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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호텔, 무사시 료칸 (2) (176/225)

야마토 호텔, 무사시 료칸 (2)

“조지 씨, 우리 중화민국은 지금 영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서 버마 북부 전선에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정예 병력을 투입한 상황이라는 걸 잘 알잖아요? 우리는 현재 여력이 없어요.”

“여사님, 그 버마 루트가 열리면 병력을 돌려서 중화민국의 남부지역을 완전히 회복하십시오. 그리고, 며칠 후 있을 백악관 회담은 크게 신경을 쓰지 마십시오. 어차피 전후 처리는 지금 결정하는 대로 그대로 이뤄지지도 않습니다.”

미국에서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얼마나 조약에 민감하고 약속에 철저한지를 잘 아는 쑹메이링은 협상에 크게 신경을 쓰지 말라는 내 말이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럼요? 이번에 협상한 내용을 나중에 다시 변경할 수 있다는 말이에요?”

“예, 지금이야 서로 급한 상황이니까 뭐든 다해줄 것처럼 굴겠지만 전쟁이 끝날 때쯤에는 서로 간의 이익 계산이 달라질 겁니다. 그러니까 대충 큰 줄기만 정하고 자잘한 내용을 가지고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조지 씨, 우리는 미국 정부의 지원이 없으면 버티기 힘들어요. 솔직히, 조지 씨의 말처럼 중화민국의 남부지역을 회복하고 싶어도 미국의 지원이 없다면 불가능해요.”

“바로 그 사실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요구하십시오. 우리는 일본 본토에 상륙하기 위해서라도 중화민국의 남부지역을 완벽하게 회복하고 싶다. 그러니까 미국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입니다.”

“음…. 그렇게 설득하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예, 당연한 것 아닙니까? 미국으로서는 앞으로 중화민국군이 일본 본토에 상륙해서 한 손을 거들어 주겠다는데 싫다고 할까요?”

“음, 알았어요. 그 문제는 일단 장제스 총통과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군요.”

“장제스 총통과 잘 상의해서 내가 말한 것을 루스벨트 대통령 앞에서 요청하면 분명히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리고, 만약, 중화민국이 일본으로 상륙 병력을 보낼 루트를 확보하게 되면 중국 공산당에게 일본에 보낼 병력을 내놓으라고 하십시오. 그러면 장제스 총통의 고민이 한 번에 해결될 겁니다.”

쑹메이링은 내가 마지막에 보탠 말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중국 공산당한테 일본에 상륙할 병력을 내놓으라고 하라고요?”

“예, 현재 일본과의 전쟁 때문에 중국 공산당과 휴전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중국 공산당에게 일본과의 전쟁에 참여하라고 하면, 중국 공산당은 명분 때문에 절대로 거절을 못 할 겁니다.”

이 떡밥을 장제스가 쑹메이링을 통해서 듣게 된다면 절대로 포기하지 못할 것이다.

일본 본토에 중국군을 상륙시킨다면 연합국에는 멋지게 생색을 낼 수 있고, 정적인 공산당의 병력을 확실하게 줄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아! 정말로 중화민국의 남부를 확실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겠군요?”

“늦어도 내년 초까지는 중화민국의 남부를 확실하게 회복해야 할 이유가 생겼죠? 그러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면 잘 이야기해 보십시오.”

“예, 정말로 그래야겠네요.”

쑹메이링은 어떤 선택이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에 나을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구사항이 생각이 났는지 그에 대해서 다시 물었다.

“그런데, 만약 미국 정부가 조선 반도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원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처리하겠다고 하면 어떡할까요?”

“원론적인 주장이더라도 대한민국의 완전한 독립을 말해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알겠어요. 그럼 루스벨트 대통령과 회담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원하는 대로 그대로 말할게요.”

“예, 쑹메이링 여사님, 감사합니다.”

쑹메이링은 아직은 장제스가 감추고 있는 진정한 속셈을 알지 못하는 건지 진심으로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걱정해주는 눈치였다.

