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화 - 내가 한 것 같은데? >
브래넌의 입과 션이라는 팬이 만들어낸 환장의 헬파티 이후 며칠이 지났다.
주말에 다운은 새로운 선수와 계약을 맺었다.
“잘해보자 조나.”
“열심히 할게요.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당장에 쓸 일도 없고, 쓸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가 마이너에 있는 동안은 40인 로스터에도 들지 않고, 마이너 연봉으로만 쓸 수 있었다.
물론 메이저에 올라오면 더 많은 돈을 내긴 해야겠지만, 레이스 입장에서는 잃을게 없는 계약이다.
그리고 돌아온 월요일. 직원들이 모두 출근했다.
“파인트와의 계약에 대한 반응이 좋습니다. 예상했던것보다 더요!”
재정 파트장인 러셀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계약소식이 들린 직후부터 파인트의 유니폼 매출이 급등하고 있답니다 흐흐!”
며칠전까지만 하더라도 전화가 와서는
[단장님! 얼마 쓰셨습니까?]
[설마 저희가 전부 낸 건 아니죠?]
[네? 배리하고 케빈 유니폼 빼고는 전부 구단 돈으로 했······ 오 세상에······ 제발 아니라고 해주세요오오오오······]
[얼마······ 총 1만 2538 달러······ 억!]
생각지도 못한 1만 2538 달러가 나갔다며 징징댔었다.
“앤드류. 며칠만에 이렇게 표정이 바뀌는건 좀······”
“흐흐흐! 단장님이 유니폼 이야기만 하셨잖아요. 팬들이 부가적으로 모자나 다른 상품도 많이 구매해주시는 덕에 그보다 더 벌었습니다 흐흐흐! 그리고 파인트는 이벤트도 안했잖습니까? 그게 다 우리 주머니로 들어왔다는거죠!”
나쁜 사람은 아닌데 돈 이야기만 하면 사람이 조금 이상하게 변하는 것 같았다.
‘뭐 좋은거겠지.’
좋게 말하면 자기 일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이 넘친다는 뜻이었으니까. 일을 잘하기도 했고.
“하여간 앤드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준 커뮤니케이션 파트장 크로포드가 저장해놓은 스크린샷들을 화면에 띄웠다.
“커뮤니티 전반적으로도 반응이 좋아요. 물론 좋지 않은 반응도 있겠지만, 그런 머저리들은 어디에나 있는 법이니까요. 대부분은 기대된다는 반응이에요.”
다임러를 비롯한 폭풍같은 트레이드를 할때만 하더라도 팬들이 보여줬던 반응은 좋다고 할 수 없었다.
“다임러를 팔아? 또 못잡을 것 같으니까 팔아치우는구만.”
“조금 잘한다 하면 팔려나가는데 우리 구단에 누가 있고 싶겠어? 제엔장!”
“이번 구단주랑 단장도 결국엔 똑같구만 똑같아.”
등장하자마자 최고 불펜투수를 팔아버린 다운의 행보에 이제는 다른 선수도 위험한게 아닌가 하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었다.
“이러다가 마이어랑 브래넌도 파는거 아냐?”
“그럴리가. 마이어는 우리 프랜차이즈고, 값도 싸잖아. 고작해봐야 1300만 달러인데?”
“그것도 우리 구단에게는 비싼거야. 브래넌도 850만 달러에 쓰는 마당에 1300만 달러가 얼마나 비싸보이겠어?”
불안에 떨던 팬들의 반응이 바뀐 것은 브래넌과 마이어의 재계약 소식 이후였다.
브래넌과 마이어의 재계약 오피셜이 뜬지 얼마 지나지 않아 곧바로 이어진 무료 유니폼 이벤트.
여기에서 다운에 대한 팬들의 시선이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그렇지! 두 사람은 꼭 있어야지! 대체할 수 있는 선수도 없으면서 보내는건 아니지!”
“적어도 이번 단장님은 뭐가 중요한지는 아시는 분 같네!”
스몰마켓의 특성상 매 윈터미팅마다 웬 듣도보도 못한 선수들과의 계약소식이나 들려오고, 고연봉 이 예상되는 선수는 트레이드 해버리는 등 힘빠지는 뉴스만 들려오곤 했었다.
이번 시즌 역시 마찬가지.
