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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쿠데타 발생 (3) (219/225)

일본, 쿠데타 발생 (3)

원산과 함흥의 일본군 19사단과 49사단 1개 연대 병력을 섬멸하고 북진을 계속하던 광복군은 어느새 두만강에 이르렀고, 평양의 일본군 30사단을 괴멸시킨 또 다른 광복군은 드디어 압록강에 이르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경성 입성에 이어서 광복군 사령부도 일단 사령부를 용산으로 옮겼고, 광복군의 연이은 승리 소식에 드디어 광복군의 1차 목표를 달성했다는 기쁨에 나 역시 참지 못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 직원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고 있을 때, 정보대의 백정기가 급하게 나를 찾아왔다.

“대장님, 도쿄의 상황이 갑자기 많이 급해진 모양입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도쿄 상황이 급해질 것이 뭐가 있는데?”

“도고 시게노리와 일본 대본영에 침투시켜놨던 정보원으로부터 이상한 정보가 전해졌습니다.”

백정기의 표정을 보아하니 보통 급한 일이 아닌 것 같아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단 김구 주석에게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왔다.

“주석님, 일본에서 문제가 좀 생긴 것 같아서 잠시만 나갔다 오겠습니다.”

“어…!? 그래요? 혹시, 나쁜 일은 아니죠?”

“아니요. 그건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사정을 들어보고 나중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어서 가서 일 보십시오.”

“예,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마음이 많이 급했던지 백정기가 바로 입을 열었다.

“도고 시게노리가 급하게 정보를 전해왔는데, 일본 군부의 움직임이 이상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참모본부에서 근무하는 세지마 류조 소좌도 이상한 정보를 전해왔습니다.”

내 기억에 일본이 항복하기 직전에 ‘궁성 사건’이라는 친위 쿠데타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많이 다른 상황인데 설마 이번에도 그때와 같은 친위 쿠데타가 일어날까 싶었다.

“백 대장, 둘이 전한 정보가 뭔데 그래?”

“도고 시게노리는 육군 참모본부 쪽에서는 모스크바 대사관의 사토 대사를 시켜서 계속 소련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고, 해군 군령부는 스위스와 독일 대사관의 무관들을 통해서 미국의 OSS와 접촉을 시도했는데 요즘은 갑자기 독일의 눈을 피해서 소련 쪽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합니다.”

도고 시게노리가 일본 내각의 외무대신이다 보니까 일본 군부가 대사나 대사관의 무관을 통해서 소련을 접촉한 사실을 바로 알아낸 모양이었다.

“그건 전부터 그래왔었잖아? 내가 보기에는 별다른 것이 없는 것 같은…. 아…! 해군 군령부가 뜬금없이 소련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고?”

“예, 미국과 협상이 잘 안 됐는지 요즘 들어서 갑자기 소련과 접촉을 시도한답니다.”

‘일본 육군은 소련의 중재를 기대하고 있어서 접촉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런데, 일본 해군은 원래 미국과 협상을 했어야만 하는데 왜 갑자기 소련과 접촉을 하려고 하는 거지?’

“그럼, 세지마 류조는 어떤 정보를 보내온 거야?”

“대장님, 일본 해군 수뇌부들의 행동이 좀 이상해졌답니다. 해군 군령부는 히로히토 일왕과 스즈키 내각이 계속해서 항복을 추진한다면 뭔가 특단의 조치를 할지도 모르겠답니다.”

“해군이? 해군이 도쿄에서 동원할 병력이 뭐가 있다고?”

“대장님 말씀처럼 대규모로 동원할 병력은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간단한 거사 정도는 치를 수 있을 정도의 병력은 도쿄에 있지 않습니까?”

일본은 이미 전쟁의 승패가 결정이 난 상황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정신이 나간 일부 극우 장교들과 항복을 한 후, 전범으로 처벌받고 감옥에 가는 것이 싫은 장교들 때문에 항복 선언이 계속해서 뒤로 미뤄지고 있었다.

