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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해군의 악몽이 시작되는 시작점 (161/225)

일본 해군의 악몽이 시작되는 시작점

운명의 10시 15분, 가장 먼저 돈틀리스 폭격기들의 밥이 된 항공모함은 카가였다.

28대의 폭격기가 준비한 50여 발의 폭탄이 카가의 갑판에 그려진 홀인원 표시에 집중적으로 떨어졌다.

“꽝!”

“꽈 광!”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을 한 척이라도 제대로 잡겠다는 심정으로 항공모함 카가를 공격하기 위해서 너무 많은 폭격기가 몰리자 그 상황을 진정시키는 지휘관이 나왔다.

“야! 그놈한테 너무 많이 몰렸잖아! 다들 정신들 안 차리나?”

“정신들 차려라! 아직도 우리 눈에는 JAP 들의 항공모함이 두 척이나 더 남아 있잖아!”

베스트 대위는 자신이 지휘하는 비행대까지 매클러스키 소령의 비행대를 따라서 항공모함 카가를 공격하기 위해서 달려드는 모습을 보고 대원들을 자제를 시키면서 서둘러서 공격해야 할 다른 항공모함을 찾았다.

그리고, 카가의 북동쪽에 있는 아카기를 발견하고 기수를 아카기 쪽으로 돌렸다.

“우리는 저기 저놈을 잡자! 다들 정신을 차리고 나를 따라와라!”

“예, 편대장님.”

베스트 대위와 그의 비행 대원들이 아카기를 향해서 기수를 돌리는 순간에도 카가로 돌진하는 돈틀리스 폭격기들은 계속해서 명중탄을 만들어냈다.

“꽝!”

“꽈광!”

“꽝! 꽝!”

시차를 두고 최소 4발의 폭탄, 많으면 12발 이상의 폭탄이 카가에 명중했고 카가는 그대로 전투 불능 상태가 돼버렸다.

베스트 대위와 그의 편대가 일본군의 대공 포탄들 사이를 뚫고 아카기 상공으로 돌입해서 나구모 주니치 제독이 탑승하고 있던 아카기에 폭탄 한 발을 투하했고 그 폭탄 한 발 때문에 항공모함 아카기의 숨통이 끊어졌다.

돈틀리스 폭격기가 투하한 폭탄은 중앙 승강기의 후방 왼쪽 모서리에 제대로 명중하여 승강기를 뚫고 들어가 격납고에서 폭발했다.

항공유를 가득 채운 채 어뢰와 폭탄 교체 작업 중이던 항공기들이 폭발하기 시작했고

무시무시한 유폭이 계속 이어지더니 설상가상으로 조함 능력까지 상실하게 되면서 일본제국 해군의 자랑이었던 항공모함 아카기는 ‘불타는 관짝’으로 순식간 변해버렸다.

“잠깐, 우리는 저놈을 잡자!”

“예, 대대장님.”

레슬리 소령이 지휘하는 비행대는 일본 해군 제1 항공함대 항모 대형의 가장 북쪽에 있던 항공모함 소류를 향해서 날아갔다.

“내가 먼저 돌입할 테니까 정해진 순서대로 차근차근 공격해라! 알겠나?”

“예! 대대장님, 제발 한 방에 날리시지만 말아 주십시오.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래. 알았다. 너희들의 몫은 남겨주마. 먼저 간다! 나를 따르라!”

“고고고!”

소류는 전속력으로 좌회전을 하면서 회피 기동을 하는 사이에 대공포를 쏴댔지만 이미 늦었다.

돈틀리스 폭격기가 투하한 폭탄은 아일랜드 전면에 있는 승강기를 타격했고 잠시 후 다시 한발의 폭탄이 함의 중앙을 뚫고 들어갔고 보일러실을 깡그리 날려버렸다.

항공유와 폭탄으로 가득했던 선체 내부에서부터 폭발이 일어나면서 손쓸 도리도 없이 계속해서 폭발이 이어졌고 소류의 운명은 딱 거기까지였다.

“나이스! 우리가 잡았다.”

“우리는 진주만을 잊지 않았다. JAP 새끼들아!”

“어…. 어…. 이게 아니잖아. 우리 일본 해군이 이렇게 당할 수는 없잖아? 우리 일본 해군은 강하다고…. 분명히, 워게임에서도 우리가 이겼잖아?”

