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화 - 선수단 정리(2) >
배리 브래넌
32살의 좌익수로 2시즌 째 레이스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활약하고 있는 선수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다운과 별다른 접점이 있어보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조금만 파고들어간다면 두 사람이 관련이 있다는 것을, 그리고 악연이라고 할 만한 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분도 저랑 배리의 사이가 좋지 않을거라고 생각하시나보네요.”
다운의 말에 모두가 눈을 크게 떴다.
“아니었어요?”
“저도 서로 싫어하는줄로만 알았는데요?”
다운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요.”
***
남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만든 일의 발단은 다운이 양키스의 단장을 맡은지 3년차인 2018년에 일어났다.
좌익수인 지금과는 다르게 그 당시 브래넌은 양키스의 주전 포수였다. 그것도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다.
데뷔 시즌이었던 2012년 23세의 나이로 데뷔해서 50경기도 채우기 전에 20홈런을 때리는 말도 안되는 공격력을 보여주며 주전포수 자리를 꿰찼다.
블로킹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지만, 23세의 어린 나이와 그가 보여줬던 충격적인 파워는 그런 단점을 완벽하게 지워버렸다. 워크에식과 거만한 성격은 실력과 만나 자신감으로 비춰졌다.
“브래넌은 우리 미래가 될거야!”
“블로킹은 나이가 차면 점점 좋아지겠지!”
팀의 미래 한 축으로 평가받으며 양키스 팬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 시절. 브레넌의 앞길에는 꽃길만이 깔린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당시 단장이자, 다운의 전 단장이던 제리 로렌스는 1년차를 보낸 브레넌에게 당시로는 꽤나 충격적일 정도로 큰 7년 1억 8330만 달러의 엄청난 계약을 안겨주었다.
하지만 이 계약은 해가 가면 갈수록 양키스의 목을 옥죄는 족쇄가 되어버렸다.
“브래넌은 블로킹이라는 단어가 뭔지 알고는 있는거야?”
“젠장할! 보호장구에 기름이라도 발라놓은건가?”
“이 정도면 새로 주전포수를 구해야하는 거 아냐?”
주전포수 교체설이 계속해서 튀어나왔으나 실제로 일어나지는 않았다. 브래넌은 형편없는 블로킹 실력과는 상반되는 강력한 어깨를 가지고 있었고, 타석에서의 그의 모습을 따라갈 수 있는 선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지명타자부터 코너외야, 1루수까지 도저히 뺄 수 없는 빅 뱃들이 즐비했던 당시 양키스의 상황 역시 브레넌의 주전포수 유지에 한 손을 보탰다.
하지만 다운이 단장으로 부임하게되자 상황은 급격히 달라지게 되었다. 첫 시즌부터 고액연봉을 받는 빅뱃들을 처분하기 시작한 다운은 세 번째 시즌이자 브레넌의 7년차 시즌이던 2018년에 브레넌과 면담을 가졌다.
“좌익수나 1루수, 혹은 지명타자로 포지션 변경을 하는게 어때 배리? 그렇게 하면 네 타격 실력을 더 살릴 수 있을 것 같은데.”
포수에 대한 애착이 강한 브래넌은 단칼에 다운의 제안을 거절했다.
“나는 포수가 체질이라고! 좌익수나 1루수는 볼 수가 없어. 오히려 팀에 해가 될거라니까? 왜 그걸 모르지?”
“네 마음은 잘 알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더 이상 출장이 힘들어질지도 몰라.”
“하지만 다운······”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가다가는 널 트레이드해야할 수도 있어.”
브래넌도 양키스의 현재 행보가 어떤지는 잘 알고 있었다.
7년이라는 시간은 거만하고 뭣도 모르고 망아지처럼 날뛰던 팀의 유망주를 성숙하고 사려깊은 리더로, 그리고 팀의 내부사정을 다 아는 구단의 핵심으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 위에서 그렇게 시켜?”
다운은 대답을 하는 대신 침묵을 택했다. 그리고 그것은 어떤 대답보다 더 확실한 답이 되었다.
“중요한건 그게 아니야. 지금이야 네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인지도가 높으니까 구단에서 널 면피용으로 데리고 있으려고 하지만, 조금만 더 여론이 안좋아지면 정말로 양키스를 떠나야할지도 몰라.”