히로히토 일왕의 항복 선언이 늦어지는 만큼 일본의 국토는 인간이 살 수 없는 땅으로 점점 변해가고 있었고, 일본인들은 병들어 죽고 굶어 죽고 아무튼 계속 죽어 나가고 있었다.

“백 대장, 미군의 도쿄 상륙작전이 10월부터 시작된다고 했는데, 혹시 그 전에 일본 해군 군령부가 거사를 치를까?”

“그건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거사를 치른다고 해봤자 히로히토를 죽이지는 못할 것 아냐? 아니군! 히로히토가 암살이라도 당한다면 항복하는 것은 더 늦어지겠는데. 그런데, 일본 해군은 뭘 노리고 그런 짓을 꾸미는 걸까?’

“백 대장, 혹시 예전에 도고 시게노리와 같이 모스크바에서 근무했던 우리 공작원이 아직도 모스크바에 있나?”

“예, 술꾼 장철수는 아직도 모스크바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나마 천만다행이군. 당장 연락해서 일본 해군이 지금 무슨 짓을 꾸미는지 파악해봐.”

“예.”

이틀이 지난 후 백정기는 모스크바 일본 대사관의 장철수로부터 정보를 확보하고 바로 보고를 했다.

“대장님, 일본 해군이 아주 흉악한 짓을 꾸미고 있었습니다.”

백정기의 얼굴은 일본의 행동에 얼마나 분노했는지 곧 불이라도 날 것같이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일본 해군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었는데 표정이 그래?”

“이 개새끼들은 끝까지 우리 민족의 적이었습니다.”

“도대체 뭔데 그러냐니까?”

“대장님, 일본 군부가 전쟁에서 패배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항복하지 않고 버티는 이유가 우리나라를 소련에 넘겨주기 위해서랍니다.”

백정기의 말을 듣는 순간, 제2차 대전이 종전되기 전, 약 반년 이상의 시간 동안 일본이 무엇 짓을 꾸몄었는지 기억이 났다.

일본의 항복 선언이 늦어졌던 이유는 바로, 일본이 미·소간 ‘세력 균형’을 염두에 두고 소련을 만주와 한반도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사력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끝까지 버티던 일본이 갑자기 항복한 이유를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라고 말하는 사람과 소련군의 참전 때문이라면서 의견이 나눠지는데 사실 일본은 소련이 만주와 한반도 진주하기 시작하자 바로 항복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소련의 참전으로 일본이 공산화되는 것이 두려워서 항복했다고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

소련이 만주와 한반도에 진주하면 일본은 소련을 방어하는 최일선에 위치하게 되고 미국은 소련을 막기 위해서라도 일본 군인들을 모두 죽이지 못할 것이고 일본을 키워 줄 수밖에 없다고 예측을 하고 움직인 것이다.

‘하아…! 진짜, 잔대가리들은…. 이 쪽바리 새끼들이….’

“대장님, 어떻게 할까요?”

“백 대장, 도고 시게노리에게 연합국의 일본 분할 점령 계획과 신탁통치 계획을 흘려줘.”

“그건 극비인데 그걸 흘려요?”

“그래, 아예 특급 딱지 붙은 문서 통째로 넘겨줘.”

“대장님, 그러다가 나중에 문제라도 생기면 어쩌시려고요?”

“변명거리는 이미 준비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빨리 비밀문서를 도고 시게노리에게 전해줘.”

“예….”

특급 기밀을 도고 시게노리에게 넘겼다가 나중에 혹시라도 문제가 될까 봐서 백정기가 불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까짓 극비 문서 하나 위조해서 던져주는 것이 무슨 대수라고.’

“백 대장이 걱정하는 일은 절대로 생기지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서둘러서 넘겨줘.”

“예.”

지금, 쪽바리들이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나라는 변수였다.

그리고, 이미 광복군은 한반도를 모두 점령했다.

일본이 미국과 소련의 충돌을 염두에 두고 소련을 끌어들인 모양인데 한반도가 미국과 소련의 완충지대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한 모양이었다.

