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 알류샨 (1)
미드웨이 방어를 위해서 철저하게 준비하는 와중에도 니미츠 제독은 제이슨 중위가 전해준 일본해군의 ‘AL’ 작전 계획을 어떤 방식으로 처리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다.
사실, 니미츠 제독이 봤을 때, 미국이 알류샨 열도를 잃는다고 해도 지금 일본 항공대의 폭격기 성능을 봤을 때는 미국에 별다른 타격을 줄 것 같지는 않았다.
하지만, 여론이란 것이 무서웠다.
전쟁이 시작되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서 간신히 도쿄에 보복 폭격을 하기는 했지만, 그 후로 계속해서 미국의 영토를 빼앗기고 있다는 소식을 국민들에게 전할 수는 없었다.
태평양이 그려진 지도와 ‘AL’ 작전 계획을 몇 번에 걸쳐서 분석하던 니미츠 제독은 드디어 결심했는지 즉시 부관인 제이슨 중위를 불렀다.
“제이슨! 제이슨!”
“예, 제독님.”
니미츠 제독 옆에서 여러 가지 명령서를 작성하고 있던 제이슨 중위는 니미츠 제독의 큰 소리에 놀라서 벌떡 일어나서 부동자세와 함께 대답했다.
“제이슨 중위! 난 이번에 일본해군을 끝장내고 싶다. 그런데, 우리 태평양함대의 전력만으로는 솔직히 그렇게 하기가 힘들다. 지금 당장이라도 일본해군의 이‘AL’ 작전도 미드웨이 방어 작전처럼 함정을 파고 기다렸다가 출동하는 일본해군의 기동함대를 섬멸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 방법이 있다면 내 생각에는 딱 하나 잠수함 밖에는 없는 것 같다.”
“그럼, 제독님. 태평양함대 잠수함 전단을 동원하셔서 그렇게 하시면 되시잖습니까?”
“알류샨 열도로 일본함대가 올 거라고 내가 아무리 말한다고 해도 누구 믿어 줄 것 같으냐?”
‘AF’가 미드웨이를 가리킨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다시 ‘AL’이 가리키는 곳이 알류샨 열도이고, 그곳으로 출동하는 일본해군 기동함대의 항로가 어떨 것 같다고 말한다고 한들 그것을 누가 믿어 주겠는가?
그리고, 하이포국에 지시해서 ‘AL’의 위치가 어딘지 알아내려고 해도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그럼, 제독님께서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제이슨, 나는 일본해군의 ‘AL’ 작전을 막기 위해서 조지 씨를 통해서 광복군 잠수함대의 도움을 받고 싶다.”
“예? 광복군의 도움을요?”
“그래, 내가 아무리 설득한다고 해도 ‘AL’이 알류샨이라는 것을 밝히기에는 시간상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히든카드인 광복군의 잠수함대를 움직이고 싶다.”
알류샨 열도를 공격하기 위해서 출동하는 일본해군의 기동함대에는 두 척의 항공모함이 포함되어 있었다.
미드웨이에서 네 척의 항공모함을 잡고, 알류샨으로 출동하는 두 척의 항공모함을 마저 잡아낼 수만 있다면 일본해군은 그것으로 끝이었다.
하지만, 니미츠 제독의 요청이 있다고 해도 제이슨 중위에게는 광복군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
“제독님, 제독님의 말씀은 잘 알겠지만, 저한테는 그걸 할 수 있는 권한이 없습니다.”
“아니다. 제이슨, 너는 네 아버지에게 연락만 해주면 된다.”
“예? 제가 아버지에게 연락만 하면 된다는 말씀입니까?”
“그래, 나와 조지 씨 사이에는 약속한 것들이 있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연락해보겠습니다.”
일본해군이 미드웨이 작전과 동시에 진행한 알류샨 침공 작전인 ‘AL’ 작전은 오랫동안 미드웨이를 노린 ‘MI’ 작전의 양동작전으로 알려져 왔었다.
그러나, 사실은 ‘AL’ 작전은 ‘MI’ 작전과는 별개의 작전이고, 단지 미국 해군이 태평양 다른 전장에서 정신없이 바쁜 틈을 노려서 손쉽게 알류샨 열도를 점령하기 위하여 일본해군 군령부가‘MI’ 작전에 ‘AL’ 작전을 살짝 끼워 넣은 것이었다.
