한 말일지도 모른다.

반면에 불펜 투수들은 주자가 있는 상황, 혹은 점수를 내주면 안되는 상황에 올라가는 경우가 많다.

알게 모르게 압박감이 있는 타이밍에 등판했기에 제구가 생각했던것처럼 안되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러다보니 수비에 확실한 강점이 있는 윌슨을 선호하는 것이었다.

“단장님.”

벨리츠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앞에 둔 사람처럼 안절부절 못하며 물었다.

“혹시 비어만 서비스 타임 관리하실 생각이십니까?”

< 25화 - 시즌준비(1)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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