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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탕 속의 혼전 (2) (193/225)

진흙탕 속의 혼전 (2)

중화민국에서 필리핀,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를 거쳐서 드디어 멀고 길었던 여정의 끝이 보이는 제주도에 도착한 대한민국 광복군 지휘관들의 표정은 한없이 기뻐하는 모습과 앞으로 닥칠 일본군의 공세를 막아내지 못한다면 제주도민과 함께 죽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이제 우리가 목표로 하는 마지막 결승점까지는 한 발자국 정도가 남은 것 같군요. 다들 기분들은 어떠십니까?”

나는 광복군의 모든 지휘관이 모인 자리에서 현재 그들의 감정 상태를 먼저 물어봤다.

“일단, 조국의 땅에 이제야 발을 내디뎠다는 것은 슬프지만, 그래도 어쨌든 멀고 긴 길을 돌아서 이렇게 조국에 도착했다는 사실에 너무 기쁩니다. 하지만, 아직도 이런저런 걱정이 많습니다.”

광복군 지휘관들의 대표해서 김경천 대령이 대답했다.

“그래요? 혹시, 제주도의 방어와 제주도민의 안전을 걱정하는 거라면 너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조지 대장, 해군과 항공대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불안감이 있어서….”

“아닙니다. 정말로 괜찮습니다. 일본 해군 함대와 항공대의 전투기들을 우린 충분히 막아낼 수 있습니다.”

제주도를 수복한 대한민국 광복군은 잠시도 쉬지 않고 바로 제주도를 지키기 위해서 6척의 방공 구축함과 한라산에 설치한 레이더 기지를 활용해서 일본군 항공대의 전투기와 폭격기들의 알뜨르 비행장 접근을 막았고, 일본 해군 함대의 공격을 막기 위해서 제주도 해역 전체를 잠수함들이 한시도 쉬지 않고 경계와 감시 활동에 들어갔고 제주도 먼바다까지 촘촘하게 정찰기들을 띄우고 상황이었다.

“조지 대장님이 그렇게 자신하시니까 일단 든든하기는 하군요. 그럼, 우리 육군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합니까? 이번 제주도 방어 작전 계획에서 육군 대부분은 제외가 됐잖습니까?”

김경천 대령의 질문에 회의에 참석 중인 육군 지휘관들의 시선에 나한테로 쏠렸다.

“육군은 내일부터 신병 훈련소를 만들고 병력을 늘리는 것에 최대한 중점을 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지금 미군과 협의 중인 본토 상륙작전은 평양과 원산을 끊는 방식으로 하게 될는지 아니면 남해안에서부터 차근차근 수복하면서 위로 올라가야 할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음…. 본토 내의 일본군 주요 병력은 경성과 나남 그리고, 부산과 진해에 있지 않습니까? 어느 작전도 일본군에게는 타격을 입히기가 힘들 것 같은데요?”

“작전의 큰 줄기가 그렇다는 겁니다. 나머지 세부적인 작전까지 아직 정해진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현재, 조선 주둔 일본군은 경성의 20사단 그리고 나남과 청진의 19사단이 있었다.

아직은 일본 대본영의 ‘결’호 작전이 발동되지 않았기 때문에 광복군이 본토에 상륙해서 전투를 벌여도 숫자로는 전혀 밀릴 이유가 없었다,

다만, 문제는 압록강 너머에 있는 엄청난 숫자의 관동군이었다.

“확실히 관동군이 국내로 진군해 들어 온다면 병력이 부족하겠군요.”

“예, 무기와 장비는 미군으로부터 지원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 전투를 해야 하는 병사들은 반드시 우리나라 사람이어야만 하니까요.”

“그럼, 제주도에서도 인민들의 입대 지원을 받아야 하겠군요?”

“예, 제주도에서도 자원입대를 받고 그것 때문에 부족해지는 노동력은 사이판과 여러 곳의 포로수용소에 흩어져 있는 조선인들을 데려올 생각입니다.”

김경천 대령에게 징집 문제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을 때 제주도에 오지는 못했지만, 버마에서 작전 중인 광복군 연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조지 대장님, 영국군과 중화민국을 지원하기 위해서 버마 전선에서 참전 중인 이범석 중령의 보병 연대는 어떡합니까?”

