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화 - 선발을 찾아라 >
우드먼은 커녕 브라이언도 안 넘길 양반이 갑자기 우드먼을 넘긴다고 하니 뭔가 이상했다. 그것도 큰 고민도 없이 말이다.
“이렇게 바로 넘기신다고요?”
[그걸 원하시니까요. 아 잠깐만요 1분만 기다려주시겠습니까?]
“얼마든지요.”
좋은 타이밍에 끊겼다.
마이크 버튼에서 손을 뗀 다운이 속사포처럼 말을 쏟았다.
“뭐지? 혹시 우드먼이 부상을?”
부상을 당하게되서 재빨리 넘기려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건 아닐꺼라는 답을 스스로 내릴 수 있었다.
“아니야. 부상을 당했으면 메디컬테스트 과정에서 트레이드를 취소시킬 수 있어.”
비록 비어만을 얻는다거나, 빠른 시일 내에 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을것이라는 부작용은 존재했다.
하지만 메디컬적인 문제를 숨겼다가는 트레이드를 롤백시킬 수 있다는걸 저쪽도 모르지는 않을 터.
게다가 오리올스도 선발 유망주가 급하긴 마찬가지다. 그런 상황에서 건강에 문제가 있는 선수를 넘길 리는 없었다.
두 번째 생각해볼 수 있는 점은
“사생활적인 문제가 있나?”
다임러를 처리할 때 다운이 이미 써먹은 수법이다.
가정폭력과 같은 문제는 구단입장에서는 알아차리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한 번 알아차리게되면 숨기는 건 식은죽먹기였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의심이 가는 수법.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가장 최근에 확인한게 언제였죠?”
“이번 시즌 중반이었습니다. 우드먼은 팀원들 사이에서 평판도 좋은 편이었고, 드래프티일 당시 저희가 스카우트 한 내역을 보더라도 굉장히 화목한 집안 분위기였던 것으로 적혀있습니다.”
가정폭력이나 사생활 문제도 패스다.
세 번째로 생각할 수 있는건 약이나 알코올 중독, 혹은 도박 중독.
“중독은?”
마약은 워낙에 당연하고 알코올 중독 역시 문제가 있다.
도박 중독은 자체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항상 알코올 중독과 같이 다른 중독증세와 함께 일어난다는 것이 문제였다.
게다가 심할 경우 승부조작까지도 갈 수 있는 문제이기도 했고.
“저희가 심각하게 생각하는 중독은 연관되어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유일하게 중독되어 있는게 있긴한데······”
“뭔데?”
“게임요.”
단장 입장에서는 게임중독이 가장 건전하다.
콕 박혀서 게임한다고 여자도 안만나, 술도 안마셔, 맨정신으로 게임 못하는 약은 거들떠도 안보겠지. 밖에 싸돌아다니면서 사고 칠 가능성 역시 현저히 적었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역시나
“약은?”
경기력 향상 약물을 하는지 안하는지에 대한 문제가 마지막 이슈다.
이 역시 도핑검사로 걸리기 전까지는 구단 입장에서는 확인이 힘든 이슈다.
항상 교육은 하지만 언제나 벽을 쉽게 넘기 위해 약물을 하는 선수는 끊이질 않았으니까.
혹여나 구단 내부적으로 사실을 적발해냈다면 트레이드를 한 뒤
‘우린 몰랐는데? 너희 구단으로 트레이드 된 것에 충격먹고 약을 한게 아닐까?’
하며 오리발 내밀기에도 제격이었다.
“약을 먹을 성격도 아니에요. 게임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헬스장에서 살거든요.”
결격사유가 없다.
“라일리보다는 우드먼이 낫지?”
다운의 질문에 너도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라일리한테는 미안하지만 우드먼과는 안바꿀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를 데려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일단 데리고 오자.”
때마침 1분이 지났는지 앙헬로스가 돌아왔다.
[이야기 중에 사라져서 죄송합니다. 저희가 진행중인 다른 딜에 대해서 연락이 와서 말이죠.]
“하하! 그럴 수 있죠. 윈터미팅은 바쁜 기간이니까요. 그래서 저희 딜은 어떻게 될 예정입니까?”
