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 의용군의 합류?
바중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정부 인사들과 가족들은 광복군 항공대의 수송기 편으로 대부분 해방된 조국으로 입국했고, 김구 주석은 마지막까지 독립군과 독립운동을 하다가 돌아가신 분들의 가족을 챙기느라 임시정부 직원 몇 명과 함께 충칭에서 머무르고 있었다.
“김 주석, 제 부탁을 좀 들어주십시오.”
오늘도 김두봉과 김무정이 충칭의 김구 주석을 찾아와서 조선인 의용군의 귀국을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둘의 부탁에 김구 주석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 부탁을 들어주기 어려운 이유를 하나씩 설명하기 시작했다.
“두 분은 내가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도 계속 이러십니까? 지금은 조국이 완전하게 해방된 것도 아니고, 내가 두 분의 부탁을 들어줄 수 없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조국에서 해방 전쟁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배후가 바로 미국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미국이 우리를 돕는 조건으로 공산주의자와 협력을 하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
“.....”
중화민국 국민당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곳이 중화민국 국민당의 장제스가 아닌 미국이었는 줄은 몰랐었는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를 못했다.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요청을 거부하는 일은 현재는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금 조선인 의용군의 형편이 많이 안 좋다는 것은 두 분의 말을 들어보니까 알겠지만, 임시정부에서는 도와줄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미안합니다.”
“아니요. 김 주석님, 저는 이해가 안 되는데…. 미국 내에도 공산당이 있는데 왜 우리한테는 그런 것을 강요하는 겁니까? 미국 정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공산주의자들의 귀국을 막는 겁니까?”
김구 주석은 중국 공산당의 총알받이로 내몰린 조선인 의용군 청년들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상황에서는 조지 대장의 백번 맞다고 생각했다.
이제 겨우 일제의 지배에서 벗어난 해방 정국의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나라가 갈라지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동의하고 있었다.
“임시정부에서 삼사 년 전에 여러분께 협조 요청을 할 때 분명히 알려드렸지 않습니까? 그때, 우리 임시정부에서는 일제와 싸울 군대를 조직하면서 이데올로기 문제가 불거질 수 있으니까 광복군에 입대할 청년들은 이데올로기를 버리라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이렇게 나오면 어떡합니까?”
“그때는…. 설마, 중국 공산당이 이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미안하지만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 없는 임시정부의 상황도 이해해 주십시오. 미국은 전쟁이 끝 난후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조선인 공산주의자들의 한반도 입국을 막는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 자신들도 공산당이 있으면서 왜 우리한테는 공산당은 안된다고 하느냐는 겁니다?”
김구 주석은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미국의 개처럼 보일 수 있는 말을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마지못해 꺼내놨다.
“미국은 전쟁이 끝나고 난 다음, 공산주의 소련의 팽창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이건 공식적으로 말하는 내용이 아니니까 어디 가서 떠들고 다니지는 마십시오.”
“김 주석님, 그럼 조선인 의용군이 전향하면 받아주시겠습니까? 조선인 의용군 병사 중 상당수는 전향을 하고서라도 고향 땅으로 돌아가고 싶어 할 겁니다.”
“음….”
조선인 의용군이라고 해서 모든 병사가 공산주의 사상에 심취돼서 중국 공산당에 가입한 것은 아니었다.
일제에 복수하고 싶은데 같이 싸워주는 곳이 거기밖에 없어서 찾아간 사람도 있었고, 일본군에서 탈영했는데 마침 조선인 의용군이 활동하는 지역이어서 함께하고 있는 병사도 많았다.
“알겠습니다. 제주도의 항공대 사령부와 협의를 해보고 수송기를 운영할 수 있다면 통보해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진성 공산주의자들의 귀국은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런 사람들은 나중에 우리나라가 완전히 해방된 후에 귀국하십시오. 그게 미국과의 약속이었습니다.”
“김구 주석, 우리는 굳이 지금 당장 귀국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아무 의미도 없이 중국 공산당의 이용물이 돼서 우리 조선 청년들이 덧없이 죽는 것이 싫었을 뿐입니다.”
“알겠습니다. 최대한 서둘러서 수송기를 확보해 보겠습니다.”
‘당신들이 중국 공산당의 이용 대상이 됐던 것처럼 나도 어쩌면 중국 국민당의 이용 대상이 될 뻔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나는 중국 국민당의 장제스도 미국의 루스벨트도 모두 이용 대상으로 생각하고 살기로 했습니다. 나한테 있어서 우리 민족의 생존이 가장 우선입니다.’
조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함께하면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임시정부 사람들의 외교관이었다.
대한민국의 미래와 생존을 최우선이 됐고, 그 누구도 믿지 않고 상대국의 의도를 파악해서 재빨리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덕분에 장제스가 한반도를 향해서 품고 있는 야욕과 일본의 전쟁 후를 대비하면서 준비하는 일들이 가진 의도 그리고 지금 당장은 미국의 물자에 의존해서 적국인 독일 상대하고 있는 소련과 영국의 상황을 이해했고 그들이 숨기고 있는 속내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련과 영국, 그리고 중화민국을 지원하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찾아 나가는 미국의 본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제주도에 연락해서 수송기가 여유 되는대로 모두 보내달라고 해주세요. 그리고, 이범석 연대장을 좀 불러주고요.”
“예, 주석님.”
* * *
“이범석 연대장, 이번에 조선인 의용군에서 전향한 병사들의 귀국이 추진될 거요. 그런데, 그들만 따로 보내기에는 내가 걱정이 좀 되는 것이 있어서 2연대 병력과 섞어서 귀국을 시켜도 되겠어요?”
