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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 르메이 소장의 합류 (205/225)

커티스 르메이 소장의 합류

장제스와 루스벨트의 합의로 성사된 중화민국군의 대반격작전은 크게 전과를 올리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일본 육군 지나 사령부를 긴장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었다.

그리고, 내가 예상했던 대로 미국의 신형 전략 폭격기 B-29는 엄청난 돈을 들인 것에 비하면 형편없는 전과를 보여줬다.

“누가 왔다고?”

“유럽 전선에서 활약했던 커티스 르메이 소장이 일본 본토 폭격에 대한 전권을 가지고 태평양 함대 사령부에 부임했다고 합니다.”

“아! 그래?”

“예, 대장님.”

‘드디어 석기 시대 마니아가 태평양 전선에 투입된 건가? 하하.’

커티스 르메이의 합류 소식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현재, 태평양 전선은 뭔가 꽉 막힌 것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전진은 없고 계속 제자리에서 머무는 지지부진한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었다.

대한민국 광복군이 활약 중인 한반도 전선을 제외하고는 몇 개월째 똑같은 자리에서 똑같이 일본군을 상대로 끝이 없을 것 같은 소모전만 벌이고 있었다.

‘미국 합동참모본부에서 병신같은 맥아더를 제대로 제어하지 못한 것이 컸지. 그 덕분에 필리핀에서 서로 죽고 죽이는 전투를 시작하게 생겼으니…. 그나저나 르메이는 제주도에 기지를 설치하려나?’

혼자서 커티스 르메이의 부임으로 변화될 일본 본토 폭격 작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데 나를 부르는 소리가 있었다.

“저, 조지 대장님.”

“응? 왜?”

“태평양 함대 잠수함 사령부에서 제주항이나 모슬포항을 잠수함 기지로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잠수함 기지?”

“예.”

“모슬포항은 우리 잠수함을 수용하기에도 벅찬 상황인데 미군까지 같이 사용할 형편은 안될 건데.”

“그럼, 힘들겠다고 답변할까요?”

“아니, 잠깐만 생각을 좀 해보자.”

‘지금쯤이면 찰스 록우드 사령관이 태평양 각지에 잠수함 기지를 건설하고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제주항을 빌려주고 항구를 개발시킬까?’

“그냥 내가 협의를 위해서 진주만으로 간다고 해라. 직접 가서 신임 전략 폭격대장도 한번 만나볼 생각이다.”

“예, 대장님.”

이때쯤, 태평양 함대의 잠수함 사령부는 사이판, 괌, 애드미럴리티 제도, 미군 점령 필리핀 등 곳곳으로 잠수함과 잠수모함의 기지를 전개했다.

잠수함대의 사령관인 찰스 록우드 중장의 이런 조치로 미국의 잠수함은 초계 항해를 할 때 장시간의 항해를 하지 않아도 되었고 길목을 지키면서 일본으로 가는 수송선에 대한 공격을 더욱 강화할 수 있었다.

“손원일 중령은 지금 작전에 나갔나?”

“지금 알아보겠습니다.”

* * *

C-47 수송기를 타고 진주만 기지에 도착하자마자 반가운 니미츠 제독과 제이슨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아버지, 아프신 데는 없이 건강하시죠?”

“그래, 너는 어떠냐?”

“저야 젊잖아요.”

“하하, 그래, 다행히 좋아 보이니까 좋구나. 니미츠 제독님은?”

“새로운 폭격기 사령관을 면담하시는 중이에요.”

“그럼, 밖에서 좀 기다리자.”

한참 동안 앉아서 제이슨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커피를 두 잔쯤 마셨을까?

아마 그 정도쯤의 시간이 지나고 나서 니미츠 제독의 사무실 문이 열렸다.

“어? 조지 대장, 힘든 걸음을 하셨군요?”

“예, 요즘은 좀 바빠서 제독님하고 차 한잔을 못 마십니다.”

“아이고, 제주도에서 여기가 어딘데…. 아무튼 잘 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뭘 좀 상의를 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러셨습니까? 저도 뭘 좀 상의하려고 들렸습니다.”

