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은 적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1)
어느새 베티오섬 해변을 장악한 대한민국 광복군 해병대는 베티오섬 2Km 밖에서 상륙 준비를 하고 이제나저제나 신호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미국 해군 상륙 함대에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펑!”
“퍼 어엉!”
“좋았어! 광복군 해병대가 드디어 해변을 확보한 모양입니다.”
광복군이 쏘아 올린 신호탄을 확인하자마자 스미스 사단장은 상륙을 준비하고 있는 자신의 부대를 서둘러 해변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서둘러서 레드 비치 1, 2, 3을 빠르게 확보해라! 그리고, 선두에는 M4 셔먼 전차를 앞세우고 상륙작전을 진행하는 것을 잊지 말고! 다들 이해했지? 빨리! 빨리! 서둘러라!”
“예, 사단장님.”
스미스 사단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력을 가득 실은 상륙 주정들이 베티오섬 해변을 향해서 줄지어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상륙 주정에 실려있던 M4 셔먼 전차는 해변에 상륙하자마자 강력한 엔진음을 내면서 앞장서서 해변 안쪽으로 사라졌다.
“꽝!”
어디선가 날아온 일본군 대전차포에 불의의 한 방을 얻어맞은 M4 셔먼 전차는 잠시 멈추어 섰다.
그러나, 그 정도 반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대전차 포탄이 날아왔던 곳으로 포탑을 돌리고는 바로 반격했다.
“꽝!”
“어디서 X만 한 새끼들이 뒈질려고…. JAP들아 딱 기다려라. 오늘 밤, 너희는 다 끝났다.”
“저…. 전차장님, 혹시라도 몸에 태극기를 두른 병력은 공격하시면 안 됩니다. 아군입니다.”
“알아. 인마. 내가 아군하고 적군도 구분 못 하는 줄 아냐?”
“그래도 조심하십시오. 밤이라 워낙 어두워서….”
“알았다니까. 혹시 모르니까 너도 잘 살펴봐.”
“예.”
일본군 대전차포 진지를 그대로 날려버린 M4 셔먼 전차는 총알도 아깝다는 듯이 일본군 방어 진지를 거대하고 육중한 몸체로 밀어버리고 지나갔다.
“악! 살려줘”
“비켜! 비켜! 으악! 사람 살려!”
강철로 만들어진 괴물은 일본군 병사들을 사람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듯 육중한 몸으로 그대로 깔아 뭉개버리고 지나가 버렸다.
타라와 환초의 남서쪽 끝인 베티오섬을 장악한 대한민국 해병대와 미군 상륙 부대는 서로 임무 교대를 하고 미군 상륙 부대가 M4 셔먼 전차를 앞세우고 타라와 환초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빙 돌면서 일본군 진지와 토치카를 차례차례 부수면서 점령해 나갔다.
“꽝!”
“꽈 광!”
“어떡하든지 양키놈들을 막아라! 죽어라! 개새끼들아! 모두 돌격!”
“덴노 헤이카 반자이! 덴노 헤이카 반자이!”
힘의 역부족을 느끼면서 M4 셔먼 미군 전차를 향해서 총검 돌격을 시작하는 일본군 병사들을 보면서 광복군 해병대장 김원봉 중령은 담배를 한 개비 꺼내 물고 불을 붙였다.
“후욱…. 인간이 인간으로 대접받지 못하는 전쟁터란 것이 참 씁쓸하구먼. 하지만, 너희 일본 놈들은 원래부터 인간이 아닌 놈들이었으니까 이렇게 죽어도 상관은 없겠지.”
“탕!”
“탕!”
마치 지옥을 뚫고 나온 저승사자와 같은 M4 셔먼 전차를 향해서 총검 돌격을 시작했던 일본군 병사들은 전차 뒤를 따르면서 일본군 병사들의 화염병 공격과 육탄 돌격을 저지하는 미군 병력이 쏜 총에 맞고 전차 근처까지 접근해보지도 못하고 하나둘 쓰러졌다.
* * *
체스터 니미츠 제독과 어니스트 킹 제독이 루스벨트 대통령 앞에서 자신 있게 1년 안에 오키나와까지 점령할 수 있다고 큰소리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광복군 정보대가 넘겨준 정보 덕분이었다.
