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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토 호텔, 무사시 료칸 (1) (175/225)

야마토 호텔, 무사시 료칸 (1)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과 참모장인 우카키 마토메가 탑승했던 육공기 2대가 모두 격추됐고, 밀림 속으로 떨어진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바다에 떨어진 참모장 우카키 마토메는 크게 다쳤지만, 목숨은 건졌다.

그리고,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공식적인 사망 소식은 연합함대 참모인 와타나베 대좌에 의해서 1943년 4월 21일 13시에 보고됐다.

“폐하! 죄송합니다.”

나가노 오사미 해군 군령부 총장은 히로히토 일왕에게 사죄부터 하고 나섰다.

“총장, 이게 대체 무슨 일이요?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이 사망했다고요?”

“예, 폐하, 죄송합니다.”

“아니, 이 어려운 시국에….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은 무엇 때문에 라바울을 가서…. 쯧쯧.”

“전선에서 고생하는 조종사들과 병사들을 다독이고 응원하려고 시찰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쯧쯧, 하필이면 운도 없이 거기서 미군 전투기들을 만났다니….”

히로히토 일왕은 야마모토 이소로쿠의 죽음이 상당히 많이 안타까웠는지 계속 혀를 찼다.

“그저 죄송하고 송구할 따름입니다. 폐하.”

“그럼, 총장은 다음 연합함대 사령장관으로 누굴 생각하고 있는 거요?”

“도쿄 진수부의 고가 미네이치 대장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고가 미네이치라면….”

히로히토 일왕이 고가 미네이치가 그리 미덥지 않다는 표정을 짓자 나가노 오사미 군령부 총장은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

“고가 미네이치 대장도 괜찮은 인재입니다. 폐하께서 걱정하실 만큼 허술한 사람은 아닙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겁니다. 그리고, 군령부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지원하겠습니다.”

“정말, 내가 믿어도 되겠소?”

“예, 폐하. 아무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흠…. 내가 요즘 꿈자리가 좀 사납소. 그러니까 제발 내가 걱정하는 일은 벌어지게 하지 마시오.”

“예, 폐하, 알겠습니다.”

히로히토 일왕의 가장 큰 걱정은 미국과의 전쟁에서 패배하는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는 군인들의 손에 죽지 않을까 하는 것이 히로히토 일왕의 가장 큰 고민이었다.

만약, 계속해서 해군의 힘이 약해진다면 육군이 그 사실을 알고 폭주할까 봐서 두려웠다.

요즘 돌아가는 것을 봤을 때, 믿었던 도조 히데키도 육군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히로히토 일왕은 해군의 비밀을 육군이 모르게 상당히 많이 감춰주고 있었다.

나가노 오사미 군령부 총장 역시 히로히토 일왕의 속마음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이 사망한 당일 벌어졌던 길버트 제도와 마셜 제도 전투 소식을 보고하지 않고 숨겼다.

“그럼, 우리 일본제국의 국민적인 영웅인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을 이대로 보낼 수는 없고 어떻게 장례를 치를 생각이요?”

“5월 27일 쓰시마 해전 승리 기념일을 넘기고 장례를 지낼 생각입니다.”

“그러면 너무 늦지 않겠소?”

“아닙니다. 최대한 국민들에게 충격이 덜 가는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고 장례를 치를 생각입니다.”

“알겠소. 그럼, 그렇게 합시다.”

“예, 폐하, 감사합니다.”

* * *

1943년 4월 22일 사이판.

이봉창은 오늘 아침에도 변함없이 가게 앞에서 비질하면서 가게 앞을 지나가는 일본 해군 장교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고 있었다.

“이야! 오늘도 날씨가 참 좋습니다. 자랑스러운 황군은 연전연승하고 있고 덕분에 나는 장사도 잘되고 있고 더 이상은 바랄 것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이봉창의 너스레에도 불구하고 출근하던 일본 해군 장교들은 얼굴이 굳은 체 누구 하나 농담을 받아주는 사람이 없었다.

‘이 새끼들, 혹시 무슨 일이 있나? 오늘 아침은 왜 이러지?’