니미츠 제독과 내가 너무나 살갑고 반갑게 인사를 나누자 우리 둘의 관계를 잘 모르는 장군들과 참모들이 조금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사람 중의 한 명이 바로 커티스 르메이였다.

멀뚱멀뚱 나를 쳐다보는 커티스 르메이를 보면서 니미츠 제독이 나를 소개했다.

“여기 이쪽 분은 지금까지 태평양 함대 사령부를 도와서 조선 반도에서 일본군을 상대로 전쟁 중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의 조지 리 의용항공대장님이시네.”

‘이건 뭐 아비를 아비라 하지 못하는 홍길동의 신세인가? 한국인이 되고 싶지만, 한국인이 아닌 그런 존재군.’

“아!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님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돌아가신 미셸 준장님의 수제자시라고….”

“미셸 준장님의 수제자까지는 아니고 나한테 은인인 분입니다.”

내가 르메이와 인사를 나누는 사이에 니미츠 제독은 내 옆에 서 있는 손원일과도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았다.

“그러니까 조지 대장은 제주항을 우리 잠수함대에 빌려줄 수 있다는 말입니까?”

“예, 지금 우리 잠수함대와 구축함대가 사용 중인 모슬포항은 너무 작고 비좁아서 미군과 함께 사용하기는 부적합하고 제주항은 지금 비어 있는 상태니까 정비를 하면 사용이 가능할 겁니다.”

“그거 좋군요. 록우드 중장의 생각은 어떤가?”

“당장이라도 항구시설을 보수해서 아이들을 파견하고 싶습니다.”

미 해군 태평양 함대의 잠수함들이 제주항에 둥지를 튼다면 일본은 이제 본토로 단 한 척의 수송선도 보낼 수가 없게 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광복군 해군 잠수함대에 의해서 자원 수송선들이 심심찮게 격침되는 상황에서 그보다 서너 배 이상 숫자가 많은 잠수함의 공격을 받게 생긴 것이다.

“그럼, 조지 대장님이 조치를 쥐해 주십시오. 바로 들어가겠습니다.”

“음…. 이것 하나만 약속하시면 됩니다. 나는 미국인입니다. 하지만 내 나라의 군인들이 내 아버지의 나라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건 정말 싫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우리 미군이 제주도에 주둔하면서 제주도의 어떤 민간인에게도 피해도 주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주십시오.”

“.....”

전쟁 중인 미군이 사고를 안 치는 곳이 없었다.

현재 대부분 나라가 미군의 지원을 받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다들 미군의 민간인 범죄에 대해서 눈을 감아주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제주도에서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30년 이상을 일본 놈들에게 당하고 살아온 사람들에게 또 다른 상전을 소개할 수는 없었다.

“음…. 그건 우리 헌병대에서 알아서 관리하고 조치를 할 텐데요?”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과 제주도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관리와 조치라면 이해하겠습니다. 약속하실 수 있습니까?”

“음…. 그 조치는 워싱턴의 대한민국 외교부와 협상을 하는 것으로 합시다.”

“알겠습니다. 그럼, 다른 곳과 같은 협정으로 해주시길 빌면서 제주항 임대와 협동 작전을 의논해볼까요?”

“좋습니다. 자 들어갑시다.”

제주항을 빌려주는 것까지는 우리나라의 해방에 도움이 되니까 필요한 조치지만 현재 주권도 없는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처음에 주둔군에 대한 협정을 잘 못 맺으면 어디다 하소연할 데도 없었다.

그래서, 주둔군 협정 문제 하나만큼은 꼭 정하고 들어갈 생각이었다.

주둔군 협정 문제를 서로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 이어진 합동 작전에 대한 협의와 제주항에 대한 임대 문제 그리고 전략 폭격기 부대의 제주 전개 문제까지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이 됐다.

“모슬포 비행장의 안전은 확실합니까? 거기는 일본 본토와 워낙 가까워서 일본군의 공격이 엄청날 것만 같은데…. 혹시, 그렇지는 않습니까?”

