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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은 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2) (174/225)

공격은 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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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3년 4월 18일 일요일 17시 08분, 일본 도쿄 카스미가세키 거리의 한 귀퉁이에 있는 일본 해군 도쿄 통신대에 동남 방면함대 사령장관 쿠사카 진이치 중장 명의의 전문이 한 통 접수됐다.

“반장님! 반장님!”

사카모토 반장은 급한 목소리로 자신을 찾는 목소리에 나른한 오후의 졸음에서 깨어났다.

“왜? 무슨 일인데 그렇게 큰 소리로 부르고 그래?”

“반장님, 이것을 좀 보십시오.”

“아니, 무슨 전문인데 그렇게 호들갑이냐고?”

통신병이 건네준 전문의 내용을 확인한 사카모토 반장은 나른한 일요일 오후 반장인 자신을 깨운 이유를 바로 알 수 있었다.

“쓰시, 이 전문 내용이 확실하냐?”

“예, 확실합니다. 제가 세 번이나 확인을 한 겁니다.”

“칙쑈! 쓰시, 이 전문 내용은 누구한테도 절대로 말하면 안 된다. 알았나?”

“예, 반장님. 그런데 전문 내용이 진짜 사실일까요?”

“너 같으면 이런 긴급 전문을 장난이나 실수로 보낼 수 있겠냐? 입 닥치고 조용히 아무것도 모른 척하고 있어라. 나는 얼른 보고하고 오겠다.”

“예, 반장님.”

일요일 오후 7시가 넘어가는 시각, 해군 군령부 건물로 시마다 시게타로 해군 대신, 사와모토 요리오 부대신, 오카 타카츠미 군무 국장, 나카자와 타스쿠 인사국장. 그리고 군령부 총장인 나가노 오사미 대장과 차장인 이토 세이치 중장 등 해군과 해군 군령부의 주요 인사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야마모토 연합함대 사령장관의 실종이라니요?”

시마다 해군 대신의 말에 아무도 대답이 없는데 나가노 군령부 총장이 불길한 말을 내뱉었다.

“실종이 아니라 아무래도 죽은 것 같습니다. 야마모토 사령장관이 탑승한 육공기가 미군의 공격을 받았고, 공격을 받은 이후로 12시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다는 소리는 뭔가 큰 문제가 생겼다는 소립니다.”

시마다 해군 대신의 말을 나가노 군령부 총장은 실종이 아니라 사망한 것 같다고 수정을 했다.

“나가노 총장, 너무 단정하는 것 아니오?”

“남방 전선을 책임진 연합함대 사령장관이 무슨 일이 생기지 않고서야 어떻게 12시간이 넘어가도록 연락이 되지 않겠습니까? 좋은 쪽보다는 나쁜 쪽으로 생각하고 대비를 해야만 할 것 같습니다.”

“흠….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되는데.”

“일단은 안 좋은 쪽으로 생각하고 대책을 세우자는 소립니다. 나라고 해서 야마모토 사령장관이 죽기를 바라겠습니까?”

“알겠소. 그럼, 일단은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고 대책을 세워봅시다.”

“혹시, 우리 해군의 암호를 미군이 해독한 것은 아닐까요? 어떻게 딱 맞춰서 그 장소에 미군기들이 도착합니까?”

“그럴 수는 없을 겁니다. 해군 암호는 이번 달 초에 전체가 변경됐습니다.”

“이번 달 초면…. 그런데, 정말로 암호 노출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까?”

“예, 대신님, 우리 해군의 암호 체계는 암호 책을 가지고 있어도 해독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체계입니다. 그런데, 그런 암호 체계를 미국이 감청해서 이렇게 빨리 해독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두 명의 국장이 암호 노출 문제를 제기했지만, 그 문제가 지금 당장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이 없으면 그렇지 않아도 치열한 전선과 연합함대는 누가 통제합니까?”

“그것도 문제지만 천황 폐하께는 뭐라고 보고를 해야 할지 걱정이오.”

