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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쥐새끼들 (2) (199/225)

궁지에 몰린 쥐새끼들 (2)

경성의 총독부와 용산의 20사단에서 일하는 조선인들의 입을 통해서 제주도가 광복군에게 점령당한 사실이 암암리에 경성의 주요 인사들에게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광복군 정보대와 해병대, 그리고 조선 공산당 강경파 청년들의 암살 위협에도 불구하고 일본 놈들 밑에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친일 매국노들은 설마 별일이야 있겠어 하는 부류와 큰일 터졌다고 생각하는 부류로 나눠져서 한쪽은 좀 더 강하게 일본에 충성해야 한다고 조선인들을 설득하며 강요하고 다녔고 한쪽은 자신들의 몸보신을 위해서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몸을 수그리고 고민에 들어갔다.

그리고, 몸을 낮췄던 친일 매국노들의 고민은 그리 길지 않는 시간이 지나서 결론이 나왔다.

“모시모시!”

“뭐라고? 인천 부평의 조병창에서 근무하는 우리 일본인 기사와 조선인 관리자들이 살해당했다고?”

“뭐? 이런…. 범인은?”

“아직 모른다고? 빠가야로!”

“모시모시!”

“대구의 헌병대 장교가 자신의 부대 오장들과 회식을 하다가 총에 맞았다고? 그래서, 얼마나 다쳤는데?”

“전원 사망이라고? 뭐! 범인들이 확인 사살까지 하고 도망쳤다고?”

“칙쑈!”

“말해!”

“부산 조선방직 간부가 집에서 자다가 죽었다고?”

“흠…. 이거 이 정도면 세상이 미쳐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그래. 알았으니까 다시 서면으로 보고해. 그래. 아침부터 너 같은 전화를 지금 한두 통을 받는 것이 아니니까.”

아침부터 조선 각지의 경찰서에서 총독부로 어젯밤에 발생한 총기에 의한 살인 사건에 대한 보고가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했다.

아베 노부유키 총독은 아침부터 단케 이쿠타로 경무국장의 보고에 슬슬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경무국장 말은 조선인 반도 놈들이 어젯밤에 대대적인 난동을 일으켰다 그 말이지?”

“예, 각하.”

“도대체 왜 이러나? 경찰 인력으로는 해결이 되지 않나? 그럼, 군대라도 동원을 해줘?”

아베 노부유키 총독은 단케 이쿠타로 경무국장을 닦달하면서 군대 이야기를 꺼냈지만, 실상은 조선군 사령부 지휘를 받는 군대도 조선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상태였다.

용산에 주둔했던 20사단은 남방 전선으로 차출돼서 이미 부대가 없어진 처지였고 새롭게 평양에 창설됐던 30사단은 실 병력은 거의 없는 무늬만 군부대였다.

그리고, 나남의 19사단은 부대의 지휘권이 관동군으로 넘어간 상태였다.

“각하! 아무래도 징조가 이상합니다. 아침부터 죄송하지만 지금 농담하실 상황이 아닙니다.”

“경무국장이 보기에는 내가 농담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저…. 그게 아니시라면….”

“나도 하도 답답해서 그런 것이다. 지금, 조선 땅에서 내가 뭘 할 수 있겠나? 경찰은 조선인 반도들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 파악도 못 하고 있고, 더구나 어떻게 총기가 조선 안으로 들어오는지도 모른다. 그뿐만 아니라 조선군의 병력은 현재 하나도 없다. 만약 조선인들이 1919년 때처럼 대규모로 폭동이라도 일으킨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가?”

“각하, 조선군 사령관이신 이타가키 세이시로 대장님께 병력의 출동에 관해서 한번 물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조선군은 실제는 병력이 하나도 없다고 몇 번을 말해야 하나? 조선 내에 나남의 19사단 병력이 조금 남아 있기는 하지만 그건 관동군 관할이라서 병력을 투입해 줄지 나도 모르겠다.”

조선 총독인 아베 노부유키는 총체적 난국이 바로 이런 것이라고 요즘 들어서 부쩍 느끼고 있었다.