“처음 한동안 그랬습니다. 하지만, 일본군도 바보가 아닌 이상 공격을 해봐야 다 죽어 나가기만 하니까 요즘은 반대로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혹시 폭격을 오지 않나 하면서 눈치만 실실 보는 판국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전략 폭격대 부대도 제주도에 주둔하면 좋을 것 같은데….”

이 문제는 커티스 르메이가 원한다고 해서 간단하게 결정될 문제가 아니었다.

B-29는 미국 정부가 3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해서 만들어낸 전략 무기이기 때문이었다.

“전략 폭격기 부대의 제주도 주둔 문제는 내가 합동참모회의에 건의해보겠네.”

다행히 니미츠 제독은 사이판 비행기지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은 제주도를 전부터 주목하고 있었다.

“커티스 소장, 그 문제라면 나도 헨리 아놀드 원수에게 편지를 써 줄 수 있습니다.”

“아! 그렇죠. 조지 대장님이 헨리 아놀드 장군님과 친하시죠?”

“그렇게 아주 친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아놀드 장군이라면 제주도가 전략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 겁니다.”

B-29 전략 폭격기가 제주도로 전개되는 순간, 미국은 동아시아 패권을 확실하게 차지할 수 있었다.

소련과 중화민국을 확실히 견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자리를 잡게 되면서 두 국가가 뒤통수를 치는 순간 언제든지 보복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일본과의 전쟁 수행에서도 완벽한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적당히 커티스 르메이와 찰스 록우드와 협동 작전에 대해서 협의를 하고 따로 니미츠 제독과 자리를 했다.

“제독님, 결국에는 맥아더 장군의 고집대로 일본군과의 최후 전장을 필리핀으로 결정한 겁니까?”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맥아더 장군의 말처럼 필리핀 전장이 마지막 전장이 될지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대통령 선거만 앞두고 있지 않았다면 절대로 맥아더의 요청을 받아주지 않았을 것이다.

훨씬 쉬운 길을 놔두고 맥아더의 필리핀에 대한 집착 때문에 지금 돌아가고 있었다.

“그럼, 제독님의 다음 계획은 뭡니까? 이대로 필리핀 전장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지 않습니까?”

“글쎄요. 고민 중입니다. 어니스트 킹 제독의 의견처럼 타이완을 점령하고 중화민국과 연결해야 하는지 아니면 오키나와와 일본 본토를 노려야 할지….”

니미츠 제독은 고민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그래서 그런지 대답하는 것도 자신이 없어 했다.

“제독님, 그럼 다른 질문을 하나 하겠습니다. 앞으로 어디까지 올라가고 싶습니까?”

“예?”

“내가 전쟁이 시작되는 날 이 질문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제독님은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가고 싶습니까? 해군 참모총장? 아니면 해군 장관? 그것도 아니면 맥아더처럼 대통령? 어디까지 가보고 싶으십니까?”

“하하…. 지금은 뭐…. 아직은 그런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이제는 제독님도 그 문제를 생각하셔야 할 겁니다. 전쟁은 곧 끝이 납니다. 그리고, 그때도 말했지만 나는 언제나 제독님의 편입니다.”

진주만을 공격한 일본의 심장인 도쿄에 성조기를 꽃은 지휘관.

만약, 체스터 니미츠가 야망을 크게 가지고 있다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였다.

물론, 워싱턴에서 일본과의 전쟁 종료 시점을 조절하려고 하겠지만 그거야 얼마든지 국민 여론을 조작해서 일본 상륙에 대한 찬성 여론을 끌어낼 수 있었다.

‘모든 것은 니미츠 당신한테 달려있습니다. 나는 당신이 대통령이 되든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 되든 상관이 없습니다. 이미 당신 두 명과는 확실한 친분을 쌓아뒀기 때문에 대한민국에 결코 불리한 결정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금 워싱턴의 김규식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후에 대비해서 트루먼 부통령을 구워삶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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