* * *

히로히토 일왕이 참석하는 어전회의가 시작하자 도고 시게노리는 히로히토 일왕이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여주지 않은 모습으로 군부의 두 대신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이봐! 당신들! 당신들 진짜 미쳤어? 도대체 얼마나 많은 폐하의 신민이 죽어야 전쟁을 끝낼 거야? 진짜, 우리 제국 모든 신민이 죽어야 정신 차리겠어?”

두 명의 군부 대신들에게 화를 내던 도고 시게도리는 붉은색 글씨로 ‘Top Secret’이라고 쓰인 문서를 몇 개 던졌다.

“읽어봐! 당신들이 지금까지 X도 모르면서 어떤 개지랄을 하고 있었는지.”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과 요나이 미쓰마사 해군 대신은 도고 시게노리가 갑자기 난동을 부리자 이게 미쳤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도고 시게모리가 던져준 문서들이 연합군의 극비 문서라는 것을 깨닫고는 서둘러서 문서를 읽기 시작했다.

“당신들이 하나 놓친 것이 있어. 영국과 미국은 처음부터 우리 제국 따위는 적으로도 생각하지 않고 있었어. 우리는 독일을 완전히 끝장낸 후에 없앨 마지막 목표야. 왜 그런지 알아? 우리 정도는 언제든지 끝장을 낼 수 있는 아무것도 아닌 국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소련을 끌어들여서 미국을 견제하겠다고? 우리 제국은 연합국에 의해서 이제 곧 네 조각을 갈라질 판인데, 그게 생각대로 될 것 같아.”

도고 시게노리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거기 영미귀축 놈들이 우리 제국을 이 세상에서 어떻게 없앨 생각인지 한번 잘 봐봐. 우리 제국은 이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 될 수도 있어. 그래서, 서둘러서 항복하자고 말하는 건데, 되지도 않는 공작질을 하느라고 지금껏 시간만 끌어서 항복 조건만 점점 더 불리해지고 있잖아?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그렇게 죽는 것이 두려워? 죽는 것이 두려웠으면 시발! 군인이 되지 말든지.”

완전히 뚜껑이 열린 도고 시게모리는 마지막에 쐐기를 박듯이 한 마디를 더했다.

“이제 곧 영미귀축 놈들이 도쿄로 몰려올 거요. 그리고, 제국의 서남부 규슈는 지나 군인이 들어오겠지. 다들 기억들 할 거요? 난징에서 우리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그리고, 홋카이도로는 당신들이 그렇게 좋아하는 소련군이 들어올 거요. 그럼 우리 제국은 완전히 끝장이요. 설마, 절대로 그럴 일이 없다고 하지는 마시오. 10월에 미군은 도쿄에 상륙한다니까.”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과 요나이 미쓰마사 해군 대신의 눈에 비친 히로히토 일왕과 스즈키 간타로 총리대신은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침중한 표정으로 아무런 말도 없이 한숨만 내쉬고 있었다.

그리고, 눈앞의 연합군 극비 문서는 사실인 것 같았다.

“미군은 최소 30만에서 최대 70만 명이 도쿄에 상륙할 계획이라고 하던데…. 막을 수 있겠소?”

“미군의 도쿄 상륙은 우리가 총 옥쇄를 하면….”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이 입을 열고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히로히토 일왕이 말을 끊었다.

“육군 대신은 그만하라. 이미 끝났다. 우리 제국도 이탈리아왕국이 항복했을 때 항복을 해야만 했다. 그랬었다면 지금처럼 이렇게 가혹한 항복 조건은 아니었을 것이다. 짐은 모든 것을 다 내려봤다.”

“하지만, 폐하! 우리 제국 신민 일억 명이 총 옥쇄를 하면….”

“어허…! 그만, 하자니까, 거기 4개국 분할 점령 계획도 무섭지만, 우리 제국의 모든 도시를 사람이 살 수 없게 만들어 버리겠다는 계획에 짐은 소름이 돋았다. 여기서 멈추자. 더 시간을 끄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히로히토 일왕까지 나서서 말리자 기가 꺾인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을 달래서 내각은 항복을 의결했고, 이어서, 히로히토 일왕이 항복 선언을 발표할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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