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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국방권?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2) (183/225)

절대 국방권?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2)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는 이틀 동안, 여섯 차례에 걸친 미국 해군 항공대 TBF 어벤저 뇌격기들의 공격을 받아 가면서 꿋꿋이 항해를 지속하고 있었다.

“이노구치 대좌! 야마모토 사령 장관님의 유해를 야마토로 옮기자니까? 무사시와 어뢰에 피격된 순양함과 구축함 때문에 우리 함대의 항해 속도가 너무 늦어지잖아?”

“모리시타 대좌! 나한테 주어진 임무를 왜 내가 명령도 없이 포기해야 하는 거냐? 군령부에서 명령이 내려오기 전까지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니까.”

미국 해군 항공대의 TBF 어벤저 뇌격기들은 그동안 써왔던 방식대로 저공비행으로 어뢰를 투하하는 대신, 원거리에서 고공으로 비행하면서 어뢰를 떨구고만 지나가는 방법을 쓰고 있었다.

TBF 어벤저 뇌격기가 어뢰 투하 방식을 바꾸는 바람에 전함과 순양함의 대공포들은 공격하는 TBF 어벤저 뇌격기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무사시와 피격된 함정들 때문에 함대의 항해 속도가 늦어졌다니까. 이대로 계속 두들겨 맞다가는 모두 침몰할 수도 있다니까?”

“그래도 안 돼! 난 군령부에서 명령이 내려올 때까지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의 유해를 너한테 넘길 수 없어.”

“이…. 빠가 같은….”

“뭐? 뭐라고 했어? 나한테 빠가라고 했어?”

야마토의 함장과 무사시의 함장이 말다툼하는 자리에 다른 순양함과 구축함의 함장들도 함께 있었지만, 워낙 기수 문화가 강한 일본 해군의 전통 때문에 누구도 나서서 둘의 싸움을 말리지를 못했다.

“어뢰! 어뢰! 10시 방향 거리 2500 어뢰!”

“어뢰! 10시 방향 거리 2500 어뢰!”

야마모토 이소로쿠 유해를 요코스카로 운반하는 함대는 늦은 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향에서 접근하는 어뢰에 놀라서 난리가 났다.

“아니, 이 시간에 미군 항공대 위험을 무릅쓰고 야간 폭격이라도 온 거냐?”

“아닙니다. 적의 뇌격기들의 공격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잠수함의 어뢰 공격 같습니다.”

“칙쑈! 왜? 하필이면 지금이냐?”

전함 무사시에 모여서 앞으로의 진로를 의논하던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유해 운구 함대의 함장들은 자신들이 함에서 부재중인 상태에서 미군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고 있었다.

“다들 빨리, 각자의 배로 돌아가라.”

“어뢰가 날아오는 판국에 어떻게 각자의 배로 돌아가나?”

“그럼, 어쩌자는 거냐? 이대로 다 죽자는 거냐?”

“에이! 시발….”

미 해군 잠수함의 어뢰 공격을 받는 순간에도 야마토의 함장과 무사시의 함장은 말다툼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각 함들은 함장이 없더라도 함대 대잠 대형으로 빨리 대형을 갖춰라!”

“유다치, 너 빨리 어뢰를 막아! 빨리 선체를 돌려서 어뢰를 막아!”

무사시의 함장 이노구치 대좌는 호위 함대의 구축함들에게 어뢰를 몸으로 막으라고 명령했다.

“구축함 시구레 피격! 구축함 시구레 피격!”

“순양함 하구로 피격! 순양함 하구로 피격!”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를 보호하기 위해서 두 척의 전함을 감싼 순양함과 구축함들은 미 해군 잠수함들의 공격에 두 척의 함정이 어뢰에 피격됐다.

야마토와 무사시를 처음부터 미행하고 항로를 분석해서 보고했던 잠수함 SS- 215 그라울러의 함장인 하워드 길모어 소령은 아이스크림을 빨면서 잠수함 밖에서 들려오는 소란스러운 소음을 듣고 있었다.

“함장님, 아이스크림은 인제 그만 드시고 다음 공격 차례는 우린데, 슬슬 준비라도 하시죠?”

“아니, 조금만 더 있다가 공격하자고. 저놈들이 대잠 방어 대형을 풀어야 전함들의 옆구리가 노출될 것 아냐?”

“함장님, 그렇게 했다가 대형은 풀지 않으면 어쩌시려고 그러십니까?”

“아니야. 조금 전에 몇 척이 어뢰에 피격됐다고 했지?”

