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한민국을 위해서…
“니미츠 제독! 당신이 뒤에서 백악관을 상대로 공작한 거요? 이건 처음 계획과는 다르지 않소?”
선글라스를 끼고 옥수숫대 파이프를 입에 문 맥아더는 약간은 고압적인 자세로 니미츠 제독을 압박했다.
“장군! 적당히 좀 하십시오. 장군은 연합군 최고 사령관으로 아시아 지역의 모든 연합군을 지휘하고 일본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총독과 같은 위치에 오르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겨우 항복식 하나를 양보하기가 어렵습니까?”
이번 전쟁과 관련된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었던 맥아더는 백악관의 조정으로 일본의 공식적인 항복을 받는 자리에서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 되자, 니미츠 제독을 찾아와서 따지고 있었다.
“내가 연합군 총사령관이니까 당연히 항복식에서 일본의 공식적인 항복을 받는 것도 내가 해야만 하는 것 아니요? 그것이 정상이지 않소?”
“장군! 내가 이런 말까지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장군께서 도쿄를 점령하셨습니까? 아니면 장군께서 지금까지 일본 본토를 한 번이라도 공격을 해보셨습니까? 모든 건 내가 지휘한 장병들이 했습니다. 만약, 일본의 항복을 그들이 받지 못했을 때, 그들의 받게 될 상실감을 생각해보셨습니까? 장군의 자존심만 자존심이고 내 휘하 장병들의 자존심은 아무것도 아닙니까?”
지금까지 이런 일이 생기면 대부분 니미츠 제독이 양보하고 맥아더 장군이 원하는 대로 해줬었다.
하지만, 이제는 태평양 전쟁이 모두 끝난 마당에 마지막까지 그럴 수는 없었는지 니미츠 제독은 항복 선언 조인식만큼은 자신과 자신의 휘하 장군들이 자리를 지키고 싶어 했다.
“장군, 대통령 각하의 지시를 따르시기를 바랍니다. 이번만큼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습니다.”
‘내가 전쟁 승리를 위해서 그동안 장군한테 얼마나 많이 양보했습니까? 이번 항복식만큼은 내 휘하 장병들의 사기를 위해서 양보를 해주십시오.’
“흐음….”
“장군! 제 마지막 부탁입니다. 전쟁이 모든 끝난 상황에서 실제 일본의 항복을 받은 사람은 난데, 이번 항복식까지 양보할 수는 없습니다.”
니미츠 제독의 단호한 선언에 맥아더 장군은 니미츠 제독을 한참 노려보다가 거칠게 문을 열고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정식으로 일본의 항복 선언 조인식이 열리는 장소는 BB –44 캘리포니아로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지휘하는 일본 해군의 진주만 공습으로 가라앉았던 것을 1942년 3월 24일 인양해서 수리 후 1943년 10월에 다시 전열에 복귀한 배수량 37,000t의 전함으로 정했다.
“니미츠 제독, 항복 선언 조인식에 사용할 탁자를 내가 준비했는데 이걸 사용합시다.”
영국의 프레이저 제독이 역사적으로 기념이 될 순간에 항복 선언 조인이 이루어질 탁자를 준비해왔다.
“예, 제독이 준비한 탁자를 사용하기로 하죠.”
“제독님, 우리는 이 항복식을 위해서 잉크를 준비했는데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준비한 잉크를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이번에는 항복식에 참가하기 위해서 대기 중이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이 군복을 입은 채 잉크병 하나를 내밀었다.
“잉크요?”
“예, 제독님, 영원히 남을 항복 선언문에 우리가 만든 잉크로 일본이 항복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뭐…. 그렇게 하십시오.”
“감사합니다. 니미츠 제독.”
일본의 공식 항복 선언 조인식에 참석한 각국 대표들이 모두 함상에 자리하기 시작하자 일본 측의 항복 대표인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과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이 먼저 입장했다.
일본 측의 대표가 자리에 서자 그제야 연합군 측의 대표인 연합군 최고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과 미국 대표인 체스터 니미츠 제독이 입장했다.