이봉창이 일본 해군 장교들의 태도에 이상함을 느끼고 있을 때 이봉창의 궁금증을 풀어줄 장교가 등장했다.

“아이고, 사이토 소좌님, 안녕하십니까?”

“어, 그래.”

“오늘 아침에는 장교분들의 인상이 다들 안 좋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혹시, 사령부에서 군기 검열이나 장비 검열이라도 나옵니까?”

“그랬으면 진짜 좋겠다.”

“예? 그럼, 무슨 다른 안 좋은 일이라도….”

“방어시설 공사를 최대한 서둘러서 공사 기간을 반으로 단축하라는 명령이 내려와서 다들 짜증이 나서 그럴 거야.”

“아니, 황군이 연전연승하는 상황에서 그렇게 굳이 진지 공사를 서두를 필요가 있습니까?”

“기노시타! 뭐가 황군이 연전연승해? 요즘 들어서 우리가 맨날 깨지는 것을 정말 몰라서 그래?”

‘내가 알고 있다고 해도 어떻게 그렇게 말하냐? 만약, 내가 그런 말을 하고 다니면 너희가 나를 가만히 두겠냐?’

“에이, 사이토 소좌님, 저처럼 계집들이나 데리고 요정이나 하는 놈이 뭘 알겠습니까? 진짜 뭔 일이라도 생긴 겁니까?”

“기노시타, 내가 너하고 정이 많이 들어서 알려주는 거니까 잘들어라.”

“예, 사이토 소좌님.”

이봉창의 귓불을 붙잡아 당긴 사이토는 이봉창만 간신히 들을 수 있는 작은 목소리로 자신이 아는 정보를 알려줬다.

“지금 우리 황군이 미국 놈들한테 계속 밀리고 있다. 그러니까 너도 빨리 짐을 싸서 본토로 돌아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기서 계속 살다가는 언제 죽을지 모른다.”

“예? 진짭니까?”

사이토 소좌는 화들짝 놀라는 표정을 짓는 이봉창을 보면서 다시 귓불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혹시라도 조센징들하고 거래한 것이 있으면 빨리 외상값을 받아서 본토로 돌아가라. 조만간 조센징들도 모두 정리할 것 같다. 괜히 늑장 부리다가 손해 보지 말고. 내 말 알겠나?”

“아니, 소좌님 그건 또 무슨 소립니까? 조만간 조센징들을 정리한다고요?”

“그래, 그러니까 외상값 수금해서 얼른 여기를 떠나라. 나도 뒤로 힘 좀 써서 본토로 돌아갈 생각이니까.”

이봉창에게 할 말을 다 한 사이토 소좌는 이봉창의 귓불을 놓고 거들먹거리는 걸음걸이로 부대 정문으로 향해서 걸어갔다.

‘뭔가 큰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설마, 일을 시키려고 강제로 끌고 온 조선인들을 모두 없애는 건가? 이거 아무래도 좀 더 정보를 수집해 봐야 할 것 같다.’

* * *

1943년 5월 3일 쑹메이링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부인인 엘리너 루스벨트의 초대로 백악관을 방문한다.

백악관의 초대를 받은 쑹메이링은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의 의견뿐만 아니라 동맹인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견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와 김규식을 만났다.

“내가 며칠 후에 백악관의 초대를 받아서 가야 하는데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견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초대했어요. 혹시라도 나한테 당부하고 싶은 말들이 있으면 해주시겠어요?”

쑹메이링과 장제스의 도움이 없더라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한 손보다는 두 손이 낫다고 생각한 김규식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가장 원하는 것을 말했다.

“쑹메이링 여사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원하는 것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완전한 조선의 독립입니다.”

이미, 장제스와 전보를 주고받으면서 중화민국의 요구사항을 미리 생각해 뒀던 쑹메이링으로서는 조금 어려운 이야기였다.

중화민국이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당당하게 승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다른 연합국들의 많은 지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 미국과 영국은 앵글로 색슨족의 단합을 외치고 다니면서 중화민국을 홀대하고 있었다.

