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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호텔과 무사시 료칸의 최후 (3) (181/225)

야마토 호텔과 무사시 료칸의 최후 (3)

“제이슨 중위, 조지 씨한테 무슨 말을 들은 것이 있나?”

니미츠 제독은 부관인 제이슨을 부를 때 언제나 가족처럼 대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제이슨 중위도 그것을 느꼈는지 사무적인 태도로 니미츠 제독을 대했다.

“예, 제독님, 저도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버지께서는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잘은 모르지만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의 투쟁이 노선이 바뀐 것 같습니다.”

“갑자기 조지 씨가 왜 그러지?”

“제독님, 죄송합니다. 저도 거기까지는 알지 못합니다.”

“흠…. 그래, 알았다. 대한민국 광복군의 전략 수정 때문에 우리 태평양 함대의 전략에 문제가 생기면 안 되는데 난 그게 걱정이다.”

“......”

제이슨 중위는 니미츠 제독의 말에 뭐라고 대답할 말이 없었다.

아버지인 조지와 대한민국 광복군의 행동이 미국 태평양 함대의 전략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자신도 알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니미츠 제독의 우려와는 달리 과달카날 전역에서 소모전 끝에 미군에 패배한 일본군은 그동안 우위에 있던 제해권과 제공권을 모두 상실한 상태였고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와 대한민국 광복군 잠수함들의 활동에 막혀서 남태평양 도서 지역의 일본군 기지에 대한 보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해서 일본군은 만성적인 굶주림과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트럭 환초 지역의 일본군은 그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미군 항공대와 광복군 항공대의 공격으로 방어가 위태로워진 상황이었다.

이렇게 점점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의 중부 태평양 전선의 돌파 가능성이 커지자 일본 해군 군령부는 지나치게 확대된 전선을 최대한 축소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고 뉴기니섬 서부와 캐롤라인 제도, 그리고 마리아나 제도를 잇는 절대 국방권을 설정하기에 이르렀다.

* * *

도쿄 카스미가세키 해군 군령부에 모인 일본 해군 수뇌부들은 심각한 표정을 짓고 태평양 지도를 보고 있었다.

“더는 위험합니다. 이대로 계속해서 미국 해군의 공격에 이렇게 뒤로 물러서기만 하다가는 도쿄가 미국 항공대의 공격 목표가 될 수 있습니다.”

“어허! 아니라니까 그러네. 지금 미국 해군이 하는 짓은 우리의 시선을 끌기 위해서 기만하는 것이라니까.”

시마다 해군 대신과 나가노 해군 군령부 총장과 군령부 차장인 이토 세이치 중장 앞에서 군령부의 작전 참모들끼리 미국 해군의 행동을 분석하면서 난상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지금 뭣들 하는 거냐? 미국 해군의 의도를 분석하라니까 너희는 지금 자기주장만 하고 있잖나? 결전을 위해서 우리 해군의 주력을 어디로 돌려야 할지 빨리 분석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나?”

나가노 총장이 화를 내자 시마다 해군 대신이 군령부 작전 참모들을 재촉했다.

“미국의 공격 주력은 필리핀인가? 아니면, 괌과 사이판인가?”

“필리핀입니다.”

“아닙니다. 괌과 마리아나 제도를 노리고 있습니다.”

“또 또! 어디냐니까?”

작전 참모들은 여전히 둘로 갈라진 상태로 시마다 해군 대신과 나가노 총장에게 미군의 주공격 방향은 필리핀과 사이판 마리아나 제도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우리가 정해야 할 것 가소.”

군령부 작전 참모들의 설전을 지켜보다가 더는 참기 힘들었던지 시마다 해군 대신이 나가노 오사미 해군 군령부 총장을 불렀다.

“나가노 총장은 어디라고 생각합니까?”

“내 생각에는 이미 방어 진지나 시설이 갖춰져 있고 우리 일본인이 많이 사는 사이판이나 마리아나 제도는 주공격 방향은 아닐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나도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군의 주력은 필리핀 방향을 공격할 것 같은데….”

“저…. 저도 필리핀인 것 같습니다.”

이토 세이치 해군 군령부 차장까지 동의하자 해군 수뇌부는 미군의 주 공격로가 필리핀이라고 결정하고 절대 국방권 설정과 반격을 위한 일본 해군과 육군의 작전 운용 방향을 정했다.