“이거 아무래도 해군의 큰 별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이제 우리 일본 해군은 육군의 뒤만 쳐다보게 생겼습니다.”

“허…. 참…. 그러게, 말이에요.”

“먼저, 암호 노출 문제를 확인하고, 빨리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의 신변을 확인하라고 전문을 보내고 다음 대책을 의논해 봅시다.”

“어떻게 말입니까?”

“동남 방면함대나 연합함대에 거짓 정보를 흘려 보라고 해서 미군이 반응하는지 확인하고 야마모토 사령장관이 사고를 당한 지점에 미군이 항상 출현하는지도 확인하라고 해요.”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전문을 보내겠습니다.”

“아! 그리고,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의 사고는 절대로 비밀이 지켜져야 하니까 입단속들을 좀 하고요.”

“예, 대신님.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수색해서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의 신변을 확인하라고 하시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천황 폐하께 보고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보고도 보고지만 연합함대의 사령장관을 누구한테 맡겨야 할지를 먼저 의논해 봅시다. 그동안 수색 결과가 나오면 내가 그때 같이 보고를 하겠습니다.”

“해군 내의 다음 서열이 누구지요?”

“도요타 소예무 대장입니다.”

“도요타 대장이라면…. 도조 히데키 총리가 엄청나게 싫어하겠군요.”

“아마 그럴 겁니다. 도조 히데키 총리대신은 분명히 임명을 거절할 겁니다.”

“그럼, 그다음 서열은 누구지?”

“고가 미네이치 대장이 있습니다.”

“고가 미네이치 대장은 현장 전투 경험이 없지 않나요?”

“하지만, 서열상으로는 고가 미네이치 대장이 다음 순서입니다.”

그때부터 함께 의논하던 사람들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치열한 남방 전선을 통제하고 일본 해군의 전부라고 말할 수 있는 연합함대를 과연 고가 미네이치 대장이 책임지고 지휘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서열상 그렇다면 그렇게 해야겠지.”

“그럼,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의 신변이 확인된 다음에 연합함대는 고가 미네이치 대장에게 맡긴다고 하더라도 지금 당장의 지휘 공백은 누구에게 맡깁니까?”

“연합함대에서 다음 서열은 누구야?”

“곤도 노부타케 중장입니다.”

“그럼 곤도 노부타케 중장에게 연합함대 사령장관 대리 임무를 맡기고 야마모토 이소로쿠 대장의 신변을 최대한 빨리 확인하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일본 해군의 주요 인사들이 일요일 저녁에 모여서 길고 긴 회의가 끝난 시간은 다음날 새벽 두 시가 넘어서였다.

그리고, 그다음 날에도 일본 해군에게는 스펙타클한 소식들이 계속 전해졌다.

* * *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의 마지막 작전인 ‘이’호 작전과 남서 태평양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커트 휠’ 작전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일본군과 미군은 극심한 소모전을 전개했다.

그리고, 양쪽의 희비를 가르는 결정적인 소식이 일본 해군 군령부에 전해졌다.

“꽝!”

해군 군령부 총장실의 문을 힘차게 걷어차면서 나가노 오사미 총장이 소리를 지르면서 밖으로 나왔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야? 어젯밤에 타라와와 콰절린이 미군의 손에 넘어갔다니?”

“총장님, 보고 전문 그대로입니다.”

“그럼, 이게 모두 사실이라는 소리야?”

“예, 어젯밤 두 곳의 방어시설을 건설하던 조센징 노무자들의 반란과 함께 미군이 들이닥쳤다고 합니다.”

“조센징 노무자의 반란에 미군의 공격이 있었다고?”

“예, 총장님.”

“지금 당장 군령부 참모들을 소집해라.”

“예, 총장님.”

화가 나서 시뻘겋게 변한 얼굴로 자리에 앉아 있는 나가노 오사미 군령부 총장을 보면서 군령부 참모 중 그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어젯밤에 벌어진 일은 보면 혹시 야마모토 이소로쿠 사령장관도 미군이 암살한 것 아닐까?”

