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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 국방권?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1) (182/225)

절대 국방권? 지나가는 개가 웃겠다 (1)

라바울에서 필리핀 근해를 지나서 요코스카로 향하는 가장 안전한 항로를 선택한 야마토와 무사시는 여러 척의 순양함과 구축함의 호위를 받으면서 바다를 헤치고 힘차게 나아가고 있었다.

“제독님, SS- 215 그라울러의 보고에 따르면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는 우리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예측대로 필리핀 근해를 경유하는 항로인가?”

“예, 제독님, 역시 예상대로 그쪽 코스를 택해야만 우리 항공대의 공격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니미츠 제독과 태평양 함대 사령부 참모들은 시간이 촉박한 상황에서도 수없이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야마토와 무사시의 예상 항로를 찾아냈다.

“그라울러는 야마토와 무사시를 얼마나 따라갈 수 있다고 하던가?”

“타이완 인근 해역까지는 추적 감시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연료 문제 때문에 힘들다고 합니다.”

“그럼, 지금부터는 항공 정찰도 함께 진행하라고 해.”

“예, 제독님. 알겠습니다.”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 소속 잠수함에게 미행을 당하는 줄도 모른 채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는 호위함대와 함께 느릿느릿 요코스카로 향하고 있었다.

“항공! 항공! 5시 방향에 미군 정찰기입니다.”

“빨리 함장님께 보고해라!”

견시수들의 호들갑스러운 모습을 지켜보던 관측 장교가 서둘러서 함교에 미군 정찰기의 출현을 보고했다.

“함장님, 미군 정찰기에 함대가 노출된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미군 정찰기가 나타났다고?”

“예.”

전함 야마토의 함장 모리시타 노부에 대좌는 머릿속으로 뭔가 찜찜한 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야마토가 항해 중인 해역은 미군 항공대의 주요 전장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이 지역에 지원해야 할 미군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혹시, 미군이 필리핀을 공격할 생각인가?”

“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해군 군령부에서 내려온 절대 국방권 방어 작전 안에는 미군이 필리핀을 탈환하기 위해서 공격할 확률이 높다는 정보 분석 내용이 있었다.

아무래도 그냥 지나치기에는 뭔가 찜찜했던 모리시타 대좌는 연합함대의 기함인 무사시에 미군 정찰기 출현을 경고해줘야겠다고 생각하고 무전기를 들었다.

“이노구치 도시하라 대좌, 조금 전에 본 함에서 미군 정찰기를 발견했다. 혹시, 무사시에서도 미군 정찰기를 목격했나?”

“아! 모리시타 대좌, 우리도 미군 정찰기를 확인했지만, 이 해역은 미군이 나타날 만한 해역이 아니라서 그냥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음…. 이노구치 대좌, 무사시에는 우리의 영웅이신 야마모토 이소로쿠 전 연합함대 사령 장관님이 탑승하고 계신다. 그 사실을 잊지 말고 최대한 공경하는 마음으로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 장관님을 모시고 요코스카로 돌아가자.”

연합함대 기함이 바뀌면서 한껏 위상이 높아진 이노구치 대좌는 야마토의 함장 모리시타 대좌의 쓸데없이 참견에 기분이 나빠졌다.

“내가 그렇게 생각 없는 사람은 아니니까 앞으로 그런 쓸데없는 참견은 사절한다. 이만 교신 끝!”

야마토의 함장 모리시타 노부에 대좌는 무사시의 함장인 이노구치 도시하라 대좌가 불편한 기색을 보이면서 무전을 끊어버리자 더 찜찜한 생각이 들었다.

‘이노구치가 이렇게 마음을 놓을 정도로 방심한 상태에서 만약에 미군 항공대나 잠수함의 기습 공격을 받는다면 어쩌지?’

모리시타 노부에 대좌는 쌍안경을 들고 함교를 나와서 마스터로 올라가면서 자신만이라도 긴장하면서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을 호위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행인 건지 그날은 별다른 일이 없이 조용히 지나갔다.

그러나, 다음 날에도 다시 미군 정찰기가 목격되자 모리시타 노부에 대좌는 미군의 공격 목표가 자신들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역시, 우리 함대가 목표인 건가? 그런데, 우리가 움직이는 것은 어떻게 알았을까? 아무래도 이제 곧 미군 항공대의 공격이 있을 것 같은데….’

