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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 날뛰는 전황 (3) (196/225)

미쳐 날뛰는 전황 (3)

한 나라 안의 두 개의 군대.

그게 바로 처음 시작이 조슈번이 주축이었던 일본 육군과 사쓰마번이 주축이었던 일본 해군이었다.

둘은 태생부터가 달랐고, 근 천년 가까운 시간을 각 지방의 다이묘들에 의한 통치를 받아왔던 전통 때문에 절대 하나의 국가로 통합될 수가 없는 것이 일본이었다.

“총장님, 육군 참모본부에서 제주도 사태를 알아낸 것 같습니다.”

“우리가 제주도를 다시 확보할 때까지 최대한 숨기라니까 어떻게 하다가 그게 노출된 거야?”

“경성의 20사단과 정기적으로 교신을 하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나가노 오사미 해군 군령부 총장의 인상이 마치 똥을 씹은 사람처럼 구겨졌다.

그렇지 않아도 계속된 패배로 히로히토 천황과 도조 히데키 총리 대신에게 할 말이 없는 상황에서 더 궁색한 처지로 몰리게 됐다.

“제주도에 육전대를 상륙시키기만 하면 확실히 다시 회복할 수 있겠지?”

“예, 육전대가 제주도에 상륙하는 순간 다시 차지할 수 있을 겁니다. 총장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해군 군령부 총장인 나가노 오사미 대장과 차장인 이토 세이치 중장은 히로히토 일왕이 알기 전에 제주도를 다시 수복하기 위한 대책을 서둘러 세웠다.

* * *

도쿄 히로히토 일왕의 고쿄.

“어떻게 제국의 한 가운데, 심장부나 마찬가지인 제주도를 조센징 반도들에게 빼앗길 수가 있다는 말이냐?”

히로히토 일왕은 스즈키 간타로 추밀원 고문의 보고에 놀라 기함했다.

“송구합니다. 폐하.”

“남작! 송구하다는 소리 따위는 집어치우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먼저 말을 해보시오.”

“대본영 작전부에서 구상 중인 ‘결’호 작전이 준비 중인 상황에서 기습을 받은 것 같습니다.”

“여전히 육군과 해군의 대립으로 ‘결’호 작전은 준비되지 않은 거요?”

“예, 폐하.”

“허…. 이런 군대를 믿고 전쟁을 시작했다니….”

히로히토 일왕은 때늦은 후회를 했지만, 전쟁은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이었고 자신조차도 전쟁에서 패배했다고 생각하고 항복을 준비 중이었다.

“스즈키 고문의 생각이 맞았어. 이런 썩어 빠진 군대로 미국을 상대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을 했다니….”

“폐하, 지금부터라도 중심을 잡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큰일이 닥칩니다.”

“그래. 그래. 알겠소. 그런데, 대본영은 앞으로 어떻게 할 것 같소?”

“당분간은 폐하께 알리지 않고 제주도를 회복할 생각인 것 같습니다.”

“이놈들은 언제나 이런 식이군. 나한테 보고도 없이 제주도 문제를 해결하고 어물쩍 넘어가겠다는 생각이군. 진짜로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 멍청이인 줄 아나 보지?”

히로히토 일왕은 군부 자체를 완전히 신뢰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도로까지 자기를 속이고 숨길 줄은 몰랐다.

“스즈키 고문이 보기에는 제주도는 되찾을 수 있을 것 같소?”

“폐하,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본영이 워낙 철저하게 숨기고 있어서 제주도를 점령한 조센징 반도들의 전력을 전혀 알 수가 없는 상태입니다.”

어차피 항복을 생각하고 군부를 마음껏 놀 수 있게 풀어 놓은 히로히토 일왕은 이제는 사실상 군부를 통제하는 것을 포기한 상태였다.

“허…. 좋소. 그건 그렇다고 하고 미국과의 접촉은 어떻게 되는 거요?”

“도고 시게노리가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미국 쪽과 접촉을 일단 시작했습니다.”

