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공습
광복군 육군의 아산 평택 상륙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한반도 남부 지역의 일본군 기지와 주요 철도역을 폭격하고 돌아온 제주도에는 중화민국 정부의 뜻밖의 제안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장님, 중화민국 국민당 장제스 총통으로부터 항공 작전 지원요청이 있었습니다.”
“응? 누가 뭘 했다고요?”
“중화민국의 장제스 총통이 중국 본토 폭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왔습니다.”
백정기와 함께 광복군 정보대를 책임지고 있는 유자명 선생의 보고였다.
“허어…. 놀랄 일이군요. 국민당군이 중화민국 내의 일본군에 대한 폭격을 요청했다고요?”
“예, 이번에 미국에서 B-29라는 폭격기를 투입한다고 함께 일본군을 공격해 달라고 합니다.”
유럽 전선에서는 B-17 플라잉 포트리스만으로도 충분한 전과를 올리고 있는 미국의 합동참모본부는 엄청난 돈을 투자해서 개발한 B-29의 실전 테스트를 원하고 있었다.
아마도, 그 대상 지역이 항공 전투력이 약한 일본군을 상대할 수 있는 중화민국 전선인 것 같았다.
‘B-29를 개발하는데 들어간 돈이 원자폭탄을 개발하는데 들어간 돈보다 10억 달러가 더 많았다고 했었지. 참! 그리고 보니까 커티스 르메이도 함께 오는 건가?’
“그래요? 그런데, 그것참 신기하네요. 그런 제안이라면 미국의 태평양 함대 사령부나 남서 태평양 사령부에서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어째서 장제스 총통 쪽에서 했을까요?”
“아직 그것까지는 파악해내지 못했습니다.”
“유자명 선생, 좀 알아보세요. 뭔가 느낌이 구릿합니다.”
“예, 대장님.”
“아! 참, 그리고, 이번에 본토 상륙 작전이 마무리되면 임시정부를 본토로 옮길 생각인데 그 문제를 김구 주석과 의논을 해보시기를 바랍니다. 좀 위험하더라도 마지막 해방의 순간에는 조국과 함께, 인민들과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도 같이 전해주고요.”
“예, 대장님.”
‘대한민국 임시정부 사람들이 다소 위험에 처한다고 하더라도 조국의 해방 순간에는 반드시 조국과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만 인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서 해외에서 죽도록 고생하고도 인민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것은 나한테는 언제나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번에는 절대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생각이다.
유자명 선생이 다녀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중화민국 내의 일본군에 대한 폭격 작전에 협조해달라는 태평양 함대의 협조 공문이 도착했다.
‘이건 뭔가? 중화민국의 장제스 총통이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설레발을 제대로 친 건가? 그러다가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쩌려고 그러지?’
태평양 함대 니미츠 제독의 협조 요청 공문과 함께 온 아들 제이슨의 편지로 내가 가졌던 궁금증이 모두 해결될 수 있었다.
“밖에 누구 박하성 소령을 좀 불러주라.”
“예, 대장님.”
“아! 그리고, 제주도 상공을 방어하는 대공포 부대를 누가 지휘하고 있지?”
“육군에서는 방공 포병대대장인 박시창 소령이고 해군에서는 방공 구축함대장인 최선학 중령입니다.”
“그래? 그럼, 미안하지만 둘도 내가 좀 만나자고 해라.”
“예, 대장님.”
내가 찾는다는 말에 박하성 소령과 박시창 소령 그리고 최선학 중령이 혹시 무슨 큰일이라도 생긴 줄 알고 내 사무실로 급하게 찾아왔다.
“조지 대장님,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아! 그것은 아니고 한동안 항공대가 제주도 하늘을 비워야 할 것 같아서 미리 상의를 좀 하려고 보자고 한 겁니다.”
“제주도 하늘을 비워요?”
“예, 태평양 함대에서 루스벨트 대통령과 장제스 총통의 합의로 중화민국의 일본군 기지를 폭격해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제야 셋은 한숨까지 내쉬면서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다들 많이 놀란 것 같네.”
