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 알류샨 (2)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태평양함대 잠수함 전대 사령관인 토마스 잉글리쉬 소장과 함께 거대한 태평양 지도 앞에 서 있었다.
“잉글리쉬 소장, 일본해군은 ‘MI’ 작전과는 별개로 ‘AL’ 작전을 진행하고 있다. 그런데 말이야 일본해군은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만 알류샨 열도에도 항공모함을 두 척을 파견했다.”
“알류샨 열도를 점령하기 위한 작전에 항공모함을 두 척이나 보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알류샨 열도에 내가 모르는 뭔가 중요한 것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본해군은 두 척의 항공모함을 파견했어. 잉글리쉬 소장! 나는 그 두 척의 항공모함을 모두 없애버리고 싶다.”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니미츠 제독의 강력한 요청에 토마스 잉글리쉬 소장은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제독님, 제 휘하의 25척의 잠수함들은 태평양 곳곳에 흩어져 있습니다. 전부 모으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습니다.”
니미츠 제독은 고개를 저으면서 잉글리쉬 소장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표현했다.
“아니야. 잉글리쉬 소장! 나는 잠수함 전대 전체를 모을 생각이 없어. 6월 2일까지 이 지점으로 모을 수 있는 잠수함이 몇 척이나 되겠나?”
니미츠 제독은 곁에 서 있던 잉글리쉬 소장의 손을 잡아 들고서 북태평양의 한 지점을 가리켰다.
니미츠 제독의 강력한 요구에 잉글리쉬 소장은 머릿속으로 빠르게 태평양함대 소속 잠수함들의 위치를 계산해보고 움직일 수 있는 잠수함 숫자를 대답했다.
“제독님, 최대 여덟 척, 최소한 여섯 척은 6월 2일까지 제독님께서 원하시는 지점으로 이동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애매모호한 대답 말고, 6월 2일까지 바로 이 지점에서 완벽하게 매복이 가능한 숫자만 말하게.”
“여섯 척은 확실하게 이동할 수 있습니다.”
“여섯 척?”
“예, 여섯 척은 그 자리에 도착해서 확실하게 매복할 수 있습니다.”
“좋아. 그럼, 6월 2일까지 이 지점으로 여섯 척의 잠수함을 보내게. 그리고, 거기에 도착하면 동맹군의 잠수함이 있을 거야. 그들과 함께 협동 작전을 펼치면 되네.”
“예? 동맹군 잠수함이요?”
니미츠 제독은 제이슨 중위가 전해준 쪽지를 토마스 잉글리쉬 소장에게 보여주면서
“동맹군은 광복군 잠수함대 아홉 척이네. 그리고, 현재 그들이 구상하고 있는 매복 작전이네. 한번 살펴보고 의견이 있으면 지금 말해 주게.”
“우리가 이들의 작전을 지원하는 겁니까?”
“그래. 우리 어뢰보다 광복군 쪽의 어뢰가 더 신뢰할만한 물건이라서 어쩔 수가 없다.”
“제독님, 저희 어뢰도 성능이 쓸만할 정도로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습니까?”
“광복군 잠수함의 어뢰는 음향 능동 어뢰라서 쏘면 쏘는 대로 적함을 격침 시킬 수 있다고 하더군.”
니미츠 제독의 말에도 불구하고 토마스 잉글리쉬 소장은 작전을 주도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조금은 불만인듯한 표정으로 니미츠 제독이 전해준 쪽지를 살펴봤다.
하지만, 광복군 잠수함 전단의 매복 작전은 별다른 보완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벽했다.
이 정도로 완벽한 매복 작전이라면 조공의 역할이어도 할만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속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제독님, 일본해군이 소나가 없다고는 하지만 견시수들의 능력이 워낙 특출나는데….”
“아! 잉글리쉬 소장은 그쪽 해역의 날씨나 기상 상태를 잘 모르지? 거기는 안개가 자주 끼고 파도가 높아서 견시수들의 활동에 엄청난 제약을 받는다고 하더군.”
소나가 없는 일본해군 구축함들이 견시수들의 활동마저 제약을 받는 상황에서 항해한다는 것은 그냥 잠수함에게 죽고 싶다는 소리와 같았다.
“어떤가? 할만한가?”
