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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의 서막 (2) (170/225)

반격의 서막 (2)

진주만에서 시작된 아시아 태평양에서의 전쟁이 막바지로 향하고 있던 1944년 7월 28일,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이 처음 시작된 하와이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전략 회의를 소집했다.

이 회의에는 윌리엄 리히 합참의장, 체스터 니미츠 태평양 함대 총사령관, 그리고 더글러스 맥아더 남서 태평양 지역군 사령관이 참여했고 그동안 군사전략 문제로 오랫동안 맥아더와 갈등을 빚고 있었던 어니스트 킹 해군 참모총장을 제외한 군 최고 수뇌부가 모두 참여한 회의였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일본의 항복 얻어내기 위한 작전 루트를 정하는 회의를 소집했고 해군은 타이완을 점령해서 일본의 보급물자 차단하자는 이유로 중부 태평양을 가로지르는 공격을 주장했고 육군은 안전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국가적인 위신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필리핀을 점령하는 루트를 주장했다.

1944년 7월의 전략 회의가 진행될 당시 루스벨트 대통령은 심각한 건강 이상설이 제기되고 있었고 4번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비춰질 자신의 모습에 대해서 무척이나 신경을 썼다.

하지만, 지금은 2년이나 미리 앞당겨져서 전략 회의가 열렸고 그때와는 분명히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밖에는 없었다.

“대통령 각하, 저는 일본 본토 상륙까지는 3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맥아더 장군의 의견대로 필리핀을 수복해서 나가는 전략으로 한다면 일본 본토 점령까지 3년이라는 말이지요?”

“예, 저한테 모든 전력을 집중해 주시면 3년이면 충분합니다.”

맥아더 장군이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자신 있게 대답할 때, 어니스트 킹 제독의 빈정거리는 것 같은 콧방귀 소리가 들려왔다.

“흥….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결국은 전력을 혼자서 독차지하겠다는 소리군.”

“킹 제독! 뭐라고요?”

어니스트 킹 제독이 빈정거리는 소리에 맥아더 장군이 발끈했다.

“그만…! 그만들 하세요. 매번 모여서 전략 회의를 할 때마다 이러면 어쩌자는 겁니까?”

윌리엄 리히 합참의장이 루스벨트 대통령의 눈치를 조심스럽게 살피면서 킹 제독과 맥아더 장군을 말렸다.

“맥아더 장군의 의견은 잘 들었어요. 그럼, 태평양 함대는 일본을 점령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겠어요?”

“우리 해군은 2년 안에 일본을 점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굳이 모든 전력을 해군에 집중해 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저희에게 배정된 전력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질문에 니미츠 제독은 어니스트 킹 제독과 이미 의논했던 대로 지금 상태로만 지원을 해줘도 일본을 2년 안에 점령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나섰다.

“이봐요. 니미츠 제독! 그게 말이 된다고 하는 소립니까? 아니, 어떻게 2년 안에 일본을 점령할 수 있다는 말이요?”

“우리 해군은 맥아더 장군의 의견처럼 전략상 필요 없는 일본군 주둔지는 건너뛰고 곧장 타이완 또는 오키나와로 향할 생각입니다. 그럼, 실제로 우리 해군이 상륙해서 전투해야 할 곳은 겨우 서너 곳의 섬뿐입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시오. 타이완이나 오키나와는 일본의 영토가 된 지 오래된 곳들인데, 우리 미군이 그곳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희생을 당할지 알기는 하는 거요?”

“예, 그 부분 역시 잘 알고 있고, 그에 대한 대책도 우리 해군은 가지고 있습니다.”

미국 해군의 수뇌부들은 일본이 전쟁을 일으킨 이유와 일본의 아킬레스건이 어딘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이 전쟁이 일어난 가장 큰 이유는 단 한 가지 자원 때문이었다.

그중에서도 석유 때문이었다.