“지금 버마 전선에서는 일본군이 공세를 진행 중이기 때문에 병력을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조국을 완전히 해방하는 그 날까지도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쪽은 아예 계산에서 빼야만 합니다.”

지금 일본 육군은 히로히토 일왕의 새로운 명령으로 그동안 꾹 참고 있었던 침략 욕구를 마음껏 내뿜고 있었다.

특히, 남방 방면군 사령부와 지나 방면군 사령부의 움직임이 활발했다.

‘군문에 든 지 어언 30년, 나는 오늘 이 순간만큼 승리를 확실하게 보장받은 적은 없었다. 원래 일본 남자는 초식 동물이어서 풀만 먹어도 싸울 수 있다고 주장하던 무타구치 렌야가 마지막 불꽃을 태우기 위해서 준비 중이라고 했지.’

“만약 경우에는 관동군의 국내 진입도 염두에 둬야 할 텐데 너무 병력이 부족하지는 않겠습니까?”

“그래서, 여기 제주도 육군 훈련소가 중요합니다. 여러분들이 빠르게 훈련을 시켜서 실제 전투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병사들을 만들어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야 합니다.”

“설마, 사격하는 요령만 가르쳐서 훈련소에서 내보내자는 겁니까?”

“아니요. 그렇게 만들지 않기 위해서 여러분이 최적의 교육 기간과 훈련 방법을 찾아내 달라는 소립니다. 그래야만 본토에서도 빠르게 징집해서 훈련하고 관동군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나는 광복군 지휘관들에게는 따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이 항복을 하고 관동군의 무장해제를 위해서 만주와 간도로 넘어갈 때 최소한 우리 영토인 간도만큼은 차지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소련과 일본의 불가침 조약이 끝나기 전에 본토를 수복하려고 이렇게 서두르고 있었다.

“이거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병력이 필요하겠군요.”

“예, 최소한 15개 사단에서 20개 사단은 필요할 겁니다.”

“그 많은 병사를 어떻게 지원하려고….”

“사실, 지금까지 미국 밑에서 굽신거린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한 만큼 대가를 받아내야죠. 보급만큼은 내가 어떡하든지 책임을 질 테니까 그건 걱정하지 말고 빠르게 징집하고 전선에 투입할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저, 조지 대장, 순수 보병만으로는 만주 전체의 관동군과 만주군을 감당하기는 힘들 텐데요?”

김경천 대령은 아무리 병력이 많다고 해도 넓디넓은 만주 전체를 커버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 대령님, 내가 미군 보급창을 털어서라도 전차와 야포까지 챙겨 올 생각입니다. 물자와 장비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럼, 일단 우리 육군은 제주도 방어보다는 병력 훈련에 힘을 써달라는 말이지요?”

“예, 그렇습니다. 제주도 방어는 해병대와 해군 그리고 항공대가 맡겠습니다.”

“그럼, 일본에 대한 보복 공격은 언제부터 진행하실 생각입니까?”

“지금, 보복 무기를 생산하는 공장을 시험 가동하고 있습니다. 시험 가동 결과가 나오면 바로 일본의 모든 도시에 보복 공습을 시작할 겁니다.”

“이야! 우리도 보복 작전에 참여했으면 좋은데….”

“조지 대장님! 혹시, 우리 육군이 낄 자리는 없습니까?”

“지금 당장은 없습니다. 뭐, 나중에 미군의 요청이 있다면 그때는 모르겠습니다.”

광복군 육군 지휘관들은 상당히 아쉬워하는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장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본토 수복과 만주의 관동군과의 전투였다.

“저…. 조지 대장님, 오늘 상륙작전이 끝나고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이던데…?”

“어떤 문제점 말입니까?”

“일본 경찰이 모두 잡혀 수용소에 들어가고 나니까 치안이 좀 불안해 보이던데 그 문제는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이대로 계속 무정부 상태로 놔두실 생각입니까?”

제주가 해방되고 난 이후 불과 하루가 지났지만, 제주도 내에서는 그동안 쌓였던 감정 때문에 사람들끼리 사적인 복수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예, 당분간은 이대로 둘 생각입니다.”