“대충 무슨 말씀인 줄은 알겠습니다. 가기 전에 먼저 병력을 분산시키고 가는 동안에도 사상 교육을 하겠습니다.”
“내 노파심에 이러는 거니까 혹시라도 너무 강압적이라고 느껴지게는 하지 마시오.”
“예, 걱정하지 마십시오. 버마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선전 활동할 때 두각을 나타냈었던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래요? 그럼, 믿을게요. 제발 별 탈이 없이 귀국할 수 있게 해주시오. 그리고, 귀국하면 바로 전투에 투입될지도 모르니까 여기서는 푹 쉬도록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김구는 다른 것은 몰라도 우리끼리 싸우는 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끝까지 막고 싶었다.
그래서, 확인에 확인을 거듭하면서 일이 생기지 않도록 단속을 했다.
“주석님, 국민당 정부에서 혹시 시간이 되시면 장제스 총통이 찾는다고 한번 보자고 합니다.”
“흠…. 이제는 우리가 중국 본토에서 모두 떠나니까 본색이 나오는 건가?”
“주석님, 제가 영국 대사관 쪽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장제스 총통은 앞으로도 주석님과 다른 인사들을 통해서 우리 조선을 계속 영향권 아래에 두고 싶어 한다고 했습니다.”
김구 주석의 비서이자 며느리인 안미생이 영국 대사관을 통해서 들은 정보를 알렸다.
“그건 어느 정도 예상했지만, 세상 모든 일이 언제나 자기들 생각처럼 돌아갈 것이라는 사고방식에 이제는 진짜 질리는군.”
“중화민국은 대국이기 때문에 언제든지 옛 영광을 다시 회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은 버리지 않을 겁니다.”
김구 주석은 안미생의 얼굴을 보면서 희미한 미소와 함께 한 가지를 물었다.
“안 비서 생각에는 중화민국이 옛 영광을 회복하고 세상의 중심에 설 날이 올 것 같은가?”
“음…. 제 생각을 말씀드리자면 당분간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왜지?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지?”
“무슨 일이든 새롭게 시작하려면 통합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현재 중화민국은 절대로 그럴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그렇지…. 통합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상황인데도 아직도 쓸데없는 대국이라는 자존심만 가지고 있지.”
국민당과 공산당, 그리고 아직도 존재하는 군벌들.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는 지금 형편의 중화민국에는 아무런 쓸모없는 군살이고 짐일 뿐이었다.
통합과 집중을 죽었다 깨나도 할 수 없는 늙고 병든 거대한 시체 같았다.
“안 비서!”
“예, 주석님.”
“지금 하는 일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임시정부의 남은 직원들과 함께 빨리 귀국하도록 하지.”
“그럼, 주석님. 장제스 총통을 만나고 오면 바로 귀국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래. 앞으로 충칭에서 더는 할 일이 없을 것 같아. 오늘 장제스 총통을 보고 작별 인사를 하고 나면 바로 출발하는 것으로 하지.”
“예, 주석님, 그럼 귀국 준비를 하겠습니다.”
* * *
화창한 늦봄, 한반도의 북쪽 하늘을 가르면서 수많은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날고 있었다.
“대장님! 아니, 진짜! 왜 맨날 출격할 때마다 따라 나오십니까?”
“박 소령, 얘들이 다 듣는다. 공용주파수로 쓸데없는 이야기 하지 마라.”
“아니. 그게 아니고 대장님! 관동군도 우리한테 하도 두들겨 맞다 보니까 몇 곳에 레이더를 설치했다니까요?”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조종사로 전투기를 몰다 죽고 싶은 사람이다. 그동안은 해야 할 일이 넘쳐나서 어쩔 수 없었지만, 지금부터는 다르다.”
“아이! 참, 위험하니까 좀 나오지 마시라니까요?”
“나는 됐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직원들이 대부분 귀국하면서 정보 분야와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와의 연락 임무를 제외하고는 나머지 업무는 거의 다 넘겨버렸다.
그리고, 처음에 결심했던 대로 대한민국이 진정한 독립국, 대한민국이 될 수 있도록 간도와 대마도를 차지하는 데 힘을 쓸 생각이었다.
“야! 박 소령! 목소리를 들으니까 하나도 피곤한 기색이 없는 것 같은데 이번 출격을 마치고 돌아가면 한 번 더 출격할래?”
“가실 곳이 어딘데요?”
월로우스 항공학교에서부터 시작된 인연이다 보니 박하성 소령은 내 아들 제이슨만큼이나 나를 챙기고 보호하려고 했다.
“박 소령, 혹시 대마도가 어느 나라 땅인지 아냐?”
“그게, 지금은 일본 땅 아닙니까?”
“메이지 유신 전까지는 우리 땅이기도 했다. 어떠냐? 슬슬 군침이 좀 돌지 않냐?”
“오…! 그랬었습니까? 그럼, 이따 같이 가시죠.”
“그래, 이따가 한번 들려서 우리나라 땅이라는 표식을 좀 하고 오자. 자! 일단, 그전에 일본 놈들이 우리나라로 출동할 때 이용할 철도부터 먼저 부수자.”
박하성 소령과 몇 마디 농담을 주고받는 사이에 발밑으로는 안봉선 철로가 기다랗게 지나가고 있었다.
“지금부터는 편대 별로 할당된 목표를 확실히 파괴하길 바란다. 알겠나?”
“예! 대장님!”
“혹시, 나한테 특별히 따로 할 말들은 없지?”
“예, 없습니다.”
“그래, 오늘도 우리는 우리 일을 하자! 고고고!”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광복군 항공대의 대원들은 서로 기합을 넣느라 통신망을 통해서 힘차게 주문을 외쳤다.
“고고고!”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