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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지에 몰린 쥐새끼들 (1) (198/225)

궁지에 몰린 쥐새끼들 (1)

한라산에 설치된 레이더 기지는 일본 방향에서 날아오는 비행체를 하나하나 체크하고 있었다.

“동북방 7,000 미확인 비행체 발견.”

“새 떼는 아니겠지?”

“이 계절에 철새가 지나가는 길은 아닐 걸로 알고 있습니다. 분명히 일본군 정찰기 일 겁니다.”

“이 새끼들도 집요하군. 또 정찰긴가?”

“그런 것 같습니다.”

“빨리 연락해서 격추하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한라산 정상 부근의 레이다 기지는 제주도민들의 자발적이고 열성적인 도움으로 일정보다 훨씬 빠르게 설치가 됐고, 레이다 기지에 근무하는 요원들은 이미 방공구축함에서 수년 동안 닳고 닳을 정도로 숙련된 병사들이었다.

“한라산 레이다 기지에서 비상경보가 떴습니다. 지금 바로 요격 편대를 출동시키겠습니다.”

“이번에도 일본군 정찰긴가?”

“예, 한라산에서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그럼, 빨리 출동해서 일본 놈들의 눈을 막아버리라고.”

“예.”

모슬포 항공 기지에 통합된 광복군의 현장 종합상황실로 모든 정보가 모였고 모든 명령이 집행되고 있었다.

“이게 뭔가? 어젯밤에도 제주도를 떠나려는 시도가 있었던 거야?”

“예, 불행히도 어젯밤에도 탈출을 시도하는 친일 부역자들이 있었습니다.”

“이거 아무래도 포로수용소를 더 늘려야 하나?”

제주도를 수복한 광복군은 일본군과 일본인들을 제주읍의 한 소학교에 포로수용소를 설치하고 모조리 붙잡아서 처넣어 버렸다.

하지만, 조선인 부역자는 죗값을 치르고 동포들에게 그동안 지은 죄에 대한 용서를 빌라고 풀어놨더니 폭행과 구타 그리고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견디지 못하고 계속해서 밤마다 탈출을 시도하고 있었다.

“조지 대장님, 그냥 포로수용소를 더 늘리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광복군의 일부 지휘관들은 여전히 내가 제안한 방법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아직도 조선인 부역자들을 인간적으로 배려하자는 말을 했다.

“솔직히, 별로 그렇게 하고 싶은 생각이 없습니다. 그동안 잘 먹고 잘살았으면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그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하는 걸로 합시다.”

광복군과 연관된 사람 중에도 어쩌면 일본 놈들의 똥구멍을 핥으면서 살았을 부역자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가족이 광복군이었다고 해서 그런 버러지들을 용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아예 미리 싹을 자르는 조치를 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조치는 본토를 수복하고 임시정부가 경성에 들어올 때까지는 계속 유지할 생각입니다. 못 견디고 용서를 빌 마음이 없다면 맞아 죽든지 아니면 일본으로 떠나든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만 할 겁니다.”

지금 내가 실시한 이 조치가 나중에 본토를 수복하기도 전에 대한민국 내의 친일파와 부역자가 깨끗이 사라지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

제주도에서 벌어진 일이 본토에까지 어찌어찌 소문이 나면서 맞아 죽기 싫었던 친일파들과 부역자들은 웃돈에 웃돈을 주고 배를 빌려서 남들 모르게 대한 해협을 건너 일본으로 탈출을 시작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은 바다에 빠져서 죽었다.

“박 중령, 활주로와 격납고의 정비와 보수는 끝난 건가?”

“아닙니다. 일본군 항공대가 알뜨르 비행장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던 비행장이라서 그런지 보수에 시간이 좀 더 필요합니다.”

“비행장 공사가 빨리 끝나야 제주도를 수복한 보람을 느낄 수 있는데….”

“대장님, 저도 많이 아쉽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잖습니까?”

“뭐, 그렇긴 하지.”

항공대 대장을 맡은 박하성 중령이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대답했다.