하지만, 쑹메이링도 장제스의 코치를 받게 되면서 대한민국을 미, 영, 중 연합국 삼 개국이 관리하는 방향으로 합의를 할 것이다.

그래서, 나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누구도 믿지 않고 우리 스스로 독립할 방법을 찾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회는 의외의 다른 곳에서 나타났다.

“사장님, 광복군 정보대 도쿄 지부에서 지급으로 올라온 정보입니다.”

“도쿄 지부? 아니, 도쿄 지부는 노출되지 않게 조심하라니까…. 도대체 어떤 정보길래 그래?”

“직접 확인하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

내 일을 돕고 있는 드미트리는 내 주변을 지키면서 내가 관리하기 힘든 광복군의 정보 계통을 대신 관리하고 있었다.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죽은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 혹시 그 정보를 보내겠다고 신분이 노출될 위험까지 무릅쓴 건가?”

“그 정보는 아니었습니다. 직접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봉창이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를 보낼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였습니다.”

“그래?”

“예.”

드미트리가 전해준 정보는 이봉창이 사이판에서 도쿄를 거쳐서 다시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해서 보낸 정보였다.

“이건…. 와! 이 미친 새끼들! 이 새끼들이 이젠 점점 미쳐가는구나.”

이봉창이 어렵게 어렵게 보낸 정보에는 일본군에 강제로 징용을 당해서 남양군도 곳곳에서 일본군을 대신해서 진지 공사와 비행장 공사에 투입된 조선인 노무자들을 공사가 끝나는 대로 모두 죽이기로 했다는 정보였다.

전쟁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일본군이 계속해서 패배하고 점점 궁지에 몰리기 시작하자 일본군은 상상 밖의 일들을 저질러 대고 있었다.

‘이대로 가만히 두면 조선인 노무자 수만 명이 모두 학살을 당할 것 같은데…. 시발! 내가 이번에 길버트와 마셜 제도 수복에 조선인 노무자들을 동원한 것이 실수였을까?’

강제로 이국땅에 끌려와서 고생고생하는 조선 출신 노무자들을 이렇게 허망하게 죽게 만들 수는 없었다.

그렇지만, 조선인 노무자들을 구출해낼 마땅한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너무 화가 나서 읽다 말았던 긴급 전문의 가장 끝, 마지막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5월 15일부터 5월 18일 사이에 전함 야마토와 무사시, 도쿄로 출발.’

순간, 내 머릿속에 꽤 괜찮은 방법이 하나 떠올랐다.

‘아! 이때까지만 해도 야마토하고 무사시가 연합함대의 기함으로 트럭 제도에 있었었지. 그런데, 이게 진짜 내 생각대로 가능할까? 만약, 내 생각대로만 된다면 전쟁은 진짜 끝을 향해 가겠는데….’

“드미트리! 지금 바로 김규식 선생을 모셔와라. 빨리”

“예, 사장님.”

김규식을 집으로 데려오라고 드미트리에게 주문하고 나는 바로 전화기를 들었다.

“이봐! 친구. 헤이우드, 잘 지냈나?”

“오! 조지, 어쩐 일이냐? 너 얼마 전에 중국에 갔다면서?”

“응, 일이 좀 있어서 중국에 다녀왔어. 아! 참, 혹시 루스벨트 대통령과 시간 약속을 좀 잡아 줄 수 있어?”

“대통령을 만나게 해달라고?”

“응, 일본 국민의 전쟁 의지를 꺾어버릴 만한 방법을 찾았어.”

“오! 그래? 그럼, 내가 어떡하든지 시간을 만들어 볼게. 내일 연락해 보고 너한테 연락을 줄게. 그래도 되지?”

“오케이, 고맙다.”

이틀이 지난 늦은 밤, 백악관 2층 대통령 집무실.

건강 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너무 무리해서 그런지 건강에 큰 이상이 생긴 듯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

“대통령 각하, 얼굴이 안 좋아 보이는데 건강에 신경을 좀 쓰셔야 할 것 같습니다.”

“헤이우드, 조지, 어서 와. 내 얼굴이 그렇게 안 좋아 보이나?”

