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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쿠데타 발생 (1) (217/225)

일본, 쿠데타 발생 (1)

“대장님, 일본 군부와 내각 그리고 일왕을 둘러싼 세력들이 각자가 따로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왜 그러지? 갑자기 항복이라도 하려는 건가?”

“아니요. 그건 분명히 아닙니다. 일왕과 일본 국민들이 모두 항복을 한다고 해도 일본 육군은 전범으로 죽기 싫어서라도 끝까지 싸우자고 할 겁니다.”

“그럼 뭐야?”

뭔가 자신이 없어 보이는 백정기의 태도에 이 문제를 쉽게 접근했다가는 나중에 정세 판단에 혼선이 올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봐! 백 대장! 틀린 정보를 가지고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완벽한 정보를 파악해봐.”

“예, 알겠습니다. 도고 시게노리를 한번 만나 보겠습니다.”

“그래. 지금은 정보를 빨리 알아내는 것보다는 완벽한 정보가 필요해.”

“예.”

백정기 대장에게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라고 말을 하다가 일본이 항복하기 전에 군부에서 쿠데타가 일어났었던 것이 생각났다.

“백정기 대장! 일본 육군 쪽을 좀 감시해봐! 일본 놈들은 막판으로 몰리면 반역을 하든지 아니면 할복하든지 둘 중 하난데, 백정기 대장의 말을 들어보면 이게 느낌이 좀 이상해.”

“대장님, 반역일까요?”

“아니, 굳이 선입관을 갖고 관찰하지 말고 그냥 한번 살펴봐 봐.”

“예, 알겠습니다.”

* * *

태평양 전쟁 시작 전, 세계 3위의 해상전력을 자랑하던 일본 해군 연합함대는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항공모함 6척을 잃었고, 1943년과 1944년 사이에 필리핀해 해전, 레이테 해전에서 개박살이 났고, 그리고 얼마 전에는 나머지 찌꺼기들까지도 구레 군항의 공습으로 깨끗이 소멸했고 그것뿐만 아니라 제주도를 기지로 사용하는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의 잠수함 사령부의 잠수함들과 대한민국 광복군 해군의 잠수함들은 일본 전체 해역을 통제하면서 해외에서 아무런 자원도 식량도 유입이 되지 않고 있었다.

일본 해군의 경우가 소멸 상태라면 일본 육군은 장부상 재산은 엄청나게 많은데 막상 내 손바닥에는 동전 몇 푼이 전부인 상태였다.

일본 육군에서 실질적으로 전투력을 가진 모든 병력은 대부분이 해외에 주둔 중이거나 전쟁 중이었다.

미군의 상륙작전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실제로 본토를 지켜줄 만한 병력이 없어서 소년·소녀와 나이 든 할머니에게까지 죽창까지 쥐여주면서 새로운 부대를 조직하고 있었다.

히로히토 일왕은 항복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는 반쯤은 결정하고 내각을 먼저 갈아치웠다.

그동안 군부 통제와 혹시 모를 전쟁 승리를 위해서 기용했던 내각을 계속된 패전의 책임을 물으면서 전부 경질하고 히로히토 일왕의 곁에서 추밀원 고문으로 일했던 스즈키 간타로를 총리대신에 임명하고 새로운 내각을 구성했다.

“그동안 팔다리가 하나둘씩 잘려 나가더니 이제는 아예 불알까지 잘렸군.”

처음으로 열리는 내각 회의에 앞서서 육군 대신 아나미 고레치카 대장이 해군을 고자라고 놀리자 발끈한 해군 대신 요나이 미쓰마사는 순간 모욕감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면서 돼 받아쳤다.

“우리가 팔다리가 잘리고 불알까지 잘렸으면 그럼 당신들은? 그럼, 당신들은 집 나간 자식들만 생각하면서 몸빼 입은 계집들에게 죽창까지 들려주면서 목숨을 구걸하고 있나?”