“저희 역할이 조공 정도의 역할이라서 불만이 없지는 않지만 일단 일본해군의 항공모함을 잡을 수만 있다면 참여하겠습니다.”
“그래. 우리는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야. 일본해군의 중추를 부숴버릴 수만 있다면 뭐든지 하겠다는 각오로 덤벼야 하네. 이 작전의 성공을 위해서 잘 부탁하네.”
“예, 제독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고맙네.”
산호해 해전에서 일본 뇌격기의 공격에 반신불수가 된 요크타운의 수리가 진행되는 동안 니미츠 제독은 해군 참모총장 어니스트 킹 제독의 요구에 따라서 플레처 제독이 미드웨이 해전의 지휘를 맡는 것이 적당한지를 평가하는 부담스러운 임무를 처리해야 했다.
어니스트 킹 제독은 플레처 제독이 산호해 해전에서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행동했다고 생각했고 다른 제독들에게 미드웨이 작전의 지휘를 맡기자고 했다.
미드웨이 작전을 반드시 자신이 지휘하고 싶었던 플레처 제독은 말주변이 워낙 없다 보니까 니미츠 제독에게 자신의 견해를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고 결국에는 자신의 의견을 문서로 제출했다.
플레처 제독이 제출한 문서를 읽어본 니미츠 제독은 그가 미드웨이 작전을 지휘할만한 능력과 용기가 충분하다고 확신하고 어니스트 킹 제독에게 보고해서 동의를 얻었다.
5월 27일 저녁에 태평양함대 사령부에서는 플레처 제독과 스플루언스 제독까지 참가한 가운데 미드웨이 해전에 대한 최종회의가 열렸다.
“우리 기동함대들의 목표는 오로지 일본해군의 항공모함이다.”
“제독님, 일본해군 다른 함정은 공격대상에서 제외합니까?”
“그래, 우린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항공모함만을 노린다.”
니미츠 제독은 일본해군이 넓기 넓은 태평양 전선에서 항공모함이 없다면 더는 전선을 팽창시키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다.
“플레처 제독.”
“예, 제독님.”
“작전은 모두 숙지 했겠지?”
“예, 제독님.”
“우리가 예상하는 항로로 일본해군은 분명히 나타날 거야. 그러니까 그 해역 정찰을 열심히 하고 만약 적의 항공모함을 발견하면 우리가 먼저 공격을 시작해야 해.”
“예, 알겠습니다.”
“우리가 한 대라도 먼저 때리고 시작해야 우리가 이길 수 있어. 내 말을 이해할 수 있지?”
“예,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일본 제1 항공함대의 항공모함 숫자 4척 미국 태평양함대 제16, 17 기동함대 항공모함 숫자 3척 그리고 미드웨이에 대기 중인 육군항공대의 전투기와 폭격기, 그럼 서로 4대 4 동수가 된다.
그래서, 먼저 때리기 시작하면 전투가 훨씬 유리해진다.
엔터프라이즈와 호넷 중심의 제16 기동부대는 5월 28일에 진주만을 출항하여 미드웨이 북쪽 520km 해역인 행운점(Point Luck)에서 대기하고 요크타운 중심의 제17 기동부대는 요크타운의 수리가 완료되는 대로 출항하고 행운점에서 제16 기동부대와 합류하기로 했다.
두 개의 기동부대가 합류하는 시점에서부터 플레처 제독이 제16 및 제17 기동부대를 통합지휘하기로 했다.
니미츠 제독은 미드웨이 전투에 대한 모든 점검이 끝나고 작전회의가 마무리되자 플레처 제독과 스플루언스 제독에게 따로 봉투 하나씩을 전달했다.
“두 제독은 출항하고 혼자 있을 때 봉투의 내용을 반드시 확인하길 바라네.”
“예, 제독님.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제독님.”
니미츠 제독이 플레처 제독과 스플루언스 제독에게 전한 명령서에는 적을 공격할 때 엄격하게 계산된 위험만을 감수해야 하고 아군 항공모함이 일본해군 항공모함에 줄 수 있는 피해보다 더 큰 피해를 보면서까지 무리하게 공격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명령이었다.