다시 한번 연합함대의 기함인 무사시에 무전으로 경고를 해줬지만, 무사시 함장인 이노구치 대좌는 콧방귀만 뀌면서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모리시타 대좌는 오늘도 마스터에 올라서 본인이 직접 견시를 하기 위해서 쌍안경을 챙겼다.

“항공! 항공! 5시 방향 적기 출현!”

“항공! 항공! 5시 방향 적기 출현!”

쌍안경을 챙겨서 마스터로 가려던 모리시타 대좌의 귀에 견시병들의 외침이 들려왔다.

“칙쑈! 뭐하나? 다들 적기의 공격에 대비하고 대공포들은 적기를 저지해라!”

“예, 함장님.”

200여 문이 넘는 야마토의 대공포가 5시 방향에 출현한 미군 전투기들의 출현 방향으로 일제히 포구를 돌렸다.

“야! 견시병! 출현한 적기들의 기종이 뭔가?”

“예, 함장님, TBF 어벤저 뇌격기로 보입니다.”

“응? 뭐라고? TBF 어벤저 뇌격기가 어떻게 여기까지 날아온 거야? 설마, 미국 해군 항공모함이 우리를 공격하는 건가?”

TBF 어벤저 뇌격기는 항속거리가 대략 1,700Km 정도밖에는 되지 않기 때문에 항공모함에서 운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절대로 현재 야마토와 무사시가 운행 중인 항로에 나타날 수가 없었다.

“설마, 우리가 미 해군 태평양 함대 항공모함의 공격을 받는 것은 아니겠지? 야! 통신 장교! 빨리 무사시에 연락해서 대공 방어 대형으로 대형을 바꾸자고 요청해라!”

“예, 함장님.”

다행히 무사시의 함장인 이노구치 대좌도 뇌격기들의 출현에 놀랐는지 이번 건의는 받아들여 줬다.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의 유해를 운반하는 함대는 서둘러 대공 대형으로 함대 대형을 바꾸고 있을 때 TBF 어벤저 뇌격기들은 어느새 함대 근처까지 다가왔다.

“어? 저게 뭐야?”

“저 새끼들 왜 저래? 뭐 하는 거지?”

그동안 상대해왔던 TBF 어벤저 뇌격기라면 해면을 타고 저공으로 날아와서 어뢰를 떨구고 솟구쳐 오르면서 퇴각을 했었는데 지금 야마토와 무사시를 공격하는 TBF 어벤저 뇌격기들은 빠른 속도로 날아와서 높은 고도에서 뭔가를 떨구고는 함대를 지나쳐 가 버렸다.

“어? 어룁니다!”

“어떻게 어뢰가 저렇게 움직일 수 있지?”

“함장님! 어뢰가 살아 있습니다.”

TBF 어벤저 뇌격기들이 빠른 속도로 함대를 스치면서 떨궜던 물체들이 어뢰였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유해를 운반하던 함대는 다가오는 어뢰를 피하기 위해서 함대 대공 방어 대형을 풀고 제각각 살기위해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야! 좌현으로 15도 꺾어!”

“조타수! 어뢰가 또 온다. 지금은 전속으로 전진해!”

야마토의 함장인 모리시타 대좌는 수뢰 전단 출신답게 미친 듯이 조함을 하면서 야마토가 어뢰에 피격되는 것을 최대한 막았다.

그러나, 무사시는 공격해 오는 TBF 어벤저 뇌격기를 격추하기 위해서 저속으로 운행하는 바람에 피할 수 있었던 어뢰까지 두들겨 맞고 있었다.

“무사시 어뢰 피격!”

“무사시 또다시 어뢰 피격!”

연달아 두 발의 어뢰에 피격되는 무사시를 지켜보던 야마토의 견시수들 외침이 들려왔다.

“저 병신은 도대체 뭐 하고 있는 거야? 이렇게 많은 뇌격기의 공격을 대공포로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모리시타 대좌는 무사시가 계속해서 어뢰에 피격되는 모습을 보면서 이노구치 대좌가 한심하게 느껴졌다.

