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미츠, 도쿄 상륙을 명령하다
히로히토 일왕과 스즈키 간타로 내각, 그리고 대본영의 최고 지휘관들이 연합국에 항복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은 일본 대본영 참모본부의 영관 계급 장교들의 입을 통해서 밖으로 새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대로 우리 제국이 영, 미에 무조건 항복을 하게 되면 우리 제국이 수천 년을 이어온 국체가 끝이 나는데 이대로 가만히 있어도 될까?”
근위 1사단 1연대 작전장교인 다나카 소좌의 말에 그의 동기인 고이즈미 소좌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현재, 일본 육군의 영관급 장교들은 대부분이 상식 밖의 미친놈들이라고 보면 맞았다.
어린 시절부터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의 승리, 그리고 쭉 이어진 ‘제1차 대전’의 승전국 국민으로 살아오다 보니까 일본이라는 나라가 세계 최고의 국가인 줄 알고 자란 놈들이었다.
속된 말로 ‘일뽕’에 제대로 취한 놈들이라서 자신들의 나라 일본의 패배를 절대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놈들이었다.
“나는 천황폐하께서 영미귀축 따위에게 항복 선언을 하신다는 것을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다. 지금이라도 막을 수 있다면 내 한 몸을 불살라서라도 막고 싶다.”
다나카의 육사 동기인 고이즈미 소좌는 항복 선언을 막을 수만 있다면 뭐든지 다 할 기세였다.
“고이즈미, 나도 같은 생각인데…. 너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장교들이 있을 텐데…. 우리 동기들한테라도 연락을 한번 해볼까? 혹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동기들이 많다면 힘을 합쳐서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좋은 생각인 것 같다. 지금, 당장 연락을 해보자.”
근위 1사단 장교인 다나카 소좌와 고이즈미 소좌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도쿄에 근무 중인 동기들의 비상 연락망을 바로 돌렸다.
다나카와 고이즈미의 연락을 받은 일본 육사 51, 52기 출신의 선두주자들은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모였다.
“다나카, 무슨 일로 갑자기 호출한 거야?”
시국이 수상한 상황에서 갑자기 연락을 받고 모인 동기들과 후배들은 무슨 일로 이렇게 모임을 하게 됐는지 이유부터 물었다.
“스즈키 간타로 총리가 천황폐하를 겁박해서 천황폐하에게 영미귀축 놈들에게 머리를 숙이게 했다. 그리고, 이제 우리 제국에서는 천황폐하를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다나카! 그게 무슨 소리야?”
“스즈키 간타로와 여러 역적 놈들이 천황폐하를 겁박해서 연합국에 항복하게 만들었다는 말이다.”
“그게 정말이야?”
“그래. 이제 우리가 그걸 막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십여 명이 넘는 소좌 계급의 장교들은 스즈키 간타로 총리에 대한 분노로 화를 참지 못하고 있었다.
“다나카! 스즈키 그놈을 죽이면 되나?”
“아니, 죽여야 할 놈들이 한두 명이 아니다. 현 내각에서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을 제외하고는 모두 죽여야 할지도 몰라.”
“그다음에는 어떡할 생각인가?”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을 모시고 우리가 천황폐하를 호위하는 위원회를 만들어야 하겠지.”
“좋다. 거기까지는 이해가 된다. 그런데,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을 누가 설득할 생각이야?”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의 의동생인 다케시다 마사히코 중좌님을 포섭할 생각이다.”
“만약, 다케시마 마사히코 중좌의 포섭에 실패하면 어떡할 생각인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포섭에 실패한다면 제거해야겠지.”
“이봐! 그럼, 육군 대신은 누가 설득할 건데?”
“우리 사단장님을 포섭해서 육군 대신님을 설득해봐야겠지.”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급조된 거사 계획을 듣고도 아무도 이 거사가 실패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만큼 일본 육군 내부에서 항명과 하극상은 일반적인 일이었다.
“흐음…. 난 동참하겠다.”
“저도 참여하겠습니다.”
“나도 구국의 선봉에 서겠다.”
