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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를 찾아라 (156/225)

‘AF’를 찾아라

조금은 어리둥절한 내 표정을 보면서 COI 극동 담당자인 찰스 레머는 나를 찾아온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도너번 국장님께서 조지 씨는 대통령 각하의 신임을 받는 분이시고 중국에서 오랫동안 활동을 하시면서 국민당과 공산당 모두를 잘 아신다고 하셔서 이렇게 도움을 받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아!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사업상 중화민국에 있었던 거지, 중화민국 국민당과 공산당과는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닙니다.”

전략 사무국 OSS의 전신인 정보조정국 COI를 도와주고 친분을 나누면 나중에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만 지금은 미드웨이 해전의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만약, 일본해군이 본래 하던 것과 다른 짓을 해버린다면 역사가 완전히 뒤틀리기 때문에 그것을 막아야 했다.

그래서, 나는 COI의 요청을 거절하려고 했다.

“조지 씨, 이미, 전 상하이 총영사였던 커닝엄 씨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한 번만 저희를 도와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자세히 밝힐 수는 없지만, 충칭의 대사관으로 중국 공산당이 연락을 해와서 중국 공산당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해 줄 수 있는 자문위원이 필요합니다. 조지 씨가 그것을 맡아 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습니다.”

이 정도로 간절히 도와달라고 한다면 나중에 분명히 크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찰스 레머 씨, 그럼, 나 혼자 충칭을 다녀오라는 말입니까?”

“아! 그건 아닙니다. 제가 조지 씨와 동행할 겁니다. 다른 사람들의 말은 워낙 믿을 수가 없어서 직접 확인을 하려고 합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COI의 자문 요청이었다.

내가 그렇게 중국 공산당을 때려잡았는데도 중국 공산당은 끝까지 살아남아서 미국에 다리를 놓을 정도까지 컸다는 소리에, 나중에 국민당은 또 타이완으로 쫓겨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지금, 일본과 피 터지게 전쟁 중인 곳은 미국의 지원을 받는 중화민국 국민당 정부였다.

그런데, 미국의 COI는 어째서 중국 공산당에 관심을 보이는 것인지 그 이유가 궁금했다.

“내가 좀 궁금한 것이 있어서 그런데요. 지금은 중화민국의 국민당 정부와 미국은 서로 동맹이 아니었습니까?”

“그게 이유가 있습니다. 국민당은 랜드리스로 지원만 해달라고 하지, 랜드리스로 지원한 물품의 사용 내용을 우리 정부가 전혀 확인할 길이 없다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 중국 국민당의 조직적인 횡령 내용을 중국 공산당 쪽에서 제보를 해왔습니다.”

‘결국은 터졌구나. 중화민국 국민당 지도자들은 왜 그렇게 뒷돈들을 좋아하는지.’

“그래서, 연합군에서 국민당을 배제할 생각입니까? 설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겠죠? 내가 알기로는 공산당은 세력이 형편없이 미미하다고 알고 있는데요?”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그리고, 우리가 일본군에 관한 정보 요청을 하면 국민당에서 제대로 협조도 해주지 않는 등 문제가 좀 많아서 그 대안 차원에서 중화민국의 공산당과 접촉을 하는 겁니다.”

“그럼, 정보획득을 위해서 중화민국으로 COI 정보요원들을 직접 파견하시면 되잖습니까?”

“그것을 국민당 국방위원회 조사통계국장인 다이리가 강력하게 거부를 하고 있습니다.”

“음, 그래서 그랬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을 내서 충칭을 한번 다녀오죠.”

“감사합니다. 조지 씨의 여행 준비가 되면 모시러 오겠습니다.”

COI 극동 담당 찰스 레머를 보내고 서둘러서 하와이의 제이슨에게 일본해군을 완전히 식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는 정보를 전달하고 충칭 출장을 준비했다.

* * *

제이슨 중위는 워싱턴에 있는 아버지 조지가 보내온 특급우편물의 내용을 보면서 자신의 아버지인 조지는 도대체 어디서 이런 특급 정보를 얻는지 궁금할 정도였다.

이 정도 정보는 자신이 아는 광복군 정보대의 규모와 인원을 봤을 때, 절대로 구할 수 없는 정보였다.

‘도대체 아버지는 이런 정보를 어떻게 입수하시는 걸까? 이것을 니미츠 제독님께 전하라고 했는데, 만약 이 정보가 모두 사실이라면 일본해군은 이제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제이슨 중위가 들고 있는 정보는 일본해군 군령부와 연합함대가 구상 중인 ‘MI’ 작전과 ‘AL’ 작전의 모든 내용과 세부 일정, 그리고 작전 시간까지 담겨 있었다.

