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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격의 서막 (1) (169/225)

반격의 서막 (1)

1942년 6월 미드웨이 해전이 끝나고 니미츠 사령관과 맥아더 사령관은 두 차례에 걸친 작전 관할권 조정을 끝내고 각자의 군을 지휘해서 일본군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과정에서 오스트레일리아가 위험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 과달카날이라는 변수가 등장하면서 태평양 함대는 머나먼 남서 태평양으로까지 진출해서 일본해군을 상대하고 있었다.

“적들의 움직임을 이미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의 전력이 워낙 부족한 상태라서 도대체 뭘 어떻게 해볼 수가 없구나.”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의 사령관이자 남태평양 지역군 사령관인 니미츠 제독은 아직도 태평양 함대보다는 압도적인 전력을 보유한 일본해군 연합함대를 상대하면서 요즘 들어서 자주 내뱉고 있는 말이었다.

“제독님, 어차피 올해는 반격하려고 해도 전력이 부족해서 할 수가 없지 않았습니까? 제 생각에는 너무 그렇게 조바심은 내실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이슨, 내가 이렇게 조바심을 내는 이유는 그것 때문만이 아니다.”

니미츠 제독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광복군 소속의 이봉창을 통해서 전해지는 일본해군 3함대의 움직임과 속칭 남양군도라고 불리는 마리아나제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일본군의 방어시설 건설 소식에 요즘 들어서 바짝 애가 탄 모습이었다.

“지금 과달카날에서도 엄청나게 많은 인명이 손실되고 있다. 그런데 만약, 일본군이 방어시설을 제대로 갖춰놓은 섬들을 하나씩 탈환해야 하는 과정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 것 같으냐?”

대답이 필요 없는 질문이었다.

그것은 불을 보듯 뻔한 결과였기 때문이었다.

현재 과달카날에서는 처음으로 전투에 투입된 해병대가 용감하게 일본군과 싸우고는 있지만, 전투 경험 부족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었고 태평양 함대 역시 부족한 전력으로 일본해군을 상대하다 보니까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지 않습니까?”

“리히 합참의장이나 대통령께서 결단만 해준다면 지금부터라도 일본군 요충지들을 하나씩 탈환하고 싶은데….”

얼마 전 루스벨트 대통령과 해군 관계자들이 회의를 통해서 니미츠와 킹 제독이 제안한 작전을 밀어붙이려고 했지만, 해군 주도의 작전을 눈치를 챈 육군 관계자들과 공화당의 반대로 작전 진행에 문제가 생긴 상태였다.

“그러나저러나 제이슨, 우리 해군의 작전 진행 상황이 언론에 너무 빠르게 노출되는 것 같은데 공보 장교에게 그걸 차단할 방법을 찾아보라고 해라.”

“제독님, 작전 상황을 너무 감추기만 하면 육군은 필리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데 해군은 어디서 뭘 하고 있냐고 따질 텐데요?”

“제이슨, 나는 말이야 맥아더 장군과 언론이 그런 식으로 연결이 되어 있을 줄은 몰랐다.”

“그게 다 맥아더 장군의 부모님이 맥아더 장군에게 남겨준 후광이 아니겠습니까?”

“솔직히 가끔은 맥아더 장군이나 패튼 장군이 부러울 때도 있다.”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제 앞에 계시는 제독님은 그 어떤 사람보다 진정한 군인이십니다.”

“그렇게 생각하느냐?”

“예, 제독님. 항상 존경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중위의 대답에 니미츠 제독은 쓴웃음을 짓고는

“고맙다. 아무튼 공보 장교에게 정보 단속을 좀 하라고 전해라.”

“제독님, 그건 한 번만 더 생각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군의 작전 상황을 국민에게 알린다는 것은 어찌 보면 일종의 딜레마였다.

작전 상황을 시시콜콜하게 신문의 기사로 낸다면 해군이 얼마나 열심히 일본군과 싸우고 있는지 알릴 수는 있겠지만 만약 일본군이 신문 기사를 열심히 분석한다면 생각지도 못한 군의 작전이나 비밀이 노출될 수도 있었다.