“그럼, 이대로 천황 폐하께 보고를 합시다.”

시마다 해군 대신의 말에 나가노 해군 군령부 총장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왜? 뭐가 문제가 있는 거요?”

“예, 폐하께 우리 해군이 현재 처한 상황을 그대로 보고하기는 힘들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그럼, 폐하께는 보고하기 어려운 것은 대충 빼고 보고 합시다.”

“그럼, 전처럼 패전 소식은 빼고 우리 해군의 전과만 확대해서 보고할까요?”

“그래야 하지 않겠어요. 그렇지 않아도 폐하께서는 점점 미군의 공세에 밀리는 전황이 걱정되셔서 건강까지 안 좋다고 하시는데….”

시마다 해군 대신과 나가노 총장의 대화를 듣고 있던 이토 차장은 일왕에게 보고할 보고서에서 패전 소식은 빼겠다고 말했다.

“그럼, 어전회의에 폐하께 올릴 보고서에서 자세한 전황 보고는 빼겠습니다. 그런데, 만약 폐하께서 왜 갑자기 절대 국방권을 설정하냐고 물으시면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말이야.”

“나도 그게 걱정이야.”

일본 해군 수뇌부들은 히로히토 일왕과 함께하는 어전회의에서 히로히토 일왕에게 자잘한 승전 소식만을 강조하고 엄청난 패전 소식은 하나도 말하지 않았고 이토 세이치 해군 군령부 차장의 걱정처럼 히로히토 일왕이 갑자기 절대 국방권을 설정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냐는 질문에 점감 요격을 위한 준비라고 말하면서 히로히토 일왕을 속였다.

그리고, 히로히토 일왕과 함께한 어전회의를 통해서 전쟁 지휘요령과 절대 국방권을 설정했다.

* * *

1943년 5월 2일, 하와이 진주만 미국 태평양 함대 사령부.

마셜 제도에 임시로 마련된 항공 기지에서 일본 해군 3함대의 주력을 찾아다니면서 한참 공격하고 다니던 중 니미츠 제독의 부름을 받고 태평양 함대 사령부로 복귀했다.

‘어쩌면 이번에 나와 니미츠 제독 덕분에 어뢰 문제를 해결한 효과를 확실히 보겠구나.’

사령부에 도착한 내 눈에는 미군 해군 항공대의 뇌격기들이 전함을 상대로 어뢰를 투하하는 훈련을 계속해서 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무래도 뇌격기를 이용해서 야마토와 무사시를 미리 파놓은 함정으로 몰아넣고 잠수함으로 끝장을 낼 모양이구나.’

니미츠 제독은 며칠 남지 않은 야마토와 무사시 사냥에 대비해서 태평양 함대 사령부의 참모들과 마지막까지 작전 상황을 점검하느라 회의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

“응? 왜 무슨 일이 있니?”

“아니요. 그건 아니고…. 제독님은 아버지와 대한민국 광복군의 갑작스러운 행보에 걱정이 좀 되는가 봅니다.”

제이슨은 나와 니미츠 제독 사이에 끼어서 난처한 상황인 것으로 보였다.

“제이슨, 만약에 말이다. 광복군의 작전 때문에 네가 해군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 온다면 넌 어떤 선택을 하겠니?”

제이슨은 그동안 살아온 모든 인생을 날릴 수도 있다는 말에 한참 동안 말이 없었다.

그리고, 무거운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만약,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저는 그래도 아버지를 지지합니다.”

“고맙고 미안하다. 나도 최대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할 생각이지만 사람은 항상 만약은 대비해야 하지 않겠니?”

“저는 괜찮아요. 아버지가 아니었다면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서 있었을까요? 이렇게 키워주신 건만으로도 저는 감사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미국 대공황으로 가족들이 해체되고 경제가 망가져서 길거리를 헤매는 아이들을 보고 자랐고 상하이 사변을 겪으면서 생명의 소중함과 가족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을 알고 있는 제이슨은 나를 원망하는 태도는 아니었다.

“최악의 경우를 말한 거니까 너무 깊게 받아들이지는 말아라. 그리고, 나를 원망하지 않는다니 정말 고맙다.”