“예, 음탐기로 듣기로는 두 척이 피격된 것 같습니다.”

“두 척이나 피격됐다면 분명히 대잠 방어 대형을 풀 거야. 이미 TBF 어벤저 뇌격기에 피격된 무사시와 두척의 구축함, 그리고 조금 전 두 척, 그럼 총 다섯 척이 망가졌는데 함대가 제대로 움직일 수 있을까?”

“그렇기는 하지만 JAP 들은 언제나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하는 놈들이라서….”

“아니야. 너무 걱정하지 마, 나 말고 다른 함장들도 나하고 똑같은 생각을 할 거야. 그러니까 대잠 방어 대형이 풀릴 때까지 기다리자고.”

“예, 알겠습니다.”

미 해군 잠수함들에게 어뢰 공격을 받고 한 척의 순양함과 한 척의 구축함이 피격된 일본 호위함대는 서둘러 공격받았던 지점을 빠져나왔지만, 여전히 대잠 방어 대형을 풀지 못하고 있었다.

“이노구치 대좌! 더는 이 상태로 항해를 지속할 수 없다. 이제는 결정하자.”

계속되는 미국 해군 항공대의 공격과 잠수함의 공격에 야마모토 이소로쿠 전 연합함대 사령장관의 유해를 요코스카로 옮기지 못할 것만 같은 불안감에 야마토의 함장인 모리시타 대좌는 더는 참지 못하고 무사시 함장 이노구치 대좌에게 따졌다.

“군령부의 명령을 받기 전까지는 안된다니까.”

“그러다가 우리 모두 다 죽으면 그때는 어쩔 거냐?”

“우리 제국해군은 무적이다. 그리고, 내 무사시는 그런 제국해군 중에서도 무적이다.”

“이런, 빠가…. 제발 정신을 차려라! 이노구치 대좌!”

“명령을 받아와라! 그럼, 나도 군령부의 명령대로 해주마!”

끝까지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유해를 옮겼다는 영광적인 임무를 절대로 포기할 수 없었던 이노구치 대좌의 거부로 함대는 다시 대잠 방어 대형을 풀고 요코스카로 전속력으로 달리기로 했다.

“오호! 드디어 JAP 들이 대잠 방어 대형을 풀었군.”

잠망경을 통해서 한참 동안 일본 호위함대를 관찰하고 있었던 잠수함 SS- 215 그라울러의 함장인 하워드 길모어 소령은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한 사냥꾼처럼 입맛을 다셨다.

“함장님, 드디어, JAP 들이 대잠 방어 대형을 풀었습니까?”

“그래, 드디어 움직일 생각인가 보다.”

“정말 JAP 들은 고민을 해도 오래 하네요.”

“그러게, 말이다. 그런데, 어라? 함대 전체가 같이 움직일 모양인데.”

“어뢰에 피격된 전함과 구축함들이 함께 움직인다고요? 그렇게 하다가는 또 공격을 받는다는 것을 잘 알 텐데, 이상하네요.”

“이봐! 톰슨, 혹시 내가 잘못 판단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 부장이 한번 봐봐.”

“예, 함장님.”

잠수함 SS- 215 그라울러의 함장인 하워드 길모어 소령이 잠망경에서 비켜나자 부장인 톰슨 대위가 잠망경을 통해서 일본 해군 호위함대를 살피기 시작했다.

“어? 정말로 함장님 말처럼 전속으로 함께 움직일 모양인데요? 그래봤자 15노트도 안 나올 텐데.”

“JAP 들이 얼마나 우리 미 해군을 물로 봤으면 그러겠냐? 이번 기회에 JAP 들의 버릇을 단단히 고쳐주자.”

“JAP 들은 이번에 모두 바닷속의 용왕님을 만나러 갈 텐데, 버릇을 고칠 기회나 있을까요?”

“그렇지? 그럼, 바로 어뢰 발사관을 열어라!”

“어뢰 발사관 개방!”

“발사 목표는 무사시. 거리는 2300. 발사 준비! 5, 4, 3, 2, 1, 발사!”

“발사!”

잠수함 SS- 215 그라울러는 24발의 탑재 어뢰를 야마토와 무사시에 각각 12발씩 분배하고 부챗살 모양으로 각 함에 두 번씩 발사했다.

그라울러가 어뢰를 발사하자 일본 해군 호위함대가 대잠 방어 대형을 풀기만을 기다리면서 그동안 대기하고 있던 다른 잠수함들도 각각 목표를 할당하고 탑재하고 있던 모든 어뢰를 시간차를 두고 순차적으로 쏘았다.