“예, 급하게 찾는다고 해서….”
“아! 미안하군. 다행히 그런 것은 아냐.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쉬운 문제는 또 아니고.”
셋이 안도하는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제이슨이 보낸 정보를 공개했다.
“장제스 총통이 루스벨트 대통령을 상대로 뻥을 쳤는데 그게 먹힌 것 같아.”
“장제스 총통이 뻥을 쳐요?”
“그래, 그런 것 같아. 장제스 총통이 미국에 한 손을 크게 거들겠다고 개뻥을 친 모양이야.”
“아니 미국에서 중화민국의 사정을 뻔히 알 텐데. 그걸 루스벨트 대통령이 믿었다는 말입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은 나름대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거든.”
“이유요? 조지 대장님, 그게 뭡니까?”
셋은 숨겨진 비밀을 알고 싶어 하는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하하, 표정들이 왜 그래? 뭘 그렇게 궁금해하는데?”
“에이…. 이왕 말씀하신 것 그냥 말을 좀 해주십시오.”
“알았어. 알았어.”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깊숙이 빨고 나서 입을 열었다.
“먼저, 현재 루스벨트 대통령의 상황을 알아야 해. 지금 루스벨트 대통령은 네 번째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는 중이라서 웬만하면 리스크는 피하려고 하는 중이야.”
“그런데요?”
“그래서 맥아더와 스탈린 그리고 장제스를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중이야.”
“예? 아니 왜요?”
이 부분은 미국의 정치 상황과 미국과 소련, 미국과 중화민국 간의 외교 상황을 모르면 알 수 없는 부분이었다.
“남서 태평양 사령부의 맥아더가 반기를 들고 언론을 통해서 루스벨트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고, 그리고 또 루스벨트 대통령은 소련의 스탈린과 중화민국의 장제스가 미국과 상의 없이 단독으로 독일이나 일본과 정전 협상을 할지도 모른다고 겁을 내고 있어.”
“아…. 아!”
“이야! 진짜, 그런 배경이 숨겨져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걸 아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으니까 정보가 많지 않다면 대개는 잘 모르지. 뭐 어찌 됐든,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런 셋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내 말이 끝나고 셋은 잠시 말이 없었다.
확실히, 세계 최강국이라는 미국의 대통령 자리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지금 내가 아는 루스벨트는 몸 상태가 최악이라고 말할 만큼 안 좋은 상태인데도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도 정적들과 상대방 국가 원수들을 배려하면서 전쟁 승리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장님. 장제스 총통은 뭐라고 뻥을 친 겁니까?”
‘장제스는 지금 쑹메이링을 통해서 자기가 친 뻥에 미국이 넘어갔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내가 알기로는 미국이 원하는 만큼 당신이 역할을 제대로 해주지 못하면 반드시 나중에 대가를 치를 겁니다.’
“중화민국 전선에서 일본군을 완전히 격퇴하고 일본 본토에 상륙하겠다고 선언을 한 모양이야.”
“하하하, 대장님, 그게 진짭니까?”
“에…. 에? 진짜요?”
“그래, 지금은 그 이야기가 중요한 건 아니고. 장제스 총통의 요청으로 미군 항공대에서는 중화민국의 반격을 지원하기 위해서 신형 전략 폭격기들을 투입한다고 하는군. 그래서 우리한테도 잠시 도와 달라는 요청이 들어온 거고.”
“아, 그래서 제주 상공을 방어할 대책 때문에 우리를 소집하신 거군요?”
“그래. 맞아. 어때? 우리 항공대가 한동안 지원을 못 해도 괜찮겠어?”
“음…. 지금 일본 항공대의 움직임을 봤을 때는 충분히 방어가 가능할 것도 같습니다.”
* * *
중화민국 국민당 국방위원회 전체 회의에서는 일본군에 대한 대반격 작전을 승인하고 그동안 아껴뒀던 최정예 병력 50만 명으로 구성된 50개 사단을 투입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에 맞춰서 미국 의용 항공대와 대한민국 광복군 항공대도 지원을 하기로 했다.
