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점점 이상해지는 전황 (191/225)

점점 이상해지는 전황

현재 우리나라는 자주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상황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독립이라는 가장 중요한 민족적 과제 앞에서 좌와 우 모두가 자신들의 주장을 내려놓고 통합된 상태인데, 만약, 이 상황에서 이승만이라는 극우 반공주의자가 끼어든다면 그것은 임시정부의 균형을 깨버릴 수 있는 지극히 위험한 일이었다.

사실, 나는 극좌도 극우도 싫어한다.

현재 상황에서 두 쪽 성향을 지닌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발전과 미래에 도움이 하나도 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독립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바로 미국과 소련이 주도하는 냉전체제가 시작될 텐데 민족을 분열시킬 수 있는 극단적인 사상은 무조건 피하고 싶었다.

“하아…. 그래도 조지 선생, 우남도 나름대로는 독립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하는데….”

“김규식 선생, 나는 그것이 더 무섭습니다. 실제로는 우리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서 노력한 것은 하나도 없으면서 나중에 얼마나 광을 팔지….”

“광을 팔아요?”

“아! 뭐, 그런 것이 있습니다. 아무튼 임시정부 외교부 활동에 이승만을 절대로 참여시키지도 말고 그에게 단 하나의 도움도 받지 마십시오.”

“예…. 일단, 알겠습니다.”

이승만에 대한 적대감이 극도로 고조되다 보니까 전생에 사용하던 말투가 순간 나와 버렸다.

“그건 그렇고, 김규식 선생 나는 이대로 제주도로 들어갈 생각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해야 할 일 몇 가지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김규식 선생은 내가 부탁할 일이 있다고 하자 시선을 돌려서 나를 쳐다봤다.

“내가 해야 할 일이 뭡니까?”

“해리 홉킨스를 통해서 맡겼던 신무기 개발이 어느 정도 완성이 됐는지 확인을 해주시고 만약 신무기 개발이 끝이 낫다면 그것을 제주도로 보내주십시오. 실전 테스트는 우리가 제주도에서 해주겠다고 하시고요.”

“신무기 말입니까?”

“예, 신무기가 제주도에 배치된다면 제주도는 난공불락의 섬이 될 겁니다.”

신무기인 지대공 미사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김규식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알겠다는 표시를 했다.

“그리고, 이번 소련 스파이 사건을 최대한 이용해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스탈린에게 소련의 대일 전 참전을 요청하는 것을 막아 주십시오. 우리 광복군이 한반도에 상륙하고 본토를 점령하면 그런 소리가 나오지 않겠지만 세상일이란 언제나 만약을 대비해야만 하니까요.”

“설마, 미국의 가장 중요한 비밀을 캐내기 위해서 첩자를 보낸 소련에게 참전을 요청할까요? 그리고, 현재 독일 전선에서 완전한 승기를 잡은 것도 아닌데…?”

“루스벨트 대통령의 건강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김 선생도 알다시피 죽음을 눈앞에 둔 사람은 자기 인생을 정리하고 싶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마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기가 죽기 전에 전쟁을 마무리 지으려고 할 겁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렇게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이 어째서 계속 무리를 하는 걸까요?”

“미국이 전 세계의 패권을 잡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라고 생각을 하나 보죠.”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렇지 않아도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데 종전을 위한 협상을 하러 다니면서 너무 무리하고 있었다.

그래서, 나와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루스벨트 대통령이 스탈린 서기장에게 대일 전 참전을 요청하기 전에 본토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중이었다.

“김 선생님, 그리고 이건 정말 중요한 사항인데…. 일본에 심어놨던 꽃씨가 드디어 꽃을 피우려고 합니다.”

“정말입니까? 진짜, 일본이 항복하려고 준비 중이라는 말입니까?”

지금까지 나하고 대화를 하면서 별달리 표정의 변화가 없었던 김규식이 놀라서 펄쩍 뛰었다.

“예, 조만간 일본군이 미쳐서 날뛸 겁니다. 그러니까 미국 정부에 미리 경고해주십시오.”