“아니야. 우리는 아직은 일본해군을 압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조금은 숨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저…. 제독님, 맥아더 장군은 필리핀에서 쫓겨나서도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본국으로 돌아가서 자랑스럽게 회견하고 자신에게 유리한 여론을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도 어느 정도는 전과를 공개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건 맥아더 장군이니까 가능한 것이고…. 아무튼 우리는 정보 통제가 좀 필요한 것 같다.”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제이슨 중위가 사령관실을 나가자 니미츠 제독은 눈은 벽에 걸려 있는 태평양전도 남쪽의 한 부분, 작디작은 섬 과달카날로 향했다.

“과달카날에서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만 않았다면 훨씬 더 빨리 작전이 진행됐을 텐데.”

미국이 일본과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라는 동맹이 필요했고 이들 동맹국을 지원하기 위해서 안전한 보급선을 확보하는 일이 중요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1942년 2월 말부터 일본군의 위협에 노출된 상태였지만 오스트레일리아의 정예사단들은 영국 정부의 요청으로 중동에서 영국군과 함께 독일군을 상대로 전투 중이었다.

그래서, 루스벨트 대통령은 존 커틴 오스트레일리아 총리에게 미국은 절대 호주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필리핀에서 철수한 맥아더 장군의 극동군 사령부를 오스트레일리아에 최대한 빨리 파견하겠다고 약속했다.

* * *

“니미츠 제독.”

“예, 참모총장님.”

“맥아더가 무슨 소리를 하더라도 절대로 그의 의견을 들어주지 마시오.”

“그게 무슨 소립니까?”

연합참모본부에서 대 일전 작전 계획을 점검하고 수정하겠다는 연락을 받고 미국으로 돌아온 니미츠 제독을 해군 참모총장인 킹 제독이 일부러 불러서 조언을 했다.

“분명히 맥아더는 연합참모본부가 제시하는 작전을 거절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하려고 할 거요. 그런데, 제독도 생각해보라고 만약 우리가 맥아더의 작전 계획을 그대로 따라주게 된다면 우리 해군은 맥아더의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이 전쟁이 끝날 수도 있어. 그렇지 않나?”

맥아더는 오스트레일리아로 복귀하기 전까지 신문과 방송 인터뷰를 통해서 반드시 필리핀을 수복하겠다고 ‘I Shall Return.’을 외치고 돌아다녔다.

필리핀 수복 작전은 오직 맥아더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작전이었다.

만약, 맥아더의 전략대로 한다면 이 전쟁은 앞으로 십 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육군 참모총장인 마셜 원수가 맥아더 장군을 지지한다든지 아니면 육군 항공대의 아놀드 장군이 맥아더 장군의 작전을 지지한다면 우리가 불리하지 않겠습니까?”

“아니야. 내가 아놀드 원수하고는 먼저 협의를 해놨으니까 니미츠 제독 당신만 뒤로 물러서지 않으면 우리 해군의 계획대로 작전을 수행할 수 있을 거요.”

“그럼, 대통령 각하와 리히 합참의장이 반대하면 어떡합니까?”

선택의 순간이 다가오자 체스터 니미츠의 장점이자 단점이 드러났다.

주위의 모든 사람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결정을 하려고 노력하는 니미츠 제독을 보면서 킹 제독은 혀를 찼다.

“쯧쯧, 니미츠 제독, 내가 하나만 충고하자면 주위 모두와 서로 화합하면서 지내는 것도 좋지만 결국 피라미드의 정점에 설 수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뿐이라는 것이요. 니미츠 제독도 그 사실을 잊지 마시오. 그래야 내 자리를 물려받을 것 아니요?”

“알겠습니다. 충고 감사합니다. 제독님.”

미국의 육군과 해군도 일본의 육군과 해군의 대립 수준까지는 아니었지만, 미국 해군과 육군도 각각 해군부와 육군부로 소속부터 일단 달랐고 서로 치열하게 승진을 위해서 경쟁하고 예산을 따내기 위해서 다투는 관계였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 참전을 계기로 미군은 영국군과 작전을 수행하면서 영국군의 국방 참모본부를 벤치마킹해서 연합참모본부라는 조직을 구성하고 영국군의 국방참모총장과 같은 직책으로 육, 해군 최고사령관 참모총장이라는 직책을 만들었다.