브래넌이 굳은 표정으로 다운을 바라봤다.
“다운. 솔직히 말해줘.”
“······ 내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솔직하게 말해줄게.”
다운의 확답을 들은 그가 물었다.
“3000만 달러. 타격이 좋은 포수에게는 아깝지 않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이 금액이 좌익수나 1루수, 혹은 지명타자에게도 어울린다고 생각할까? 그 스타인브레너가?”
그럴리가 있나. 분명 스타인브레너는 그것마저 아끼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계약기간 끝까지는 살아남을 수 있을거야.”
다운의 말에 브래넌이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새어나왔다.
“흐흐흐! 내가 포지션만 바꾼다면 아름다운 이별로 포장이 가능하다는거지?”
“적어도 그때까지는 가만히 있어주겠지.”
다운은 브래넌을 지킬 수 없다. 하지만 계약기간까지는 어떻게든 그를 안고가고 싶었다. 그게 클럽하우스의 리더이자 팀의 프랜차이즈로 활동해온 브래넌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브래넌의 생각은 달랐다.
“흐흐흐······ 하하! 이렇게 떠나라는 압박을 줘놓고 아름다운 이별로 포장하겠다고? 이런 미친 개 같은 스타인브레······!”
한동안 욕을 쏟아낸 브래넌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말했다.
“후우······ 다운, 아니 단장님.”
“그래.”
“트레이드 시켜줘.”
“배리.”
“아름다운 이별? 개나 주라지. 나는 양키스에게 버려지는거야 그런 다음에 양키스를 저주할거다. 절대 그런 아름다운 장면은 만들어 줄 생각없어.”
“배리.”
“다운, 너는 나한테 정말 잘해줬지. 알고있어. 어떻게든 날 포수로 쓰려고 했다는것도 알고, 남기려고도 노력했지. 하지만 이건 아니야. 마지막으로 부탁할게. 나를 정말로 위한다면, 내가 양키스를 욕하고 저주하면서 떠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줘.”
면담이 있은지 닷새 뒤.
- 배리 브래넌 충격의 레인저스 행.
양키스에게 세 명의 유망주를 안겨준 브래넌은 그가 원하던대로 자신을 버린 양키스를 저주하며 떠나갔다.
“양키스는 언젠가 날 버린 걸 후회할 날이 올 것이다.”
***
다운의 이야기를 듣고 당시 기사들을 찾아보던 미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네요. 배리는 단 한 번도 단장님을 저주한 적이 없었어요. 모두 ‘양키스’라고만 되어있을 뿐이었어요.”
“단장님 이름이 박혀있는 곳도 있는데?”
“그런 기사들은 대부분 확대 해석을 한 곳이에요.”
“우리처럼?”
“네. 저희처럼요.”
브래넌은 블로킹으로 인해서 자신을 욕하던 양키스 팬들, 그리고 고액의 연봉으로 인해 자신을 버린 구단주를 모두 싸잡아 저주한 것이다.
물론 그의 앞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었다. 레인저스로 트레이드 된 그 시즌. FA계약의 마지막 시즌 무릎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시장에서의 가치가 폭락해버렸으니까.
“진짜 이 바닥이 좁긴 한 것 같네요.”
그 부상 덕분에 레이스는 2년 1000만 달러에 850만 달러짜리 구단옵션 1년이라는 혜자스러운 가격에 그를 영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운은 그와 다시 한 팀에서 뛸 수 있게 되었고말이다.
“여튼 브래넌과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럼 연장을 꼭 해주셨으면 합니다. 브래넌은 저희 팀에 꼭 필요합니다. 특히나 리빌딩을 원하신다면 말이죠.”
클라인의 말에 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배리가 있긴 해야돼. 양키스에 있었던 놈이라 그런지 그놈만큼 선수단 기강을 알아서 잘 잡아주는 놈도 없단 말이지. 게다가 공격적인 측면에서도 배리가 빠지면 공백이 너무 커져.”