아무리 야마토와 무사시의 방호장갑이 튼튼하고 벌지가 완벽하다고 해도 저런 식으로 어뢰를 맞다 보면 데미지가 쌓여서 결국 침몰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무사시에 실려있는 자신의 영웅, 야마모토 이소로쿠 전 연합함대 사령장관의 유해가 걱정됐다.

모리시타 대좌는 견시를 위해 들고 있던 쌍안경을 던져버리고 무전기를 든 채 다른 호위함들을 재촉했다.

“다들 무사시를 보호해라! 너희들의 임무는 무사시의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 장관님의 보호다. 빨리! 무사시를 보호해!”

모리시타 대좌의 재촉에 호위함대의 순양함과 구축함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무사시를 호위하기 시작했다.

“함장님, 5시 방향에 또 어룁니다.”

“조타수! 좌현으로 15도를 꺾어! 뭐하나? 빨리 꺾으라고!”

야마토와 무사시를 공격하던 미 해군의 TBF 어벤저 뇌격기들은 장비하고 왔던 Mk 13 항공어뢰를 모두 소비했는지 방향을 틀어서 동쪽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휴…. 다 끝난 건가? 무사시의 상태를 한번 알아봐라.”

“예, 함장님.”

모리시타 대좌는 걱정스럽게 무사시의 피해 상황을 살펴보라는 명령을 하고 야마토의 난간을 붙잡고 사지는 미 해군 TBF 어벤저 뇌격기들의 꽁무니를 쳐다봤다.

‘만약, 미국 해군 항공모함이 근처에 있다면 이대로 끝나지는 않을 텐데. 어뢰에 피격된 무사시가 문제다. 함의 균형을 맞춰서 항해한다고 해도 항해 속도가 느려질 텐데. 이대로 무사히 요코스카에 도착할 수 있을까?’

“대공! 대공! 5시 방향 적기 출현!”

“함장님! 5시 방향에 적기 출현입니다.”

‘칙쑈! 역시나 예상대로 인가? 이대로 끝내지는 않겠다는 건가?’

야마토의 함장 모리시타 대좌는 견시를 위해서 다시 쌍안경을 들고 함교 밖으로 나가면서 소리쳤다.

“통신 장교! 다른 호위함대에 이번에는 무사시를 제대로 호위하라고 해라!”

“예, 함장님!”

“5시 방향 어뢰! 5시 방향 어뢰!”

“5시 방향 거리 2000 어뢰! 5시 방향 거리 2000 어뢰!”

쌍안경에 비춰진 무사시는 어뢰 피격으로 속력이 느려진 상태에서 또다시 시작된 미 해군 TBF 어벤저 뇌격기들의 어뢰를 피하려고 분전을 하고는 있지만 아무래도 계속되는 TBF 어벤저 뇌격기들의 어뢰 공격을 계속해서 피하기는 힘들어 보였다.

‘무사시에서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 장관님의 유해를 우리 함으로 옮겨야 할까? 사령 장관님의 유해를 옮기자고 하면 이노구치 대좌가 난리를 칠 텐데…. 일단, 이번 공격을 피하고 난 다음에 이야기를 해봐야 하겠군.’

그러나, 모리시타 대좌의 희망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미 해군 TBF 어벤저 뇌격기들의 공격은 하루 종일 시차를 두고 이뤄졌고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의 유해를 운반하는 호위함대는 계속해서 피해를 보고 있었다.

피해를 강요받은 야마토와 무사시, 그리고 호위함대는 어느새 예정된 항로에서 살짝 빗겨놔서 필리핀해 근처로 밀려난 상태였다.

“이노구치 대좌, 함의 상태는 어때?”

“걱정하지 마! 이 정도에 쓰러질 무사시가 아니니까.”

“이봐! 난 무사시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야. 난 너희 함에 실려있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 장관님을 걱정하는 거야.”

“걱정하지 말라니까? 나도 너만큼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 장관님을 편하고 안전하게 모실 생각이다.”

말다툼 끝에 모리시타 대좌와 이노구치 대좌는 무전기를 던져버렸다.

그리고, 내일은 별일 없이 무사하기만을 속으로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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