‘AL’ 작전의 목표는 알류샨 열도 서쪽의 애투섬과 키스카섬을 장악해서 미군이 알류샨 열도를 통하여 일본을 침공하거나 이곳에 비행장을 만들어 일본을 폭격하는 것을 막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에 필요하다면 애투섬과 키스카섬을 활용하여 미국과 소련 사이의 보급로를 차단할 생각이었다.
* * *
COI의 요청으로 중화민국의 충칭으로 출장을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해군부, 정보국에서 나를 찾아왔다.
“저…. 제이슨 중위의 아버지, 조지 씨 되십니까?”
순간, 나는 제이슨에게 혹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숨이 덜컥하고 막혔다.
“예, 맞습니다. 그런데, 혹시 제이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
“아! 아닙니다. 태평양함대 사령부에서 급하게 연락이 와서 그것을 전달해 드리기 위해서 왔습니다.”
누구나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세상이 아니기 때문에 뭔가 중요한 연락을 하려고 할 때면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그래요?”
“예, 지금 시간이 되신다면 해군부로 같이 가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금 당장 해군부로요?”
“예, 조지 씨에게 태평양함대에서 전달된 비밀문건을 전해드려야 해서 그렇습니다.”
해군부 정보국에서 전해 받은 비밀문건은 아들 제이슨이 니미츠 제독을 대신해서 나한테 전해준 도움을 요청하는 문건이었다.
‘아버지 시간이 급해서 이렇게 소식을 전합니다. 니미츠 제독님께서는 아버지의 도움을 바라고 계십니다. ‘AL’ 작전을 시작 단계에서부터 막아달라고 하십니다.’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이번 기회에 일본해군의 항공 전대들을 확실하게 끝장낼 각오로 덤비고 있었다.
이번에 ‘MI’ 작전과 ‘AL’ 작전을 생각처럼 역으로 이용하는 데 성공한다면 일본해군의 항공모함 6척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내가 원했던 것이 바로 이것이었다. 일본해군의 항공모함이 사라지면 그것으로 일본은 끝이다. 확실히, 니미츠 제독은 미국 정부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전쟁을 빨리 끝내고 싶은 모양이구나.’
‘AL’ 작전에 참가하는 일본해군 북방부대는 다음과 같았다.
주력인 제5함대는 사령관 호소가야 보시로 중장의 지휘를 받으며 중순양함 나치, 구축함 이나주마, 이카주치, 그리고 급유함 후지산 마루, 닛산 마루, 수송선 3척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제4 항공함대는 사령관인 가쿠다 가쿠지 소장의 지휘 아래 경항모 류조와 개장 항모 준요 중순양함 마야, 다카오, 그리고 구축함 아케보노, 우시오, 사자나미와 급유함 데이요 마루로 구성됐다.
그 외에 애닥- 애투 점령대와 카스카 점령대는 수송선이 부족해서 10여 척의 순양함과 구축함을 동원하기로 했다.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나를 통해서 광복군 잠수함 전담을 움직임과 동시에 알류샨 열도를 방어하기 위해서 제8 임무 부대를 편성했다.
하지만, 제8 임무 부대에 편성된 함정들은 태평양 곳곳에 흩어져 있어서 집결하는 데만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 * *
제이슨 중위는 정보참모 레이튼 대령이 전해준 쪽지를 들고 급하게 니미츠 제독의 태평양함대 사령관실을 노크했다.
“제독님, 툴라기 해역에서 일본해군 정찰기에 제16 기동함대의 항로가 노출됐다고 합니다.”
“확실히 일본해군의 정찰기에 함대의 항로가 노출됐다고?”
“예, 제독님. 일본해군 수상 정찰기에 여러 번에 걸쳐서 노출을 시켰다고 합니다.”
“오케이! 그럼, 당장 16 기동함대를 진주만으로 이동시켜.”
“예, 제독님.”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미드웨이로 16 기동함대를 이동시키기 위해서 일본해군에게 툴라기 방향으로 함대를 이동하는 척하는 기만하는 작전을 지시했다.
