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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호텔과 무사시 료칸의 최후 (2) (180/225)

야마토 호텔과 무사시 료칸의 최후 (2)

마셜 제도 임시 비행장에서 날아오른 광복군 항공대와 미군 항공대의 역할은 트럭 환초 일대의 일본 해군 3함대 점령 지역을 최대한 소란스럽게 만드는 것이었다.

마치 사냥할 때 몰이꾼들이 하는 것처럼 사냥감을 밖으로 쫓아내는 것이 우리 역할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며칠 동안 출격하면서 일본 해군 항공대가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약해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작년에 있었던 미드웨이 해전 대패로 유능했던 조종사들을 무더기로 잃고 그 후로 조종사들의 보충 없이 계속해서 이어진 과달카날 전투와 산호해 전투까지 무리하게 항공대를 운영하면서 그나마 쓸만했던 조종사들까지도 소모 시킨 것처럼 보였다.

“대장님, 오랜만에 출전하시는데 너무 심심하시죠?”

갑자기 들린 박하성 소령의 농담에 깜짝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야! 박하성! 무전으로 사적인 대화를 마음대로 해도 되는 거야?”

박하성 소령은 내가 심심할까 봐서 말을 걸어왔지만, 전투 상황에서 조금만 방심해도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하지만, 박하성 소령은 이 정도는 괜찮다는 듯이 말했다.

“대장님, 이 지역은 괜찮습니다.”

“박 소령, 일본 해군 3함대 사령장관이 항공대를 중시하는 오자와 지사브로인데 정말 괜찮아?”

“하하, 대장님. 오자와 지사브로가 일본 해군에서나 유명한 사람이지, 우리하고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닌 사람입니다. 우리는 천하무적 대한민국 광복군 항공대가 아닙니까?”

“박 소령, 자신감이 넘치는 것은 보기에 좋기는 하다만, 그래도 전투 중에는 좀 긴장을 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

“그럼, 지금부터는 긴장을 좀 해보겠습니다. 모두 전투에 돌입하기 전까지 무선 침묵에 들어간다!”

내가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는 동안 사실상 광복군 항공대를 도맡아 지휘한 박하성 소령의 명령에 항공 대원들은 바로 무선 침묵에 들어갔다.

‘그러나저러나 진짜 심심하기는 하네. 일본 해군 항공대가 진짜로 완전히 망가진 건가? 이 정도로 대응이 없다는 것은 일본 해군에 문제가 있다는 건데….’

니미츠 제독의 작전대로 광복군 항공대와 태평양 함대 소속 항공대의 전투기들은 하루에 두 번 이상씩 트럭 환초 지역의 일본 해군 기지와 눈에 보이는 모든 일본 선박을 공격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우리의 공격에 바로바로 반응하면서 일본 해군 항공대의 전투기들이 출격했지만, 며칠 시간이 지나자 일본 해군 항공대의 대응 출격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다.

‘정말로 일본군의 유류 보급 사정이 좋지 않은 건가? 아니면,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건가?’

오늘도 트럭 환초 지역을 지나가는 일본 선박에 기관포를 좀 쏴주고 일본군 대공포를 간신히 피할 수 있는 상공에서 일본 해군 기지에 폭탄 몇 발을 떨궈주고는 기지로 복귀를 했다.

마셜 제도에 마련된 임시 항공 기지로 복귀하면서 며칠 전, 출력 전에 나를 찾아 온 광복군의 육군 지휘관들과 나눴던 대화가 생각났다.

“조지 대장님, 왜 갑자기 마음을 바꿨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동안 조지 대장님은 우리 조선인들이 피해를 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면서 어떡하든지 보호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습니까?”

내가 러시아 동포들을 끝까지 챙기는 모습에 무척이나 감격해했던 김경천 대령의 질문이었다.

“김 대령님, 먼저 내가 이런 결정을 하기까지는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김경천을 비롯한 다른 지휘관들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내가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는 여러분들이 앞으로 본국에서 사는 사람들의 짐이 된다거나 빚이 되지 않게 만들려고 그러는 겁니다.”

“조지 대장님,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 우리가 짐이 되고 빚이 된다니요?”

“내가 당장은 출격을 앞두고 있어서 자세한 설명은 못 하겠습니다. 하지만, 나는 요즘 영국과 미국이 하는 짓거리들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습니다.”

앵글로 색슨족에 의한 영원한 세계지배.

미국과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서 파이브 아이스라고 불리는 정보 동맹체제를 구축하고 힘으로 세계 질서를 통제하는 UN과 달러를 기축 통화로 하는 브레튼우즈 체제, 그리고, 달러를 통해서 세계를 지배하기 위한 IMF 창설까지 이어나가고 있었다.

“솔직하게 말해서 이번에 내가 조치한 일은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만 걸린 일은 아닙니다. 당연하게도 내 목숨도 같이 걸려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내 대답에 광복군 지휘관들은 설마 이번 조치에 내 신상까지 연관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는 듯이 눈만 깜빡이고 서 있었다.

“앞으로 미국 정부는 전후 세계 질서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미국 정부의 의견을 따르지 않는 국가와 사람은 미국 정부의 제재를 받게 될 겁니다. 우리 대한민국과 나는 현재 미국 정부의 결정에 반기를 든 결정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조지 대장은 분명히 미국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독립을 하기도 힘들고 독립한 후에도 힘들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미국의 협조는 필수라고 말했었지 않습니까? 그런데, 갑자기 왜 이런 결정을 하냐는 겁니다?”