“예, 제가 중화민국을 다니러 가기 전에 만났을 때보다 더 안 좋아 보입니다.”

“걱정해줘서 고맙군. 그런데 말이야 오늘 밤 이렇게 자네들을 만나는 것처럼 일이 워낙 많아서 말이야….”

루스벨트 대통령은 너희들처럼 만나달라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 건강을 챙길 시간이 없다고 웃으면서 돌려 깠다.

“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시면 이렇게 대통령 각하를 괴롭힌 이유를 아시게 될 겁니다.”

“그래, 알았으니까 어서 이야기들을 해보라고.”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필리핀 바탄반도에서 항복한 미군 포로들의 포로수용소 생활 사진과 남양군도 곳곳에 흩어져서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 조선인 노무자들의 사진을 보여줬다.

“이건 뭔가?”

“프랭키! 일본군은 악마예요. 사진에 나온 그대로 우리 미군 포로와 조선인 노동자들을 학대하고 있는 사진들이에요.”

루스벨트 대통령과의 만남을 주선해 달라고 하면서 헤이우드 브룬은 내가 대통령을 만나야 할 이유를 듣게 됐고 일본군에 시달리는 미군 포로들의 처참한 사진에 분노에 분노를 거듭했다.

“JAP 들은 룰을 지킬 생각이 없는 종자들인 것 같아요. 전쟁을 시작할 때도 비겁한 짓을 하더니 이제는 포로를 상대로도 그런 짓을 하고 있어요. 프랭키! 불쌍한 미군 병사들을 어떡하든지 빨리 구출해주세요.”

미국의 일반 시민들의 공통된 인식은 일본군은 비겁하고 나쁜 놈들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그리고, 황인종 원숭이 주제에 감히 백인인 미국에 도전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많았다.

“음…. 나도 설마 이 정도까지인 줄은 몰랐군.”

“나도 알아요. 프랭키가 몰랐으니까 지금까지 가만히 있었겠죠. 하지만, 이제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 우리 불쌍한 미군 병사들을 어서 구해주세요.”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필리핀에서 활동 중인 미군 게릴라와 필리핀 게릴라가 한두 명이 아닌데, 바탄의 포로들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몰랐다고?

절대 아니다.

사실은 알면서도 국민에게 숨긴 것뿐이다.

아무리 루스벨트가 미국 대통령이라고 해도 지금 당장 필리핀에 잡혀있는 미군 포로들을 구출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에 대한 모든 정치적인 책임을 져야만 한다.

만약,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4선에 도전할 생각이라면 저 사진들은 절대 밖으로 유출되면 안 되는 정보였다.

“헤이우드, 이 사진을 보도할 생각인가?”

“아니요.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프랭키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보도할지도 몰라요.”

“음….”

“대통령 각하, 일본군과 일본인들에게 우리 미국이 당한 만큼은 갚아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현재 우리 미국은 그럴 형편이 못 되네.”

영국을 살리기 위해서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달려드는 영국의 수상 처칠 때문에 루스벨트 대통령도 유럽 전선에 전력을 투입하는 형편이라서 루스벨트의 마음을 어느 정도는 이해는 됐다.

하지만, 미군을 대신할 병력이 있다면 태평양 전선도 그만큼 빠르게 정리할 수가 있었다.

“대통령 각하, 만약 태평양 전선에서 미군을 대신해서 투입될 병력이 있다면 지원을 해주시겠습니까?”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어떡하든지 전쟁을 빨리 종결시키고 싶어 했다.

그래서, 소련의 스탈린은 믿을 수 없는 사람이라고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무시하고 유럽 전선을 빨리 정리하고 싶어서 소련에 많은 지원을 해줬다.

“우리 미군을 대신할 병력이 있다고? 어디에 그런 병력이 있다는 말인가? 혹시, 필리핀 포로수용소의 필리핀군들을 말하는 건가? 아니면, 장제스의 중화민국군을 말하는 건가?”

“그들은 아닙니다. 각하.”

“그럼, 대체 누굴 말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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