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화 - 곧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대런이 다운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다운의 양키스 단장 2년차 시즌때였다.
“대런.”
“네 아버지.”
“다운이 내 명을 받아서 선수단을 정리하고는 있지만, 제대로 일을 하고 있는지는 당장에 알 수가 없단다.”
메이저리그 우익수하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제시 산체스를 필리스에 보내면서 4명의 유망주를 받아왔는데 그 중에서 5위 안에 들어가는 유망주가 하나밖에 없다.
26살의 나이에 계약기간이 짧은 것도 아니고 5년에 1억 3500만 달러(연 평균 2700만 달러)라는 실력에 비해 나름 헐값의 계약을 가지고 있는 선수인데 말이다.
“이미 일어난 계약은 어쩔 수 없다만 우리가 얻어낼 수 있는 최대한을 땡겨도 모자랄판에······”
다운을 못믿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저 딜은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가 옆에서 과연 저게 맞는 딜인지 감시하도록 해. 알겠지?”
그렇게 대런 스타인브레너는 양키스의 부단장으로 취임했다.
그리고 첫 날.
“대런 스타인브레너입니다. 대런이라고 해주시면 됩니다. 옆에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대런의 인사에 흘끗 쳐다본 다운이 무심히 말했다.
“어 그래. 반갑다.”
그리고 난 뒤 손짓으로 대런을 불렀다.
“잠깐만 이리 앉아봐.”
자신을 앞에 앉힌 다운은 보고 있던 화면에서 눈을 돌려 드디어 눈을 마주쳤다.
“내가 궁금한게 있는데······”
그 짧은 순간 대런의 머리가 팽팽 돌아갔다.
‘뭘 물어보려나? 아버지가 날 왜 꽂았는지 물어보려나? 아니면 감시하라고 보낸건지를 확인하려고 하나?’
머릿속에 다운이 할 만한 여러 질문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다운의 첫 질문은 예상 밖이었다.
“너도 이번 딜이 별로라고 생각해?”
“에?”
예상밖의 질문에 대런이 어벙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아,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고. 우리 팀에서 가장 저평가 받는 유망주가 누구라고 생각하나?”
“어······”
양키스에서 가장 기대되는 유망주, 코어로 키울만한 유망주 등을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가장 저평가 받는 유망주?
‘애초에 그런걸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
그런 생각을 읽었는지 다운이 피식 웃었다.
“그런거 생각할 필요가 있나 싶지?”
“솔직히 말해서 네.”
“그게 양키스의 문제라고 할 수 있어. 항상 최고의 선수를 영입하고, 최고의 유망주만 띄워주니까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는 선수에게 기회가 없지. 우리는 그런 선수를 지켜야돼.”
“이미 검증된 유망주가 아니라요?”
“주식으로 많은 돈을 벌려면 어떡해야하지?”
“저평가 우량주를 사야죠.”
“유망주도 같아. 고평가받는 선수는 당연히 지켜야하는거고 저평가 우량선수를 잘 지켜내야지 우리 팀이 빵 뜰 수 있는거지.”
딜 이야기를 하다가 왜 갑자기 이런 이야기로 넘어왔을까?
답은 하나밖에 없다.
“혹시 이번에 데려온 유망주 중에서 저평가 받는 선수가 있었나요?”
그 말에 다운이 드디어 웃음을 보였다.
“둘이나 있었지. 그 중 하나는 필리스에서도 인지를하고 있어서 어쩔 수없이 높은 가치를 주고 데려와야했지만, 하나는 숨길 수 있었지.”
그 말과 함께 폰에 새로운 메일이 왔다는 알람이 떴다.
뭔지 확인을 하기도 전에 다운이 말했다.
“내가 가진 저평가 우량주는 지키고, 남이 가진 저평가 우량주를 가져오려면 정보가 가장 중요하겠지? 메일로 AL 동부지구 유망주 전원이 정리된 클라우드 링크 보내놨으니까 오늘 안에 확인해서 나한테 가져와. 우리 두 사람이 선수보는 눈이 얼마나 일치하는지 비교해보자고 알겠지?”
그렇게 다운이 욕을 먹었던 그 딜에서 데려온 네 명 중 두 명은 양키스의 코어 선수가. 그리고 필리스에서도 알아차리지 못했던 그 선수 한 명은 양키스의 모든 신인 기록을 갈아치우는 괴물 투수가 됐다.
***
그들이 성장하는 모든 과정을 지켜본 대런은 다운의 선수보는 눈이 얼마나 좋은지 알고 있었다.