“정황상 워낙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현재는 그런 증거는 없습니다. 우리 해군의 암호는 절대로 노출되지 않았을 겁니다.”

군령부 차장인 이토 세이치 중장의 대답을 들으면서 나가노 총장은 그래도 의심을 거두지 않는 표정이었다.

“아니야. 이렇게 한꺼번에 일이 생겼다는 것이 아무래도 의심스러워. 그러니까 반드시 암호 문제는 이토 차장이 책임지고 확인을 해봐.”

“예, 총장님, 알겠습니다.”

“그래, 그것은 그것이고, 어젯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어떻게 두 곳이나 한꺼번에 미군들의 손에 떨어지나?”

“섬의 방비를 튼튼하게 하려고 방어 공사에 투입했던 조센징들이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섬들을 빼앗겼습니다.”

“타라와와 콰절린을 다시 찾을 수는 있고?”

“죄송하지만 총장님 지금 당장은 힘듭니다. 어젯밤에 미군 잠수함들이 연합함대의 거점 항구와 기지를 공격해서 수송선과 보급선 그리고 유조선만 집중적으로 공격했습니다.”

“칙쑈! 이 빠가 같은 놈들!”

“죄송합니다.”

나가노 오사미 군령부 총장은 욕을 하고 잠시 혼자서 화를 삭이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폐하께 뭐라고 보고를 해야 하나? 지금 미드웨이에서 벌어진 일들도 숨기느라 정신이 없는데 이것도 숨겨야 하나?”

“......”

“왜 대답들이 없나? 어젯밤 일을 폐하께 뭐라고 보고를 해야 하냐고 묻잖아?”

“다시 수복하겠습니다.”

“어떻게?”

“.....”

나가노 오사미 군령부 총장의 다그침에 군령부 참모들은 아무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일단, 조센징들을 후방으로 돌린다. 그 개놈의 자식들이 반란을 일으켰다면서 그러니까 모두 조사를 해서 미군이 침투시킨 간첩부터 찾아내라.”

“저…. 총장님, 남양군도에 있는 조센징들을 모두 빼내면 기지 건설 공사가 마비됩니다.”

“그럼 어쩌자는 건가? 그렇게 기지를 건설하면 뭐 하나? 언제 조센징들이 내부에서 반란을 일으킬지 모르는데 그대로 두자는 말인가? ”

“.......”

대답이 없는 참모들을 보면서 나가노 오사미는 하나의 결심을 했다.

“좋다. 그럼, 최대한 공사들을 서둘러 완공하고 조센징들을 모두 죽여라.”

“예?”

“다들 내 말을 못 알아듣는 건가? 기지 방어시설 건설에 조센징들이 필요하다면서? 그러니까 공사를 서둘러 완공하고 시설의 건설이 끝나면 굳이 간첩을 찾을 필요 없이 모두 죽이라는 말이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수만 명의 조선인을 학살하라고 명령하는 나가노 오사미 군령부 총장이었다.

“남양군도에 흩어져서 일하는 조센징들이 수만 명이 넘는데 정말 모두 죽입니까?”

“그럼, 다른 방법이 있나? 언제 어느 세월에 미군이 침투시킨 간첩을 찾을 건가? 그럴 바에는 차라리 깨끗이 죽이는 것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총장님, 남양군도 이외에도 공사를 해야 할 곳이 넘쳐납니다.”

“그럼, 그때는 조선에서 더 끌고 와서 건설하면 되지 않나?”

“알겠습니다.”

“이토 차장, 어제 일은 어떻게 됐나?”

“어떤 일 말씀이십니까?”

“나하고 오늘 새벽까지 의논한 일 말이야?”

“아! 그 일 말입니까?”

“그래. 다른 소식은 없었나?”

“예,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 * *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이 탑승한 육공기의 추락 소식을 전달받은 일본 해군 연합함대는 패닉에 빠졌다.

그리고, 추락 다음 날 연합함대 참모인 와타나베 대좌가 비행정에 탑승해서 추락 현장을 확인하고 수색대를 파견했지만, 수색대는 아직은 추락 현장에 도착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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