고위 장군들과 내각 대신들의 행태에 여러 가지로 불만이 많았던 장교들은 히로히토 천황을 호위하기 위한 쿠데타의 첫걸음으로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의 의동생인 다케시다 마사히코 중좌를 설득하러 찾아갔다.
* * *
하와이 진주만 태평양함대 사령부.
미국은 이미 태평양 전쟁 발발 전, 일본의 장난에 한 번 당했었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 외무성의 항복 협상에 모든 것을 걸지는 않았다.
태평양 함대의 작전과 남서 태평양 사령부의 작전은 원래대로 진행하면서 비밀리에 일본 외무성과 협상을 하고 있었다.
“제독님, 작전을 원래대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니미츠 제독은 합동참모회의와 연합군 최고 회의에서 승인을 받은 작전이지만 현재 일본과 비밀리에 항복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니스트 킹 제독에게 다시 한번 확인을 했다.
“당연하지. 나는 솔직히 JAP 들의 말을 믿지 않았네. 그놈들은 언제나 불리하면 사람을 속이는 나쁜 버릇이 있거든.”
“그럼, 제독님. 작전대로 도쿄를 공격할 부대를 출발시키겠습니다.”
“그래. 이번 작전은 니미츠 제독 당신과 우리 해군의 미래와 위상이 걸린 작이라는 것을 잊지 마시오.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고 이왕이면 JAP 들의 우두머리도 체포할 수 있었으면 좋겠소.”
“노력해 보겠습니다.”
“행운을 빌겠소.”
“예, 감사합니다.”
1944년 10월 9일 월요일, 도쿄를 점령하기 위해서 먼저 도쿄만을 감싸고 있는 두 개의 반도에 상륙하는 작전이 시작됐다.
* * *
도쿄 서남쪽과 동북쪽 그리고 남쪽에서 날아온 수많은 B-29 폭격기들이 오늘은 반드시 도쿄를 이 세상에 지워버리겠다고 마음을 먹고 왔는지 거의 한 시간이 넘어가는 시간 동안 계속해서 폭격을 이어가고 있었다.
“고이즈미 소좌, 우리의 결단이 너무 늦은 건 아닐까?”
“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하는 거야?”
“하필이면 우리가 거사를 시행하는 날, 미국 놈들이 다른 때와는 다르게 요란스럽게 폭격해서….”
다나카 소좌의 말에 고이즈미 소좌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벌써 한 시간이 넘어가는 거지?”
“응, 다른 때 같았으면 20~30분이면 끝이 났을 텐데, 하필이면 우리가 움직인 이때….”
“도대체 고사포 연대는 뭘 하는 거지.”
“고사포 연대에 포탄이 없다는 소리를 들었네. 물자가 전혀 들어오지 않는다고 하더군.”
“거사 날, 치고는 아주 스펙타클하군. 펀하고 쿨하고…. 색시하고 스펙타클하고 하하”
도쿄는 전쟁 기간 동안 벌써 몇 번이나 불타고 몇 번이나 재건하고 있는지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였다.
“이봐! 다나카, 다케시다 마사히코 중좌는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과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을 설득할 수 있을까?”
“다케시다 마사히코 중좌가 자신의 목숨을 걸겠다고 했으니까 믿어봐야지.”
“일이 잘되어야만 할 텐데….”
대본영 참모본부,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의 사무실.
“대신 각하! 제국의 항복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아야 합니다. 수천 년 이어온 우리 일본 제국의 명맥이 끊기는 일만큼은 절대로 안 됩니다.”
다케시마 마사히코 중좌는 평소 의형으로 모시던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에게 권총을 겨눈 채 소리를 치고 있었다.
“다케시마 마사히코 중좌! 감히 대신 각하께 이게 무슨 무례냐? 그리고, 너희 같은 하급 장교들이 뭘 안다고 나서는 것이냐?”
“참모총장 각하! 우리도 알 만큼 압니다. 지금 두 분과 내각의 대신들은 죽음이 두려워서 천황폐하를 겁박해서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짓을 저지르고 있지 않습니까?”
“뭐라고? 허어…!”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은 어처구니없이 행동하는 다케시마 마사히코 중좌가 맛있는 먹이를 빼앗긴 똥개가 먹이를 달라고 짓는 것처럼 보였다.
