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제거해야 하나? (2)
내가 생각하는 본토 수복 계획은 1943년, 바로 내년부터 시작된다.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가 일본 해군에 비해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순간이 바로 그 시작점이었다.
“주석님, 지금은 미국 해군이 일본 해군 전력을 완전히 압도한다고 말할 처지가 못 됩니다. 그래서, 나는 미국 해군이 일본 해군을 압도하는 순간을 노리고 있습니다.”
“조지 대장, 좀 전에는 일본 해군이 거의 다 망했다면서요?”
“그래도 아직은 일본 해군이 미국 해군보다 전력이 더 셉니다.”
“허….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본 놈들이 그렇게 열심히 전쟁을 준비하는 동안 우리 임시정부는 본토 수복을 위해서 준비해놓은 것이 너무 없는 것 같군요.”
일본과 비교해서 뭐 하나 제대로 준비를 못 한 것을 자책하는 김구 선생을 보면서 나는 김구 선생을 달랬다.
“선생님, 국가 전체가 전쟁을 준비하는 것과 겨우 몇만 명의 독립운동단체가 본토 수복을 준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죠. 너무 그렇게 상심하고 자책하지 마십시오.”
해방되고 일제에 부역하던 놈들이 처벌을 받지 않고 살아남아서 활개 치는 세상이 되자 독립운동단체를 폄훼할 때마다 내뱉던 소리가 바로 이거였다.
일본이 항공모함 만들 때, 조선 놈들은 자전거도 못 만들었다.
일본이 세계 최강 전투기인 제로센 전투기를 만들 때 조선 놈들은 뭐 했느냐?
앞으로 조국이 해방되면 이런 소리를 하는 놈들은 주둥아리를 찢어 버릴 생각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선택을 잘못해서 나라의 운명보다 자신들의 부귀영화를 선택하는 순간, 우리 민족의 고난은 이미 정해진 것과 같았습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달라지면 됩니다.”
잠시 회한에 빠졌던 김구 선생이 표정을 고치고 나를 쳐다봤다.
“그럼, 조지 대장, 내년부터는 어떻게 하겠다는 거요?”
김구 선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주석이지만 광복군의 실질적인 지도자는 나였기 때문에 막상은 광복군의 작전 계획에 대해서 모르는 것이 많았다.
“지금 바이중에서 새롭게 훈련한 광복군 병사들까지 모두 태평양으로 이동을 시켜서 먼저 제주도부터 수복할 생각입니다.”
“제주도를 바로 수복하려면…. 너무 위험하지 않겠어요?”
“바로는 아닙니다. 제주도로 바로 들어갔다가는 다 죽습니다. 내 생각에는 태평양 함대 사령부와 보조를 맞추면서 북 태평양상의 섬들과 오키나와, 그리고 제주도 이런 식으로 하나씩 점령해 나갈 생각입니다.”
“그럼, 여기나 만주의 관동군이 가만히 있을까? 일본 본토가 위협을 받는다면 분명히 어떤 대책을 세울 텐데.”
“일본 해군만 쓸어버리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래서, 국내 진공 작전도 내년부터 시작한다고 한 겁니다. 내년까지 일본 해군을 쓸어버리면 계획한 모든 것이 가능합니다.”
하다못해 제주도라도 우리 힘으로 수복하고 나서 연합국 아니 미국 정부에 우리도 할 만큼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바로 독립을 하겠다고 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연합국 신탁통치 기간을 결국 거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연합국의 신탁통치도 대비해놨지만, 그것은 최후의 비책이었다.
“조지 대장, 본토 수복은 어떻게 할 생각이요?”
“아! 그렇지 않아도 그 문제 때문에 충칭을 들른 겁니다. 지금 본토에서는 윤봉길이 전국을 돌면서 최소한 일본 경찰의 지서 정도는 점령할 수 있도록 청년들을 훈련시키고 있습니다.”
“그거야 나도 알고 있는 사실이고….”
“주석님, 일제가 조만간 본격적으로 조선 청년들을 강제 징집하기 시작할 겁니다. 현재 일제는 일본인들만으로는 전선을 감당할 수 없는 처지가 됐습니다.”