현재 도쿄의 도고 시게노리는 어차피 질 수밖에 없는 전쟁에서 일본이 최대한 손해를 보지 않고 피해를 줄일 방법을 찾아서 목숨을 걸고 도박을 했고, 도고 시게노리의 도박이 먹히면서 히로히토 일왕이 자신의 목숨을 살리기 위해서 결단을 내렸다.

앞으로 남들이 보기에는 일본군이 미친 듯이 반격을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내면을 알고 보면 상당히 웃기는 작전들이 진핼 될 것이다.

“미국 정부에 경고하려면 일본군이 어떤 짓을 할지 미리 알아야 하는데 앞으로 일본군이 무슨 짓을 벌인다는 말입니까?”

“지금부터 내가 해주는 이야기를 완전히 까놓고는 알려주기는 마시고 적당히 감추면서 상황에 따라서 알려 주십시오.”

김규식에게 지금 도쿄에서 히로히토 일왕이 혼자서만 살아남기 위해서 벌이고 있는 일을 자세하게 알려줬다.

“히로히토가 갑자기 미친 겁니까?”

“아니요. 죽기 싫어서 몸부림치는 겁니다. 옛날에 우리나라의 왕도 그랬었지 않습니까? 그들에게 자기들의 목숨보다 백성이나 국민이 중요하겠습니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강성 지휘관들을 모두 공격 최일선으로 보내고 혼자서 모르게 미국과 비밀 협상을 진행하겠다니….”

“미국과 영국은 일본의 항복 따위는 별로 신경 안 씁니다. 나중에 어차피 원자폭탄으로 한꺼번에 정리할 생각이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일본이 무조건 항복을 하겠다고 한다면 받아들일 겁니다. 그러니까 김 선생이 중간에서 적당한 시기나 협상 조건 같은 것을 조정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백인들이라고 하지만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까요? 원자폭탄이 그렇게 무서운 무기라면서 독일은 제외하고 일본을 상대로만 실험을 할 생각을 하다니….”

“원래, 백인 놈들이 다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그들이 겉으로 우리를 대하는 태도에 속지 마시고 냉정하게 우리 대한민국의 이익이 될 일만 해주십시오.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잘 알겠습니다. 나도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아무리 봐도 돌아가는 형국이 일본이 독일보다 먼저 항복할 것 같은데…. 그럼, 미국은 원자폭탄을 개발해서 어디서 시험을 할까? 그리고, 소련의 원자폭탄 개발을 막고 대한민국의 자주독립과 맞바꾼 것이 과연 잘한 짓인지 모르겠네.’

나는 김규식과 대화를 마치고 하와이에 있는 아들 제이슨과 니미츠 제독에게 장문의 편지를 남기고 제주도로 출발하는 배에 올랐다.

* * *

1943년 말, 사이판과 마리아나 제도를 완전히 상실한 일본은 일왕 히로히토와 도조 히데키 총리대신 겸 육군 대신, 그리고 육군 참모총장 스기야마 하지메 육군 대장, 시마다 시게타로 해군 대신과 해군 군령부 총장 나가노 오사미 대장이 대본영 회의를 통해서 새로운 전략 지침을 마련했고 일본 육군과 해군은 새로운 지침에 따라서 병력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일본 남방군 사령부는 타이 왕국을 대동아 공영권으로 끌어들이고 영국령 버마를 공격해서 점령한 후 인도에 주둔 중인 영국군과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대본영에서 새롭게 내려온 전쟁 지침에 따라서 인도에서 중화민국으로 연결되는 보급 루트를 끊고 인도 북동부 아삼 지방을 공격, 점령해서 중화민국의 숨통을 완전히 끊어서 중화민국을 외교적인 협상장으로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일본 지나군 사령부는 대본영의 새로운 전략 지침에 따라서 지나 전선을 먼저 정리하고 중화민국을 최대한 압박해서 협상장으로 끌어내 외교적인 협상을 마무리 짓고 그 후 병력을 인도 방면과 태평양 전선으로 돌리기 위한 작전을 수립했다.