[저만큼 다운이 선수보는 눈이 좋다는걸 확신하고 있는 사람은 세상에 없을거에요. 그런 사람한테 우리 팀의 선수를 내주라고요? 배 아파할 일 있어요?]
다운이 데려간 선수가 빵 터지면 그것만큼 배아픈 일도 없을 것 같았다.
찡그리고 있을 대런의 표정이 눈에 선한지 다운의 입꼬리 한쪽이 쭈욱 올라갔다.
“그렇게 네 눈을 못 믿어? 내가 그렇게 가르치진 않았을텐데?”
대런은 다운과 함께 일하면서 선수보는 눈을 상당히 키웠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단장들 중에서는 가장 선수보는 눈이 뛰어나다고 말이다.
‘그런데 다운은······’
선수보는 안목을 길러준 선생님이자, 아직까지 뛰어넘지 못한 벽이다. 자신이 보지 못했던 것을 다운이 봤을수도 있었다.
“그렇게 날 세울거 없어. 넌 다임러를 원하고 난 너희 팀에서 원하는 선수가 있고. 그 사실이 중요한거지.”
[저희 팀에서 누굴 원하는지도 중요하겠죠.]
원하는 카드를 숨기는 방법도 있다만 다운은 그러지 않았다. 어차피 둘 다 서로를 알만큼 알기 때문이었다.
“에릭 슈어홀츠를 줘.”
에릭 슈어홀츠는 이제 트리플 A에 올라온 마이너리거였다. 그리고 2019년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에서 다운이 직접 뽑은 선수이기도 했다.
[다임러를 데려오는 대가로 내주기에는 너무 아까운 카드라고 생각합니다만?]
대런의 말에 다운이 피식 웃었다.
“제대로 키우고 있지도 못하면서 무슨 개소리야 대런.”
다운이 뭘 보고 슈어홀츠를 뽑았는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몰랐다. 4년째에 이르러서는 다운의 선수보는 눈에 대해서 의심하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단장님이 뽑았으면 그 이유가 있겠지.’라고만 생각하지, 그 이유까지는 궁금해하질 않았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이유를 물어봤던건 역시나 대런이었다.
“슈어홀츠는 더 하위에서 뽑아도 되지 않을까요?”
“아냐. 그러면 슈어홀츠는 대학진학을 택할거야. 적어도 대학진학을 포기할 정도의 금액을 안겨줄 수 있는 2라운드에서는 뽑아야 돼.”
“그럴 가치가 있을까요?”
“딱 3년만 지나봐. 그러면 내가 대학행을 막으면서까지 이렇게 데려온 이유를 알 수 있을테니까.”
하지만 슈어홀츠에 대한 플랜이 완성되기도 전에 다운은 양키스에서 잘렸다. 그러다보니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현재 슈어홀츠는 2라운더라는 기대치에 비해서 잘 성장했다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트리플 A에서도 선발로 나가면 털리고 불펜으로 나가면 평타정도만 쳐주는 정도였으니까.
[흐음······]
머리를 굴려봐도 슈어홀츠는 양키스에는 전혀 필요없는 카드다. 고작 그를 내준다고해서 양키스의 플랜이 어그러질 일은 없었다.
[그리고 다른 선수는요?]
다운이, 아니 그 어떤 단장이라고해도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을 트리플 A 급의 애매한 선수 하나와 바꿀 리는 없었다.
“짐 토머슨이랑 넬슨 페레즈까지 넘겨줘.”
다운의 말에 대런이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뭐라고요? 짐 토머슨이랑 넬슨 페레즈를 달라고요?]
두 선수는 서로 상반된 이유로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짐 토머슨은 31살의 불펜으로 토미 존 수술을 두 번, 그리고 뼛조각 제거 수술을 한 번 받은 베테랑 선수다. 특히나 뼛조각 제거 수술은 이번 시즌 시작하자마자 받아서 시즌 기록 자체가 거의 없는 선수.
남은 계약은 2년 300만 달러로 양키스도 적당한 선수로 불펜을 채울 생각으로 데려왔었던 그저 그런 선수였다.
‘짐 토머슨을 왜 데려가지? 다운이 미쳤나?’
라는 생각이 드는 그런 선수 말이다.
그에 비해서 넬슨 페레즈는 21세의 외야수로, 2017년 16살의 나이로 양키스와 계약한 이후 5년 내내 양키스 팜 랭킹 5위를 벗어난 적이 없는 유망주였다. 5 - 툴 플레이어라는것이 바로 그를 위해 만들어진 단어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뛰어난 운동능력은 항상 그를 상위권 유망주에 머물도록 만들었다.