“아니, 왜요? 이러면 너무 혼란스럽지 않습니까?”

“절대 아닙니다. 내가 성질이 나쁜 놈이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사실 어떻게 보면 일부러 유도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겁니다.”

“일부러 폭력 행위를 유도하고 있다고요?”

“예.”

나는 광복군이 본토를 수복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경성에 입성해서 정식으로 우리나라의 해방을 선언할 때까지는 앞으로도 계속 이런 무정부 상태를 유지할 생각이었다.

“여러분! 일본 놈들 밑에서 주인을 믿고 호가호위하면서 동족을 상대로 천벌 받을 짓을 한 놈들을 우리가 나서서 꼭 보호를 해줘야만 할까요?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떨지 모르지만 나는 추호도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하지만, 모든 것은 법에 따라서 처벌받고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습니까?”

“원래라면 그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제주도에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든 법이 어디 있습니까? 설마, 일본 놈들이 만든 법으로 우리 동포들을 처벌하실 생각은 아니시겠죠?”

“아무리 그래도….”

“지금 동포들에게 보복을 받는 놈들이 스스로 일본 놈이라고 인정하면 수용소에 가둬서 보호는 해주겠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조선인인척한다면 저대로 맞아 죽더라도 나는 가만히 둘 생각입니다.”

내가 살짝 눈이 돌아간 상태로 소리를 치자 다른 광복군 지휘관들도 별다른 말이 없었다.

30년 이상 동포를 팔아서 잘 먹고 잘살았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 하지 않겠나?

“그리고, 미리 말씀드리지만, 일본을 통해서 교육받고 일본인 밑에서 재산을 모은 것을 모두 인정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물론, 선량한 피해자가 나올 수도 있겠지만 그딴 것보다 일본이 우리나라에서 저지른 모든 것을 무효화시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조지 대장은 모든 것을 1905년 을사늑약 이전으로 돌리겠다는 말입니까?”

“예, 1905년 을사늑약 이전, 조선인들의 토지를 일본의 동양척식회사가 강탈하기 이전으로 돌릴 생각입니다. 그럼, 자동으로 농민들을 위한 토지 분배 문제도 해결됩니다.”

“음…. 그러다가 반발이 크게 일어나면 어쩌려고요?”

“싫은 사람은 일본에 가서 살라고 할 생각입니다.”

1944년 아니 늦어도 1945년 초반까지는 이 전쟁은 끝이 날 것이다.

전쟁이 끝나고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본국으로 들어오는 그때까지는 제주도를 비롯한 본토의 경찰 행정력은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매국노들은 어차피 일본 놈들 밑에서 잘 먹고 잘살았고 이왕 창씨개명까지 한 마당에 앞으로도 쭉 일본 놈으로 살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전쟁이 끝나고 나면 일본인들의 일본 본토 송환이 있을 것이다.

그때, 동포들의 보복을 견디지 못한 놈들은 일본인을 따라가게 될 것이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그림이었다.

* * *

일본군의 마지막 폭주가 시작되고 일본 육군은 드디어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히로히토 일왕의 명령 떨어졌다고 좋아했지만, 히로히토 일왕과 일본 해군 군령부는 뒤로는 항복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필리핀을 먼저 수복해야 한다고 몽니를 한창 부리고 있던 또 한 사람의 입을 닫게 만드는 효과가 있었다.

미군이 사이판을 점령한 이후 새로운 공격 루트와 일본 본토 상륙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전략을 수립하는 가운데 미국의 육군과 해군 사이의 의견충돌이 다시 한번 벌어지면서 상당한 기간 동안 진통을 겪었다.

그래서, 조지 마셜 육군 참모총장은 맥아더의 체면이 상하지 않으면서 해군에게 태평양 전쟁의 주도권을 완전히 넘기지 않기 위해서 육군과 해군이 재정비와 병력 보충이 끝나는 대로 오키나와로 쳐들어가 볼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맥아더는 여전히 ‘I Shall return!’을 외치면서 필리핀 탈환만을 줄기차게 주장했다.

“사령관님! 큰일이 났습니다.”

남서 태평양 사령부의 참모장 서덜랜드 장군이 급하게 맥아더 원수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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