처음 조선에 부임할 때부터 조선인 불령선인들의 잦은 난동이 있었고 경찰은 전혀 그것을 해결하지 못했다.

그런데도 내각에서는 정신 못 차리고 조선인들을 자극하는 강제 징집과 강제 징용자 모집, 그리고 최악의 결정인 강제로 위안부 차출에 이어서 식량 몰수 등의 조치를 계속해서 시행했다.

아베 노부유키 총독이 보기에는 조선인들이 어떻게 보면 그동안 정말 잘도 참았다고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조선 총독인 처지에 이대로 두손놓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나가는 길에 용산의 조선군 사령부에 연락해서 이타가키 세이시로 대장을 총독부로 들어오라고 해주게.”

“예, 각하.”

“부족하더라도 불령선인들의 색출에도 힘을 좀 써보고.”

“예, 각하.”

일제에 빌붙어서 재산을 축적한 조선 제일 거부인 화신 백화점 사장 박흥식은 아침에 전해 들은 소식에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제주도를 빼앗길 정도라면 일본제국이 전쟁에서 진다는 건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남방을 해방하고 대동아 공영권을 완성했다고 했는데…. 그것이 전부 거짓부렁이었다는 건가? 큰일이다. 이제 앞으로 어떡해야 하나?’

“밖에 황 비서 있나?”

“예, 사장님. 부르셨습니까?”

“그래. 오늘 경성 방직의 김 사장이 시간이 있는지 한번 물어봐. 만나서 긴히 의논할 이야기가 있다고 하고.”

“예, 사장님, 알겠습니다.”

혼자서는 어찌해야 할지 결정을 못 한 박흥식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일제에 빌붙어서 돈을 모아서 재벌이 된 경성 방직의 김성수를 일단 만나보기로 했다.

“김 사장, 요 며칠 있었던 소식을 들었습니까?”

“들었습니다. 상당히 심각한 것 같은데 총독부에서는 어떻게 대응할지 아직은 말이 없으니….”

국민정신총동원조선연맹 대회에 발기인으로 참석했다가 강경파 조선 공산당 청년들의 습격에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김성수는 그 후 노골적인 친일파로 변절을 했다.

“소문에 의하면 제주도에서는….”

“아니, 박 사장은 제주도의 소문을 어떻게 들으셨습니까?”

광복군이 점령했다는 제주도의 소식을 알고 있는 박흥식을 보면서 혹시나 나중에 이일 이 알려져서 자신에게 나쁜 여파가 미칠 것이 걱정된 김성수는 놀란 표정으로 말을 끊고 되물었다.

“우리 백화점에서 제주도산 고급 어물을 취급하는데 광복군에 점령되고 나서 처음 이틀 동안 어물을 공급하는 선주들을 통해서 들은 거요.”

“아! 그렇습니까? 그런데, 선주들이 뭐라고 하던가요?”

“광복군이라는 사람들도 참으로 못 쓸 사람들입니다.”

“도대체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러십니까? 답답하게 하지 말고 빨리 말 좀 해보십시오.”

김성수의 애가 타는 속을 모르는지 박흥식이 쓸데없이 광복군에 대한 푸념만 늘어놨다.

“아니 글쎄 광복군은 일본 놈들만 보호한다고 합디다.”

“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제주도에 들어온 광복군은 조선인들의 문제에는 개입하지 않고 일본 군인과 일본 사람들만 한데 모아서 수용소를 만들어서 보호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조선인들끼리는 매일 치고받고 싸움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아니, 그럼 좋은 것이 아닙니까? 나는 우리가 가진 재산을 빼앗기고 살아남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했던 일들 때문에 친일파로 몰릴까 봐서 걱정이었습니다.”

그럼, 좋은 것이 아니냐고 되묻는 김성수를 보면서 박흥식이 혀를 차면서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쯧쯧.”

“이보시오. 박 사장. 그 표정은 뭡니까?”

“이봐요. 김 사장. 광복군은 조선인들한테 친일파에 대한 처벌을 맡겼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뭔가 재판을 받고 변호를 할 기회도 주지 않고 조선인들한테 직접적인 처벌을 받게 했다고요.”