중화민국은 다른 연합국들의 더 많은 지원을 받을 수만 있다면 최후에는 조선이나 일본을 다른 연합국들이 어떻게 나눠 가져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흠…. 오해하지는 말고 내 말을 들어주세요. 만약, 그것이 쉽지 않다면 어떡할까요?”

“우리 임시정부는 그것 말고는 원하는 것이 없는데 어떡합니까? 그리고, 중화민국 정부는 우리 임시정부를 지원하기로 약속하셨지 않습니까?”

“국제 외교라는 것이 중화민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간의 합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잘 아시지 않습니까?”

장제스의 중화민국은 연합국 세력에서 소외가 된 체 일본군을 붙잡아 두는 몸빵 역할만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소련으로부터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이런 대우는 중화민국이 자초한 면도 컸다.

“쑹메이링 여사. 내가 미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같이 타고 오면서 해 드렸던 이야기를 잊지 마십시오. 국가도 사람도 모두 자기가 행동한 만큼 대우를 받습니다.”

“조지 씨의 말은 우리 중화민국은 일본과의 전쟁에서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소린가요?”

“그 말이 아닙니다. 단어 하나하나 말 하나하나가 엄청나게 중요한 시간이라는 소립니다. 너무 중화민국 정부 입장만 생각하지 말고 그렇다고 미국과 영국에 너무 굽히지도 말라는 뜻으로 해드리는 말입니다.”

“그래서 뭘 어떻게 하라는 소린가요?”

장제스의 지시를 받은 쑹메이링은 루스벨트 대통령과의 백악관 회담에서 전후 아시아의 질서를 어떻게 재편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상세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두 사람은 전후에 다롄과 뤼순, 타이완을 중국과 미국의 해군 군사기지로 만들어서 공동으로 사용하고 나중에 중국 측에서 반환받을 준비가 되면 미국은 세 곳에서 철수하기로 했다.

그리고, 한반도는 중·미·소 3개국의 공동 관리하에 두기로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일본이 점령한 태평양의 섬들은 연합국이 공동 관리하기로 잠정 합의했다.

하지만, 전후 세 가지 합의 내용 중에 이뤄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이유가 뭘까?

그건 미국이 봤을 때 중화민국이 태평양 전쟁에서 한 것이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상대에게 뭘 요구하기 전에 상대에게 그런 요구를 할 정도의 모습을 보여줘야 합니다. 장제스 총통과 어떻게 이야기를 하고 백악관 회담에 임하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저라면 최소한 중화민국 남부지역 항구라도 모두 되찾고 나서 다른 연합국들과 회담을 하는 것이 나아 보입니다.”

“조지 씨 말은 우리 중화민국 남부지역의 항구를 모두 되찾고 협상을 하라는 말인가요?”

“예, 중화민국 북부를 지금 당장 되찾기는 힘들겠지만 남부는 전력을 기울이면 가능하지 않습니까? 최대한 미국의 지원을 끌어내서 남부라도 다시 찾고 항구를 여십시오. 그리고, 언제든지 일본에 상륙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십시오.”

“왜 그래야 하죠?”

“중화민국군이 일본에 실제로 상륙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으면 미국과 영국은 중화민국을 전후에 따돌릴 겁니다. 그래서, 지금 하는 합의는 아무런 효력이 없다는 말입니다.”

내가 이렇게 쑹메이링에게 조언하는 것은 지난 십여 년 동안 계속해서 고민해왔던 중국 문제에 대한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이미, 나와 장제스의 가혹한 토벌로 중국 공산당이 재기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상태였다.

만약, 전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양대 진영의 냉전이 펼쳐진다면 그때는 튼튼하게 버티고 있는 중화민국과 우리나라가 최전선이 된다.

일본은 최전선이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럼, 전후에 일본을 복구하기 위해 지원될 자원이 중화민국과 우리나라에 몰리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신장지역의 동투르키스탄과 티베트는 현재처럼 독립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베트남도 공산화가 되지 않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미국에 중화민국이 미국을 도와서 일본 본토에 상륙할 수 있다는 힘을 보여줘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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