이는 오늘날의 합참의장에 해당하고 연합참모본부에 참석했던 각 군의 대표는 4명이었는데 육, 해군 최고사령관 참모총장 윌리엄 리히 해군 원수, 육군 참모총장 조지 마셜 원수, 해군 참모총장 어니스트 킹 원수, 육군 항공대 사령관인 헨리 아놀드 원수였다.

합참의장인 윌리엄 리히 원수가 준비한 회의실에는 대형 태평양 지도가 걸려 있었고 각 군에서 파견된 장군과 장교들이 작전 서류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전략 회의를 위한 모든 준비가 끝나자 회의실 밖으로 모두 나갔다.

“태평양 전선에서 대 일본전을 수행하면서 몇 가지 변동사항이 생겨서 작전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 때문에 모두 모이라고 했습니다.”

윌리엄 리히 합참의장은 회의실 안의 각 군의 장성들을 한번 돌아보고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태평양 전선은 이제 영국군과 오스트레일리아군의 전력은 배제하고 오직 우리 미군이 단독으로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아요.”

이미 다들 알고 있었던 사실이었기 때문에 각 군의 참모총장들이나 현지 지휘관들에게서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태평양 전선의 작전 관할권 조정을 통해서 육군과 해군이 담당해야 할 지역을 나눴지만, 우리 정부에서 투입할 수 있는 전력을 양쪽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과연 옮는가 하는 문제 제기가 계속 있어서 모두 이렇게 불렀습니다.”

윌리엄 리히 합참의장의 설명이 끝나자 루스벨트 대통령이 맥아더를 쳐다보면서 물었다.

“장군, 필리핀을 꼭 수복해야 하겠소?”

“각하, 현재 일본군은 필리핀의 루손섬만 겨우 점령한 상태입니다. 나머지 섬들은 일본군의 힘이 전혀 미치지 않고 있는 상태입니다. 우리 미군이 상륙만 한다면 일본군은 바로 끝장을 낼 수 있습니다.”

이미 루스벨트 대통령에 의해서 한번 잘려봤던 맥아더는 이번에는 절대 그럴 수 없다는 태도로 반드시 명예를 회복하고 말갰다고 달려들었다.

자신과 연결된 공화당 의원들이나 자신을 지지하는 언론들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흠….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필리핀까지 돌아가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텐데 그건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요?”

“반드시 점령해야만 하는 요충지가 아니라면 건너뛰겠습니다.”

“그럼, 일본군이 주둔하는 섬들을 우회하겠다는 말이요?”

“예, 각하. 우리 극동군에 꼭 필요한 곳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칠 생각입니다.”

“그럼, 지나친 곳에 남아 있는 일본군을 어떡할 생각이요?”

“그건 항공대와 함대를 동원해서 일본군의 보급을 끊어서 고사를 시킬 생각입니다.”

“아니, 이봐요. 맥아던 장군, 우리 해군이 극동군의 뒷수발이나 하라는 겁니까?”

맥아더의 의견을 순순히 따라줄 어니스트 킹 제독이 아니었다.

“어차피 해군은 현재 전력이 부족한 상태라서 따로 뭔가 작전을 전개할 능력이 없지 않습니까?”

“우리가 무슨 능력이 없습니까? 당신의 극동군에 소속된 함대만 돌렸어도 벌써 우리는 길버트 제도를 탈환했을 거요.”

“그럼, 육군은 육군대로 해군은 해군대로 다시 병력을 나누자는 말입니까?”

아직은 해병대 병력이 부족한 해군으로서는 태평양상의 섬들을 점령하기 위해서는 육군 부대가 필요했다.

그리고, 이런 사정은 맥아더의 극동군도 마찬가지였다.

해군 함대가 없다면 이동 자체가 안 됐다.

“그건 이미 서로 합의를 봤던 대로 각 지역군에 소속된 육군과 해군은 그대로 유지할 생각입니다.”

걸걸한 성격의 킹 제독과 맥아더 장군의 다툼을 윌리엄 리히 합참의장이 말렸다.

그리고 그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맥아더 장군에게 진짜로 묻고 싶었던 질문을 했다.

“그럼 장군은 일본을 언제까지 점령할 수 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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