“이봐, 다케시마 중좌, 너희가 모르는 것이 있다. 이쯤에서 그만두고 원대로 복귀하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은 없던 일로 눈감아 주겠다.”
평소 다케시마 마사히코 중좌를 많이 아꼈던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은 다케시마 마사히코 중좌를 잘 달래서 부대로 돌려보낼 생각이었다.
“대신 각하! 안 됩니다. 대신 각하께서 사퇴하시면 스즈키 총리의 내각은 자동으로 해산이 됩니다. 내각 대신들의 항복 결의를 말릴 수가 없다면 대신 각하께서 자리에서 사퇴해 주십시오.”
“이런…. 어리석은 놈. 네가 뭘 안다는 것이냐?”
“저도 알 만큼 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습니다.”
한참, 다케시마 마사히코 중좌가 대본영의 육군 대신의 사무실에서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과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과 실랑이하고 있을 때 일왕의 거처인 고쿄에서는
“모두 손들어! 지금부터 너희들은 제국을 위한 청년 장교 평의회의 명령에 따라서 무장을 해제한다.”
미국 폭격기들의 무수한 폭격이 이어지는 가운데 중무장하고 나타난 근위 1사단 병사들에 의해서 황궁 경찰들이 무장해제를 당하고 있었다.
“너희는 누구냐?”
“그렇게 묻는 분은 누구십니까?”
“나는 황궁 시종장 도쿠가와 요시히로다. 너희는 누구냐?”
“안녕하십니까? 시종장님, 저희는 제국을 위한 천년 장교 평의회 소속 장교들입니다. 지금부터 고쿄는 저희가 경비를 하겠습니다.”
“뭐라고? 이런 미친놈들!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 줄도 모르고 망둥이처럼 날뛰는 것이냐?”
“시종장님! 말을 삼가해주십시오. 저희는 오직 천황폐하와 국체 수호를 위해서 일어선 장교들입니다.”
“아…. 아! 이제, 제국은 정말로 끝이 난 건가?”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이 말을 듣지 않자 다케시다 마사히코 중좌는 마지막까지 결코 쓰고 싶지 않았던 수를 쓸 수밖에 없었다.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 각하께서 유고 상황이 되면 내각은 자동으로 해산이 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육군 대신을 지명할 때까지는 내각을 구성할 수 없습니다. 사퇴하기 싫으시다면 제국의 미래를 위해서 대신 각하께서는 할복을 해주십시오.”
“뭐라고? 이 미친놈아! 네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줄 알아? 뭐 이런 병신 같은 것들이 육사, 육대를 나와서 대본영이나 도쿄에 있는 거야?”
다케시다 마사히코 중좌의 말을 옆에서 듣다가 화가 난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이 폭언을 내뱉었다.
“참모총장 각하! 말씀이 너무 지나치십니다!”
“뭐가 지나쳐? 이 빠가 같은 새끼야! 지금 저 폭격이 무엇을 의미하는 줄이나 알아?”
“.....”
“우리 제국은 이제 끝났어. 병신같은 놈들아! 이제 도쿄로 수백만 명의 미군이 밀려 들어올 거다. 거기 서서 권총을 겨누고 있을 것이 아니라 당장 부대로 복귀해서 네가 그렇게 잡아 죽이고 싶어 하는 미국놈들하고 싸울 준비나 해!”
제국을 위한 청년 장교 평의회에서 마련한 병력 사용계획에 따라 움직였던 동부군과 근위 제1사단은 황성인 고쿄에 천황을 격리하고 스즈키 간타로 총리대신, 키도 고이치 내대신,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 요나이 미쓰마사 해군 대신 등 정부 요인을 체포해서 계엄령을 발효하려고 했지만, 미군의 도쿄 점령 작전이 시작되면서 쿠데타를 주도한 모든 장교는 전원이 체포되었고 동원됐던 부대들은 다시 원대로 복귀해서 미군의 상륙에 대비했다.
그리고, 장교들의 난동을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이 할복을 해버렸다.
이 모든 것이 미군이 도쿄에 상륙하기 직전에 벌어진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