“그럼, 대공포 진지 공사는 언제 마무리가 될 것 같은가? 일본 놈들이 계속해서 정찰기만 보내고 있지는 않을 텐데?”

“대공포 진지 공사는 제주도민들께서 워낙 열심히 도와주셔서 공사 진행 속도는 빠르지만 그래도 콘크리트가 아물려면 시간이 좀 걸릴 겁니다.”

“그래? 그럼, 결국에는 진지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는 방공구축함 함대가 고생해야 하겠군.”

내 질문에 방공구축함 함대장을 맡은 최선학 중령이 대답했다.

“우리 함대는 본래부터 하던 일이라서 괜찮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배에서 24시간을 수십 일 동안 보낸다는 것이 어디 보통 어려운 일인가? 내가 혹시라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면 바로 조치를 해주겠네.”

“예, 감사합니다. 조지 대장님.”

“잠수함들은 제주도 주변을 잘 감시하고 있지?”

“예, 손원일 대장이 직접 함대를 지휘하면서 청음선 주위를 순찰하고 있습니다.”

청음선 이야기가 나오니까 제주도 해녀들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도 주민 모두가 광복군을 환영하고 일을 하나라도 도와주려고 노력했지만, 그중에서도 해녀들의 고생이 가장 컸다.

몇 년 전 제주에 사린 가스 제조 공장을 건설하면서 제주 해안 주위를 방어하기 위해서 설치했던 청음선의 이상 유무를 점검하고 끊긴 곳을 보수한 사람들이 바로 제주도 해녀분들이었다.

12월, 이 추운 겨울 바닷속으로 거침없이 몸을 담그면서 조국의 독립전쟁을 위해서 노력을 했다.

‘조국의 독립을 위해서 살을 에는 겨울 바닷속까지 들어가면서 돕는 사람들도 있는데 너희는 도대체 어떤 새끼들이냐?’

내 시선에 들어온 것은 사람들에게 구박을 받는 친일 부역자들로 보이는 연놈들이었다.

“이제 제발 그만들 하시오. 우리가 도대체 무엇을 얼마나 잘못했소? 남들도 다 우리처럼 하고 살지 않았소?”

저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잘못을 알지 못하고 무엇을 잘 못 한 지를 모르는지 전혀 기가 꺾이지 않은 모습으로 자신들의 잘못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 모습이었다.

“그래? 야! 너희가 쪽발이 놈들 밑에서 우리가 받아야 할 정당한 판매대금을 가로챘다는 것이 아직도 잘못이 아니라는 거냐?”

“우리만 그랬냐는 말이오? 우리만 그랬소? 다들 모두 그렇지 않았소?”

“그놈들은 쪽발이들이니까 원래 그런 놈들이라고 치자. 하지만, 너희는 같은 동포들 앞에서 온갖 유세를 떨면서 동포들의 피를 빤 것이 아니냐?”

사람은 똑같은 잘못을 해도 남이 아닌 같은 식구가 저지른 잘못이 더 미움을 받게 된다.

식구끼리 같이 아파하고 같이 슬퍼해도 모자랄 판에 남과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면 반드시 보복을 받게 된다.

“그리 큰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싸움을 말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람들의 다툼을 지켜보고 있는 사이에 언제 왔는지 김원봉 해병대장이 옆에 와 있었다.

“김원봉 대장은 언제 왔습니까? 아! 그리고, 나는 저 싸움을 말릴 생각이 없습니다. 나는 사람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한 만큼 언제나 대가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본토에 대한 무기 공급 문제 때문에 상의할 일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런데, 저런 걸로까지 싸우다니…. 내가 생각했던 해방된 제주도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는데, 요 며칠은 지켜보기가 참 씁쓸합니다.”

“김원봉 대장은 혹시 조국이 해방되고 나면 바로 지상 천국이라도 열릴 줄 알았습니까? 원래 해방되고 나면 그동안 억눌려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폭발해서 더 혼란스럽고 어지러워집니다.”

