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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호텔, 무사시 료칸 (3) (177/225)

야마토 호텔, 무사시 료칸 (3)

일본은 진주만 공습 작전 성공 이후 전선이 계속해서 확대되면서 인력 부족에 시달리자 전쟁 수행에 필요한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서 조선인을 징집해서 병사로 만들고 군속과 학도병, 그리고 징용과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강제 동원을 했다.

일본이 강제 동원한 조선인 강제 징용 피해자들은 일본과 미국의 태평양전쟁에서 최대 격전지였던 사이판, 팔라우, 티니안, 타라와 등의 남양군도 여러 섬에 분산되어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이렇게 일본에 의해서 강제 징용등으로 동원된 조선인의 정확한 숫자는 일본의 조직적인 문서 파기와 은폐로 정확한 숫자를 끝내 알아낼 수가 없었지만, 최하 19만 명은 넘는 것으로 나중에 조사됐다.

“대통령 각하, 길버트 제도와 마셜 제도에서 붙잡힌 조선인들을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으로 만들 수 있게 해주십시오. 만약, 그들이 군사훈련을 받고 사이판에 투입될 수만 있다면 미군은 큰 희생이 없이 사이판을 점령할 수 있을 겁니다.”

이제부터 전개될 제2차 대전의 전황은 연합군이 승기를 잡고 추축국에 대대적인 반격을 하는 상황으로 바뀐다.

내가 중국에서 스탈린그라드 방어전의 영웅인 바실리 추이코츠를 암살해 버렸기 때문에 아직은 동부전선에서 독일군이 소련군을 밀어붙이고는 있지만 결국 언젠가는 독일군의 공세도 끝이 날 것이다.

그리고, 북아프리카 전선에서는 이미 영, 미 연합군에 밀려서 독일군이 후퇴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태평양 전선이었다.

사실상 미국 혼자서 일본을 상대하는 이 전장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는 골칫거리였다.

“일본군을 위해서 일하다가 잡힌 조선인 포로들을 모두 대한민국 광복군에 넘겨달라고?”

“예, 대통령 각하, 그들은 일본인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번에 길버트 제도와 마셜 제도를 탈환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 공신들입니다.”

“흠….”

몇 가지 문제 때문에 루스벨트 대통령은 쉽게 결정할 수가 없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확실한 독립과 강제로 징용으로 끌려온 조선인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광복군의 작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은 조선인이라고 하더라도 그들은 일본인이 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광복군의 전력이 확대하면 그 숫자만큼 미국의 젊은이들은 피를 적게 흘립니다.”

태평양 각지에 흩어진 채로 일본군의 노예처럼 살고 있는 조선인들만 모아서 군대로 만들어도 수십 개 사단은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각하, 어차피 포로로 붙잡힌 조선인들을 포로수용소에 집어넣고 포로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지원이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럴 바에는 차라리 조금만 더 지원해서 일본군과 싸우게 만드는 것이 미국에는 훨씬 큰 이익이 됩니다. 각하, 아닙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이 고민하는 이유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정식 연합국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만약,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정식으로 연합국으로 인정을 받았다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일본군 노무자로 일했던 조선인들을 자국민이라고 데려가서 군인으로 만들어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아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정식 연합국이 아니기 때문에 전례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었다.

‘영국의 처칠 새끼만 우리 대한민국을 연합국으로 인정을 해줬으면 쉬운 일인데…. 광복군이 버마와 인도 전선에서 그렇게 도와주고 있는데도 아직 연합국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고 있으니….’

“조지, 그렇게 되면 협정 위반이 되네. 내가 무슨 말을 하는 줄은 알지?”

“예, 하지만, 각하, 현재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영국 측과 계속해서 접촉하고 있습니다. 승인 문제는 조만간 결론이 날 겁입니다. 그러니까 그때까지만이라도 조선인 포로를 광복군이 미군 대신 관리하면 안 되겠습니까?”

“음…. 조지가 나를 찾아오면 항상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하는군. 좋네. 그건 내가 리히 합참의장과 상의를 해보고 결정을 해주겠네요.”