요나이 미쓰마사 해군 대신의 말처럼 현재 일본 육군은 일본 해군의 궤멸로 해외 전선에 대한 보급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었다.

뉴기니 일대와 필리핀, 버마 등 동남아시아 지역과 중국에 고립된 지상군 병력은 이미 오래전부터 본토로부터 보급받는 것을 포기하고 적과의 전투보다는 먹고 살기 위한 농사, '자활'에 힘쓰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만들 좀 하시오. 지금 우리 제국의 앞날이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도 서로 다투고만 있는 거요?”

“총리대신 각하, 상황은 곧 반전이 될 테니까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시지요.”

육군 대신 아나미 고레치카의 기가 차지도 않는 대답에 스즈키 총리대신은 화를 내면서 따지듯이 되물었다.

“아니, 뭘 로요? 어떻게요? 아직도 육군은 꿈에서 깨지 못한 겁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리 제국의 결전 병기들이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고 일억 신민들이 옥쇄할 각오로 미군이 상륙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육군 대신은 전투기를 몰고 적 함정에 자폭 공격하는 것이 결전 병기요?”

“뭐, 그것뿐이겠습니까? 해군 쪽에서 준비하고 있는 ‘카이엔’이나 ‘신요’가 가미카제처럼 제 역할만 해준다면 미군은 우리 제국 본토에 절대로 상륙하지 못할 겁니다.”

“정말로 육군 대신은 ‘가미카제’와 ‘카이텐’, ‘신요’가 미군의 상륙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요?”

“총리대신 각하께서는 미군이 얼마나 정신력이 허약한지 모르시는 겁니까? 미군은 겁이 나서서라도 절대로 본토에 상륙하지 못합니다.”

일본은 이미 정상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황인데도 군부의 지도자들은 천황을 핑계로 앞세우면서 아직도 국체의 보전, 즉 천황제 유지를 위해서는 어떤 대가든 치를 각오가 돼 있다고 '본토 결전' '일억 옥쇄' 기치를 내걸고서 '전쟁 완수'를 부르짖고 있었다.

‘차라리 너희들의 목숨이 걱정돼서 도저히 먼저 항복하자고는 말을 못 하겠다고 해라. 이 나쁜 놈들아!’

스즈키 간타로 총리대신은 속마음을 숨긴 채 여전히 '본토 결전'과 '일억 옥쇄'만을 말하는 육군 대신 아나미 고레치카의 목을 당장이라도 쳐버리고 싶었다.

“일단, 다들 자리에 앉읍시다.”

이대로는 도저히 안 되겠다고 생각한 스즈키 간타로 총리대신은 이번에 함께 내각에 입각한 도고 시게노리 외무 대신에게 질문을 던졌다.

“도고 외상, 독일은 현재 상태가 어떤가?”

“독일은 상태가 많이 안 좋습니다.”

서로 기 싸움을 하던 육군 대신과 해군 대신들도 유일한 동맹국 독일의 이야기가 나오자 도고 시게노리의 말에 기 싸움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가 작년 가을에 항복하고 혼자서 나름대로 선전을 하더니 결국은 미국과 영국과 소련, 삼 개국을 이겨내지 못하는 건가?”

“예, 아무래도 힘들지 않겠습니까? 고립무원인 우리처럼요.”

여전히 미국 따위는 절대로 일본에 상륙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이 도고 시게노리의 말을 막고 나섰다.

“도고! 우리 일본 제국의 상태가 뭘 어떻다는 거요? 우리는 일억 신민이 총 옥쇄를 하면 충분히 미국을 막아낼 수 있습니다.”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님, 막아만 낸다는 것이 승리를 보증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 독일도 막다가 막다가 결국은 힘이 달려서 뒤로 밀리고 있습니다. 우리 제국도 현재 그런 상황이고요.”