자신이 타고 있던 제1 항공함대 기함인 아카기가 불타오르고 근처에 있던 카가와 소류까지 미군 항공대의 공격으로 불타오르자 나구모 주니치 제독은 이미 정신을 놓았는지 횡설수설하면서 정신을 못 차렸다.

그런 나구모 주니치 제독을 보면서 제1 항공함대 차석 지휘관인 아베 히로아키 소장이 지휘권을 인수하고 미군 항공대의 공격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항공모함 히류에 반격을 명령했다.

“야마구치 다이몬 소장! 당장, 적을 쓸어버려라!”

“그렇지 않아도 반격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럼, 지금 당장 공격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래. 이대로…. 이대로…. 처참하게 망가진 채로 제1 항공함대가 무너질 수는 없다. 어떡하든지 적에게도 똑같이 피해를 입혀라!”

“예, 알겠습니다.”

아베 히로아키 소장의 명령을 받은 야마구치 다이몬 소장은 비행 대장인 고바야시 미치오 대위에게 피의 복수를 하라고 명령했다.

“무조건 찾아라! 반드시 찾아서 꼭 복수해라! 고바야지, 할 수 있겠지?”

“예,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최선? 최선이 아니고 무조건이다.”

“예, 무조건 찾아서 복수하겠습니다.”

“좋다. 빨리 가라.”

“예.”

고바야시 미치오 대위는 급강하 폭격기 18대와 호위 전투기 6대를 이끌고 미국 항공모함을 찾는다.

그러나, 일본 전투기들의 접근을 레이더로 알아챈 요크타운은 즉시 전투기 출격과 함께 급강하 폭격기들은 다른 배로 보내고 대공 전투를 준비했다.

요크타운에 접근하기도 전에 치열한 공중전이 벌어졌지만 역시나 조종사들의 기량 부족으로 12시 11분경 요크타운의 대공 방어막이 뚫렸고 일본군 급강하 폭격기들은 15분 동안 요크타운에 3발의 폭탄을 명중시키며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

그러나, 요크타운은 2시간 만에 기관실과 비행 갑판을 수리하고 18노트의 속력으로 다시금 공격을 위해 불사조처럼 항진한다.

하지만, 불사조 요크타운의 운명은 여기까지였는지 기필코 미 해군 항공모함을 격침시키겠다는 심정으로 달려드는 도모나가 대위의 공격대가 치열한 공중전 와중에 발사한 어뢰 2발이 요크타운에 명중된다.

1차로 이미 폭격을 받은 상태에서 다시 어뢰 2발이 명중되자 요크타운은 더는 견디지를 못했다.

“아…. 빌어먹을”

“미안하다. 너를 끝까지 지켜 주지 못해서…. 반드시, 복수해줄게.”

어쩔 수 없이 배를 떠나야만 하는 요크타운의 수많은 승조원의 눈물과 한숨을 뒤로하고 불사조 요크타운은 결국 차가운 바닷속으로 점점 가라앉았다.

한편, 도모나가 대위의 공격대가 요크타운에서 물러갈 즈음, 미군 정찰기가 마지막 남은 항공모함 히류를 발견했다.

“찾았습니다. 찾았습니다.”

“위치가 어디야?”

“북쪽 50km입니다.”

“좋아. 개새끼들아! 거기서 딱 기다려라. 모두 출격한다. 사랑하는 그녀 요크타운의 복수를 하러 가자!”

오후 4시에 엔터프라이즈와 호넷에서 돈틀리스 급강하 폭격기 36기가 출격했다.

엔터프라이즈에서 발진한 20기의 돈틀리스 폭격기 가운데 10기는 원래 요크타운의 함재기였다.

그들은 눈에서 불을 내뿜으면서 요크타운의 복수를 위하여 나섰다.

“죽여!”

“그녀의 복수를 위해서…. 잘 가라 개새끼들아.”

“펑! 펑!”

“펑!”

갑자기 나타난 미 해군 돈틀리스 폭격기를 향해서 미친 듯이 대공포를 쐈지만, 하늘에서 점으로 떨어져 내리는 폭격기를 잡아내는 일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4발의 폭탄이 항공모함 히류의 간판에 꽂혔다.

“꽝!”

“꽈 과광!”

히류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갑판이 날아가면서 함 전체가 화염에 휩싸였다.

