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12화 (11/268)

< 12화 - 저희랑 딜 하나 하실까요? >

“인사하세요. 예전에 저와 함께 일하던 조니 로벨입니다.”

다운의 소개에 다른 부연 설명은 필요없었다.

“저 친구가 ‘그 조니 로벨’이야?”

“앤드류 켈리를 건져낸 그 친구?”

앤드류 켈리.

양키스의 핵심이자 2016년 드래프트 24라운드까지도 묻혀있던 진주.

로벨이 무조건 데려와야한다면서 아껴놓은 계약금 한도를 끌어모아서 양키스로 데려왔던 고교선수는 2019년 혜성같이 데뷔해 양키스 팬들의 뇌리에서 데릭 지터라는 이름을 지워버렸다.

고작 3년을 뛰었을 뿐이지만 양키스의 유격수, 아니 현존하는 최고의 유격수가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켈리의 이름이 무조건적으로 나올 정도였다.

“켈리는 완벽한 5툴 플레이어죠.”

“이제 이 시대의 유격수의 표준은 앤드류 켈리가 될겁니다.”

“켈리가 못하는거라고는 블로킹밖에는 없을겁니다. 외야 수비요? 이미 외야가 그의 수비 범위 안에 들어가있는데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다양한 전문가에게 이런 칭찬을 들을때마다 켈리는 똑같은 말을 했다.

“조니가 저를 알아봐주지 못했다면, 그리고 다운이 24라운더인 저에게 13만 7492달러라는 계약금을 안겨주지 않았다면 제가 양키스에서 이렇게 뛸 수 없었을겁니다.”

13만 7492달러.

몇 백만 달러씩 받아대는 상위 라운더들에 비하면 보잘것없는 금액이다.

하지만 없는 집에서 자라와서 야구장학금까지 떨어져버려서 야구를 그만둘 생각이었던 켈리. 그를 끌어올 수 있기에는 충분한 금액이었다.

여튼 인터뷰마다 조니 로벨과 다운의 이름을 달고사는 켈리 덕에 로벨은 외부적으로는 그가 가진 능력에 비해 상당히 저평가를 받는 편이었다.

“저 사람 그냥 운이 좋아서 대박친거 아닌가?”

“켈리 말고는 제대로 뽑은 선수도 없다는 소문이 있던데.”

직원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다만 다운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어차피 조금만 같이 일해보면 조니의 능력이 얼마나 좋은지 금방 알 수 있을텐데 뭐.’

여기서 자신이 커버쳐봤자 좋은 꼴은 안나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와중 스카우트 팀장인 미키가 다가왔다.

“단장님 혹시 조니를 영입한거에요?”

미키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다가왔다. 로벨도 그를 아는 듯 웃었다.

“미키!”

각 구단을 대표하는 스카우트 팀장이었던 만큼 서로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조니는 오늘부터 우리 스카우트 겸 크로스체커로 일할거야.”

로벨은 어깨를 으쓱하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팀장은 나랑 안맞는것 같더라고.”

그런 로벨을 보며 미키가 웃었다.

“내가 항상 넌 팀장에는 안어울린다고 했지?”

“그래서 이렇게 관두고 네 밑으로 들어왔잖아.”

“꼬박꼬박 팀장님이라고 불러.”

“알아 모시겠습니다요.”

혹시나 두 사람이 서로 날을 세울까 걱정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던 모양이다.

프런트계의 FA 시장에서 조니 로벨을 낚아챈 것은 생각보다 의미가 있었다.

“지금 너희 팀, 아니 우리 레이스가 눈여겨보는 선수들에 대해서 알 수 있을까?”

스카우트 팀과 다운이 몇날며칠을 고민한 명단을 본 그는 곧장 분류에 들어갔다.

“트럼프는 안돼. 다른 중견팀에는 괜찮은데 너희 팀에는 있으면 안되는 선수야. 잘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도박 중독이거든. 너희 팀 어린 선수들을 전부 망칠 생각이 아니라면 얘는 제껴.”

“허친슨도 빼. 확실한 건 아닌데 이번 시즌에 두어차례 털린 적 있었잖아? 데드암이라는 정보가 들어왔었어. 잘 던진 경기? 무리한거지. 아마 그 친구 팔꿈치 인대 너덜너덜할걸? 검사상으로는 괜찮을지 몰라도 데미지는 분명 받았을거야.”

