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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시작된 본토 공략 (203/225)

본격적으로 시작된 본토 공략

광복군 육군은 제주도에서 재정비를 하면서 본토에서 활동 중인 윤봉길의 유격대와 함께할 수 있는 상륙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윤봉길 중령의 유격대와 협력해서 본토의 어느 지역부터 먼저 수복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광복군 육군의 작전 참모를 맡은 김홍일 중령이 다른 지휘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었다.

“나는 본토에 상륙한다면 이곳 제주도에서 지원을 받기가 편한 전라도에서부터 작전을 진행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음…. 확실히, 제주도의 지원을 받기에는 전라도가 유리하겠군요. 혹시, 다른 생각이 있는 사람 있습니까?”

“그냥 바로 경성으로 치고 들어가는 것은 어떻습니까? 크게 무리가 없다면 경성을 점령하고 한반도 북부와 남부의 교통과 통신을 끊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경성 수복도 병력이 충분하다면 고려해볼 만한데 솔직히 현재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병력도 좀 부족하고 필리핀 상륙 작전을 준비 중인 미군으로부터 상륙 장비를 빌리는 것도 힘들 것 같습니다.”

윤봉길의 유격대가 거점을 마련해 놓은 곳과 전라도 일대의 지도를 보면서 한참을 고민하던 김경천 대령이 좀 더 효율적인 작전을 제안했다.

“김 중령은 전라도 어디로 상륙할 생각이지.”

“저는 목포에 상륙해서 남쪽에서부터 차근차근 교두보를 만들면서 경성을 향해서 올라갈 생각입니다.”

“음…. 김 중령, 지금은 전라도에 일본군이 별로 없어서 그런 작전을 생각하는 것 같은데 막상 우리가 전라도를 모두 점령할 때쯤에는 일본군의 포위에 갇혀서 전라도 밖으로 벗어날 수가 없을 것 같은데. 김 중령 생각은 어떤가?”

“그럼, 연대장님께서는 어느 곳을 생각하고 계십니까?”

“일단, 내가 따로 생각하고 있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지휘관들의 생각도 한번 들어보고 싶군. 자, 다들 일본군의 주둔 병력이 별로 없는 곳, 그리고 도로망이 어느 정도 갖춰진 곳, 그리고 만주 관동군이나 경성의 조선군 20사단이 병력을 내려보내도 방어가 가능한 곳, 이런 곳을 한번 찾아보자.”

알쏭달쏭한 김경천 대령의 말에 육군 지휘관들은 지도를 보면서 각자 가진 생각을 말했고 최종적으로 지청천 중령의 의견을 채택했다.

“나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을 해 봤습니다. 경성도, 목포도, 부산도 우리가 수복하고 나서부터는 뒤를 이은 다른 본토 수복 작전을 진행하기에는 결정적으로 우리한테 불리한 점이 한 가지씩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 광복군의 다음 작전을 염두에 두고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지청천 중령이 선택한 곳은 평택과 아산 일대였다.

“이곳은 소사평이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성환·평택·안성에 걸친 넓은 평야 지대를 말합니다.”

청일전쟁 당시 주요 전방 중 한 곳이었던 소사평은 정유재란 때인 1597년 9월 부산에서 올라오던 왜군들이 이곳에서 명나라 군대에 참패를 당한 곳이기도 했고 명군이 처음으로 소사평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소사평은 400년 간격으로 중국과 일본이 서로 한 번씩 승패를 주고받은 곳이다.

정유재란 때는 왜군이 서울 쪽이 아니라 천안 쪽에서 올라왔고, 청일전쟁 때는 중국이 성환 쪽에 있었고 일본군은 위에서 내려왔다.

“지 중령님, 그곳에서 있었던 두 번의 전투 사례를 보면 북쪽에서 내려온 병력이 모두 승리한 것 같은데요?”

“그렇지! 그 사실을 우리도 알지만, 경성에 주둔 중인 일본군 20사단도 알고 있을 거야. 그래서, 나는 그 점을 이용해서 경성에서 내려오는 20사단 병력을 제거하고 바로 경성으로 치고 들어가자는 거야.”

“아! 한 번에 본토의 서쪽 지역을 모두 수복하자는 말씀이시군요.”

“그래! 바로 그거야. 나는 그걸 노리고 있어.”