니미츠 제독이 먼저 항복 승인 사인을 하고 이어서 일본이 사인했고 뒤이어서 중화민국, 영국, 소련 등등 태평양 전쟁에 참여한 연합국의 모든 대표가 항복 선언문에 사인을 했다.
이제 진짜로 태평양 전쟁은 끝이 났다.
BB –44 캘리포니아에서 항복식이 이뤄지는 가운데 각국에 파견 중이었던 일본군 사령관들이 연합군 지역 사령관들에게 공식적으로 항복을 했다.
* * *
대한민국 임시정부 임시청사 주석실.
“이제야 드디어 나라를 잃고 수십 년 동안 간절히 원했던 독립을 했습니다.”
“주석님, 아직은 완전한 독립은 아닙니다. 미국 대통령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릅니다.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까 서둘러서 신탁통치를 끝내야 합니다.”
“그거야 처음부터 조지 대장이 신탁통치를 거치자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요?”
“신탁통치를 거치는 것이 우리 대한민국에 유리하니까 그렇게 했던 겁니다. 이제는 미국의 지원이 확실한 상황이니까 서둘러 신탁통치를 종식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미국의 미래전략 위원회를 미국의 안보를 위해서 필요하다고 설득해서 간도를 점령하는 것을 비밀리에 승인받고 미군의 지원을 받아서 예비 국군을 전력을 채워 나가고 있었다.
“임시정부에서도 일정을 잡고 있으시겠지만 헌법 제정이 먼저입니다.”
“제헌 의회를 먼저 만들고 헌법을 제정하자는 말이지요?”
“예, 형식적으로는 미군의 통제 아래서 실시되는 선거지만 우리 임시정부가 모든 것을 처리해야만 할 겁니다. 그리고, 지금 들어와 있는 미군에 제 아들들이 몇 명 있습니다. 그 녀석들이 임시정부를 도와줄 겁니다.”
“오! 그래요? 이거 도움이 많이 되겠습니다.”
이제 막 연합국의 신탁통치가 시작됐기 때문에 공식적으로는 미군정이 대한민국을 통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헌법을 제정하실 때 앞으로 득세할 공산주의에 대비해서 어느 정도는 공산주의 이론이 가미가 되더라도 인민들이 실질적으로 사회적, 경제적으로 평등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셔야 할 겁니다.”
“그것은 그렇지 않아도 그렇게 할 생각이에요.”
“그리고, 주석님, 민주주의는 상호 견제와 균형입니다. 대통령에게 너무 큰 권한을 주는 것도 문제가 있고 그렇다고 정쟁만 하는 구도도 좋지 않습니다. 그런 문제도 잘 생각하셔서 헌법을 제정해 주십시오.”
“으음…. 지금은 사람이 너무 없어서….”
“사람이 아무리 없어도 모든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하는 방식은 절대로 안 됩니다. 모든 것은 서로 견제할 수 있는 방식이 돼야 합니다. 절대로 잊으시면 안 됩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지금까지 싸워온 임시정부 인사들을 믿는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라도 욕심이 있다.
그래서, 그런 부분을 경계하면서 김구 주석에게 제헌헌법에 반드시 그런 부분을 반영해 달라고 요구를 한 것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위해서 준비한 일들을 정리해서 대한민국 정부에 넘겨줘야 할 시간이다.
“주석님! 지금부터가 중요합니다. 잘 들으시고 미래 대한민국을 위해서 잘 관리를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조지 대장,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그렇게 뜸을 들이는 겁니까?”
“나도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동안 열심히 일했으니까 이제는 내가 관리했던 모든 것들을 대한민국에 넘겨주고 내 인생을 살려고 그럽니다. 이제는 미국으로 돌아갈 생각입니다.”
“아니…. 조지 대장, 대한민국을 위해서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으면서 왜 갑자기 미국으로?”