“뭐라고요? 아니, 어떻게 그런 반문명적인 작태를 보인답니까? 그러고도 문명인이라고 할 수가 있답니까? 우리도 다 각자의 사정이 있었는데….”

“그러게나 말이요. 그나저나 김 사장이 보기에는 앞으로 전황이 어떻게 될 것 같소? 그래도, 김 사장은 가끔 독립지사들하고 연락을 주고받기도 하잖소?”

박흥식과는 달리 김성수는 친구인 송진우와 윤치호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독립운동을 하는 사람들 쪽에도 선을 대고 있었다.

“국내의 인사들은 임시정부와는 연락이 끊긴 것으로 보였소. 그리고, 광복군 쪽과는 전혀 연락이 없는 것은 확실하오.”

“그럼, 충칭의 임시정부에서 내보내는 라디오 방송을 믿어야만 한다는 거요?”

“라디오 방송이요?”

“혹시, 김 사장은 라디오 방송을 몰랐소? 일본 내지는 라디오 방송의 청취가 금지됐지만, 우리 조선은 그런 것이 아니라서 충칭에서 내보내는 임시정부의 방송이 잡히지 않소?”

“그런 것이 있었습니까?”

“어허…. 김 사장도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지 아무것도 모르고 살았나 보오. 작년인가 재작년부터 충칭에서 라디오 방송을 했다고 합디다.”

세상을 자기 위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이 가끔 저지르는 오류를 김성수도 저질렀다.

주위에 조금만 관심을 가졌어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라디오 방송을 청취하는 조선인이 최소한 몇만 명은 넘는다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 박 사장은 라디오 방송을 들어봤습니까?”

“아니…. 뭐…. 방송을 직접들인 것은 아니고….”

나중에 일이 잘못돼서 라디오 방송을 들었다는 죄로 처벌을 받을 것이 두려웠던 박흥식을 말을 대충 얼버무렸다.

“내가 어디 가서 쓸데없는 소리를 안 할 테니까 뭔가 들은 것이 있으면 좀 알려주시오.”

바짝 애가 닳은 김성수는 귀중한 정보를 들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지 박흥식에게 애원까지 했다.

“흠…. 흠…. 어디 가서 내가 말했다고는 하지 마시오. 임시정부에서는 조만간 해방될 테니까 모두 조선의 해방에 대비하라고 방송을 합디다.”

“뭐라고요? 대동아 공영권을 완성했다고, 이제 전쟁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그럼, 누가 거짓말을 하는 겁니까?”

“김 사장, 제주도를 광복군이 점령한 것을 보면 모르겠소? 나는 김 사장은 임시정부와 뭔가 연계가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었구려?”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잠시 멍하니 잇던 김성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일단, 총독부에 좀 알아보고 우리도 준비합시다.”

“무슨 준비를 한다는 거요? 제주도에서 일어난 일을 보면 모르겠소? 조선을 떠나든지 아니면 조선에서 다른 놈들한테 맞아 죽든지 둘 중 하나가 아니요?”

“우리 재산은 모두 조선에 있는데 어떻게 조선을 떠난다는 말입니까?”

“그래서, 내가 당신하고 의논하러 왔는데…. 이렇게 허탕이었다니….”

그날부터 김성수를 통해서 퍼진 소문 때문에 일제에 빌붙어서 뭐라도 한 자리 차지하고 인생을 즐겼던 모든 인간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일본을 끝까지 믿는 친일 매국노들은 아무 일도 없을 것처럼 대처를 했고 혹시나 하면서 일본의 패망을 걱정하는 친일 매국노들은 팔 수 있는 재산을 빠르게 정리하기 시작했다.

나중에 정말로 일제가 패망한다면 손에 들고 튀기 좋게 준비하기 시작했다.

* * *

“조심해서 이 물건들을 사이판으로 수송해라”

“정말로 이걸 사이판의 미군에게 넘기실 생각입니까?”

“일단 시험을 해봐야 할 것 아냐?”

“나중에 반인륜적인 무기를 사용했다고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괜찮아. 731부대를 운영한 놈도 살아남던데…. 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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