지청천 중령이 생각하고 있는 상륙 작전은 꽤 논리적이었고 이후 벌어질 작전의 확장성도 좋아 보였다.

하지만, 지청천 중령이 제안한 작전을 위해서는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이 한 가지가 있었다.

“그런데, 옛날에 청군이 상륙했다는 백석포를 우리가 이용할 수 있을까요? 그게 어렵다면 상륙지점을 찾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50년 전에 청군도 상륙 작전이 가능했는데 설마 지금에 와서 상륙 작전이 불가능할까?”

“그렇기는 하겠군요.”

이때까지 부하 지휘관들의 의견을 모두 들은 김경천 대령은 지휘관들과 함께 마지막으로 작전을 가다듬었다.

광복군 육군의 주 병력은 평택과 아산에 상륙하기로 하고 상륙지점을 미리 점검하기로 했고, 보조 병력은 순천 일대로 상륙시켜서 윤봉길의 유격대와 함께 부산과 대구에 주둔 중인 일본군의 지원을 차단하기로 했다.

* * *

C-47 수송기가 아산 평택 평야 일대에 셀 수도 없이 많은 낙하산을 투하하고 기수를 돌려서 다시 왔던 곳으로 돌아갔다.

“이거이거, 만약에 작전 시기가 조금만 늦었어도 뻘밭에서 작전을 시작할 뻔했습니다.”

모내기를 준비하는 농민들의 마음도 모르고 물이 살짝 들어온 논을 걸으면서 김원봉의 해병대원들이 힘든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 소리 하지들 마라. 작년에 우리 조선 농민들이 일본 놈들한테 얼마나 많은 쌀을 빼앗겼는지 안다면 그런 소리 절대 못 할 거다. 우리가 드디어 본토를 해방하려고 온 것을 알게 되면 우리 조선 농민들이 없는 힘도 낼 것이다. 어서 서둘러서 장비들 정리해라!”

광복군은 미군이 지원한 수송선만으로는 상륙하는 모든 병력의 장비와 무기를 옮길 수가 없어서 C-47 수송기까지 총동원해서 아산 평택 상륙 작전을 시도했다.

그리고, 경성에서 내려올 것으로 예상되는 20사단 병력을 격퇴하기 위한 방어 진지부터 구축하기 시작했다.

“김원봉 중령은 벌써 병력을 전부 수습했나? 진짜 빠르군.”

“우리가 누굽니까? 하하, 해병대지 않습니까? 그런데, 지청천 중령님, 순천 쪽은 작전이 어떻게 진행 중이라고 합니까?”

어느새 낙하산을 제거하고 공중으로 침투한 해병대원들을 모두 수습한 김원봉 중령이 김경천 중령을 찾아왔다.

“순천 쪽은 윤봉길 대장이 지휘하는 유격대가 활약해서 손쉽게 점령하고 전라도로 넘어오는 모든 도로를 차단했다고 하더군.”

“이야! 그쪽은 굉장히 쉽네요?”

“윤봉길 대장과 유격대가 그동안 고생을 많이 한 덕분이지. 이제 순천과 남원을 끊었으니까 아마 경상도에서 전라도로 일본군 병력이 넘어오기는 힘들 거야.”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그럼, 우리는 바로 경성으로 치고 올라가면 되겠군요.”

“그렇지. 그전에 여기로 내려올 것이 확실한 20사단 병력을 깨끗이 지워야만 하겠지.”

김경천 중령은 수송선에서 한 대씩 하역 중인 자신들의 애마인 M-4 샤먼 전차를 보면서 지금 당장이라도 전차를 몰고 간도와 만주까지 달려가고 싶었다.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올 수 있을까? 이대로 전쟁이 끝이 난다면 간도의 소유권이 불분명해진다고 했었지.’

김경천 중령이 평택에서 간도를 생각하고 있을 때, 광복군 항공대는 상륙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조선에 있는 일본군의 주요 주둔지를 폭격하고 있었다.

히로시마를 시원하게 불태워 버리고 돌아오자마자 바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일본군 주둔지와 일본군이 관리하는 철도역을 중점적으로 공격했다.

“대장님, 진짜 앞으로 계속 작전에 참여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냥, 제주도 사령부에서 미군과의 협력 작전이나 협의하시고 작전 지시만 하시죠?”

