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미츠 제독과 워싱턴의 선택
레이튼 대령은 다시 이어진 니미츠 제독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일본 해군 전력과 태평양 함대의 전력을 잠시 비교 계산해보고 난 후 대답했다.
“제독님, 우리는 앞으로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강해질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그렇겠지. 우리 병사들과 장교들도 점점 전투 경험이 쌓일 것이고 조선소에서는 미친 듯이 함선들을 만들어 내고 있으니까 우리는 오래지 않아 일본 해군을 금방 압도하게 되겠지.”
“제독님, 제 생각에는 태평양 함대는 올해만 어떡하든지 버티겠다는 전략으로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우리는 내년부터 일본 해군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마음대로 요리할 수 있을 겁니다.”
니미츠 제독은 레이튼 대령의 의견을 들으면서 조지로부터 전달받았던 정보들을 하나씩 떠올리면서 일본 해군의 남은 전력과 배치를 지도 위에 표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옆에서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는 부관 제이슨 중위를 쳐다봤다.
“제이슨, 혹시 내가 표시한 곳 중에 일본군의 배치가 빠진 곳이 있나?”
“아닙니다. 없습니다. 제독님께서는 모두 표시하셨습니다.”
제이슨 중위의 대답을 들은 니미츠 제독은 먼저 필리핀 쪽을 가리키면서 두 명에게 물었다.
“문제는 필리핀이군. 자네들이 보기에는 필리핀에서 맥아더 장군의 극동군 사령부가 일본군을 얼마나 붙잡아 줄 수 있을 것 같나?”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정보참모인 레이튼 대령은 자신 없다는 태도로 대답했다.
그러나, 제이슨 중위는 니미츠 제독에게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제독님, 제 생각에는 맥아더 장군의 극동군은 아마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왜? 제이슨, 자네는 왜 그렇게 생각하지?”
제이슨 중위는 미드웨이에서 출격했다 복귀한 육군항공대의 사상자 숫자를 가리키면서 대답했다.
“이 숫자들이 바로 그 이유입니다. 이번에 미드웨이에서 출격한 육군항공대의 전투기와 조종사들의 실력을 봤을 때, 그와 비슷한 전투기와 실력인 필리핀 육군항공대가 필리핀의 하늘을 지킬 수 없을 겁니다. 그리고, 미드웨이와 알류샨에 대한 보복 포격을 할 정도로 현재 일본 해군은 어떡하든지 전과를 세우고 싶어서 안달이 난 상태입니다. 그래서, 전략 거점인 필리핀을 점령하기 위해서 거세게 공격할 가능성이 큽니다.”
“음…. 레이튼 대령, 자네가 듣기에 제이슨 중위의 의견이 어떤 것 같나?”
“꽤 냉철한 분석인 것 같습니다. 제가 필리핀에 주둔 중인 극동군의 전력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제이슨 중위의 의견처럼 전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니미츠 제독은 필리핀을 일본군의 영역으로 수정하고 다시 지도를 한참 동안 쳐다봤다.
“이미 인도네시아는 일본군이 점령했고, 이제 곧 필리핀을 점령한다면 그다음은 뉴기니나 오스트레일리아인데…. 일본 해군은 항공모함을 모두 잃었으니까 육상에 비행장을 건설하기 위해서 목숨을 걸겠군.”
“제독님, 일본 해군은 아직 2척의 정규 항공모함과 2척의 경항공모함이 남아 있습니다.”
레이튼 대령이 아직도 태평양 함대의 항공모함 숫자보다 많은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 숫자를 알려줬다.
“그건, 우리 태평양 함대의 기동부대가 견제하기 시작하면 쉽게 움직이기도 힘들어.”
“하지만, 일본 해군 연합함대의 사령관인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어떻게 나올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긴…. 뭐, 그럴 수도 있겠군.”