양키스와 레이스의 자본과 역사가 차이나는 만큼 들어오는 정보의 양과 질 역시 차이가 컸다.

“하마터면 시한폭탄을 안고갈 뻔 했네요.”

“그러게 말이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운은 작업속도를 높었다. 6시에 있을 자선 행사에서 트레이드 밑작업을 진행해야하기 때문이었다.

“조금만 더 빨리 진행하자.”

***

“단장님.”

“벌써 여섯 시야?”

“10분 전입니다.”

오후 여섯 시는 금세 찾아왔다.

“다들 교대로 식사하고, 팀장급은 그냥 여기서 룸서비스 시키고.”

직원들에게 지시를 내린 다운은 리타가 건네주는 자켓을 걸치고 헤드쿼터를 나섰다.

“출입카드 부탁드립니다.”

앞을 가로막으며 출입카드를 요구하는 가드에게 사무국에서 받은 출입카드를 내밀었다. 다운에게 카드를 받아 찍어본 그가 곧 출입카드를 돌려주며 고개숙였다.

“확인되셨습니다. 들어가시면 됩니다.”

오후 6시부터 진행되는 사무국 주최의 자선 행사에 참가할 수 있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각 팀의 사장 혹은 단장, 부단장, 단장보좌. 그리고 에이전시의 대표, 부대표.

한두 명의 동행정도는 데려올 수 있는 여타 다른 자선행사와는 전혀 달랐다.

‘다시 돌아왔다.’

웃는 가면 뒤에 상대방의 뒤통수를 후려갈길 망치를 숨긴 사기꾼들의 모임으로.

“이쪽으로 오시죠.”

웨이터를 따라 배정된 테이블로 가자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단장들이 모여있는 테이블이 나왔다. 아주 익숙한 얼굴들이 많은 친숙한 테이블이 말이다.

“여어 다운! 오랜만이야!”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바로 레드삭스의 단장인 브라이언 오할로란.

“이렇게 다시 얼굴을 보니 좋네! 그것도 핀스트라이프 무늬를 싹 뺀채로 말이야.”

양키스 단장 재직 당시에는 사이가 나쁘다고 하기도 모자랄 정도로 원수와 다름없는 사이였다.

하지만 양키스 단장직을 내려놓은 다운에게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친근한 척 들러붙어왔다.

그 이유는 뻔했다.

“대런. 아는사람이 왔는데 왜 이렇게 얼굴이 안좋아? 어?”

다운의 합류에 옆에 있던 대런이 잘생긴 얼굴을 팍 찌푸리며 죽을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혹시 네가 내친 전임자여서 불편한건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이 약올리는 오할로란의 말에 대런이 뭔가를 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대런의 입은 그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이······”

“브라이언 그만하죠. 설마 대런이 그렇게 속좁은 인간이겠어요?”

다운이 먼저 다음에 이어질 말을 차단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니 다운······”

“미안한데 대런 인사좀 먼저 하자. 너야 이분들 다 알겠지만 나는 처음보는 분들도 있어서 말이야.”

결국 대런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입을 닫는 것 밖에 없었다.

“하하! 고마워 대런. 아는 분들도 있고 처음 뵙는 분들도 있네요. 레이스 단장인 다운 정입니다. 앞으로 자주 뵐텐데 잘 부탁드립니다.”

레드삭스 단장 오할로란을 포함해서 블루제이스 단장인 로스 앳킨스는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유일하게 처음 보는 사람은 오리올스의 단장이었다.

“오리올스 단장인 존 앙헬로스입니다.”

앙헬로스라면 짐작이 가는 인물이 하나 있었다.

“혹시 구단주님과는······?”

“아버지 되십니다.”

대런과 같은 케이스가 여기도 있었구나. 그런데 다운의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앙헬로스가 선수를 쳤다.

“저는 옆에 있는 대런과는 다릅니다. 말단 직원부터 시작해서 지금 단장에 올라오기까지 12년이 걸렸죠. 게다가 누구처럼 자기를 띄우기 위해서 희생양을 만들지도 않았고요. 오리올스가 구단을 매각할거라는 이야기는 들으셨죠?”

“네.”