이날, 소류가 오후 7시 13분 제일 먼저 가라앉았고 12분 뒤 카가가 침몰했다.

그리고, 불이 붙은 채로 유령선처럼 해상을 떠돌던 아카기는 다음날 새벽 4시 55분 자침 처리되고 히류도 5시 10분에 같은 운명에 처해졌다.

* * *

“안타깝게도 내 사랑하는 아가씨가 침몰하는 바람에 내가 지휘권을 행사하기는 어렵게 됐군. 지금부터는 스플루언스 제독이 제16, 17 기동부대 통합지휘권을 인수하게.”

항공모함 요크타운이 침몰하는 바람에 플레처 제독은 기동부대의 모든 지휘권을 스플루언스 제독에게 이양했다.

“자, 스플루언스 제독, 이제 기동부대를 어떻게 할 생각인가? 우리는 이미 니미츠 제독이 지시한 목표를 달성했는데?”

“플레처 제독님, 저는 이제 그만 기동부대가 뒤로 빠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예, 우리는 이미 목표로 했던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들을 모두 처리했습니다. 현재 기동부대의 상태를 봤을 때 더는 욕심을 부릴 처지도 안 되고…. 그냥, 여기까지만 하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그럼, 어서 그렇게 지휘하게.”

플레처 제독으로부터 함대 전체의 전술적 지휘권을 확실하게 넘겨받은 스플루언스 제독은 오후 19시 15분, 제16 기동부대와 제17 기동부대에 동쪽으로 항로를 변경할 것을 지시했다.

동쪽으로 물러나던 제16, 17 기동부대는 자정이 지나서 다시 북쪽으로 항로를 변경했다.

비록, 일본 해군 제1 항공함대가 가진 항공모함 4척을 침몰시켰지만, 아직도 막강한 전함과 순양함을 갖추고 있는 일본 연합함대가 치고받는 야전을 시도하리라는 점을 꿰뚫어 보고 그대로 후퇴를 선택했다.

* * *

미드웨이 전투 결과를 보고 받은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두 주먹을 불끈 쥐면서 환호하면서 소리를 질렀다.

“나이스! 됐어! 됐다고!”

“제독님, 축하드리겠습니다.”

니미츠 제독이 기쁨의 순간을 누리던 시간은 잠시였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는 전장의 상황부터 파악했다.

“16, 17 기동부대는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라고 했지?”

“이대로 더는 전투를 지속하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후퇴를 결정했다고 합니다.”

“음…. 아! 참, 기동부대의 피해는?”

제이슨 중위는 그동안 접수됐던 피해 상황 보고를 종합해서 니미츠 제독에게 보고했다.

“이런…. 뇌격기들의 피해가 너무 큰데….”

“처음부터 기체의 성능 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앞으로는 뇌격기들의 성능 향상이 이뤄지든지 아니면 새로운 전술을 개발하기 전까지는 뇌격기는 전투에 투입하는 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이슨 중위의 보고와 건의를 들은 니미츠 제독은 그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부하를 사랑하는 지휘관으로 유명한 니미츠 제독은 이번 전투로 죽어간 부하들을 잠시 떠올려 보고는 일본 해군 연합함대의 다음 예상되는 행동을 물었다.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이제 어떻게 나올까?”

니미츠 제독의 질문에 태평양 함대 사령부의 상황실에 함께하고 있던 참모 중 그 누구도 대답하지 못했다.

섣부른 예측을 하기에는 일본 해군의 상황이 엄중하고 심각했다.

“제독님, 조금 더 일본 해군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예측을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나는 이번 전투로 엄청난 타격을 입은 일본 해군이 잠시 숨 고르기에 들어갔으면 좋겠는데….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그럴 생각이 없겠지?”

니미츠 제독의 예상처럼 야마모토 이소로쿠 연합함대 사령장관은 이대로 끝낼 생각은 없었다.

처음부터‘MI’ 작전을 계획한 이유가 미국 해군 태평양 함대의 항공모함 전력을 궤멸시키는 것이 목표였다.

그런데, 계획했던 작전과는 정반대로 연합함대의 항공모함 전력이 모두 사라져버린 상태로 전투를 끝낼 수는 없었다.

* * *

“미 해군의 항공모함을 끝까지 찾아내라! 이대로 여기서 그대로 멈출 수는 없다. 끝까지 찾아서 반드시 없애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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