정보참모 레이튼 대령의 예상처럼 일본 해군의 ‘전쟁의 신’인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은 동부 뉴기니에서는 일본 육군이 육로를 통한 포트 모레즈비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고, 남태평양에서는 도서 지역 장악과 교두보 마련을 위해 솔로몬 제도 남쪽 끝부분의 과달카날에 비행기지로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능력은 생각하지 않고 무리하게 작전을 밀어붙인 결과, 동부 뉴기니에서는 연합군의 반격(밀른만 전투, 코코다 트랙 전투, 부나-고나 전투)으로 도로 밀려났고, 과달카날에서는 미군 항공대 때문에 고전하다 결국에는 차례차례 분산 격파당하면서 자신들의 역량을 넘어간 소모전에 휘말려 들어갔다.
특히, 과달카날에서의 소모전은 일본군이 미군과 비교해서 그나마 우위에 있던 항공전 역량을 확실하게 깎아 먹었고, 이로 인해서 일본은 점점 패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만약, 미드웨이 패전 이후 일본이 항공 열세임을 인정하고 대전략을 완전히 새롭게 짰다면 태평양 전쟁은 좀 더 치열하게 전개됐을 가능성도 있다.
일본은 미드웨이에서 패배했을 뿐만 아니라 패배의 영향을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에도 실패했고 이것이 패망에 더 큰 영향을 미쳤다.
그와 반대로 미국이 진주만의 실패 이후 실패를 분석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을 짰던 것에 비하면 굉장히 상반된 대응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일본 해군이 중점 둘 곳은 바로 여기군.”
앞으로 일본 해군이 어떤 전략으로 나올지 하나하나 분석하던 니미츠 제독은 분석 끝에 드디어 결론을 내렸는지 손가락으로 한 지점을 가리켰다.
니미츠 제독이 손으로 가리키는 곳은 바로 툴라기였다.
“제이슨!”
“예, 제독님.”
“작전참모와 함께 방금 내가 예상한 일본 해군 연합함대의 예상 작전과 작전 목표를 워싱턴에 보고할 수 있게 준비해라.”
“제독님, 해군 장관님께 올릴 보고섭니까?”
“그래, 킹 제독에게 내 생각을 보고하고 일본 해군의 작전을 저지할 작전을 승인받자.”
“예, 알겠습니다.”
* * *
태평양 함대 사령부의 니미츠 제독이 올린 보고서를 놓고 어니스트 킹 제독과 해군부 참모들은 며칠에 걸쳐서 면밀한 분석에 들어갔다.
그리고, 체스터 니미츠 제독의 분석과 보고가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루스벨트 대통령과 윌리엄 리히 제독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승인을 받기 위해서 보고를 했다.
“그럼, 앞으로 모든 것은 필리핀에 달려있다는 건가?”
“예, 대통령 각하, 필리핀의 극동군 사령부가 얼마나 버텨주느냐에 따라서 전쟁의 판도가 완전히 바뀝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질문에 어니스트 킹 제독은 대답을 했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윌리엄 리히 제독의 얼굴의 보면서 의견을 물었다.
“리히 육, 해군 총참모총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제 생각에는 니미츠 제독의 분석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맥아더 장군의 극동군 사령부는 필리핀에서 오랜 기간 버티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리히 육, 해군 총참모총장은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지?”
“니미츠 제독의 보고서에 적힌 그대로입니다. 필리핀의 극동군 사령부가 오래 버텨준다면 좋은 일이지만 아마 그렇게 되기는 힘들 것 같다는 보고가 제가 보기에는 사실에 기초한 예측이기 때문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흠….”
잠시 생각에 잠긴 루스벨트 대통령을 지켜보던 어니스트 킹 제독은 니미츠 제독의 제안을 전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대통령 각하, 어차피 필리핀에서 밀려날 상황이라면 맥아더 장군의 극동군 사령부를 오스트레일리아로 이동시켜서 남태평양 전선을 맡기고 일본군을 붙잡아 두는 역할을 하게 하고, 일본군의 허를 찌를 수 있는 북태평양 전선의 작전은 니미츠 제독에게 맡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그런 결정을 내렸을 때 맥아더 장군이나 육군 쪽의 반발은 어떡할 생각이요?”