“처음에는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나는 미국의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습니다. 하지만, 돌아가는 꼴이 미국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하다가는 우리 민족이 바보가 되게 생겨서 그랬습니다.”

“조지 대장님, 말을 돌리지 말고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을 좀 해주십시오.”

영국 수상인 처칠과 미국 대통령인 루스벨트는 내부적으로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화민국과 소련을 견제할 의도로 현재 일본에 병합된 상태인 대한민국을 일본에서 분리하고 연합국 삼 개국이 신탁통치를 하기로 이미 내부적으로 결정을 한 상태였다.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은 나를 만나는 자리에서까지 미국 정부의 속셈을 감추고 있었다.

“내가 중화민국 총통 장제스를 대신해서 쑹메이링과 루스벨트 대통령이 회담한다고 말했었죠?”

“예, 그랬었죠.”

“나와 김규식 선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신해서 지금까지 계속해서 미국 정부와 중화민국 쑹메이링에게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원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아시겠습니까?”

“예, 결국, 우리는 배신을 당한 거군요?”

“뭐, 배신까지는 아니지만, 그와 비슷한 꼴이 됐습니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어떤 사람들인지 한 번쯤은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을 했습니다.”

“아니, 어째서 그들은 우리의 운명을 자기들이 마음대로 결정하겠다고 하는 겁니까?”

쑹메이링이 장제스와 4일간 주고받은 전신 내용을 도청해서 분석했다.

내가 쑹메이링에게 그렇게 부탁을 했건만 중화민국과 미국은 우리나라를 전후에 신탁통치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결과는 아무것도 변한 것도 없이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은 바보가 된다.

차마, 그 꼴만큼은 볼 수가 없었다.

“모든 것은 우리가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일단은 광복군 병력을 늘리기 위해서 미국 정부에 남양군도에 흩어져서 강제 노역에 시달렸던 조선인 노동자들을 광복군에 넘겨달라고 했지만, 이 요청도 들어줄지 모르겠습니다.”

“그럼, 이제부터는 미국의 협력을 배제하고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을 할 생각입니까?”

“최대한 그렇게 할 생각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장담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현재, 우리 광복군의 보급을 전적으로 미국에 의존하는 상황이라서….”

“김원봉 해병대 대장이 작전에서 복귀하면 우리 힘으로 독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의논을 좀 해보겠습니다.”

“예, 남들이 우리를 가지고 놀지 못하게 힘을 보여줄 방법을 좀 찾아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전투기 탑승을 위해서 임시 활주로로 향하는 내 눈에 비친 광복군 육군 지휘관들의 눈빛은 어떤 억압과 난관이 앞을 막아도 절대로 굴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벌써부터 불타오르고 있었다.

* * *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의 정보참모 레이튼 대령은 일본 해군 암호 전문을 해독한 서류 한 장을 들고 니미츠 제독의 사무실로 급하게 달려왔다.

“제독님, 드디어 야마토와 무사시의 출항 결정이 내려진 것 같습니다. 둘 다 이번에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유해를 싣고 요코스카로 복귀하는 것 같습니다.”

“야마토와 무사시가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유해를 싣고 요코스카로 돌아간다고?”

“예,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죽은 상황에서 일본제국해군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야마토와 무사시마저 우리 항공대와 잠수함의 공격에 허무하게 침몰이라도 된다면 일본인들의 사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면서 서둘러서 요코스카로 복귀하라는 명령문이 내려졌습니다.”

“결국에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결정을 해줬군.”

니미츠 제독은 며칠 전에 조지가 말했던 이제부터는 일본군과 일본인을 상대로 하는 프로파간다 활동을 시작해야 할 시기 왔음을 느꼈다.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죽음에 이어서 너희들 일본이 자랑하는 전함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 거냐? 여전히 후퇴나 항복 따위는 생각지도 않을 거냐? 일단, 프로파간다 활동을 위해서라도 괌과 사이판을 서둘러 점령해야만 할 이유가 생겼군.’

“레이튼 대령, 길버트 제도와 마셜 제도에서 활약했던 대한민국 광복군 해병대는 복귀했나?”

“아직까지는 복귀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니, 왜? 혹시 내가 모르는 무슨 이유라도 있는 건가?”

“제독님, 그건 아닙니다. 포로로 잡힌 조선인 노동자들의 분류 작업과 처리 때문에 늦어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레이튼 대령의 보고를 들은 니미츠 제독은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 그런 문제라면 우리 해군 헌병대에 맡겨도 되잖아? 우리 헌병들이 일본인과 조선인을 구분도 못 할까 봐서 그런다는 건가?”

“제독님, 제가 보기에는 그게 아닌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조지 씨가 대통령께 조선인 포로 처리 문제를 건의했다는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십시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같다고….”

‘혹시, 내가 모르는 전략적인 결정이 워싱턴에서 있었다는 건가? 그래서, 조지 씨는 이제 미국의 품에서 벗어나겠다고 결정을 한 것인가? 그렇지 않고서야 병력을 늘릴 필요가 없을 텐데.’

“조지 씨는 어딨지?”

“대한민국 광복군 항공대를 지휘하면서 트럭 환초 지역의 교란 작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 마셜 제도에 있다는 건가?”

“예, 제독님.”

“당장, 조지 씨의 작전 참여를 중단시키고 호출해서 여기로 오라고 해라. 그리고, 나가면서 제이슨 중위를 좀 불러주고.”

“예, 제독님.”

제이슨 중위는 니미츠 제독의 호출에 사령관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제독님, 찾으셨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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