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은머리 MLB 단장-7화 (7/268)

< 7화 - 아니면 판 엎을거야. >

원래 다운은 브래넌과 직접 만남을 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브래넌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탬파를 떠나 텍사스에 있는 별장으로 휴가를 떠나버렸기 때문에 그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배리. 잘지냈어?”

다운의 목소리에 여러가지 감정이 혼재되어 복잡한 듯한 브래넌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건너왔다.

[오랜만이네 다운.]

그다지 나쁜 사이는 아니었다는 것이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었는지, 복잡한 감정 사이에서도 반가움의 감정이 가장 크게 담겨있었다.

[별 일 없지?]

“없지. 아니다. 있다고 해야하나?”

다운의 말에 브래넌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요새 금전적으로 좀 힘든가? 아니면 실적을 채워야하나?’

다운은 자신의 부탁대로 팀을 떠나게 만들어줬다. 심지어 여러 제안들 중에서 자신이 원하는 팀을 고를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그때 졌던 빚을 갚을 수 있는 기회였다.

[요새 야구계 떠나서 금융계에 있다더니 돈 좀 넣어달라고 부탁하러 왔어?]

이미 모아둔 돈이 많은만큼 몇 백만 달러 정도는 다운에게 맡길 의향이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한 500만 달러 정도를 펀드매니저한테 맡길 생각이었는데 그걸 네가 맡아주면······]

다운은 브래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금세 알아차리고는 웃었다.

“하하! 배리 그런거 아냐. 실적 챙겨줄 필요 없어.”

[아니. 별 일 있다며?]

“그게······ 내가 다시 단장으로 부임하게 됐거든.”

다운의 말에 브래넌이 비명을 질렀다.

[와우! 드디어 다시 시작하기로 한거야? 젠장! 내가 말했잖아. 넌 결국 단장을 하게 될 놈이라니까? 빌어먹을 양키놈들이 미래의 명단장을 말아먹은 것 뿐이라고!]

다운의 복귀가 기뻤는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낸 브래넌이 중요한 것을 물어보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어떤 팀 단장이 됐어? 설마 레드삭스?]

“아니.”

더 장난을 칠까도 생각했지만, 할 일이 많다.

“레이스.”

[우리 팀?]

“어. 레이스 단장이 됐어.”

[어? 구단주가 바뀌면서 단장도 바뀐건가?]

“맞아. 언론에 발표는 동부시간 기준으로 오늘 정오에 날 예정이야.”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브래넌은 다운이 유능한 단장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레인저스로 보내주면서도 괜찮은 유망주 셋을 결국 얻어낸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또 만나게 됐구만. 앞으로 1년, 잘 부탁한다. 아 물론 너희가 옵션을 실행해야지 되는거지만.]

“안그래도 그거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있는데. 혹시 연장계약 할 생각 있어?”

[연장 생각은 있지. 세금도 없고, 양키놈들 자주 패줄 수 있는 아메리칸 동부니까. 다만 나는 이번에 계약하게되면 최소 1000만 달러 이상에 4년 이상 계약을 원하는데 레이스에서 감당할 수 있겠어?]

“우리 팀에서 네가 필요하다면 감당이 가능하게 만들어야겠지. 그거 말고 다른 조건은 없어?”

[딱히. 돈도 벌만큼 벌었고, 적정수준만 맞춰준다면 레이스에서 은퇴하는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

“오케이. 그러면 네가 말했던 걸 기초로 에이전트에게 계약제안 넣어둘게. 나중에 확인해봐. 양키에게서 팽당한 놈들이 모여서 함께 양키 놈들 때려야지. 안 그래?”

[흐흐! 발목을 잡아 끌어줘야지.]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이야기.

“아 그리고. 크리스 이야기는 사실이야?”

가정폭력을 하는 것 같다는 소문이 브래넌의 와이프에게서 나왔다.

가정폭력은 미국에서 상당히 무거운 주제다. 그래서인지 브래넌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내가 확실하게 본건 아니야. 하지만 난 릴리의 말을 믿어.]

“릴리가 뭘 봤는데?”

[크리스의 아내가 땀이 많거든. 근데 평소에도 반팔을 입는걸 본적이 없다는거야.]