“이봐! 당신이 뭘 알아? 우리가 어디를 봐서 밀린다고?”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님 우리 제국이 이 전쟁에서 승리하기를 나도 간절히 원합니다. 하지만 이탈리아가 항복하고 동맹에서 이탈한 상황에 소련도 우리와의 전쟁에 참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제 우리 제국도 제3 제국과 같은 처지가 될지도 모릅니다.”

이미 소련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보고를 받았던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은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의 말에 뜨끔했다.

“도고 외상! 무엇을 근거로 그런 주장을 하는 거요?”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은 이미 어느 정도 소련 쪽의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지만 해군 대신인 요나이 미쓰마사는 처음 듣는 소리라서 그것을 확인하고 나왔다.

“소련의 스탈린이 아직도 카이로선언에 서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은 전쟁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서명을 해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말을 했다고 합니다.”

“도고 외상, 그것이 소련이 참전할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요?”

“아닙니다. 미국의 루스벨트는 전쟁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서 계속해서 소련의 스탈린에게 참전을 요청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전히 소련의 참전에 대해서 믿을 수 없었던 요나이 미쓰마사는

“그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소련과 우리 제국은 동맹이잖소?”

“동맹이 아니고 불가침 조약을 5년마다 갱신하는 사이죠. 독일과의 전쟁에서 이미 승리했다고 생각한 소련은 지금 주판을 튕기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있습니다.”

“도고 외상, 불가침 조약하고 동맹조약하고 뭐가 다르다는 거요?”

“5년간만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조약과 서로가 적이 아닌 친구인 국가는 다르지요.”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 그거 확실한 정보요? 분명히 전에 마쓰오카 요스케 외무대신은 불가침이나 동맹이나 마찬가지라고 했었는데….”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그때는 전쟁하자는 여론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마쓰오카 요스케 대신이 대충 그렇게라도 조약을 맺어서 군부의 의견을 맞춰 준 겁니다.”

그동안 소련 쪽은 전혀 신경도 안 쓰고 미국 쪽하고만 접촉을 시도하고 있었던 요나이 미쓰마사 해군 대신의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지금 이 자리는 그런 쓸데없는 이야기나 하려고 모인 것이 아니요. 아무래도 최근 전황을 살펴보면 제국이 더는 전쟁을 수행하기가 힘들 것 같은데….”

“각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가미카제’나 ‘카이텐’이나 ‘산요’나 ‘일억 신민 총 옥쇄’ 같은 헛소리는 하지 맙시다. 분명히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폐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오.”

확 바뀐 스즈키 간타로 총리대신의 분위기에 군부의 두 명의 대신들도 함부로 나서지 못하고 눈치만 살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폐하께서는 현재 전황 때문에 근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고 회의를 시작해 봅시다.”

그 후, 이어진 회의에서는 수많은 갑론을박이 이어졌으나 일단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이고 항복 후 천황제 유지 조건을 협상하자는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 쪽으로 대세가 기울고 있었고, 여기에 해군 대신 요나이 미쓰마사 이하 해군도 찬성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면에 육군 대신 아나미 고레치카를 중심으로 해서 육군 상층부는 사전에 준비한 ‘결’호 작전을 토대로 결사 항전할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 * *

내각 회의를 끝마친 아나미 고레치카 육군 대신은 바로 대본영 참모본부 찾아갔다.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 스즈키 간타로 총리와 도고 시게노리가 항복을 이야기했어.”

“미쳤군요. 이 상황에서 천황폐하도 모르게 항복을 이야기했다고요?”

“아니야. 그 둘이 무슨 힘이 있다고 천황폐하 모르게 항복을 이야기했겠나? 아무래도 위의 지시가 있었던 것 같아.”

“설마요…?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겁니까?”

“내 생각이 맞을 거요. 아무래도 도조 히데키 총리대신과 이야기를 한번 해봐야 할 것 같아.”

“나도 같이 가죠. 항복이라뇨…. 그게 말이 됩니까?”

둘을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도조 히데키 전임 총리대신을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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