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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원산과 함흥. (215/225)

불타는 원산과 함흥.

대한민국의 광복군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원산을 점령하기 위한 작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함경도 나남에 주둔 중인 일본 육군 19사단도 용산에서 후퇴한 49사단의 일부 패잔병들까지 재빨리 합류를 시키고, 원산을 지키기 위해서 시가전에 대비한 진지까지 구축하고 있었다.

“이거 너무 예상 밖인데요? 이렇게 빠르게 방어 준비를 해놓았을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게 뭐야? 험난한 마식령산맥의 고개를 간신히 넘어왔더니 저런 식으로 방어 준비를 해놓았을 줄은 꿈에도 생각 못 했습니다.”

“아무래도 원산 시내를 초토화하지 않으면 점령하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원산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고지에서 원산을 지키고 있는 일본군 19사단의 방어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 정찰을 하던 광복군의 주요 지휘관들은 인상을 찌푸리면서 일본군의 방어 상태에 질려버린 표정을 지었다.

“연대장님, 이거 큰일인데요? 이대로 원산 시내에서 전투가 벌어지면 원산 시민들의 피해가 막심할 것 같습니다.”

“흐음…. 그러게, 이거 잘못하다가는 원산이라는 도시가 아예 사라질 수도 있겠어.”

포병 대대장인 박시창 소령의 말에 김경천 대령도 동의한다는 듯한 대답을 했다.

“저런 식으로 진지를 구축해 놓으면 포격을 하기도 힘듭니다. 좌표가 조금만 틀어져도 원산 시민들이 다 죽어 나갈 겁니다.”

“그러니까…. 결국…. 방법은 화력을 동원하기보다는 일본군들의 진지를 하나씩 정리하면서 도시를 점령해나가야만 한다는 건가?”

고지전이나 참호전은 민간인들과 따로 떨어진 군인들만의 전장에서 펼쳐지는 전투이기 때문에 온갖 무기를 전부 다 사용할 수 있지만, 시가전은 그것이 불가능했다.

자칫 잘못하면 그 피해를 민간인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가 있었다.

더구나 이곳 원산은 대한민국의 도시고, 원산 시민은 모두 우리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다.

작은 피해라도 민간인에게 절대로 주면 안 된다는 소리였다.

“이거…. 참, 평양에 이어서 여기도 막막하군.”

김경천 대령이 원산을 어떻게 점령해야 할지 막막하다는 표정을 짓고 서 있자 해병대를 지휘하는 김원봉 중령이 제주도 사령부와 상의를 한번 해 보자고 말했다.

“그럼, 제주도와 한번 상의를 해 볼까? 제주도라면 혹시 우리가 생각지 못한 작전을 내놓을지도 모르겠군.”

“예, 그렇게 하는 것이 내 생각에는 좋을 것 같습니다. 가끔 보면 조지 대장이 쓸만한 작전을 많이 제안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이번 원산점령 작전도 처음부터 조지 대장이 제안한 작전이고요.”

원산의 김경천 대령의 연락을 받고 바로 날아와서 작전 현장을 살핀 결과, 만약 이대로 원산을 점령하기 위해서 시내에 들어가면 일본군이 원하는 소모전이 될 것 같았다.

“일본군 19사단장이 누구죠? 아무리 봐도 어디선가 시가전을 제대로 경험한 지휘관 같은데….”

“가츠요시 하루 사단장이라고 우리하고 예전에 상하이에서 한 번 만난 적이 있는 지휘관이에요.”

“그래요? 어쩐지…. 이거 상당히 골치가 아프게 생겼습니다.”

일단 원산을 점령하고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시가지를 제대로 감제할 수 있는 2개의 고지를 먼저 점령해야만 했는데, 지형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시가지 동쪽의 128고지와 시가지 중심부에서 서쪽의 우뚝 솟아있는 여왕산을 최초의 공격목표로 삼아야만 했다.

“김경천 대령님.”

“예, 조지 대장.”

“혹시, 후방에서 일본군 19사단을 지원 올 병력은 없습니까?”