탬파베이 지역은 전체적으로 덥고 습한 날씨다. 한겨울 평균 기온이 16도에 불과할 정도로 온난습윤한 기후의 아열대권인 탬파베이 지역에서 긴팔?

“수상하네.”

[수상하지. 그리고 우리 팀 아내들끼리 모여서 해변에 자주가거든. 그럴때마다 항상 뒤풀이에만 참석을 한다더라.]

옷을 벗을 수밖에 없는 상황은 피하고, 그 뒤에 참여.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정적인 증거 같은건 없고?”

[지난 번 모임에서 릴리가 박장대소할때 무의식적으로 웃으면서 팔을 들었는데 옆에 있던 재스민이 크게 놀라면서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더군.]

높이 들어올라가는 팔과 손바닥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 가정폭력 피해자의 전형적인 증상 중 하나였다.

“그게 사실이라면 확실하네.”

상황이 그 정도까지 갔다면 곧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계약을 해지해야겠네. 정보 고마워 배리. 덕분에 지뢰 하나 제거할 수 있겠다.”

[별말씀을. 한 배를 탔는데 숨길 필요는 없잖아.]

“휴가 잘 보내고 돌아와. 섹시한 계약서 한 부 뽑아서 기다릴게.”

[하하! 올 크리스마스 선물은 그건가? 기대할게.]

브래넌과의 통화를 끝낸 다운은 다시 한 번 상황을 되뇌었다.

“다임러를 어떻게 하지······”

크리스 다임러.

21살에 레이스에서 데뷔한 4년차 불펜 요원으로 지난 4년간 꾸준하게 2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레이스 불펜의 핵심을 맡고 있는 선수였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불펜데이 용 선발로도 9차례 등판해 좋은 모습을 보여주며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25살의 어린나이, 2년의 서비스타임, 메이저리그 평균 이상의 불펜, 실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싼 연봉.

이 모든 것을 종합해봤을 때 크리스 다임러는 분명히 트레이드카드로 써먹기 좋은 매물이었다.

“만약 처리를 하려면 무조건 오늘 해야한다.”

구단에 대한 파악이 되지 않은채 가치가 높은 카드를 써먹었을 뿐이라고 말할 수 있는 시기니까.

물론 도의상, 그리고 양심상 그렇게 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운에게는 아주 적당한 판매처가 있었다.

바로 양키놈들 말이다.

양키스의 눈에 다임러는 굉장히 매력적인 카드다. 특히나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불펜의 방화로 참패를 당했으니 더더욱 보강은 필요할테고.

양키스 단장의 번호는 굳이 비서를 통해서 연결할 필요도 없다.

[빌어먹을대런]

아직까지 지우지 못한 이 번호로 전화를 하면 되니까.

2년만에 그에게 전화를 연결하려던 그때.

똑똑!

“단장님.”

비서였다.

“리타······ 였죠?”

“맞습니다.”

“무슨일이죠?”

“양키스 단장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연결해드릴까요?”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오늘 레이스의 새로운 단장이 발표될거라는 소식은 이미 접했을 터.

“돌려주세요.”

“2번으로 돌려드릴게요.”

리타가 나가자마자 다운의 책상 위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아하하! 안녕하십니까! 오늘 새 단장님이 오셨다던데. 뉴욕 양키스의 단장인 대런 스타인브레너라고합니다!]

전화를 돌려받자마자 들리는 빌어먹을 목소리.

“안녕 대런.”

다운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반대편에서 들리는 목소리가 멈췄다.

[다······ 운?]

“새로운 단장이 온다는건 알았지만 누군지까지는 알아보지 않은 모양이네?”

시계를 보니 기사 발표까지는 고작해야 30분 남짓 남아있을 뿐이다.

“30분만 지나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을텐데. 오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새로 온 단장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전화온 것을 보면 꽤나 급했던 모양이야. 응?”

여전히 답이 없는 대런.

“전화를 먼저 건 쪽은 넌데 왜 말이 없을까? 전화하는 사람 어디 갔나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대런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운이 레이스 새 단장으로 갈줄은 몰랐네요. 야구계에서 떠난다고 했잖아요.]