아직도 내가 작전에 참여하는 것이 불안했던 박하성 소령은 옆에서 계속해서 제주도에 남기를 바라면서 나를 설득했다.

“박 소령, 내 걱정은 하지 마라. 난 처음부터 이렇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 일본 놈들하고 싸우다가 죽어도 제이슨이 남아 있으니까 걱정이 없다.”

“아니, 대장님. 이제는 정말 해방이 될 텐데. 해방된 조국에서 해방된 조국을 느껴보셔야죠?”

“야! 내 걱정하지 말고 다른 애들이나 잘 챙겨! 나는 그래도 인생을 반 이상을 살았지만, 우리 대원들은 아직도 창창한 젊은 애들이잖아?”

나와 박하성이 무전을 주고받는 사이에 언제 경성까지 날아온 건지 벌써 용산 일대가 눈에 들어왔다.

“박 소령, 벌써 용산이다. 이제 그만 떠들고 일이나 하자.”

“에이! 대장님 제발 이번을 마지막으로 작전에 참여하는 것은 그만두시라니까요? 혹시, 우리를 못 믿는 겁니까?”

박하성 소령의 말을 깨끗이 무시하고 바로 용산역을 향해서 기수를 낮췄다.

‘올겨울까지 시간을 끌어서는 안 된다. 쓸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써서 올해 안으로 본토를 해방하고 간도까지 밀고 들어가야 한다.’

용산역에 정차된 기관차를 노리고 기관총을 쏘기 시작했다.

“타 다 다 다 당!”

‘전라도와 충청도를 수복한다면 바로 징집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임시정부의 주요 인사들도 빨리 데려와야 한다. 계획대로 전쟁이 일찍 끝난다면 미군은 분명히 자기들이 유리한 한반도 상황을 연출하려고 할 것이다. 절대 그렇게 하도록 놔두면 안 된다.’

‘타 다다다 당!’

“여의도 비행장은 정리했냐?”

“대장님은 작전에 신경 쓰지 마시라니까요?”

“지금은 작전 중이다.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작전이 끝나고 나서 하고 여의도 쪽을 담당한 편대는 확인 부탁한다. 여의도 비행장은 정리했나?”

아직까지도 내 작전 참여가 불안한 박하성 소령이 불만을 토로했지만 깨끗이 무시하고 여의도 비행장을 담당한 편대를 호출했다.

“대장님, 비행장에 주기 돼 있던 모든 항공기는 파괴했습니다. 그리고, 관제탑과 주요 창고시설도 모두 파괴했습니다.”

“그래?”

“예, 지금은 남은 탄약을 소모하는 의미에서 비행장 내에 움직이는 물체를 청소하고 있습니다.”

“수고했다. 이왕이면 움직이는 물체가 하나도 없었으면 좋겠다.”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파이팅!”

“예, 대장님. 파이팅!”

광복군 육군과 해병대의 상륙 작전을 지원하기 위해서 진행된 경성 폭격은 순조롭게 진행됐다.

경성의 일본군 주요 주둔지와 시설을 계획대로 모두 파괴했고 한동안은 병력이동이 쉽지 않게 막아 버렸다.

* * *

“대장님! 진짜 제발 부탁입니다. 대장님께서는 인제 그만 작전에 참여하시라니까요?”

“야! 너, 내가 그만하라고 했지? 이 자식이 오냐오냐해주니까?”

“대장님 그게 아니라고요. 대장님이 전쟁이 끝 난후에도 살아계셔야 우리 항공대도 목소리에 힘을 줄 수가 있지 않겠습니까? 제발, 우리 항공대의 미래를 생각해서 좀 신경을 써 주십시오.”

‘하! 박하성, 이 녀석도 많이 컸네. 이제는 해방 후, 항공대의 미래까지 생각한다 이거냐?’

이제는 광복군 지휘관도 해방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생각하는지 다들 자신이 맡은 부대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야! 박 소령.”

“예, 대장님.”

“논공행상은 우리 대한민국이 완벽하게 해방되고 안전을 확보했을 때 논할 것이니까 미리부터 김칫국 마시지 마라.”

아직은 논공행상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도 미국과 소련 그리고 중화민국으로부터 완전하게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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