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쳐 날뛰는 전황 (2)
오바타 노부요시 참모장은 지도 앞으로 다가가서 무타구치 렌야를 보면서 한 지점을 짚었다.
“사령관님께서 한 가지 간과한 것은 일단 이곳은 보급품을 보관할 만한 시설이 전혀 없습니다. 그리고, 친드윈강 서쪽 지역까지 병참선을 유지할 방법도 거의 없습니다.”
“참모장! 병참 시설이야, 친드윈강 서쪽을 점령하고 난 다음에 새로 만들면 되는 것이고 보급품 수송은 이곳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될 것 같은데? 뭐가 문제라는 거지?”
무타구치 렌야는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작전 진행을 방해하는 오바타 노부요시 참모장이 슬슬 마음에 들지 않았다.
“사령관님, 만약 우기라도 닥치게 되면 소를 가지고는 보급품을 운반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소로 보급품 소송을 하지 못한다면 병사들이 직접 옮기면 되잖나? 뭐가 문제라는 거지?”
“병사들은 전투에 참여해야 하는데 체력이 되겠습니까?”
“우리 대일본 제국 황군은 명령이 내려지면 뭐든지 달할 수 있다. 모든 것은 정신력이다. 반드시 하고야 말겠다고 마음을 먹으면 못할 것이 뭐가 있다는 거야?”
“사령관님….”
“그만, 한 마디만 더하면 너를 정신 상태 불량으로 보직에서 해임하겠다.”
15군사령부 휘하의 부하 지휘관들을 단속한 무타구치 렌야는 남부 방면군 사령부와 대본영 참모본부에 계속 출전의 뜻을 내비쳤다.
“이 되지도 않은 공격 계획은 누가 작성해서 올린 건가?”
“15군의 무타구치 렌야 중장입니다.”
“무타구치 렌야?”
“예, 작전 참모님.”
남방지역 방면군 사령부는 어차피 무타구치 렌야의 파벌이 사령관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작전을 승인했고 대본영 참모본부의 승인을 받기 위해서 도쿄로 작전 계획서를 보냈다.
대본영 참모본부 작전 참모와 참모들은 작전 계획 승인을 요청한 가와베 마사카즈 버마지역 방면군 사령관과 통화에 들어갔다.
“가와베 사령관, 이 작전은 문제가 너무 많은데 어떻게 이런 작전을 승인하고 우리한테까지 올린 거요?”
“어디가 문제라는 거요?”
“이 작전 계획은 보급에 관련된 준비가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데 이래서야 아삼지역을 점령할 수나 있겠소?”
“우리 보급품을 모두 사용하면 영국군의 보급품을 쓰면 되지 않소?”
“아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 거요?”
다케다 츠네요시 작전 참모가 너무나 허술한 작전이라고 화를 내자 가와베 마사카즈는 도리어 빨리 작전 승인이나 해달라고 요청했다.
“뭐, 정…. 문제가 있겠다 싶으면 우리 버마 방면군 사령부 참모들이 작전을 약간 수정해서 명령을 내리겠소.”
“가와베 사령관, 약간 수정해서는 안 된다니까요. 그러다가 작전은 실패하고 다 죽어요.”
큰소리가 계속해서 오고 가자 무슨 일인가 하고 스기야마 하지메 육군 참모총장이 방으로 들어왔다.
“다케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큰 소리를 내는 건가?”
다케다 츠네요시 작전 참모는 버마 방면군 사령부가 올린 작전 계획서에 관해서 자세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내심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이 버마 방면군 사령부가 요청한 작전을 말려주기를 바랬다.
하지만, 다케다의 기대와 다른 소리가 나왔다.
“천황 폐하께서는 우리 제국 육군의 용맹한 모습을 다시금 보고 싶으시다고 하셨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중화민국 국민당을 전선에서 완전하게 제거하라고 명령하셨다. 그렇게 해야만 우리 제국이 산다. 무슨 말인지 알겠나?”
“예.”
“작전을 승인해줘라! 그리고, 무타구치 렌야는 용맹한 장군이다.”
“하지만, 작전 내용이 워낙 허술합니다. 이런 식으로 작전을 진행하다가는 정말로 큰일이 납니다.”