이봉창을 필두로 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 정보대는 중부 태평양 곳곳의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의 해군 기지들에 대한 정보를 모두 수집해서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부에 보고했다.
섬을 점령한 일본군 주둔 병력 숫자, 일본군의 화력, 일본군 진지와 토치카의 위치 그리고 진지와 토치카의 수준 등등 실제 전투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넘겨줬다.
광복군 정보대가 넘겨준 정보에 맞춰서 태평양 함대 사령부는 일본군이 점령한 섬을 공략하기 위한 최선의 공격 방법을 찾아냈고 그에 맞춰서 훈련한 미군 병력은 일본군이 전혀 생각지도 못한 내부 혼란 상황 속에서 상륙작전을 진행한 것이었다.
“레이튼 대령! 지금까지 작전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지?”
길버트 제도와 마셜 제도에서 진행 중인 상륙작전이 걱정되는지 계속해서 담배를 피워대던 니미츠 제독은 통신 장교와 정보 참모에게 상황을 물었다.
“아직 별다른 상황 보고가 없습니다.”
“하…! 미치겠군, 잘 돼야 할 텐데.”
광복군이 전해 준 정보를 바탕으로 상륙 장갑차도 만들었고 상륙 주정에 기관총도 설치해서 상륙을 지원했고 하다못해 일본군이 구축한 진지와 토치카의 강도를 알아보기 위해서 직접 대포를 쏴서 실험까지 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현재 태평양 함대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준비했다.
만약, 이 상륙작전이 실패한다면 루스벨트 대통령 앞에서 자신 있게 내뱉었던 말은 처음부터 꼬일 수밖에 없었다.
“제독님! 제독님! 타라와를 점령했습니다.”
“길버트 제도를 점령했다고? 그럼, 마셜 제도는?”
“마셜 제도는 아직까지는 별다른 보고가 없습니다.”
“그래? 마셜 제도까지만 점령할 수 있다면 이 작전은 거의 다 끝이 나는데….”
“제독님, 너무 그렇게 걱정하지 마십시오. 모두 다 잘 될 겁니다.”
“그래, 제발 그래야 할 텐데….”
1943년 4월 18일 깊은 밤, 일본 해군 연합함대의 주요 거점인 트럭 제도의 일본 해군 기지마다 태평양 함대 잠수함 사령부와 광복군 해군 잠수함 전단 소속의 잠수함들이 일본 해군의 눈을 피해서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었다.
“함장님, 오늘 작전이 끝나면 좀 쉴 수 있을까요?”
니미츠 제독으로부터 오늘 하루 동안 진행될 작전에 관해서 설명을 들었던 손원일 함장은 자신이 탑승한 잠수함의 작전보다는 인명 피해가 크게 발생할 길버트 제도와 마셜 제도에서 상륙작전을 진행할 광복군 해병대를 걱정하고 있었다.
“어…? 뭐라고?”
손원일 함장의 표정을 살핀 부장은 질문을 바꿨다.
“함장님, 혹시 다른 걱정거리라도 있으십니까?”
“아! 부장, 미안해. 내가 다른 생각을 좀 하고 있었어. 아무래도 길버트 제도하고 마셜 제도에서 상륙작전을 진행 중인 우리 해병대 병력의 희생이 좀 걱정돼서 말이야.”
“함장님, 니미츠 제독은 상륙작전에 투입되는 병력들의 희생이 눈에 뻔하게 보이는데 왜 이렇게 무리한 작전을 진행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이 제거됐다는 것을 모르는 다른 사람의 눈에는 오늘 밤에 전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작전이 쉽게 이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부장에게 자세한 설명을 해줄 수는 없지만, 오늘 밤을 기점으로 일본 해군이 한동안은 정신을 차리기 힘든 일이 생겼어. 그래서, 니미츠 제독은 일본 해군이 더 정신 차리지 못하게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진행하는 거야.”
“아! 그렇습니까? 함장님, 저는 오늘 밤에 진행되는 작전이 성공해서 좀 쉬었으면 좋겠습니다.”
“많이 힘든가?”
“예, 이렇게 바닷속을 헤매고 다닌 지 벌써 몇 년짼지 기억도 가물거릴 정도입니다.”