“뭐라고요? 그럼, 드디어 우리 조선 청년들이 전쟁터로 다 끌려간다는 말이오?”
“예, 일본 쪽 정보원들이 넘겨준 정보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그때 전선으로 끌려갈 청년들에게 행동 요령을 가르칠 생각입니다.”
현재도 조선 청년들은 군무원 형태의 군속이라는 이름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그러나, 군속은 강제 동원이 아닌 지원 위주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자율성이 있었다.
그래서, 조선 청년 중 상당수는 돈을 벌기 위해서 본인이 직접 지원하는 사람도 많았다.
“연통제를 통해서 징집당한 청년들에게 탈출하는 요령이라든지 전선에 배치되면 해야 할 행동 요령을 알릴 생각입니다.”
“그러다가 예전처럼 국내 조직이 모두 와해되는 것은 아니요?”
“지금은 국내 사정이 그때보다 훨씬 더 혼란스럽습니다. 일본 ‘인민전선’의 총기가 국내로 반입된 후부터는 조선인 출신 일본 경찰이 제일 먼저 죽어 나갔기 때문에 일본 경찰 조직의 가장 밑 부분이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일제가 얼마나 집요한 놈들인데 그동안 가만히 구경만 하지는 않았을 텐데….”
“주석님,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국내 모든 조직은 철저한 점조직이라서 누구 한 명이 검거된다고 해도 조직은 끝까지 남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잡힌 청년들이 얼마나 고생할지를 생각하면….”
“그런 걱정은 나도 마찬가지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2년만 더 버티면 됩니다. 그럼, 어떡하든지 제주도를 수복하고 본토도 다시 찾을 수 있습니다.”
그때, 밖에서 김구 선생을 찾는 목소리가 들려다.
“저…. 주석님, 중화민국 국민당에서 손님이 오셨습니다.”
“국민당에서? 누가 왔나요?”
“예, 국민당 조사 통계 국장님께서 오셨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다이리를 한번 만나볼 생각이었는데 마침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 나도 같이 만나보고 싶습니다.”
“그래요. 그럼 같이 나가 봅시다.”
방을 나와서 밖으로 나오자 여전히 거들먹거리는 듯한 자세에 매서운 눈빛을 가진 다이리가 나를 쳐다봤다.
“아이고, 이게 누구십니까? 조지 선생이 이번에 미국이 보낸 조사단과 같이 들어오셨군요?”
다이리는 이미 내가 입국한 사실을 알고 나를 보기 위해서 여기를 찾았으면서 아닌 척하면서 능청을 떨었다.
그런 다이리를 보면서 피식 웃으면서
“내가 입국한 것을 다 알고 있었으면서 모르는 척하는군?”
두웨성 대형이 지금도 살아 있었다면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와 지금보다는 사이가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두웨성이 죽음으로써 나와 중화민국 국민당 사이의 연결고리는 눈에 띌 정도로 약해진 상태였다.
내 대답에 다이리도 피식 웃으면서 대답을 했다.
“이번에 미국 조사단이 저우언라이와도 만나기로 했다고 하던데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 일 때문은 아니겠죠?”
“아마 당신 예상이 맞을 거요. 그런데,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나도 모르겠소.”
“조지 씨, 내가 예상하는 그런 결론이 나온다면 미국 정부는 아마 감당하기 힘든 미래를 보게 될 겁니다.”
다이리의 협박성 말에도 나는 그저 살짝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내가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결정권자도 아니고, 그리고 다이리의 말처럼 지금은 중화민국이 허세를 부릴 처지도 아니었다.
“다이리 국장은 나를 만나러 온 겁니까? 그럼, 따로 날을 잡읍시다. 지금은 나와 여기 김구 주석님과 해야 할 이야기가 있어서 말입니다.”
“아! 아니요. 지금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해야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요.”
다이리의 대답에 나는 둘의 대화를 위해서 자리를 피해줄려고 몸을 돌렸다.