“일본의 항복을 받아낼 가장 좋은 방법은 일본으로 들어가는 모든 자원을 끊으면 됩니다. 그 쉬운 해결책을 놔두고 굳이 우리 병사들을 희생시켜가면서 시간을 질질 끌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과 이미 서로 의견 조율이 끝났다는 킹 제독의 말을 믿고 이번만큼은 니미츠 제독도 강하게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리히 합참의장의 생각은 어때요?”

루스벨트 대통령은 자기가 가장 신뢰하는 해군 제독인 니미츠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었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정적이나 다름없는 맥아더 장군을 키워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각하 제가 듣기로는 해군에서는 굳이 많은 지원을 바라지도 않는 것 같은데 그냥 처음에 작전권 분할을 했던 것처럼 그대로 작전을 진행해도 될 것 같습니다.”

“헨리 아놀드 장군의 생각은 어때요?”

이제나저제나 말할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던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은 이번 기회에 항공대가 어떤 존재인지를 증명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대통령 각하! 괌입니다. 저희 항공대는 괌을 우리가 점령하는 순간부터 일본을 지도에서 지워버리겠습니다.”

“괌이요?”

“예, 괌입니다. 괌만 다시 수복할 수 있다면 신형 폭격기들을 동원해서 일본을 끝장내겠습니다.”

해군과 항공대의 의견만을 귀를 기울이는 루스벨트 대통령을 보면서 맥아더 장군은 도움을 바라는 듯한 표정으로 조지 마셜 육군 참모총장을 쳐다봤다.

하지만, 조지 마셜 참모총장 또한 맥아더를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정말로 해군과 항공대는 육군에 배정된 자원을 뺏어가지 않고도 작전을 완수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예, 처음 작전권 분할 당시에 서로에게 배정된 전력만이라도 제대로 지원해 준다면 우리는 2년 안에 일본 땅을 밟을 수 있습니다.”

“굳이 일본에 상륙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 항공대는 일본을 지도에서 지워 버리겠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해군이 주장하는 의견에 진즉부터 동의를 한 상태였다.

괌과 사이판을 포함한 마리아나 제도를 점령해서 일본군이 설정한 절대 국방권을 무너트리고 그 기세를 몰아서 타이완과 오키나와를 점령하자고 주장은 일본과의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내는 방법이었다.

“그런데, 니미츠 제독, 오키나와가 전략 목표에 포함된 상태인데 굳이 타이완까지 공략해야 할까요?”

어느 정도 마음을 굳힌 루스벨트 대통령은 타이완과 오키나와 점령 중 하나만 선택하는 것이 나은 선택이지 않냐고 물었다.

“대통령 각하, 그런 식의 공격 작전은 분명히 엄청난 희생을 불러올 겁니다. 안전하게 차근차근 전진해야 합니다.”

“맥아더 장군, 장군의 생각은 내가 모두 이해했어요. 그러니까 이번에는 내가 해군의 생각을 알 수 있게 시간을 좀 주겠어요?”

“예, 알겠습니다.”

맥아더 장군이 대통령의 요구를 받아들이자 니미츠 제독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태평양이 그려진 지도 앞에 가서 섰다.

그리고, 기다란 지시봉을 들고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180도가 넘는 원을 그렸다.

“대통령 각하, 보시는 것처럼 일본은 180도가 넘는 모든 지역에서 연합국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많은 병력이 투입된 곳이 바로 중화민국입니다. 타이완 점령은 중화민국군을 지원하기 위한 작전입니다.”

타이완 점령은 일본의 자원 공급 루트를 끊는 효과뿐만 아니라 중국 전선에서 중화민국군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또 다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

“대통령 각하, 중화민국 국민당군은 믿을 만한 존재가 못됩니다.”

“맥아더 장군! 판단은 내가 합니다. 해군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 볼 수 있게 가만히 좀 있어요.”

맥아더 장군과 니미츠 제독은 중화민국에서 한때 근무를 해봤던 사람들이기 때문에 중화민국군이 어느 정도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둘 다 잘 알았다.