광복군 해군 잠수함 전단의 대원들은 1937년부터 시작된 잠수함 생활이 벌써 6년이 넘게 이어지는 상황이었다.
“다들 많이 힘들지?”
“예, 솔직히 힘듭니다.”
“알았다. 내가 어떡하든지 이번 작전이 끝나면 좀 쉴 수가 있게 건의를 해보겠다.”
“감사합니다. 함장님.”
1942년 중반이 지나면서 일본 제국은 인도양에서부터 중부 태평양까지를 아우르는 넓은 지역을 차지했다.
하지만,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이 태평양 전쟁 초반부터 경고했던 대로 일본 해군은 이 넓은 지역을 방어할 물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서 둘리틀의 도쿄 공습에 당황한 일본 내각과 일본군 수뇌부는 미드웨이 해전으로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의 남은 전력을 제압하려고 했지만, 지금은 반대가 돼버린 상황이었다.
“오늘 밤 진행될 반격 작전만 성공한다면 일본 해군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는 것이 맞을 거야. 그럼, 우리도 당분간은 편하게 쉴 수 있을 거야.”
“오늘 작전을 반드시 성공시켜야겠군요.”
“그래. 오늘 작전은 진짜로 성공해야 한다.”
니미츠 제독이 기획한 반격 작전은 일본 해군의 물자 보급망을 괴멸시키는 것이었다.
일본 해군은 넓은 방어지역을 커버할만한 보급망이 없었고 진즉부터 물자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서, 태평양 함대와 광복군 잠수 전단의 모든 잠수함을 동원해서 라바울 지역의 주요 일본군 전진 기지를 고립시키고 보급선과 통신선 차단을 시도하는 작전을 전개한 것이다.
부장과 다른 잠수함 승조원들을 위로한 손원일 함장은 잠수함이 어느새 작전 지역에 도달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작전 지역에 도착한 것 같은데 아닌가?”
“아닙니다. 함장님. 작전 지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래? 그럼 잠망경 심도로 부상해.”
“예, 함장님. 잠망경 심도 부상하겠습니다.”
“잠망경 올려.”
“잠망경 올리겠습니다.”
잠망경을 통해서 내다본 트럭 섬의 일본 해군 기지는 오늘 하루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는 듯 조용하기만 했다.
“여기는 조용하군. 아직도 어떤 일이 생긴 지를 모르는 건가?”
“함장님, 오늘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응, 있었지. 그러니까 동시다발적인 공격을 이렇게 진행하는 거고.”
“함장님께 물어봐도 말씀해주지 않으실 것 같고 진짜 궁금하네요. 하하”
“미안하지만 아무리 궁금하더라도 다들 며칠만 참아줘. 아직은 비밀을 공개할 시간이 아니니까.”
잠망경을 들여다보면서 부장과 대화를 하던 손원일 함장은 일본 해군 수송선을 공격목표로 하나씩 지정하기 시작했다.
“표적을 지정하겠다. 실수 없이 어뢰 한 발에 한 놈씩 잡자.”
“예, 함장님.”
손원일 함장은 잠망경을 통해서 보이는 일본 해군 수송선을 하나씩 지정하면서 표적을 할당했다.
“1번 어뢰 발사!”
“2번 어뢰 발사!”
손원일이 타고 있는 광복군 잠수함 전단 해군 1번 잠수함에서 발사된 어뢰는 바다를 가르면서 조용히 일본군 수송선의 옆구리를 때렸다.
“꽝!”
“꽈 광!”
“3번 어뢰 발사!”
“4번 어뢰 발사!”
3번과 4번 어뢰에 할당된 목표가 이번에는 유조선이었는지 엄청난 화염과 함께 폭발을 일으켰다.
“퍼 어 엉!”
“꽈 광!”
그 이후로도 일본 해군의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는 상황에서 손원일의 잠수함은 탑재한 모든 어뢰를 발사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밤, 불타는 항구를 벗어나 바다로 조용히 빠져나갔다.
“작전은 성공한 것 같으니까 이제 그만 돌아가자. 이번에는 충분히 쉴 수 있겠지.”
“예, 함장님. 저희도 빨리 돌아가서 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