“지금 함흥에는 원래 19사단이었다가 지금은 30사단으로 편제된 74연대가 주둔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74연대의 움직임은 파악하셨습니까?”

“아직까지는 74연대는 특별한 움직임은 없습니다. 내 생각에는 아마 사단 소속이 달라서 서로 협조하지 않고 있거나 아니면 예비대 역할을 맡았거나 둘 중 하나로 생각 중입니다.”

“뭐가 어찌 됐든, 우리는 적은 예비대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편할 겁니다.”

‘함흥에 주둔 중인 74연대를 어떡하든지 원산으로 끌어내야 한다. 그래야만 흥남과 청진 그리고 나진 일대의 공장의 근로자들과 윤봉길의 경보병 대대가 움직일 수가 있었다.’

어느 정도 상황을 파악하고 광복군이 원산을 점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닫자 바로 김경천 대령과 다른 지휘관들에게 내 생각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원래는 후방에서 원산을 압박할 생각이었지 않습니까? 그렇죠?”

“그랬었죠.”

“그런데, 문제는 함흥에 주둔 중인 74연대죠?”

“아니죠. 그것뿐만 아니라 19사단이 준비해 놓은 시가전 진지가 문제죠.”

“솔직히, 그것은 나도 어떻게 해결해 줄 방법이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원산 시민들에게 피난이라도 가라고 말하고 싶지만, 일본군들이 그것을 허락해 줄 리도 없을 것이고….”

“그럼, 어떡합니까? 그냥 모른 척하고 모두 밀어버릴까요?”

‘저렇게 견고하게 진지가 구축된 시가지를 점령하기 위해서 적들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부터 조용히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단번에 밀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어떻게 할 방법이…. 아!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하구나.’

방법은 한 가지가 있기는 했다.

광복군 병력 중에 유일한 특수 병과인 해병대가 잠입, 침투하는 방법이 있었다.

하지만, 침투와 잠입 작전은 작전이 조금만 삐끗해도 작전에 투입된 해병대원의 목숨은 장담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해병대를 적진에 투입할만한 마땅한 수단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아…. 여러분, 마땅한 대책이 없을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습니다. 어쩔 수 없지만, 지금은 원산 시민들의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가장 기본적인 점령전을 진행합시다. 지금 이 상황에서 뭔가 기발한 작전을 진행하다가 잘못되면 그 피해가 더 클 수도 있습니다.”

“흐음…. 정말 어쩔 수가 없다는 겁니까?”

“예, 아무리 궁리를 해봐도 어떤 상황에서도 원산 시민들의 피해는 예상됩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는 그냥 후딱 해치우고 원산 시민들이 일본군 수중에서 있는 시간이라도 줄여줍시다.”

“뭐, 방법이 없다면 별수 있겠습니까? 그럼, 원래 계획했던 작전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예, 너무 부담감 느끼지 말고 작전대로 하십시오.”

“알겠습니다. 자! 다들 들었지? 원산 시민들이 걱정되지만 어쩔 수 없다. 작전대로 진행한다.”

어두운 표정으로 원산점령 작전을 상의하던 김경천 대령이 별수 없다는 표정으로 작전 시작을 명령했다.

“예, 연대장님.”

“알겠습니다. 김 대령님.”

전투에 투입된 두 개 부대는 원산시 중심가를 각각 동쪽과 서쪽에서 동시에 공격하기로 했다.

“동쪽의 128고지는 서쪽 여왕산 쪽보다는 아무래도 적의 저항이 덜할 테니까 3연대가 맡아서 확실하게 점령해주고, 여왕산쪽은 나하고 김원봉 중령이 담당하는 것으로 하지. 그리고, 박시창 소령은 일본놈들이 고개도 들지 못하게 확실히 때려주고.”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김경천 대령의 작전 지시가 끝날 때까지 기다린 나는 김원봉 중령에게 해병대 특수 수색 중대 대원들의 차출을 요청했다.

“김원봉 중령, 작전에 무리가 되지 않는다면 특수 수색 중대를 내가 다른 곳에 투입해도 되겠어?”

“어디에 투입하실 겁니까?”