“감사합니다. 각하.”

지금쯤 김규식 선생은 영국 Mi -6의 미국 파견 정보원을 만나고 있을 것이다.

지금 김규식 선생은 미국 정부가 알게 된다면 영국의 정보부로서는 굉장히 수치스러워할 정보를 가지고 한창 협상하는 중이었다.

나중에 이 정보를 미국이 알게 되면서 영국의 원자 폭탄 개발까지 지장을 받았었다.

‘처칠, 당신은 솔직히 나한테 감사해야만 할 겁니다. 내가 지금 미리 알려준 덕분에 소련은 원자 폭탄 개발이 늦어지고 당신들은 미국에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을 테니까요.’

1943년의 여름은 제2차 세계대전과 전후에 펼쳐질 큰 그림이 완성되는 시기였다.

먼저, 쑹메이링과 루스벨트의 회담으로 아시아 태평양의 전후 질서가 정해지고 8월에 진행되는 처칠과 루스벨트 그리고 캐나다 총리의 회담으로 원자 폭탄의 일본 투하가 결정된다.

그래서, 나와 김규식 선생은 다가올 8월에 있을 제1차 퀘벡회담 이전에 영국 정부를 반드시 설득해서 우리나라가 연합국이 될 수 있게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각하. 그리고, 이것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각하께 드리는 작은 선물입니다.”

“응? 이게 뭔가?”

나는 루스벨트 대통령 앞에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의 출항 일시와 항로가 적힌 메모를 놓았다.

“일본 해군 3함대의 기함으로 활동 중인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가 조만간 서로 임무 교대를 한다고 합니다.”

“일본 해군의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

나를 보면서 되묻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눈빛이 빛났다.

아마도 진주만 공습으로 바닷속으로 처박힌 미국 해군의 자존심이었던 전함들을 생각난 것처럼 보였다.

“예, 각하, 이것은 일본 해군의 자존심이라고 불리는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의 출항 시기와 항로입니다. 각하, 며칠 전에 죽은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관에 이어서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까지 침몰한다면 일본인들의 전쟁 수행 의지는 크게 꺾일 겁니다.”

“쩝, 그렇기는 하겠지만…. 태평양 함대에서 이 일을 할 만한 여력이 있을지 모르겠군.”

아깝기는 하지만 현재 태평양 함대에는 그럴만한 전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아는 루스벨트 대통령은 입맛만 다셨다.

“각하, 니미츠 제독의 태평양 함대가 여력이 없다면 대한민국 광복군에 맡겨 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광복군 항공대라면 충분히 두 전함을 수장시킬 수 있을 겁니다.”

내가 루스벨트 대통령을 자극하는 말을 하자 루스벨트는 입맛을 다시기만 하던 표정이 다시 변했다.

“광복군 항공대에게 일을 맡기라고? 아니야. 우리 미국의 자존심에 상처를 준 놈들을 그렇게 할 수는 없지.”

“각하, 그럼….”

“당연히, 태평양 함대에 야마토와 무사시의 처리를 맡겨야지.”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지면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판단력도 많이 흐려졌는지 내가 주는 자극에 바로 넘어오는 모습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이 완전히 독립할 때까지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살아 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그건 힘들겠지? 그렇다면 루스벨트 대통령이 살아있는 동안에 웬만한 일들을 정리해놔야겠구나.’

“각하, 그리고, 미군 청년들의 피 값보다는 중화민국을 지원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응? 그건 무슨 소린가?”

“제가 중화민국을 다녀오면서 느낀 사실을 각하께 말씀드리는 겁니다. 정부 기관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 각하께 보고를 했는지 모르지만 제 생각에는 모든 것을 떠나서 미국 청년들의 목숨보다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야 당연하지만…. 중화민국의 장제스 총통 쪽의 사람들이 너무 부패한 것 같아서 말이야…. 우리 정부에서 뭘 지원을 해도 아무런 효과가 없어.”

‘잠깐, 이건 뭔가 좀 이상한데. 루스벨트 대통령이 원래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으면서 쑹메이링과 회담을 하고 전후 아시아 태평양 질서를 정한 것인가?’