레이스 매각 소식이 들려올 때 오리올스 역시 구매자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럼에도 제가 단장이 된 것에는 다 이유가 있죠. 저는 구단주가 바뀌더라도 능력으로 오리올스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거든요.”

대런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듯 선을 긋은 앙헬로스의 모습에 이제는 대런이 약간 안쓰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정말로 안쓰러운 건 아니었지만.

“하하! 대런에게 너무 그러지 마세요. 대런도 능력이 없는건 아니거든요.”

혼내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미운 법. 자신의 커버에 어이를 상실한 표정을 짓고있는 대런을 확인한 다운이 한층 짙은 웃음을 지었다.

“커미셔너님 입장하십니다!”

롭 맨프레드가 입장하자 장내에 있는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로 그를 맞았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행사는······”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과도 같은 길고 긴 연설이 시작되었다. 단장들은 이에 귀를 기울이는 척 얼굴을 그에게 향하게 한 뒤 슬슬 작업을 개시했다.

“카를로스 앙헬 주니어도 이제 2년 밖에 안남았잖아. 혹시 팔 생각 있나?”

카를로스 앙헬 주니어는 블루제이스를 대표하는 슈퍼스타이자 캐나다 국적을 가지고 있어 전 캐나다 야구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선수다.

나이도 고작 25세에 불과해 블루제이스에서는 결코 포기하지 않을 그런 선수라는걸 나도 알고, 너도 알고, 쟤도 알고있었다.

“레드삭스 팜 1위부터 10위까지 준다면 생각해볼만도 하지.”

“정말 주면 팔텐가?”

“그럴리가.”

“어차피 다음 시즌에 우승을 노려볼 것도 아닌데 말이야.”

“우리가 우승을 노려볼 수도 있지. 적당한 선발만 생긴다면 가능성이 생긴다고 보는데.”

“그러기에는 내야진도 부족한 것 같은데?”

“라파엘 헤수스 줄거야?”

“내가 미쳤나? 우리도 내야는 필요해.”

“너희 팀은 외야가 필요하지.”

서로 팀을 비교해보는 듯한 별 거 아니어보이는 대화다. 하지만 그 안에는 꽤나 많은 의미가 담겨있었다.

아메리칸 리그 동부지구에서 최하위는 오리올스일터. 이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다운이 취임한 레이스는 전력이 약화됐으면 약화됐지, 아직까지 강화되지는 않았다. 구단주 역시 돈을 그렇게까지 투자할 계획은 없어보였다.

양키스는 강했고 라인업 대부분은 수정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유일한 약점이라고 볼 수 있는 불펜 또한 다임러를 데려가며 보강했다.

그렇다면 같은 지구 내에서 FA에 돈을 써가면서 우승경쟁을 할 구단은 저 둘 밖에는 없다는 소리다.

‘너네 팀 선발이랑 내야만 영입해라. 다른거 노리지 말고.’

‘오케이 대신 너희도 외야만 노리는거다.’

‘좋아. 믿을수는 없겠지만 일단 그렇게 합의보자고.’

‘콜.’

두 사람이 그러고 있다는 증거는 바로 둘의 손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도도도도독!

물리 자판이 있어서 보지 않고도 채팅을 할 수가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서, 그 어느 단장이든 구비하고 있다는 업무용 폰인 블랙베리의 자판 위에서 두 사람의 엄지가 불이 나도록 움직이고 있었다.

판을 만들기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두 사람만이 아니었다.

“다운.”

앙헬로스가 슬그머니 다가왔다. 그리고 슬그머니 물었다.

“혹시 다음 시즌 레이스가 지향하는게 어떤 방향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

레이스가 지향하는 방향은 언제나 같았다.

“뭐 별거 있겠습니까? 평소처럼 리툴링이죠.”

탬파베이에 즐길 스포츠가 없는 것도 아니고 NHL의 탬파베이 라이트닝과 지난 시즌 슈퍼볼 우승팀인 버커니어스까지 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 순간 안그래도 없던 레이스 팬들이 떨어져나갈거다.

새로운 구장이 생겨서 팬들을 안정적으로 끌어모을 여건이 생길때까지는 좋든 싫든 5할 이상의 승률은 기록해야한다.

“그럼 저희랑 딜 하나 하실까요?”

< 12화 - 저희랑 딜 하나 하실까요?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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