제이슨과의 대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을 때 니미츠 제독과 참모들의 작전 점검도 끝났는지 사령관실에서 태평양 함대 사령부의 참모들이 밖으로 우르르 나왔다.

“작전 회의는 잘 마무리됐습니까?”

“예, 조지 씨. 이번에 제대로 진주만의 복수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내가 보기에는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의 암살과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 침몰이라면 진주만의 복수로는 차고도 넘쳤다.

“다행입니다. 우리 광복군이 넘겨준 정보가 제독님께 도움이 되었다면 좋은 일이지요. 그런데, 어떤 일로 찾았습니까?”

“아무래도 조지 씨와 대한민국 광복군의 행동이 걱정돼서 말입니다.”

“어떤 것이요?”

“만약에 광복군의 행동이 우리 미국의 전략에 지장을 준다면 워싱턴에서는 가만히 있지 않을 텐데…. 내가 걱정이 안 되겠습니까?”

‘니미츠는 참 좋은 사람이네. 아무리 제이슨과 메리가 결혼을 약속했다고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으면 파혼을 할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럼, 나도 니미츠를 도와줘야겠지?’

“제독님, 한 가지만 질문을 해도 괜찮겠습니까?”

“예, 물어보십시오. 조지 씨가 궁금한 것이라면 알려드려야죠.”

나는 니미츠 제독의 눈을 보면서

“제독님, 죽어가는 병사들을 생각하면서 전쟁을 일찍 끝내고 싶으십니까? 아니면, 미래를 위해서 정치적인 선택을 하고 싶으십니까?”

살짝 찌푸려진 표정의 니미츠는 내 말에 바로 대답을 못했다.

‘그렇겠지. 당신도 꿈이 있을 테니까?’

하지만, 니미츠 제독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뜻밖이었다.

“조지 씨, 나는 조지 씨와 제이슨을 가족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나를 시험하는 것 같은 말은 앞으로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아이고, 미안합니다. 나는 제독님이 혹시라도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그걸 지원하려고….”

“아닙니다. 나도 꿈은 있지만, 병사들의 희생을 바탕으로 그런 자리에 오르고 싶지는 않습니다.”

정색하는 니미츠 제독을 상대로 다시 한번 떠보는 말을 더는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바로 결론으로 들어갔다.

“사령부로 오다가 보니까 이번 작전을 대비한 준비가 착실하게 이뤄지는 것 같던데 뇌격기로 몰아서 잠수함으로 때려잡는 겁니까?”

“예,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확실하게 야마토와 무사시를 잡을 수 있겠더군요. 조지 씨, 좀 전에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아직 답을 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래요. 대답을 해드려야 하겠죠.’

“제독님, 제독님이 내가 말하는 대로 한다면 이곳 태평양에서 벌어진 전쟁은 내년까지 끝을 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워싱턴은 전쟁 종료 시점을 가지고 어떤 결정을 할지 모릅니다.”

“그럼, 조지 씨 말은 워싱턴에서 전쟁 종료를 언제 할 건지 저울질하고 있다는 말입니까?”

“예, 제독님, 워싱턴은 전쟁을 끝낼 준비가 아직 끝나지 않았거든요.”

니미츠 제독이 내 말을 신뢰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광복군에서 전해지는 정보가 언제나 확실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내가 니미츠 제독에게 전해주는 정보에는 태평양 전선과 관련된 정보뿐만 아니라 워싱턴과 도쿄, 그리고 충칭의 정부들과 관련된 정보들도 함께 전해지고 있었다.

“정부의 전후 처리 문제 때문에 전장에서 병사들을 희생시킬 수도 있다는 소리군요.”

“예, 맞습니다. 그래서, 광복군은 마리아나제도를 점령할 때까지만 함께하고 그다음부터는 독자적으로 움직이겠다고 한 겁니다.”

“음…. 그럼, 앞으로 광복군의 군수 보급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뭐, 일단은 대통령께 한 번만 살려달라고 구걸을 해볼 생각입니다.”

* * *

1943년 5월 7일 라바울.

일본 해군의 자랑인 전함 야마토와 이번에 새롭게 연합함대 기함이 된 무사시는 호위 순양함과 구축함과 함께 야마모토 이소로쿠 전 연합함대 사령장관의 유해를 싣고 요코스카 해군 기지를 향해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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