그건 아닐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뭔가 조금 이상했다.

이것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나중에 중화민국의 장제스를 기만했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중화민국을 이용할 생각이었다고 밖에는 볼 수 없었다.

‘아! 앵글로 색슨 동맹. 그럼 처음부터 중화민국 따위는 관심도 없었다는 건가? 적당히 이용할 생각이었다는 건데. 그럼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도 마찬가지라는 소린데…. 시발!’

이제는 미국 정부의 의견 따위는 필요 없었다.

남양군도에서 잡힌 조선인 포로들은 모두 광복군에 편입시키고 군인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우리 생각과는 전혀 동떨어진 전후처리가 이뤄질 것 같았다.

새로운 결심을 한 나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서 명령서 한 장을 받아서 바로 하와이 태평양함대 사령부로 날아갔다.

* * *

하와이 진주만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 사령부.

“어! 아버지.”

워싱턴에 있어야 할 내가 갑자기 나타나자 제이슨은 깜짝 놀란 모습이었다.

“제이슨, 그동안 잘 지냈니? 일단, 니미츠 제독에게 내가 왔다고 말을 하고 바로 하와이에 있는 광복군 지휘관들을 소집해 놓거라. 내가 니미츠 제독을 만나고 나면 바로 만날 수 있게 해놔라.”

“예? 갑자기…. 혹시, 무슨 일이 있나요?”

먼저 이야기를 끝내야 할 사람은 니미츠였다.

니미츠 제독과 이야기가 끝나고 난 다음에 내가 하와이에 온 이유를 제이슨과 광복군에 말해줄 수 있었다.

“아니, 나중에 너도 알게 될 것이다. 먼저, 니미츠 제독부터 만나자.”

“예, 아버지.”

“그럼, 내가 니미츠 제독을 만나는 동안 내가 부탁한 일을 빨리 좀 처리해주거라.”

“예? 아…. 예.”

제이슨은 니미츠 제독에게 내가 찾아왔다고 알리고는 하와이에 주둔 중인 광복군 장교들을 찾아다니면서 내가 만나자고 했다는 사실을 전했다.

“니미츠 제독님, 오랜만에 보는군요.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오! 조지 씨, 어서 오세요. 그런데, 갑자기 대통령의 명령서를 가지고 오다니 무슨 일입니까?”

“얼마 전에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암살과 함께 일본 해군과 일본 국민에게 충격을 주기 위한 작전입니다. 자, 이것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명령문입니다.”

최대한 기밀을 유지하기 위해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윌리엄 리히 합참의장과 어니스트 킹 해군 참모총장과만 상의하고 나서 니미츠 제독에게 전할 명령서를 바로 써줬다.

“이번에 상대할 놈들은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입니까?”

“예, 남양군도와 트럭 섬에 침투해 있는 광복군 정보대 요원들이 어렵게 알아낸 정보입니다.”

“야마토는 트럭 섬에 대한 잠수함 공격과 공습이 많아지니까 도망치는 것 같고 무사시는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유해를 싣고 도쿄로 돌아갈 예정이라고요?”

“예, 야마토를 먼저 사냥하고 무사시를 사냥하는 순서로 가야 할 겁니다.”

니미츠 제독은 아무리 생각해봐도 둘을 동시에 처리하기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그렇게 되면 무사시 쪽에서 눈치를 채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항해 일자를 점검해서 둘을 동시에 잡을 시기를 찾으면 됩니다. 예를 들자면 야마토는 일본 본토에 근접했을 때 공격하고 무사시는 라바울에서 출발할 때 공격하면 둘을 한꺼번에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아! 만약 둘을 동시에 침몰시켜 버린다면 일본 국민들이 받을 충격이 더 크겠군요?”

“예, 맞습니다. 충격을 더 크게 받게 만들려고 그럽니다.”

이 작전이 성공한다면 야마모토 이소로쿠에게는 좀 가혹하지만, 그는 뼛가루조차도 남기지 못하고 세상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일본 해군이 일본 국민에게 사실을 제대로 전한다는 전제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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