제주도가 해방되고 지난 사흘 동안 한쪽에서는 광복군을 돕기 위한 제주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행동이 이어졌고 다른 한쪽에서는 그동안 일본에 빌붙어서 제주도 주민을 착취한 친일 부역자들에 대한 응징이 이어지고 있었다.

한쪽은 희망으로 다른 한쪽은 절망의 시간이 시작된 것이었다.

“조지 대장님,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겠죠?”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일본 놈들 밑에서 무려 35년입니다. 아니 그보다 훨씬 더 긴 세월을 참고 또 참고 살아온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그들의 한의 그대로 덮고 지나가면 나중에는 조국이 어려울 때 어느 누가 국가를 위해서 나서겠습니까?”

“이제는 이해가 됩니다. 당장 나만 해도 그동안 얼마나 쌓인 것들이 많은데…. 저들도 참기 힘들었겠죠?”

그동안 언제나 강한 모습만 보여줬던 김원봉도 동포들끼리의 다툼 앞에서는 약한 모습을 보였고 나는 김원봉을 위로하기 위해서 어깨를 두드려 주면서 다독였다.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김원봉 대장이 이해를 했다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본토 무기 지원 때문에 찾아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아! 예, 상륙전을 진행하고 다음 날 본토에 소식을 전하려고 갔을 때 윤봉길 대장이 무기 지원을 좀 서둘러 달라고 해서 그렇습니다.”

“추운 겨울을 넘기고 작전을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본토에서는 많이 서두르는군요?”

“일제가 병력 부족으로 계속해서 병사를 징집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요즘 조선 젊은이들 사이에는 괜히 멀리 돌아서 광복군이 될 바에는 차라리 본토에서 목숨 걸고 싸우겠다는 의견이 많다고 합니다.”

“음….”

“혹시, 본토에 지원할 무기가 부족한 겁니까?”

“그건 아닙니다.”

본토에 대한 본격적인 상륙 작전과 함께 본토의 유격대원을 지원할 생각이었다.

양쪽이 따로 일본군을 상대하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작전을 함께 진행할 생각이었는데 지금 당장 조선 청년들의 마음을 진정시킬 방법이 따로 없었다.

“일단, 부족하더라도 무기를 지원하겠습니다. 하지만 중구난방으로 일본군과 싸우면 안 됩니다. 나는 그런 피해를 막고 싶어서 함께 작전을 진행할 생각이었습니다.”

“조지 대장님, 그것은 윤봉길 대장이 알아서 잘 통제할 겁니다. 이번에 본토에 들어가 보니까 윤봉길 대장도 홍범도 장군의 전술과 전법을 완전히 터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다행이군요.”

내가 마지막으로 들린 곳은 일본에 치명적인 무기가 생산되고 있는 화학 공장이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일본에 대한 보복 무기로 준비해 뒀었던 사린 가스 제조 공장에 들렀다.

“오 중령, 주변에 혹시라도 제주도민들이 접근하는 것은 무조건 막아라! 이유가 뭣 때문인지는 잘 알지?”

“예, 대장님. 그렇지 않아도 근처에 살던 제주도민들을 모두 5Km 바깥으로 철수를 시켰습니다.”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사린 가스 제조 과정에서 불상사에 대비해서 근처 주민들을 공장에서 5Km 밖으로 철수를 시켰지만, 제주도의 특성상 해안 쪽으로 다닥다닥 붙어서 생활하는 주민들을 무조건 멀리 쫓아낼 수는 없었다.

“가스의 생산 현황은 어떤가?”

“배합도 제조도 별다른 무리가 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창호 중령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것만 완성이 된다면 끔찍한 공포를 일본 놈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 것이다.

“좋군. 이대로 계속해서 무리가 없이 생산만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저, 그런데, 조지 대장님, 처음 생산된 제품은 어디서 시험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아마, 첫 생산품은 우리 항공대가 아니고 다른 곳에서 시험하게 될 거네.”

“예? 우리 항공대가 사용하는 것이 아니었습니까?”

“응, 이것들이 처음으로 사용될 곳은 따로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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