포수를 포기하고 좌익수로 이동한 브래넌의 타격은 그야말로 폭발했다. 2년 내내 팀 내 최다 홈런은 물론 2할 후반에 40홈런을 넘겨준 그의 활약 덕분에 레이스는 지구 우승경쟁을 해나갈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브래넌의 에이전트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죠.”
브래넌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의 요청은 없었다.
“우선은 이렇게 남기는걸 최우선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팀에 필요한 건 어떤지 알아보도록 하자고요.”
정리를 마친 팀이 필요한 부분을 알아야 보강을 해올 수 있다.
“생각하시는 내용이 있으면 편하게 이야기하세요. 저는 아직 알아가는 단계니까 들으면서 필요한 부분에서 질문하겠습니다.”
다운의 허락에 운영파트원들은 너나할 것 없이 입을 열었다.
“2루는 벤치에 있는 버드 드마우스로 채울 수 있습니다. 길게는 아니지만 2~3년 정도는 충분히 갭 플레이어로 써먹을 수 있는 놈이죠.”
“2~3년 동안 키울 선수는 있고요?”
“조금만 더 다듬으면 램키가 올라올 수 있잖아.”
“유격수 아니에요?”
“내가 봤을 때 램키 고놈은 2루수가 딱이야.”
“본인은 유격수를 원하잖아요.”
“송구는 정확하지만 어깨가 너무 약해. 잘 꼬드겨서 2루수를 하게 만들어야지.”
“확실한 에이스까지만은 아니더라도 프런트라인 급의 선발, 아니지. 그냥 선발 하나만 더 영입해주셨으면 합니다. 지난시즌까지 에이스 역할을 해주던 해니건이 나가면서 그 자리가 비었잖습니까? 내년 팀 운영에서 선발 하나는 꼭 있어야할 것 같습니다.”
“확실히 필요하긴 하지. 며칠 전에 더글러스랑 이야기를 나눠봤는데 선발 영입 없으면 이번에는 4위를 할지도 모른대.”
“5위는?”
“당연히 오리올스겠죠. 하하!”
“개인적으로는 불펜을 조금 더 데려왔으면 좋겠습니다. 이왕이면 연륜이 있는 불펜으로요. 저희 팀의 특성상 어린 투수들이 불펜을 맡고 있는데, 다들 불펜을 ‘선발이 되기 전에 거쳐가는 곳’으로만 생각하고 있어요. 분명 그들 중에서 우리가 평가하기에는 선발로 써먹지 못할 놈들도 있는데말이죠. 베테랑 불펜 요원 하나 데려와서 이 친구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크리스가 있잖아?”
“아차! 그 친구 내보내야합니다 단장님.”
“이유는요?”
“배리 와이프가 알려준건데 그 친구 집에서 술만 마시면 폭력을 휘두르는 모양이더군요. 아직까지 큰 사고가 터지지도 않았고 언론에서도 알려지지는 않았는데, 빠르게 끊어내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회의가 끝나면 배리에게 전화해서 확인한 뒤에 결정하겠습니다.”
“좌타를 상대로 할 수 있는 1루 플래툰도 하나 영입해야합니다.”
“헤수스가 있잖아?”
“그 놈 훈련은 안하면서 살찐거 봤어? 고등학생이 던지는 공도 못칠걸? 제 생각에 방출해야합니다.”
“거기엔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외부영입까지는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더블 A에 있는 덕 흘로첵이라는 놈이 있는데 고놈에게 기회를 한 번 줘보시죠. 제 생각에 아주 크게 될 놈입니다.”
“영상자료 있죠 프레드?”
“정리해서 서버에 업로드하겠습니다.”
2루는 2~3년 정도는 괜찮고, 램키를 장기적으로 키워야한다.
선발 하나는 영입해야하고
불펜을 이끌어줄 선수도 하나 있어야하고
크리스라는 놈은 계약해지.
1루에는 덕 흘로첵이라는 친구를 추천한다
다운은 자신보다 레이스에 대해 더 잘 알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받아적었다.
대강 이야기가 정리되자 다운이 수첩을 닫았다.
탁!
“일단 오늘은 여기가지만 하죠.”
움직여야할 방향이 어느정도 정해졌으니 발빠르게 움직여야했다.
우선은 브래넌이다.
< 6화 - 선수단 정리(2)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