[바즈와 매닝스를 주시면······]
“저희는 비어만, 우드먼, 페리시치를 얻는거죠.”
[서로에게 좋은 딜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럼 다음에 또 좋은 기회가 있을때 연락드리도록하죠.”
전화과 끊어진 것을 확인한 거스가 다운에게 말했다.
“이놈들이 우드먼을 그냥 내준 이유가 있었습니다. 파이어리츠와의 딜에서 채드 유킬리스를 받아왔어요. 거기에 앤드류 맥칼리스터도요.”
채드 유킬리스는 BA 전체 19위에 올라있는 유격수. 앤드류 맥칼리스터는 24위에 올라있는 중견수였다.
거스의 말에 미키와 클라인, 그리고 로벨까지도 경악했다.
“세상에! 파이어리츠가 채드를 내줬어요?”
“대체 오리올스에서 뭘 내줬길래?”
“오리올스에서 잭 아르무트를 내줬어요.”
“미친놈들.”
아르무트는 지난 4년간 오리올스의 중견수로 4년 연속 3할 30홈런에 성공한 메이저리그 최고의 중견수 중 하나였다.
오리올스는 FA까지 2년이 남아있는 그를 보내면서 리빌딩의 핵심인 센터라인을 충실히 보강한 것이었다.
“유킬리스가 왔으니 우드먼은 지킬 필요가 없었던거지.”
파이어리츠가 딜에 끼어들면서 마이클 풀머라는 백업요원이 사라졌다.
하지만 그들이 끼어들었기 때문에 우드먼이라는 꽤 괜찮은 유망주를 받아올 수 있었다.
“어질어질하네.”
그렇게 말하는 다운의 입은 웃고있었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어지러운 곳이 바로 윈터미팅이었고, 이것이 윈터미팅의 묘미였다.
이제서야 다시 단장이 되어서 이 자리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이게 사는거지!’
밤은 길고, 새벽은 멀었으며, 아직까지 거래할 카드가 산더미처럼 남아있다.
“자! 남은 시간도 힘을 내 봅시다!”
***
“으아아아······ 죽겠다······”
윈터미팅에 참가한 단장에게 ‘잠’이라는 것은 사치였다. 언제 어디에서 좋은 딜이 들어올지 모르는데 고작 잠 때문에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다운은 지난 밤 쪽잠으로 총 세 시간 정도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다운의 눈빛에는 생기가 맴돌았다.
“고생한 덕에 필요한 친구들을 구했으니까.”
오리올스와의 딜을 마친 다운이 가장 먼저 한 것은 레이스의 새로운 구단주가 그래도 팬들을 위해서 대형 영입 하나 정도는 해주기로 마음먹었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헤네시 에이전시 소속이라는 소문 역시 말이다.
[덕분에 좋은 딜을 하게 되었네요. 싸게 영입할 수 있는 갭 플레이어를 찾으신다고 했죠? 제 생각에는 그 자리에 브라이언 앤더슨이 딱 일 것 같은데요?]
앤더슨은 내외야가 전부 커버 가능한 만능 백업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작은 육각형의 능력치를 가지고 있는 선수라고 할 수 있었다.
“앤더슨은 비싸지 않을까요?”
[생각보다 그렇게 비싸지는 않을겁니다. 아시다시피 플로리다는 세금이 약한 곳이니까요.]
플로리다는 주 소득세가 없는 7개의 주 중 하나였다. 그래서 연봉이 적어도 실 수령액은 다른 주보다 큰 경우도 나오곤 했다.
[앤더슨 역시 자기 위치를 잘 알고 있습니다. 엄청나게 돈을 바라는 선수도 아니고요. 적당히 500만 달러 정도만 채워주신다면야······]
500만 달러는 브라이언 앤더슨의 적정가로 알려진 연봉.
하지만 다른 주에 가는 것보다 플로리다 주로 오게 된다면 실수령액은 더 오를 것이었다.
500만 달러 정도면 레이스 입장에서도 나쁜 금액은 아니었다. 브라이언 앤더슨은 그 정도의 가치는 충분히 해내는 선수였으니까.
“3년 1200만 달러에 계약금 300만 달러. 1년 700만 달러 옵션 어떻습니까?”