“맥아더 장군이 여론몰이를 하겠지만 막상 자신에게 위험이 닥치면 명령을 따를 겁니다. 그리고, 그는 반드시 필리핀으로 돌아가고 싶어 할 겁니다.”
미국도 육군과 해군 사이에 견제와 경쟁은 존재한다.
다만, 일본과 다른 점은 서로 정권을 잡겠다고 죽자고 싸우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정말로 니미츠 제독의 예측처럼 일본 해군의 본토 공격은 없겠어요? 육군 쪽은 본토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난리던데?”
“지금 현 상태에서 일본 해군이 그렇게 나온다면 그것으로 전쟁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일본 해군이 그렇게 나온다면 저는 대서양 함대의 모든 전력을 태평양으로 옮겨서라도 일본 해군을 끝장내겠습니다.”
어니스트 킹 제독은 루스벨트 대통령의 걱정을 깨끗하게 진정시킬 수 있을 정도의 일본 해군에 대한 강력한 반격을 이야기했다.
“야마모토 이소로쿠가 아무리 정신 나간 사람이라고 해도 미국 본토는 공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지?”
“예, 각하, 육군에서 걱정하는 일본군의 캘리포니아 공격은 절대로 이뤄질 수 없습니다.”
“그럼, 다음 문제는 일본 해군에 의해서 파괴된 미드웨이를 최대한 빠르게 복구해야만 한다는 것인데….”
“일본 해군이 예상하지 못하는 시점에 빠르게 복구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니미츠 제독의 작전이 진행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 각하의 결심이 필요합니다.”
태평양 함대 사령관인 니미츠 제독의 전략 보고에는 맥아더의 극동군 사령부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육, 해군이 남태평양에서 일본군을 붙잡아 두는 사이에 미 해군 태평양 함대가 북태평양을 가로질러서 괌과 북 마리아나 제도를 거쳐서 타이완 또는 오키나와를 점령하는 작전의 실행을 요청했다.
“리히 육, 해군 총참모총장과 킹 해군 장관이 보기에는 니미츠 제독의 작전이 승산이 있다는 말이지요?”
“예, 저는 니미츠 제독의 제안대로 했으면 합니다. 이것만큼 일본을 당황하게 만들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해군부 장관인 어니스트 킹 제독이 먼저 대답을 했다.
“그럼, 리히 육, 해군 총참모장은 어떻게 생각하나?”
“맥아더 장군과 육군 쪽의 반발만 해결할 수 있다면 니미츠 제독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그건 대통령인 내가 해결해야 할 몫이니까 그럼 니미츠 제독의 의견대로 한번 해보자고.”
“알겠습니다. 각하.”
그때까지 옆에서 회의를 지켜만 보고 있던 해리 홉킨스 보좌관이 나섰다.
“각하, 이렇게 되면 중화민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할이 커지는데 그에 따른 지원도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실, 니미츠 제독의 제안에서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중요한 축은 중화민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이었다.
만약, 현재 중화민국과 만주에 주둔 중인 백만 이상의 일본군 병력이 태평양 방면으로 이동한다면 니미츠 제독의 전략은 완성될 수가 없었다.
“이건 어떻게 해야 할까? 중화민국과의 협상은 국무부에 맡겨야 할까?”
“아닙니다. 각하, 이번에 COI(정보조정국)에서 중화민국 국민당 랜드리스 물품의 착복과 유용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서 파견되는 인원이 있습니다. 그 조사단에 협상단을 함께 보내시면 어떻습니까?”
해리 홉킨스 보좌관이 보기에 헐 국무장관은 그다지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에 호의적이지 않았다.
그래서, 국무부를 배제하고 COI에 힘을 실어주는 의견을 내놨다.
“채찍과 당근을 함께 보내자고?”
“예, 각하. 어쩌면 그것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음…. 좋네. 그럼, 일단 COI의 조사단에 협상 임무도 같이 맡겨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