“그러려고 했는데 이 바닥이 날 놓아주질 않더라고. 알잖아. 양키스에서 해고를 당했을때도 얼마나 많은 팀들이 제안했었는지.”

다운이 해고됐을 당시에 단장과의 계약이 끝났던 팀은 모두 한 번씩은 컨택이 들어왔다. Down Jung이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과는 반대로 다운이 보여준 능력 자체는 상당히 좋았다는 평가를 받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특히나 다운은 구단주 입장에서 팀의 재정을 지켜줄 수 있는 능력있는 단장으로 비춰졌었다. 그래서 인기가 좋았던 것이고.

[······ 복귀 축하해요.]

“고마워 대런. 후후!”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얼떨떨해하는 대런의 표정이 눈에 선했다. 앞으로 양키스를 괴롭힐 일이 많아질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졌다.

“그래서 대런. 무슨 일로 전화한거야. 사사건건 내 방식에 대해서 의문을 품었던 네가 설마 ‘앞으로 우리 같은 지구에서 경쟁하게 될텐데, 잘 지내봐요!’라는 하잘것없는 목적만으로 전화하지는 않았을거잖아. 안그래?”

다운의 말에 깊은 한숨을 쉰 대런이 정신을 차린 목소리로 말했다.

[트레이드 하시죠.]

“아직 팀 파악도 제대로 못했는데 트레이드를 하자고? 내가 팀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괜찮은 애를 빼가겠다는건가?”

[하! 장난은 그만두죠. 내가 유망주따위 얻자고 이러는거 아닌거 아시잖아요.]

같이 일해온 기간이 있는데 대런 역시 다운이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팀 파악을 못했다고요? 그 다운이? 말이되는 소리를 해야지.]

“출근한지 이제 2시간 반 됐는데 파악하는게 이상한거 아닌가?”

[첫 출근한지 한 시간 밖에 안되는 저한테 ‘우리 팀에서 가장 저평가 받는 유망주는 누구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을 던졌던 사람이 할 말입니까?]

“그걸 아직까지 담아두고 있었어? 쪼잔하긴.”

[담아둔게 아니라!]

대런은 올라오는 혈압을 가까스로 눌러앉혔다.

[그래도 남들 아는만큼은 이미 다 파악했겠죠. 그게 아니라면 당신은 정다운이 아닌거고.]

“내가 단장이라는걸 알았다면 순순히 네가 원하는걸 줄 리가 없다는것도 알고있겠지?”

3년간 옆에서 지켜본 바에 의하면 다운은 절대 손해보는 트레이드는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남들은 다운의 재정관리능력만을 보고있지만······’

대런이 생각하는 다운의 최대 강점은 따로 있었다.

선수의 잠재력을 판단하는 능력과 어떻게든 자신이 원하는 선수를 얻어내는 집요함.

그 두 가지의 능력 덕에 지금의 양키스가 이렇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는걸 알고 있었다.

오죽하면 자르는 그 순간까지도 그를 부단장으로라도 눌러 앉히려고 했을까.

“크리스 다임러를 원하는거지?”

다운의 말에 대런은 순순히 긍정했다.

[맞아요. 다임러를 주면 저희 팜에서 가장 유망하다는 평가를 받는······]

“노노노! 그게 아니지.”

어딜 사기를 치려고 하시나.

“유망주는 필요없어.”

필요하다. 하지만 다운은 무려 2년을 쉬었다.

양키스의 유망주 상황?

알 리가 있나. 1년이 아니라 한 달만 지나도 부상으로, 개인적인 사정으로, 갑자기 포텐이 터져서 등등. 유망주의 가치는 급변한다.

최소한의 정보가 있어야 유망주의 승률을 따질 수 있는 것이지, 현재는 그런 정보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스카우트 팀장인 미키를 불러서 ‘네 능력을 보여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하반기의 스카우트 팀의 전력은 내년에 나올 드래프티들에게 집중되어있을 때니까.

가능성 희박한 복권을 얻는 것 보다는 당장 팀에 필요한 선수를 데려오는 것이 훨씬 나았다.

“우리가 쓸 수 있는 선발 내놔. 아니면 판 엎을거야.”

< 7화 - 아니면 판 엎을거야.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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