“모든 것은 정신력이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 황군은 목표를 반드시 달성할 것이다. 서류가 조금 미비하다고 해도 응원을 해줘야 할 때는 응원을 해줘야 한다.”
“참모총장님…. 하지만….”
“그냥, 작전을 승인해 주라니까.”
“알겠습니다.”
후대에 대한민국 독립에 큰 도움을 줬다고 평가받는 무타구치 렌야 중장은 국경을 넘기 위해서 준비하는 병사들을 보면서 속으로 뿌듯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저렇게 소에 보급품을 싣고 가다가 나중에 소를 잡아서 영양 보충을 하고 싸우면 되는 것이고 식량이 부족하면 초식 동물이었던 일본 사람답게 풀을 뜯어 먹으면 될 것을 뭐가 문제라고…. 하하.’
무타구치 렌야의 15군은 기습적으로 국경을 넘어 친드윈강을 건너서 아라칸산맥 너머에 은거 중인 영국과 인도 연합국을 공격했다.
이미, 일본군의 공격 징후를 알고 있었던 영국과 인도 연합군은 일본군과 용감하게 맞서 싸웠지만 형편없는 전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군의 초반 기습에 패배하고 계속해서 후퇴를 거듭하기 시작했다.
“우와! 저 새끼들, 모두 병신이 아닙니까? 어떻게 뻔한 일본군의 돌격 공격에 저렇게까지 당하는 걸까요?”
“기세 싸움에서 지고 들어가니까 그렇지.”
광복군 2연대는 현재 버마 북부에서 중화민국 쿤밍시까지의 보급 루트 보호와 일본군을 상대로 한 선전 활동에 주력하고 있었기 때문에 일본군과 영국군의 전투를 옆에서 구경하는 처지였다.
“아니, 일본 놈들을 국경 안으로 깊숙이 끌어드릴 생각이라면 저렇게 하면 안 되죠.”
“아무래도 영국과 인도군은 손발을 맞춰 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모양이다.”
“진짜, 한심하네요.”
“아무리 한심하더라도 영국군이 이겨야 할 텐데….”
“설마, 영국과 인도 연합국이 지지는 않겠죠?”
“글쎄…. 나도 잘 모르겠다.”
무타구치 렌야의 기습 공격으로 시작된 임팔 지역의 전투와 함께 태평양 전선 곳곳에서는 일본 육군의 공세로 치열한 전투가 전개되고 있었다.
* * *
일본 육군 지나 방면군 사령부는 중화민국의 중앙에서 각각 북쪽과 남쪽을 공격해서 중화민국의 초토화와 국민당 정부군의 보급 루트 차단을 노리고 공격을 시작했다.
화베이에서부터 대규모 공세를 통해 중화민국군을 격멸하고 베이펑과 한커우를 연결하는 경한 철도를 개통시키고 이어서 우한과 광저우의 오한철도 와 헝양과 류저우를 연결하는 상계철도를 확보한다면 한반도에서 만주를 거쳐 중국과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버마, 말레이에 이르는 철도와 육로를 연결하여 남방의 자원을 육상으로 일본까지 수송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일본군 진격로 상에 있는 헝양, 류저우 등 중, 미 연합공군의 주요 비행장과 기지를 점령한다면 미국의 새로운 전략 폭격기인 B-29의 직접적인 일본 폭격을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중화민국 대륙 타동 작전 역시 일본군의 의도대로만 진행되지는 않았다.
“핫토리 다쿠시로 대좌, 이대로 작전을 진행하면 성공할 것 같나?”
다케다 츠네요시 작전 참모는 얼마 전에는 무타구치 렌야라는 미친놈이 이상한 작전을 승인해 달라고 들고 오더니, 이번에는 자신의 부하 중에 한 놈도 똑같이 미친 짓을 벌이고 있었다.
“예, 작전 참모님, 이 한 번의 위대한 작전으로 지나 전선을 깨끗이 평정될 겁니다.”
“2,500Km가 넘는 보급선 유지는 어떻게 할 생각이지?”
“계획대로 철도망을 점령하고 시설을 정비하면 보급품 수송은 걱정할 이유가 없습니다.”