양키스의 강력한 외야진 뎁스 때문에 아직까지 데뷔하지는 못했지만, 일부 양키스 팬들 중에서는 그의 콜업만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찾아볼 수 있을 정도였다.
‘넬슨 페레즈를 달라고? 다운이 미쳤나?’
다른 의미에서의 경악이 섞여나올 수 밖에 없는 선수였다.
[미쳤어요? 칼만 안 들었지 날강도나 다름없네요. 세인트피터스버그에 가더니(트로피카나 필드 주변은 범죄와 치안이 좋지 않다는 이미지가 박혀있다) 범죄에 눈을 뜨신겁니까?]
“하! 내가 날강도라고? 양심은 어디다 놓고온거야 대런? 너희 팀에서 토머슨이랑 슈어홀츠는 필요 없는 선수잖아. 안 그래?”
[그야 그렇죠. 저도 둘은 넘기는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페레즈는 달라요.]
“페레즈야 누가봐도 좋은 선수지. 즉전으로 쓸 수 있는 유망주니까. 하지만 검증이 안됐잖아. 빅리그에 가서는 어떻게 할지 그 누구도 몰라.”
[잘할겁니다.]
“예상일 뿐이지. 그에 비하면 다임러는 성과가 확실하지. 4년간 다임러는 최고의 자리에서 경쟁하던 불펜이었어. 그것도 뛰어난 타자들이 즐비한 아메리칸 동부에서 4년 내내 2점대를 유지한 그런 불펜말이야. 너희 타자들도 다임러에게 우후죽순처럼 무너졌잖아. 기억 안나?”
디비전시리즈에서 다임러에게 맥도 못쓰고 무너지던 타자들이 떠올랐는지 대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다임러는 이제 25세 시즌을 보내는 서비스타임이 2년이나 남은 선수야. 최고 97마일까지 나오는 강속구는 물론이고 슬라이더와 체인지업도 좋지. 투 피치인 다른 불펜들이랑은 달라. 게다가 올 시즌은 어땠지? 선발 전환으로의 가능성까지 보여줬잖아.”
[저희는 선발이 필요한게 아니라는거 아시잖아요.]
“오프너와 대체선발로 출장했는데도 2점대를 유지한 놈이 다임러야. 불펜에만 집중하면 1점대까지의 안정성도 기대할 수 있지.”
[불펜은 내년에 저스터스가 돌아오면 더 강해질겁니다만.]
“그리고 내년에도 저스터스와 같은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는 법은 없지. 그게 선발이건, 불펜이건 말이야.”
다운은 침묵하고 있는 대런에게 마지막 통보를 날렸다.
“어떤 선택을 할지는 네 자유야. 난 이만 취임인사를 하러 가야해서 통화를 종료해야 할 것 같은데. 내 번호는 알지? 메시지 남겨.”
***
취임발표는 별 것 없었다. 그저 레이스 TV 앞에서 취임한 기분과 포부 같은걸 밝히고 담당 기자들과 함께 인사를 하면서 구내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게 다였으니까.
게다가 다행인 점은 기자들 역시 레이스를 전담하고 있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그 누구도 다운의 부정적인 별명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들은 대신해서 희망적인 질문만을 했다.
“양키스에서 현재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대부분이 단장님이 재직하던 시절에 뽑은 선수들이라고 들었습니다. 레이스에서도 같을 거라는 기대를 해도 될까요?”
“그때보다 더 노력해서 좋은 선수를 데려오도록 할겁니다.”
“양키스에서도 재정관리에 일가견이 있는 단장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레이스에 취임하신 이유도 그런 평가 때문일텐데, 앞으로도 레이스는 허리띠를 졸라맬 예정입니까?”
“오늘이 첫 날이라 아직 정해진 건 없습니다. 하지만 써야할 때는 아낌없이 쓰고, 또 필요없는 지출은 줄일 예정입니다.”
양키스에서 이미 한 번 해본 적이 있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에는 한결 수월하게 느껴졌다.
“양키스에 있으실때 트레이드를 아주 많이 하셨죠. 이번에도 다들 그럴거라고 예상하고 있는데요, 혹시 준비하고 있는 딜이 있으신가요?”
“정확히는 알려드릴 수 없지만 생각하고 있는······”
그렇게 이야기를 이어가던 와중 스마트워치가 울렸다. 소매를 쳐올려 떠오르는 알림을 흘끗 쳐다봤다.
대런 : Deal.
메시지를 확인한 다운이 입꼬리를 올렸다.
“······ 딜이 있는데, 아마 곧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8화 - 곧 결과물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