“조심, 또 조심해야 하오. 만약, 이 사실이 밖으로 알려진다면 내 체면은 땅에 떨어질 거요.”

“폐하, 그것은 전혀 걱정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모든 것은 도고 시게노리가 책임을 질 겁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도고 시게노리는 정말로 믿을 수 있겠느냐?”

“군부와 연이 닿지 않은 유일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전쟁을 반대했던 인물입니다.”

현재 전쟁 진행 상황도 국내 정국도 모든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만 같은 히로히토 일왕은 하루하루가 살 떨리는 긴장감의 연속이었다.

“하아…. 내가 어쩌다가….”

“폐하! 힘을 내셔서 중심을 잡아 주셔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일어납니다.”

“그래그래, 잘 알겠다.”

잠시 마음을 진정한 히로히토 일왕은 스즈키 고문을 보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도고 시게노리에게 맡기면 된다고 하더라도 그럼 전황 통제는 어떻게 해야 하겠느냐? 그냥 이대로 두 손 놓고 마음껏 날뛰도록 둬도 되는 것이냐?”

“이미 전쟁에서 패배한 상황에서 방법은 오직 그것 하나뿐입니다. 폐하께서는 전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척하시는 것이 나중에 있을 미국과의 협상에서도 유리합니다. 폐하께서는 전쟁에 관련해서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하시면 됩니다.”

“흐음….”

“폐하! 제국과 신민들을 생각하십시오. 지금은 그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만약, 미국이 정말로 무조건 항복만을 주장하고 나오면 그때는 어찌해야 하는 거요?”

“그때는….”

“스즈키 남작, 어째서 대답이 없소?”

스즈키 간타로 추밀원 고문이 대답을 못 하자 불안해진 히로히토 일왕이 다급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때는 진짜로 일억 신민 총 옥쇄밖에는 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떡하든지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대본영에 지시해서 만약 일억 신민 총 옥쇄를 해야 한다면 본토 병력을 지휘할 사령장관으로 하타 순타로를 임명하시오.”

“하타 순타로 장군을 말씀하십니까?”

“그렇소. 그나마 상식이 통하는 하타 순타로가 곁에 있어야 내가 안심을 할 수 있을 것 같소.”

“알겠습니다. 폐하의 뜻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스즈키 간타로는 히로히토 일왕을 만나고 돌아와서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면서 눈앞에 닥쳐온 난관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모든 일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다.

이 일이 조금만 잘못되고 어긋나도 히로히토 일왕을 비롯한 그 누구도 목숨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죽음이 두렵다고 군부에 이대로 끌려가다 보면 마지막은 목숨보다 더 소중한 것들을 잃어야만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선 것뿐이었다.

“고문 각하, 도고 시게노리 전 외무대신이 찾아오셨습니다.”

“들여보내라.”

도고 시게노리는 스즈키 간타로 고문의 방에 들어서서 지치고 피곤한 얼굴을 마주하게 됐다.

“어쩐 일인가? 자네가 나를 자주 찾는 것도 의심을 받을 텐데.”

“각하, 오늘은 너무나 중요한 정보가 입수돼서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뭔데 그런가?”

“이게 미국의 루스벨트가 소련의 스탈린에게 전한 비밀전문이라고 합니다.”

도고 시게노리의 말에 스즈키 간타로는 다시 한번 도고 시게노리와 도고 시게노리를 돕는다는 조직이 의심됐다.

“네가 접촉하는 조직은 대관절 어디기에 이런 정보를 어떻게 입수할 수 있고 어떻게 이런 비밀 정보를 계속 너한테 전달할 수 있는 거냐?”

“각하, 우리 제국도 서로 세력이 나눠져서 다투고 있듯이 미국도 그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저한테 정보를 전달하는 곳은 소련을 극도로 경계하는 조직입니다. 그들은 우리 일본에 소련의 영향력이 미치는 것을 막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소련의 영향력이 더 커지기 전에 우리의 항복을 원하고 있습니다.”