돈이 없다는걸 알기에 연장계약에 대한건 기대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기대도 안했던 단장이 자신들이 원했던 가려운 곳을 긁어주자 저렇듯 좋은 반응들을 보인 것이었다.
“이번 단장은 어느정도 기대를 해도 되지 않을까?”
평판이 올라간 상황에서 잊혀진 에이스 조나 파인트와의 계약소식이 들려오자 팬들의 반응 역시 이전과는 달라졌다.
“그래도 단장님이 뭔가 보신게 있으니까 그렇게 바뀐게 아닐까?”
라는 식으로 말이다.
“그거 다행이네요.”
다운도 사람인지라 팬들에게 욕을 들어먹는 것보다는 칭찬과 지지를 받고싶었다.
Down 정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을 듣던때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았다.
“그리고 팬들이 가장 많은 공감을 보였던 댓글이 하나 있습니다. 무려 12만이 넘는 공감을 받았는데요.”
평균 관중수가 1만이 될까말까하는 팀인데 공감이 12만이란다.
“대체 무슨 댓글이길래 그렇게 공감이 많답니까?”
크로포드가 레이스 팬들을 비롯한 수많은 공감을 받았던 댓글을 화면에 띄웠다.
- 다른 구단들은 어린 유망주들이랑 코어들 상대로 연장계약 엄청 질러대던데, 우리도 유망주들 상대로 연장계약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싸게 잡으면 구단도 좋고 우리도 좋잖아.
맞는 말이다.
유망주들의 이른 장기계약은 요즘 트렌드다. 예전과는 달리 선수들의 전성기가 빨리오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구단들은 FA에서 비싼 선수를 데려오는 것 보다는 유망주들을 제대로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대형 FA 계약 선수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자 선수들 역시 FA시장에서 대박을 노리고 모험을 거는 것보다는, 한 구단에서 사랑받으며 길고 안정적인 계약을 이어나가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네이트도 마음이 없지는 않는 것 같던데.”
지난 이벤트 당시 ‘이후 진행될 협상’에서 편의를 봐주겠다는 말을 했었다.
연봉조정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 1년차 시즌을 보낸 드레이크가 연봉 협상을 염두에 둔 것 같지는 않았다.
분명 그가 생각한 것은 구단과의 이른 장기계약일 터.
“앤드류.”
이름만 불렀음에도 러셀은 다운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아차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2025년까지는 페이롤에 여유가 크지는 않습니다. 만약 구단주님께서 지원을 해주신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혹여나 지원을 해주실까 싶어서 눈치를 보는 러셀.
“미안하지만 구단주님께서는 추가 지원은 하시지 않을겁니다.”
순식간에 팍 쳐지는 러셀을 보며 다운이 웃었다.
“대신 더 좋은 선물을 준비중이시니까 기대하세요.”
“무슨 선물인지는······”
“나중에 이야기 해드릴게요.”
신 구장에 대해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만큼 당장은 말을 아끼는게 나아보였다.
“이런저런 것들을 다 생각해봤을 때 최소 3년간은 연간 1400만 달러 정도의 여유밖에 없습니다.”
1400만 달러.
딱 보기에도 보잘 것 없어 보이는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레이스 선수단 전체 페이롤이 7000만 달러가 조금 안된다는걸 생각해보면 저 여유분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었다.
“선수들 연봉 오를 것까지 다 예상한건가요?”
“대략은요. 하지만 모든 선수들에게 적용한건 아닙니다. 리키와 네이트는 연봉이 수직상승할거라고 생각하지만, 다른 선수들은 아직 확실하지 않으니까요.”
두 사람에 비해 다른 선수들은 보여준 게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러셀이 연봉을 예상하기 쉽지는 않았을 터.
“거스.”
“네.”
“선수들이 정말 잘 됐을 때, 기대대로 큰다면 거둘 수 있는 성적을 예상치로 낼 수 있나요?”
다운의 말에 거스가 턱을 쓸었다.
“음······ 너무 길게까지는 힘듭니다만 2~3년 정도까지는 예상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2, 3년 정도의 예상치를 뽑아서 앤드류한테 보내주세요.”
다운의 말이 끝나기 전에 러셀이 이어받았다.