“조지 씨도 이왕 자리에 있었는데 굳이 자리를 피할 필요 없이 그냥 같은 들어도 되는 이야기요. 괜찮으니까 자리를 피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그러죠.”
다시 몸을 돌려서 김구 주석의 옆에 섰다.
“김구 주석님, 장제스 총통께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일 투쟁에 동참하지 않으신다고 화가 나신 상태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약속을 먼저 어겼기 때문에 외교 승인을 취소할 계획입니다. 조만간 공식적인 문서로 전달하겠습니다.”
연합국 4개국 가운데 어느 한 곳으로부터도 한민족을 대표하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정식 정부라는 승인을 받지 못한다면 우리는 전쟁이 끝난 후 우리 목소리를 낼 수가 없었다.
“다이리 국장, 이미 결정이 난 사항을 통보하는 것이오? 아니면 그렇게 될 수도 있었다고 알리는 것이오?”
“이미 결정이 난 사항입니다. 그리고, 앞으로 중화민국 내에서 무장 병력을 양성한다거나 군대를 운영하는 것도 불허하겠습니다.”
“대일 투쟁 전선에서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완전히 배제하는 거요?”
“예, 초반에 잠깐 중화민국 정부를 돕는 것 같더니 현재는 그런 것마저도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우리 정부는 굳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토지와 건물 등을 제공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확실히 두웨성 대형이 사라지면서 중화민국 국민당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협조 관계가 많이 약해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고개 숙이고 들어갈 수도 없었다.
여기서 고개를 숙이는 순간 그때부터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의 동생 취급을 받을 것이 분명했다.
“주석님, 차라리 잘 됐습니다. 이번에 하와이의 일본인들을 본토의 포로수용소로 옮기면서 하와이에 공백이 생겼는데 우리 동포들과 함께 하와이로 옮깁시다.”
김구 주석은 처음 듣는 소리에 눈이 동그래지면서 진짜로 그렇게 할 수 있냐는 눈빛이었었다.
“동포들의 이동 루트는 내가 미국 정부와 상의해 보겠습니다.”
‘흥! 네 놈들이 동포들을 인질로 붙잡고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길들여서 소련이나 일본의 침입을 막는 방파제로 우리를 만들 생각인가 본데 이번 생에는 절대 그럴 일이 없을 것이다.’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는 약간의 지원금을 주면서 속된 말로 꼬봉처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려 먹으려고 한 모양인데 나는 절대로 그렇게 해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우리 임시정부가 거절하고 동포들과 함께 다른 곳으로 이동을 하려고 해도 수송기 협조와 같은 문제로 끝까지 훼방을 놓을 생각이겠지만 그 정도는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었다.
다이리는 내 대답에 그렇게 할 테면 그러라는 태도로 썩은 미소만 살짝 지었다.
“다이리 국장, 그것이 장제스 총통의 결정입니까?”
“예, 내가 총통께 건의한 사항입니다.”
“그렇군요. 음…. 그럼 중화민국을 떠나기 전에 총통께 얼굴이나 한번 보자고 전해주시겠습니까?”
“예?”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미국 하와이로 모두 이동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와 결별을 할 생각입니다.”
김구 주석의 결연한 태도에 이제는 다이리가 약간 당황한 것 같은 눈빛을 보였다.
“그래도 옛정이 있는데 작별 인사도 없이 떠나기는 그렇고 마지막으로 얼굴이라도 보면서 그동안 돌봐준 것에 대한 감사 인사라도 해야겠습니다.”
“그렇게 갑자기 결정해도 괜찮겠습니까?”
다이리는 확실히 당황한 표정으로 김구 주석을 달래는 듯한 말투였다.
“아닙니다. 우리도 그동안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에 너무 의존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그냥 자립할 생각입니다. 우리가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병력이 없는 것도 아니고 후원해줄 나라가 없는 것도 아닌데…. 다이리 국장이 생각하기에는 안 그렇습니까?”
‘뭐야? 이 새끼도 개구라였던 거야? 그럼, 장제스 총통의 결정이라고 하면서 우리를 협박했던 거야? 와! 이 개새끼도 죽여야 하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