“50만 지나 군과 200여 대의 전투기를 동원하고 아직도 지나를 점령하지 못했는데, 새로 투입되는 병력도 없는 상태에서 이 작전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다케다 츠네요시 작전 참모는 저렇게 당당하게 헛소리를 하는 놈이 육사와 육군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일본 육군의 엘리트 장교라는 것이 우스웠다.
“대륙 타동 작전은 내 의견만 반영해서 하타 순타로 원수에게 건의하는 형식으로 지나군. 사령부에 넘겨라.”
“예? 아니…. 제가 구상한 작전 계획인데….”
“네가 보기에 하타 순타로 원수님이 너보다 못하리라 생각하는 거냐?”
“그건 아니지만….”
“하타 순타로 원수님께 내 의견을 전달만 하면 알아서 적절한 작전을 진행하실 거다.”
그나마 일본 육군에서 정상적으로 생각하는 하타 순타로 원수에게 작전을 맡긴다면 핫토리 다쿠시로 대좌의 최초 계획보다는 나은 결과가 나오리라 생각했다.
중화민국 대륙 타동 작전은 다케다 츠네요시 작전 참모 예상대로 초반에는 국민당군을 밀어붙이면서 계획대로 철도망 하나씩 점령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국민당군의 반격이 시작되면서 모든 작전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헝양 인근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무려 4개 사단이 괴멸되고 지휘관들 역시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리고, 계속되는 국민당군의 공세에 차츰 뒤로 밀리기 시작했다.
그뿐만 아니라 미, 중 연합 항공대의 공습은 점점 지나군. 육군항공대를 압도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되면 남방 자원지대의 자원 수송망을 재구축하는 것은 어렵겠는데…. 해군은 오키나와 타이완 해역에서 미국 해군에게 계속해서 요격을 당하는 처지고…. 과연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작전 참모님 큰일이 났습니다.”
다케다 츠네요시 작전 참모가 전쟁의 승리에 대해서 회의감이 들 무렵 참모 한 명이 급하게 사무실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인가? 설마, 헝양 전선에서 또 사단들이 괴멸이라도 된 것인가? 아니면 버마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그게 아닙니다. 조선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조선? 조선은 한동안 조용했잖아?”
“조선의 제주도를 빼앗겼습니다.”
“제주도라면 해군 담당이잖아? 언제? 누구한테 빼앗긴 거야?”
자세한 보고를 들은 다케다 츠네요시 작전 참모는 너무나 열이 받았다.
제주도가 어떤 곳인가?
제주도를 잃게 되면 남방 자원지대 수송망은 그대로 마비가 된다.
그리고, 만주와 조선에서 들어오는 물자가 전부 막히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중요한 전략 거점을 겨우 몇천 명으로 지키다가 조선인 반란군에게 빼앗겼단다.
“그래서, 삼 일 전에 제주도를 잃었다는 말이냐?”
“예, 작전 참모님.”
“참모총장님께 보고는 했나?”
“아닙니다. 아직입니다.”
“이 전쟁은 시작은 우리 육군이 했지만, 전쟁을 끝내는 것은 아마도 해군의 몫이 될 것 같군. 어떻게 전쟁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제대로 된 승리를 하는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건지.”
다케다 츠네요시 작전 참모는 투덜거리면서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에게 보고를 했다.
“삼 일 전에 제주도를 빼앗겼다고?”
“예, 제주도는 해군이 담당하던 지역인데 지금까지 빼앗긴 사실을 숨기다가 용산 20사단에서 정기 통신을 교신하다가 알아낸 모양입니다.”
“빠가야로!”
“어떻게 할까요?”
“아직도 해군 군령부에서는 어떤 통보도 없었지?”
“예.”
“쓰레기 같은 놈들. 우리 수송선은 지금 어디에 있지?”
“남방군 사령부를 지원 나가 있습니다.”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은 잠시 고민을 하더니
“너무 멀리 있는데…. 다른 수송 수단은 없겠나?”
“관동군과 지나 군의 수송선을 전부 모으면 숫자가 꽤 될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수송선을 빨리 모아라. 앞으로 해군과의 협동 작전은 없다.”
“총장님, 그럼, 우리 육군만의 단독 작전입니까?”
“그래. 우리 육군만의 힘으로 제주도를 수복하고 앞으로 해군은 주요 결정에서 제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