“주석님, 저도 제 인생을 살아야죠. 원래 진정한 주인공은 박수를 쳐줄 때 사라지는 사람입니다. 하하.”
솔직히 시원섭섭했다.
그리고, 김구 주석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끝까지 내 의견을 지켜줄지 의문이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언제까지 내가 관리할 수는 없었다.
“먼저, 일제가 남긴 모든 재산은 국유화하시기 바랍니다.”
“지금, 그것도 준비하고 있어요. 그 부분은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니요. 아직도 주석님이나 임시정부가 모르는 숨겨진 일본인 재산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것을 끝까지 추적해서 국유화해주십시오.”
“그렇게나 많습니까?”
“예, 친일 매국노와 일본인의 재산은 대한민국이 사라지기 전까지 추적해서 법정에 세우고 국유화를 해주십시오.”
“알았습니다.”
2020년에도 일본인들의 재산이 대한민국 곳곳에 남아 있었다.
만약, 이 시기에 끝까지 추적해서 회수했다면 절대로 그런 일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주석님. 광복군 해군과 항공대의 모든 항공기와 군함 그리고 잠수함의 소유권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어…. 어! 조지 대장, 정말입니까?”
“예. 처음부터 모든 것을 광복군에 기증할 생각이었습니다.”
“조지 대장, 정말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내가 소유한 모든 회사도 대한민국에 소유권을 넘기겠습니다. 내가 나름대로 우리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 준비한 공장들과 외국인 기술자들은 지금과 같은 대우를 해준다면 한동안은 대한민국과 함께할 겁니다.”
“어…. 그게 정말입니까?”
현재, 내 회사는 대한민국이 가진 공업 시설의 10%~15%를 차지하는 회사였다.
“전쟁 중에 파괴된 곳도 별로 없고 하나 문제라면 원료 수급인데 그 문제는 최대한 미국의 우리 한인들과 협조해서 대한민국 경제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관리만 잘해주면 될 겁니다.”
“이거이거 오늘은 내가 조지 대장에게 너무 큰 선물을 받는 것 같습니다.”
각종 무기와 공업 생산 시설을 공짜로 얻게 되면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엄청난 힘을 얻게 됐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내가 준비한 것이 끝은 아니었다.
“진짜는 지금부터입니다. 지금부터 들은 이야기는 임시정부 그 누구한테도 말하면 안 됩니다.”
“예…?”
“비밀리에 추진 중인 일이 노출되는 순간, 주석님이 암살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아니, 도대체 뭔데…?”
“흥남의 비밀 연구소에서 원자폭탄과 제트기, 미사일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김구 주석은 얼마나 놀랐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나한테 되물었다.
“지금 흥남과 청진의 비밀 연구소에서 그런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큰 성과도 있었습니다. 주석님께서는 앞으로도 남들 모르게 계속 비밀 연구소를 지원하셔야만 합니다.”
“원자폭탄 개발에 성과가 있었다고요?”
“예, 원료와 자금만 계속해서 투입할 수만 있다면 우리 대한민국은 원자폭탄 보유국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으음….”
“주석님, 우리 대한민국은 중화민국과 소련, 그리고 일본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우리를 지킬 수 있는 궁극의 무기가 없다면 언제나 근심·걱정을 하면서 살아야 합니다. 비밀 연구소에서 만들고 있는 무기들은 우리 민족의 생명줄입니다. 끝까지 지키고 끝까지 개발해 주십시오.”
너무나 엄청난 비밀 앞에서 김구 주석도 말이 없이 고민에 빠졌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십시오. 비밀 연구소의 비밀만 지켜진다면 우리 민족을 지킬 수 있는 무기를 손에 쥐게 될 겁니다.”
이제 내가 준비한 모든 것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넘겨줬다.
현재, 대한민국이 독립한 것은 맞지만 진정한 독립은 아직도 멀었다.
진전한 독립을 위해서 앞으로도 끝없이 걸어 나가야 할 길이 멀고 험난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은 이 난관을 헤쳐나가서 영원히 빛나는 나라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