“부릉. 부릉.....부우우웅”
제주도 모슬포 알뜨르 비행장에는 중국 출격을 위해서 투입돼는 수많은 폭격기와 전투기들이 엔진 예열을 위해서 주기장에 줄지어 선 채로 엔진을 돌리고 있었다.
“대장님, 이 소리는 언제 들어도 말벌 떼가 습격하는 소리 같습니다.”
“그러냐? 난 들을 때마다 흥분되고 좋은데?”
박하성 소령은 시끄러운 엔진을 시동 거는 소리가 좋다는 나를 보면서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더니
“그런데, 대장님. 왜 이번 작전에는 참여하지 않으십니까?”
“그냥, 이젠 남의 전쟁에는 힘쓰고 싶지 않아서 그런다. 그리고, 너희들도 작전 브리핑 때도 말했지만 적당히 하고 돌아와라.”
제1차 세계 대전 때는 미군 조종사로 현재 제2차 세계 대전 때는 미군과 중국군을 돕기 위해서 그리고 전생에는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 유지군으로…. 생각해보면 많은 전장을 돌아다녔지만 대한민국의 이름 달고 전쟁에 참여해본 기억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았다.
“그래도 연합국 일원으로 같은 동맹군을 지원하러 가는 건데, 그게 뜻대로 되겠습니까? 그리고, 사실 일본군은 우리의 원수 아닙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너희들 한 명 한 명의 목숨은 소중하니까 그런 거다. 부탁인데 너희도 작전에 참여하게 되면 딱 미군 조종사들이 하는 만큼만 해라. 더도 덜도 말고 미군 아이들이 하는 만큼만. 알겠지?”
“예, 알겠습니다. 대장님.”
일본군의 대륙 타동 작전에 맞불을 놓는 중화민국의 대반격작전을 지원하러 가는 항공대를 배웅하고 다시 사무실로 돌아왔다.
“조지 대장님. 며칠 전에 알아보라고 한 정보들을 조사 해봤는데 이게 좀 웃기는 내용이 있는데 이걸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뭔가 구린내가 나는 것 같아서 유자명 선생께 조사를 요청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뭔가 불편한 의혹을 발견한 모양이었다.
“유 선생, 뭔데 그럽니까?”
“장제스 총통에게 루스벨트 대통령이 이상한 것을 제안했다고 합니다.”
“뭔데요?”
“루스벨트 대통령이 동아시아를 1879년으로 다시 되돌리자고 했다고 합니다.”
이것은 내가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제안했던 것이다.
“그런데, 장제스 총통은 오키나와에 대한 권리는 포기하고 조선에 대한 권리를 요구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임시정부의 김구 주석과 조소앙 부주석에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슬슬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뭐라고 설명을 했답니까?”
“앞으로 어쩌면 조선 반도를 중화민국에서 관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만약 중화민국이 조선을 관리하게 되면 우리가 원하는 대로 독립을 보장할 테니까 최대한 협조를 해달라고 했답니다.”
“병신 같은 놈이 제 주제도 모르고…. 이 새끼는 생각해보니까 처음부터 조선을 노리고 있었군.”
순간 장제스와 쑹메이링의 얼굴이 떠올랐다.
‘확실히 전후에 발간된 이놈들의 자서전들은 믿을 게 못 된다니까. 순전히 제 놈들의 야욕을 숨기고 제 놈들이 실패한 것을 숨기고 변명한 것일 뿐이었어.’
“유자명 선생, 아무래도 바중의 모든 시설을 제주도로 옮기는 것이 좋겠습니다. 건국대학교 학생들과 연구진들 그리고 우리 임시정부 인사들의 가족들, 모두 이번 기회에 제주도로 옮깁시다.”
“전부 말입니까?”
“예, 모두 다 옮깁시다. 계획을 한번 짜 보십시오. 더는 불안해서 안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