“잠수함에 실어서 흥남항에 투입할 생각이야. 윤봉길 중령의 경보병 대대하고 합동 작전을 하면 좋을 것 같아서.”

“아, 함흥의 47연대도 함께 정리할 생각이군요?”

“응, 그래.”

일본군 19사단에 더는 방어 준비할 시간을 주고 싶지 않았던 광복군 지휘부는 다음날 새벽 4시부터 포격과 함께 원산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박시창 소령의 포병대가 미리 지정해 준 좌표대로 일제히 포탄을 날렸고 청진과 흥남 나진에 무기와 장비를 수송했던 광복군 해군 구축함들은 원산항으로 몰려와서 MK -30, 5인치 함포를 원산 곳곳에 꽂아 넣었다.

“꽝!”

“꽝!”

“펑!”

“펑!”

포격이 시작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M4 셔먼 전차대대는 육중한 케터필터가 굴러가는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서 전진을 시작했고, 전차를 보호하기 위한 보병들이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포격이 멈추자 완강하게 저항하는 일본군 19사단의 방어선(원산 주차장, 73고지, 그리고 원산 비행장을 잇는 방어선)을 무너트리기 위한 본격적인 시가전에 시작됐다.

“전방 2시 건물 적이다!”

“펑!”

“오케이! 나이스!”

“야! 건물에 적이 보이면 굳이 전차를 세우지 말고 그냥 무반동포로 갈겨버려. 가다 서기를 반복하니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잖아.”

“예, 알겠습니다.”

“그래. 그냥 보이는 대로 다 죽여버려! 어차피 저 새끼들은 항복할 놈들도 아니니까. 알았지?”

“예.”

길거리 곳곳에 살해당한 채 누워있는 원산 시민들의 시체를 목격한 광복군들은 눈이 돌아가서 그때부터는 일본군을 보기만 하면 필생의 적이라도 만난 듯이 잔인하게 처리하기 시작했다.

“시발놈들이…. 여기가 어디라고 기어들어 와서…. 퉤! 개새끼들.”

건물 안에서 서로 대검까지 꺼내 들고 싸웠는지 군복 이곳저곳에 피가 묻은 병사가 건물 밖으로 나오면서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자 지휘관이 말리고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진정해! 흥분하면 니가 먼저 죽는다. 아직 전투가 끝난 것이 아니다. 다들 진정해라!”

“예.”

시가전의 특성상 바로 앞에 있는 적을 죽여야만 하고 상대가 죽으면서 흘리는 피까지 고스란히 쳐다봐야만 하는 상황이라서 아무리 전투 경험이 많은 병사들이라고 해도 흥분하기 마련이었다.

‘일단, 원산 시민들의 희생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원산을 점령하는 것은 별로 어렵지는 않을 것 같고, 함흥 쪽의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겠네.’

원산 시내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포병대 관측소에서 망원경으로 원산에서 진행 중인 시가전을 보면서 일본군의 예비대 74연대가 주둔 중인 함흥점령 작전이 걱정됐다.

그래서, 드미트리에게 함흥 쪽을 연결해보라고 시켰다.

“조지 대장님?”

“어, 그래. 윤봉길 중령, 그쪽 상황은 어때?”

“조지 대장님이 지원해준 해병 특수 수색 중대원들이 워낙 신출귀몰하게 74연대 경계망을 뚫어 준 덕분에 손쉽게 부대를 장악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 그래?”

“예, 후방 예비대여서 그런지 경계망이 뚫리니까 순식간 무너져 내리던데요.”

“다행이군. 정말 다행이야.”

“아닙니다.”

“이봐! 윤 중령, 마무리 잘하고 작전이 종료되면 바로 연락하고 알겠지?”

“예, 조지 대장님.”

‘이제 중화민국에서 귀국한 병력을 평양 전선에 투입해서 압록강까지 밀고 올라가면 내가 일차적으로 확보하려고 했던 한반도는 완전히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수중에 들어온다. 그리고, 여기를 정리하고 간도까지 이대로 쭉 달려가면 간도도 어쩌면 우리 영토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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