“미국 내의 반공주의자들이라는 말이냐?”

“예,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전쟁과 관련 있는 정보는 제외하고 미국 정부의 외교와 관련된 정보를 넘겨주는 겁니다.”

“흐음….”

‘현재 일본이 점령 중인 만주, 타이완, 펑후 제도는 중화민국에 반환하고, 조선은 앞으로 40년간의 신탁 통치한다. 그리고, 소련에는 다롄과 남만주철도의 관련된 모든 권익을 주고 남사할린과 쿠릴열도는 모두 소련에 반환한다.’

전쟁 한번 잘못해서 제국이 100년은 뒤로 후퇴하게 생기자 스즈키 간타로는 너무나 허탈한 마음만 들었다.

“이게 미국의 루스벨트가 소련의 스탈린에게 제안한 비밀 협상문이라고?”

“예, 각하. 그리고, 거기에는 하나 빠져 있지만 오키나와도 미국은 신탁 통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합니다.”

“이럼, 진짜 제국은 완전히 끝이구나. 그런데, 이 사실도 모르고 소련을 동맹으로 만들자고 설치고 있다니….”

“각하, 영토를 잃더라도 국체를 보존하는 길은 최대한 좋은 조건에 최대한 빠르게 종전을 해야 합니다.”

“그 사실은 나도 알고 폐하께서도 안다. 하지만, 그것이 우리 마음대로 저절로 이뤄진다더냐?”

태평양 전쟁은 1940년 ABCD 동맹으로부터 경제적인 압박을 받았을 때 지나 전선에서 철수만 했다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전쟁이었다.

만약, 그때 그만뒀다면 이렇게 참담한 조건으로 종전 협상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미국 대통령이 소련에 이런 조건을 제안했다는 것은 이 이상의 조건을 우리가 아무리 제시해봐야 들어줄 생각은 이미 없다는 소리겠구나?”

“예, 상황이 이렇다 보니까 다른 조건을 제시하면서 국체만은 반드시 지킬 생각을 해야 합니다.”

참담한 심정이었지만 스즈키 간타로는 오직 천황가와 일본제국만 생각하기로 했다.

“미국과의 접촉은 어찌 되었느냐?”

“스위스 대사관을 통해서 조심스럽게 우리의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거기도 마쓰오카 그놈의 눈길이 있을 텐데…. 문제는 없겠느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마쓰오카 쪽에게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할 겁니다.”

“그럼, 정말 다행이구나. 그리고, 미국 쪽에서도 좋은 반응이 있으면 좋겠는데…. 하아….”

스즈키 간타로와 도고 시게노리는 이번 비밀 접촉에 미국 정부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면 다행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한다면 그때부터는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다.

* * *

1940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는 다르게 1944년 11월에 있을 미국 대통령 선거에는 루스벨트가 다시 한번 더 민주당 후보가 되는 데 있어서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다.

1944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 쪽의 대항마는 뉴욕 주지사인 토마스 듀이였다.

듀이는 적극적으로 대통령 선거 운동에 나섰지만 세계 대전 도중인 상황에서 루스벨트가 네 번째로 대통령이 되지 못할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대통령 각하의 사선 당선은 문제가 없을 것 같은데 건강이 문제일 것 같습니다.”

“우리도 그게 걱정입니다. 만약에라도….”

“그런 말씀들은 그만합니다.”

“그래도, 만약에 대비한 대책 정도는 마련해 놓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께서는 본인의 건강을 자신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본인의 임기 내에 반드시 전쟁을 종결시키시겠다고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그건 힘들지 않겠습니까? 유럽 전선에서는 이제야 간신히 승기를 잡은 것 같은데 그게 쉽게 될까요?”

소련군은 최근 들어서야 독일군의 공세를 물리치고 제대로 된 반격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동안 독일군은 겨울에 대비해서 많은 수송 수단을 확보해 두고 보급을 진행하면서 버텼고 어렵게라도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하면서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를 보이면서 후퇴를 거듭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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