대본영은 중화민국 남부를 완전히 정리하고 남방자원지대에서 산출되는 고무와 주석, 석유를 육상을 통해서 안전하게 수송할 수 있는 루트를 확보하기 위한 작전을 명령했다.

충칭의 중화민국 국방위원회는 갑작스러운 일본군의 대규모 공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동안 중화민국 남부를 평정하기 위해서 준비해 놓았던 정예 병력으로 맞대응을 시작했다.

“총통 각하! 죄송합니다. 갑자기 일본군이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당의 조사 통계국장인 다이리는 갑작스러운 일본군의 대공세를 전혀 예측하지 못한 책임 때문에 고개도 들지 못했다.

“일본군의 움직임을 전혀 눈치를 못 챈 건가?”

“그게…. 각하, 죄송합니다.”

카이로회담을 통해서 중화민국이 세계 4대 경찰국가로 인정을 받고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지원을 이끌어내면서 내심 만족하고 이제 슬슬 미국이 원하는 대로 뭔가 보여줘야겠다고 준비하고 있었던 장제스는 선방을 두들겨 맞고 허둥지둥 일본군을 상대할 작전을 준비했다.

“일본군이 왜 이러는지 전혀 알아낸 것이 없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흘러나온 정보가 있기는 했지만, 신빙성을 보장할 수가 없어서 보고를 못 드렸습니다.”

다이리의 무능을 확인한 장제스는 다이리를 날카로운 눈초리로 노려보면서

“어떤 정보를 입수했는데 보고를 하지 않았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갑자기 일본군의 대공세를 경고하기에….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아서….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정보를 입수했을 당시 조사 통계국에서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 정보 확인이 늦어졌습니다.”

“그럼, 지금은 확인할 방법을 찾았다는 말이지?”

“예, 조사 통계국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확인했습니다.”

일이 터진 이후에야 간신히 모든 역량을 동원해서 정보를 확인하고 분석했다는 다이리의 말에 장제스는 점점 다이리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갔다.

장제스는 자신이 그리고 있던 큰 그림이 무너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일본군이 왜 이러는지 알아낸 것을 말해봐!”

“일본군은 사이판을 잃고 전략 방침을 긴급하게 바꿔서 우리 중화민국을 먼저 정리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결국은 가장 만만한 놈부터 정리하겠다는 건가? 우리가 너희들한테 그렇게 만만해 보인다는 거지?”

“....”

고개를 숙이고 있는 조사 통계 국장 다이리를 보면서 장제스는 어쩌면 이번 전쟁의 끝을 자신이 결정 지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우리 중화민국이 그렇게 만만해 보인다면 우리도 만만한 놈들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겠지. 다이리! 지금 당장 국방위원회를 소집해라!”

“예, 총통 각하!”

중화민국 국방위원회는 일본군의 대공세에 맞서서 반격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아끼고 아껴뒀던 정예 사단을 모두 반격에 동원했다.

“총통! 이번에 일본군이 동원한 병력이 60만 명에서 80만 명이라고 하는데 우리 전력이 부족하지는 않겠습니까?”

일본군의 주공격 방향인 버마와 베트남 북부 광시성 성장이 장제스에게 조금 불안해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우리 전력이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싸워야지. 여기서까지 뒤로 밀리면 국민의 지지를 절대 받을 수가 없어. 죽더라도 이번에는 싸워야 해.”

장제스의 본심을 확인한 국방위원회 상무위원들은 아무도 반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미국으로부터 뭐라도 얻어먹으려면 밥값은 해야 한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우리 국민혁명군 전력이 부족하면 공산당의 마오쩌둥과 저우언라이에게 연락해서 공산당의 홍군도 이번 전쟁에 참여하라고 해. 말로만 중화민족을 위한다는 개소리만 하지 말고 반드시 참전하라고 해.”

“예, 총통 각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