그러나, 니미츠 제독은 해군의 직속상관인 어니스트 킹 제독의 의견을 거절할 처지가 못 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타이완 점령을 작전에 포함시켰다.

“일본의 자원 공급 루트가 동남아시아에만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이나 만주의 자원이 한반도를 통해서 일본으로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할 생각이요?”

“바로 이곳, 제주도를 점령하고 한반도에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대를 투입할 생각입니다.”

제주도를 대한민국 광복군이 점령할 수만 있다면 중국에서 일본으로 가는 자원과 한반도 서쪽 평야 지대에서 나오는 식량의 일본 공급이 끊긴다.

“오! 그렇게 된다면 일본을 완전히 포위할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혹시, 니미츠 제독, 우리 해군이 제주도를 점령한 광복군을 지원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요? 만약 그렇다면 우리 해군의 희생이 클 것 같은데….”

“태평양 함대는 광복군의 제주도 상륙까지만 지원할 생각입니다. 그 외 나머지 한반도 점령 작전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알아서 할 겁니다.”

“우리 병사들의 희생은 없다는 말이지요?”

“예, 대통령 각하.”

니미츠 제독의 설명 끝나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태평양이 그려진 대형 지도를 보면서 생각에 빠졌다.

태평양 전선은 온전히 미국 혼자만의 힘으로 일본군과 싸워서 이겨야 했다.

동맹국이라고 있는 중화민국군과 영국군, 그리고 오스트레일리아군은 그저 일본군을 붙잡아 두는 효과 밖에는 없었다.

만약, 다른 동맹국들의 도움이 없는 상태로 미국만의 힘으로 태평양을 지켜 낸다면 태평양은 이제 미국의 소유가 된다.

“이전 두 번의 걸쳐서 진행했던 극동군 사령부와 태평양함대 사령부의 작전권 분할을 앞으로 2년간 그대로 유지하기로 합시다.”

태평양의 지도를 보면서 고심을 거듭하던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정이 떨어지자 맥아더 장군의 얼굴은 똥을 씹은 얼굴이었고 나머지 회의 참석자들의 얼굴은 자신들의 의견이 받아들여졌다는 생각에 안도하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있었던 결정은 언론에 노출이 안 됐으면 좋겠는데…. 설마 이 중에 언론에 대고 오늘 일을 떠들 사람은 없겠지요?”

루스벨트 대통령은 맥아더 장군의 얼굴을 보면서 노골적으로 오늘 일에 관련해서는 주둥아리를 닫고 있으라는 경고를 했다.

“태평양 전선의 모든 전략이 담긴 계획을 설마 누가 밖에 흘리고 다니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한 명도 없을 겁니다.”

“각하, 절대로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어니스트 킹 제독과 윌리엄 리히 합참의장은 바로 대통령의 말에 동의를 표시했지만 맥아더 장군은 여전히 대답이 없이 가만히 서 있었다.

“맥아더 장군은 왜 대답이 없어요?”

“각하, 괌을 점령할 때까지만 입을 닫고 있겠습니다. 만약, 해군의 작전처럼 1년 안에 괌을 점령하지 못한다면 그때는 필리핀 수복을 위해서 모든 전력을 모아 주십시오.”

루스벨트 대통령은 몸을 돌려서 해군 참모총장인 어니스트 킹 제독과 태평양 함대 사령관인 니미츠 제독을 쳐다봤다.

“맥아더 장군의 생각이 이렇다는데 해군은 어때요?”

“1년이라는 시간이면 오키나와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해군은 1년이면 충분합니다.”

맥아더 따위에게는 절대로 질 수 없다는 어니스트 킹 제독의 폭주가 이어지자 니미츠 제독이 옆에서 조용히 말리면서

“대통령 각하, 1년 안에 괌을 수복하겠습니다.”

“그럼, 1943년 새해에 제일 먼저 수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곳은 어디요?”

“길버트 제도의 타라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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