그리고, 일본해군에 제16 기동함대가 노출된 것을 확인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바로 진주만으로 함대를 이동시켰다.
하지만 문제는 산호해 해전에서 기동 불능 상태에 빠질 정도로 대파된 항공모함 요크타운이었다.
“제이슨, 지금 바로 수리 독으로 가자. 요크타운을 삼일 안으로 수리를 끝내야 한다.”
항공모함 요크타운을 수리해서 미드웨이로 보낼 수만 있다면 일본 제1 항공함대의 4척의 항공모함과 태평양함대의 3척의 항공모함의 싸움이 된다.
2대 1의 싸움보다 4대 3의 싸움이면 훨씬 더 유리하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것이다.
거기에 더해서 미드웨이에 준비한 육군항공대까지 더하면 미드웨이에서의 전투는 태평양함대의 필승이었다.
그래서, 니미츠 제독은 대파당한 요크타운을 살리기 위해서 사력을 다했다.
진주만 태평양함대의 수리 독에는 너덜너덜하게 다 부서진 요크타운이 수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봐, 함정 수리관!”
“예, 제독님.”
“요크타운을 삼일 안에 수리해야 한다. 할 수 있지?”
“.....”
수리 독에 함께 있던 수리 공창의 군무원들과 관계자들의 시선이 함정 수리관 핑스태드 소령에게로 향했다.
“왜? 대답을 못 하나? 너희들은 분명히 삼일 안에 요크타운의 수리를 할 수 있다. 할 수 있지?”
“저…. 제독님.”
자신이 없는지 미적거리면서 선뜻 대답하지 못하는 태스태드 소령을 뒤로하고 니미츠 제독은 수리 공창 안의 군무원들과 함정 수리 관계자들을 보면서 소리쳤다.
“너희는 분명히 요크타운을 수리할 수 있다. 그럼, 나와 오크타운은 진주만을 기습했던 JAP 들에게 이번에 제대로 복수를 할 것이다. 우리를 기습한 야비한 새끼들에게 복수를 할 수 있다. 우리의 동료와 가족을 죽인 놈들을 이번에 바닷속에 처박을 생각이다. 어때? 너희들은 사흘 안에 수리할 수 있지?”
니미츠 제독의 짧은 연설을 들은 수리 공창 내의 군무원들과 해군 병사들은 일본해군에 복수를 할 수 있다는 말에 갑자기 피가 끓어오르는지 여기저기서 대답을 하기 시작했다.
“예, 제독님. 삼일이면 시간이 넘칩니다.”
“복수를 할 수만 있다면 사흘이 아니라 이틀 안에도 수리할 수 있습니다.”
다시 몸을 돌린 니미츠 제독은 함정 수리관 핑스태드 소령을 보면서 말했다.
“핑스태드 소령, 넌 할 수 있다. 알겠나? 넌, 요크타운을 다시 살려낼 수 있다. 나는 믿겠다.”
“예, 제독님. 요크타운을 살려내겠습니다.”
“그래, 부탁한다.”
니미츠 제독은 핑스태드 소령의 어깨를 다독이면서 격려를 해주고는 몸을 돌려서 태평양함대 사령부 건물로 향해서 걸으면서 제이슨 중위를 불렀다.
“제이슨, 잠수함함대의 토마스 잉글리쉬 소장을 불러라.”
“예, 제독님.”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한 번에 일본해군의 항공함대를 정리하기 위해서 큰 그림을 그리고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제이슨, 할시 제독이 이번 작전을 지휘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 누가 좋을까?”
“제독님,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에는….”
“아! 그렇지. 제이슨, 스플루언서와 플레처 제독의 인사 평가서를 좀 가져다주라.”
“예, 제독님.”
제이슨 중위는 바빠진 니미츠 제독의 행보에 맞춰서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아버지 조지의 전보를 받아서 니미츠 제독에게 전했다.
“됐어! 광복군 잠수함 전단이 아홉 척의 잠수함으로 구성되어 있다면 우리가 여섯 척 정도만 더해줘도 ‘AL’ 작전에 동원되는 일본해군의 항공모함들을 침몰시킬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