“어뢰! 9시 방향 거리 2000 어뢰!”

“어뢰 경보! 어뢰 경보! 9시 방향 거리 2000 어뢰!”

야마모토 이소로쿠 유해 운반 호위함대는 9시 방향에서 매복하고 있던 미 해군 잠수함들의 일제 발사에 도저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한 척당 대략 12발 이상의 어뢰가 할당 된 건지 어마어마한 숫자의 어뢰들이 함대를 향해서 미친 듯이 달려들고 있었다.

“야마토 피격!”

“무사시 피격!”

“나토리 피격!”

“야마카제 피격!”

엄청난 숫자의 어뢰 공격에 호위함대는 속수무책으로 어뢰에 피격되고 있었다.

“함장님, 너무 많은 어뢰가 한꺼번에 발사돼서 누가 발사한 어뢰가 명중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 그럼, 나머지 쓰레기 청소는 내일 항공대에 맡기고 우리는 그만 돌아가자.”

“함장님, 전과 확인은 필요 없으십니까?”

“야! 우리는 이미 JAP 들의 항공모함을 잡은 에이스들인데 저딴 싸구려 전함 정도는 동료들에게 양보해주자. 어떠냐?”

“뭐, 그렇게 하죠. 저놈들을 뒤쫓느라 솔직히 좀 피곤합니다. 그만 기지로 돌아가서 좀 쉬고 싶습니다.”

“그래, 그럼, 우리는 바로 기지로 돌아가자.”

“예, 함장님.”

잠수함 SS- 215 그라울러는 어뢰에 피격돼서 불타오르는 일본 해군의 전함과 순양함들을 멀찍이 두고 함수를 돌렸다.

* * *

경상북도 영덕 해안.

모래사장 너머로 외롭게 서 있는 해송 몇 그루의 모습을 보면서 손원일 함장은 어쩌면 동해안 바닷가의 소나무와 조국 대한민국이 똑같아 보이는지 왠지 씁쓸했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대한민국은 그 누구의 도움이 없어도 우리 힘으로 독립을 할 것이다. 반드시 그렇게 될 것이다.’

“함장님, 지금쯤 미군 애들은 신나게 일본 놈들을 조지고 있겠군요?”

“부럽나?”

“아니요. 전함을 잡는 것이 부럽기보다는 일본군들을 수장시킬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래? 나는 아이스크림하고 에어컨이 부럽던데. 하하”

“그것도 조금 부럽기는 합니다. 그런데, 윤봉길 대장이 좀 늦네요?”

“시간이 많이 지난 것은 아니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고.”

“어? 함장님, 저기 신호용 불빛인 것 같은데요?”

잠수함에서 내린 손원일은 본국에서 고생하는 윤봉길의 손을 잡고 위로를 하고 있었다.

“윤봉길 대장님, 고생이 정말 많으십니다. 조금만 더 버티시면 좋은 날이 올 겁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그런데 갑자기 작전이 바뀐 이유는 뭡니까?”

“나도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지만, 미국과 영국이 우리가 원하는 대로 움직일 생각이 없는 것 같아서 작전을 바꿨다고 합니다.”

“그럼, 많은 사람이 다치고 죽을 텐데….”

“그래도 돌아가는 상황이 우리 임시정부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 같으니까 어쩔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럼, 작전 진행은 언제부터 시작입니까?”

“본격적인 작전은 제주도에 광복군이 상륙하는 순간부터 시작입니다. 지금 가져온 무기와 탄약은 그때를 대비해서 비축할 물자들입니다.”

“음….”

윤봉길은 손원일의 말을 듣고 머릿속으로 작전에 필요한 인원을 생각했다.

“조금 더 국내에서 투쟁할 인원을 확충해야 하겠는데요?”

“일제에 노출을 조심하시고 이제 길어봐야 일 년입니다. 일 년 후에는 우리 손으로 일본군을 몰아내고 독립을 선포할 수 있을 겁니다.”

“후후, 우리 손으로 독립을 할 수 있다고 하니까 벌써부터 기분은 좋네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만 더 버텨 주십시오. 앞으로 계속해서 물자를 수송해 오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나도 병력을 좀 늘리고 준비를 하고 있겠습니다.”

“윤봉길 대장님, 첩자들의 침투를 조심하시고요.”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미, 그럴 단계는 넘어섰습니다. 하하”

윤봉길은 우리 힘으로 스스로 독립을 하겠다는 말에 기분이 좋은지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손원일을 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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