[그 정도면 아주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네요. 제가 오전에 앤더슨과 다시 연락해보고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헤네시는 곧바로 앤더슨을 불러들여 아침이 되자마자 함께 레이스의 헤드쿼터에 찾아와 계약서를 만들었다.
“새벽에 나오신거 아니에요? 괜찮아요 브라이언?”
“하하! 괜찮습니다. 플로리다라니! 제 삶에서 플로리다라는 곳에 꼭 한 번쯤은 살아보고 싶었거든요!”
어쩌면 앤더슨은 플로리다에 있는 팀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헤네시는 파트너로 탬파를 택한 것이고, 다운은 헤네시의 작업에 말린 것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적당한 금액에 서로 만족하는 계약이라는게 중요하지.
“어서 계약하고 새 집을 보러가고 싶네요. 계약금은······”
앤더슨이 말끝을 흐리며 슬며시 다운에게 눈을 돌렸다.
빨리 플로리다로 주소를 옮겨야 계약금에 얽힌 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다운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한 뒤 천천히 지급하는걸로하죠. 계약서에 지급 일자에 대해서는 3월로 명시해놓겠습니다.”
“하하! 그러면 너무 감사하죠.”
앤더슨과의 계약은 일사천리로 끝났다. 이걸로 또 목표치가 하나 채워졌다.
이번 오프시즌 목표는
1. 선발 하나 영입
2. 불펜을 이끌어줄 선수 영입
3. 다임러 계약해지
4. 페레즈를 백업해줄 선수 영입
5. 장기적으로 구단의 포수를 맡아줄 선수 영입
짐 토머슨의 영입으로 2번이 해결되었다.
3번 역시 호구 같, 아니 마음이 넓으신 양키스 덕에 잘 해결되었다.
막 영입에 성공한 브라이언 앤더슨은 페레즈는 물론이고 선수단 자체를 백업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선수.
오리올스와의 트레이드로 비어만을 데려오면서 5번까지 해결되었다.
“남은건 선발 하난데······”
문제는 저 선발이 프런트라인급의 선발이어야한다는 것이었다.
지난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해니건이 나가면서 생긴 공백을 메워줄 수 있는 그런 선발 말이다.
물론 적당한 선발 아무나 와도 괜찮다고는 했다. 하지만 3위 이상을 노린다면 프런트라인 급 선발에서 보강이 있어야한다는 분석이 있었던 만큼 다운은 꼭 프런트라인 급의 선발을 데려오고 싶었다.
“문제는 그런 선발은 없다는거지.”
트레이드로 프런트라인급의 선발을 데려올 바에는 그냥 있는 선수를 키우는게 낫다. 고작해봐야 1년 쓰자고 팜을 박살낼수는 없었으니까.
그렇다고 FA로 영입하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제대로 된 프런트라인 급 선발의 연봉은 최소 2000만 달러 선부터 시작하니까.
물론 그보다 싼 경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직전 시즌을 망치거나 부상당할 위험성이 있는 등, 하자가 있는 선발의 경우 1년 1500만 달러 정도의 계약으로 데려올 수 있다. 마치 해니건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내년에 또 이 짓을 반복해야했다. 게다가 만약 부상을 당하거나, 또 한 시즌을 망치게 된다면 1500만 달러는 아주 아주 비싼 대가가 될 것이고.
‘그런 위험은 감수하고 싶지 않은데······’
아니면 애매한 평가를 받는 선발을 싼 값에 데려와 3년 정도의 계약을 맺은 뒤 좋은 성적을 내면 1년 뒤 곧바로 유망주를 받고 팔아버리는 수도 있었다.
‘그나마 이게 가장 나은 방법인가?’
손해도 거의 없고, 대박나면 유망주들을 쓸어모을 수도 있고.
그야말로 스몰마켓 팀을 운영하는 정석과도 같은 플레이.
유일한 문제는 다운이 양키스의 단장이었기에 이런 식의 딜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되면 선수들이 구단에 충성심을 가질 수 있나? 아니지. 양키스도 아닌데 충성심 같은건 중요하지 않을지도······’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식당으로 향하는 다운에게 누군가가 다가왔다.
< 16화 - 선발을 찾아라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