모든 점검이 끝나고 다음 날, 5월 28일에 제16 기동부대가 먼저 진주만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1942년 6월 2일 오후 4시, 제16 기동부대와 제17 기동부대는 미드웨이 북방의 행운점에서 서로 합류하고 그때부터 매복에 들어갔다.
* * *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과 그 참모들이 계획한 ‘MI’ 작전과 ‘AL’ 작전 계획에 따르면 일본연합함대의 모든 함정이 참가할 예정이었다.
알류샨 열도 공격을 담당한 북방함대, 나구모 중장 지휘 아래의 제1 항공함대, 미드웨이 침공부대, 그리고 야마모토 이소로쿠 제독이 직접 지휘하는 본대로 나눠서 작전이 진행됐다.
하지만, 이 작전 계획의 문제점이 많았다.
함대가 지나치게 분산되었다는 것과 각 부대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이 중 어느 한 부대라도 미국 태평양함대의 반격을 받아서 위험에 빠졌을 때, 부대끼리 상호지원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이거 뭔가 느낌이 안 좋은데….”
오미나토를 뒤로하고 미드웨이로 향하는 주력 부대와 떨어져서 알류샨 열도로 향하던 북방부대의 견시수 중 한 명이 안개가 낀 바다를 보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왜 갑자기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아니야. 느낌이 좀 이상해. 파도도 너무 높고 안개는 너무 짙고 꼭 뭔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단 말이야.”
“절대로 네 말처럼 불길한 일은 생기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라. 우리가 가는 곳에 설마 미군이 있겠냐?”
“하긴, 아무런 가치도 없는 얼음 섬에 누가 지키기야 하겠어? 하지만, 내 느낌이 나한테 경고를 하고 있어. 아무래도 뭔가가 있는 것 같아.”
“야! 쪼다야. 그렇게 겁이 나면 집에 가서 엄마 젖이나 더 먹고 와라.”
견시하는 도중에 불안한 감정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몸을 떠는 병사를 보면서 옆의 다른 병사가 비웃음을 지었다.
“함장님. 적들이 드디어 나타났습니다.”
“모두 몇 척이나 되나?”
손원일 중령은 이번에도 조지 대장이 보내준 작전 명령서와 같은 숫자의 일본해군 함정이 나타나는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
“항공모함 2척, 순양함 6척, 구축함 12척, 그리고 수송선 3척을 포함해서 총 23척입니다.”
“함대 전체가 23척인가?”
“예, 함장님. 총 23척입니다.”
‘조지 대장님은 도대체 어디서 어떻게 이런 정보를 얻는 것일까? 어떻게 이번에도 한 척의 숫자도 틀리지 않지? 우리 광복군 정보대가 이렇게 능력이 뛰어났던가?’
잠시 조지 대장의 능력에 탄복하던 손원일 중령은 광복군 잠수함 전단에 명령을 내리기 위해서 통신 부이 사출을 명령했다.
“통신 부이 사출”
“통신 부이 사출”
복명복창하는 통신 장교를 보면서 손원일 중령은 다른 광복군 잠수함에 전할 명령을 내렸다.
“모든 잠수함은 작전에 정해진 대로 그대로 실행하고 빠진다.”
“모든 잠수함은 작전에 정해진 대로 그대로 실행하고 빠진다.”
다시, 복명복창한 통신 장교가 열심히 무전 송신기를 두드렸다.
“함장님, 우리가 처리하고 남은 것은 미군이 처리합니까?”
“사실, 미군 잠수함이 없었어도 이 작전은 우리 힘으로 끝낼 수 있었다. 다만, 그들에게도 기회를 줘야 하니까 우리는 항공모함과 수송선을 주로 노린다.”
“예, 함장님.”
광복군 해군의 잠수함끼리는 통신 부이가 있어서 서로 간의 통신이 되지만 미군 해군의 잠수함은 그렇지 못했다.
그래서, 광복군 잠수함이 먼저 어뢰를 쏘고 빠지면 미군 잠수함이 설거지를 하기로 했다.
한참 동안 일본해군 함대가 어뢰 사거리 안으로 들어오길 기다리던 손원일 중령은 잠망경을 올리고 초시계를 꺼내면서 어뢰를 발사할 준비를 했다.
“어뢰 발사 준비”
“어뢰 발사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