“그러면 제가 거스에게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예산을 추정해보겠습니다. 선수들이 그 예상치대로 쭈욱 활약한다는 가정하에 최대로 소비될 페이롤을 추산해보면 되겠습니까?”
“그거면 완벽하죠.”
최악의 경우를 미리 산정해놔야, 대비도 할 수 있는 것이다.
“기간은 어느정도로 뽑아볼까요?”
“5년 정도로 뽑아주세요. 그리고 거스.”
“성적을 예상하는 김에 네이트를 비롯해서 장기계약해도 좋을만한 선수들을 추려보겠습니다.”
확실히 능력있는 사람들이니만큼 지금 상황에서 뭐가 필요한지를 알고 있다.
“피트. 샬럿 스포츠 파크에 준비는요?”
탬파에서 차를 타고 한 시간 반 가량 남쪽으로 달리면 나오는 포트 샬럿이라는 도시가 나온다.
샬럿 스포츠 파크는 그 도시에 있는 레이스의 스프링 트레이닝 구장이었다. 2월부터 그곳을 쓰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관리를 해놔야햇다.
“구장은 2월에 저희가 들어가기 전에 한 번 싹 다듬을 예정이고 노후화된 기구들 리스트도 받아놨습니다.”
클라인의 말에 러셀이 또 울상을 지었다.
“제발······ 제발 비싼거 바꾸지 맙시다······”
“그러다 부상이라도 당하면 선수들 연봉 쌩으로 날리는건데, 그것보다 낫잖아 앤디.”
“제엔장······”
다운은 절규하는 러셀을 보며 웃었다.
“나중에 나갈 돈 아낀다고 생각하고 기구는 모두 최신으로 갈아요.”
“알겠습니다.”
클라인의 얼굴에는 미소가, 러셀의 얼굴에는 절망이 서렸다.
“미키.”
“스카우트 팀은 드래프티들을 다시 한 번 체크하는데 전력을 다하고 있어요.”
“조니는 좀 어때?”
“능력이 좋더라구요. 꽤 좋은 선수를 발굴해왔는데, 이번 드래프트에는 기대해도 좋을 것 같네요.”
정말 괜찮은 선수인지 미키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다만 조니는 크로스체커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요. 자기가 데려온 선수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강해요.”
“다른 선수를 보러 갈 시간에 자기가 발굴한 선수를 더 케어하는 편이긴 하지. 그래도 새로운 선수 보는 걸 좋아해서 잘 어울릴거라고 생각했는데.”
“남이 찾아놓은 보물을 평가하는것도 이제는 싫다더라고요.”
양키스에서 무슨 일이 더 있었던 모양이다.
“체킹 확실히 해두고 1월에는 초안 받을 수 있게 해줘.”
“알겠습니다. 그리고 단장님. 조니가 꼭 전해달라고 한 말이 있는데요.”
뭔지 예상이 갔다.
“혹시 스카우트들 더 늘려달라고 했나요?”
“네.”
러셀이 다시 투덜거였다.
“스카우트 늘리는게 무슨 쉬운 일도 아니고······ 자기가 빠지는 만큼 인력을 더 늘려달라는거야 뭐야? 여기가 양키스만큼 예산이 넘쳐나는줄 아나.”
그의 투덜거림에 미키가 고개를 저었다.
“앤디 삼촌. 그런 것 때문이 아니에요. 조니가 그렇게 말한건 저희 스카우트 팀의 인원이 정말로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거에요.”
“부족은 무슨. 지금까지도 잘해왔잖아?”
"지금까지 잘해온 것은 맞습니다. 레이스는 상상도 못할정도로 유망주들을 잘키워냈으니까요. 하지만 부족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다운의 말에 미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FA를 영입할 수 없는 우리 팀보다 양키스의 스카우트들이 더 많다는건 한두해 이어진 일이 아니잖아요. 이미 6년 전부터······”
문득 뭔가가 떠오른 듯 미키가 말을 멈췄다. 그런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혹시······”
미키의 눈이 다운을 향해 돌아갔다.
파트장들 역시 미키를 따라 시선을 옮겼다.
“스카우트 팀 크기 키운거······”
미키의 말에 다운이 민망한 듯 웃었다.
“하하······ 그거 내가 한 것 같은데?”
“““““단장님!!!”””””
< 22화 - 내가 한 것 같은데?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