하와이 진주만 태평양함대 사령관실.

“이건 도대체….”

제이슨 중위가 전해준 정보를 확인한 니미츠 제독은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로 놀란 모습이었다.

“제독님, 아버지께서는 이 정보들이 100% 확실한 정보라고 하셨습니다.”

“아니, 그게 아니라 조지 씨는 도대체 어떻게 이런 정보를 입수했을까? 광복군 정보대가 이 정도로 능력이 있다는 건가?”

“제독님, 제 생각에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아버지께는 광복군 정보대 이외의 다른 루트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일본해군의 작전 계획을 이렇게 통째로 입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조지 씨는 일본해군의 고위장성급 중의 누군가를 포섭했다는 말인가?”

“그건 잘 모르지만 제가 알기로는 현재 일본 내각의 외무대신을 포섭하셨다는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현재 일본 내각의 외무대신이면, 도고 시게노리?”

“예, 몇 년 전, 베를린에서 포섭하셨다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조지가 일본 내각의 외무대신을 포섭할 정도라면 어떻게 이런 정보를 입수했는지는 대충 알만했다.

이 정도의 엄청난 능력이 있으니까 태평양전쟁이 터지기 전날 자신을 도와주겠다고 함께하자고 했던 것 같았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던 니미츠 제독은 제이슨 중위가 전해준 일본해군의 ‘MI’ 작전 계획을 다시 한번 꼼꼼하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니미츠 제독은 한참 ‘MI’ 작전 계획을 분석하다가 이게 뭔가 하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누가 이런 식의 기동작전을 계획했을까?”

“야마모토 이소로쿠라고 들었습니다.”

“하! 야마모토 이소로쿠, 이놈 완전히 미친놈이었군. 아니, 미국에서 유학했던 제독이라고 하더니 알고 보니까 야마모토 이소로쿠도 결국은 일본인이었군.”

제이슨 중위는 말없이 니미츠 제독이 야마모토 이소로쿠를 비웃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런 제이슨 중위를 보면서 니미츠 제독이 물었다.

“제이슨, 야마모토 이소로쿠는 전쟁을 한 번의 전투로 끝을 보려고 한다. 네 생각에는 현대의 전쟁이 전투 한 번으로 결정이 날 것 같나?”

“제독님, 제가 배우기로는 이미 유럽에서 펼쳐진 대전에서 국가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하는 총력전의 추세로 바꿨다고 배웠습니다.”

“그런데 이놈은 러일전쟁 당시의 단길 결전을 생각하고 이런 작전을 구상했다. 확실히 이놈도 정상은 아닌 것 같다.”

“제 아버지께서는 일본군이나 일본이라는 나라는 아이가 몸집만 키운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그만큼 무기는 업그레이드를 했을지 모르지만 마인드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하셨습니다.”

니미츠 제독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고 있던 일본해군 작전 계획서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나는 이 정보가 100% 맞는 정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 정보를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확실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소스가 필요하다. 가령, ‘AF’가 어디를 가리키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예, 제독님. ‘AF’가 미드웨이라는 것만 확인할 수 있다면 이 작전 계획은 100% 일본해군에서 유출된 것이 맞다는 소립니다.”

“제이슨, 지금 바로 레이튼 대령을 불러와라.”

“정보 참모님을요?”

“그래, 최대한 빨리 ‘AF’의 위치를 확인하자. 우리가 ‘AF’가 어딘지 확인만 한다면 일본해군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잖아? 그렇지 않나?”

일본군의 진주만 공습을 한 방에 복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생각한 니미츠 제독은 조금은 흥분한 상태였다.

얼마 전에 있었던 둘리틀 중령의 도쿄 폭격 작전에서도 해군은 실질적으로 아무것도 한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기회를 절대로 놓치고 싶지 않았다.

체스터 니미츠 제독이 해군 대장으로 태평양함대 사령관이라고 하지만 미국도 군대 내에 서열이란 것이 존재했고 루스벨트 대통령의 이쁨을 받아서 갑자기 승진한 대장이라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도 많았다.

그런 그들이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확실한 정보가 니미츠 제독에게는 필요했다.

“이봐, 레이튼 대령.”

“예, 제독님.”

“전에 자네가 보고한 ‘AF’가 미드웨이를 가리킨다는 확실한 정보가 필요하네. 어떤 방법을 써도 좋으니까 ‘AF’가 미드웨이라는 것을 밝혀주게.”

체스터 니미츠 제독은 ‘AF’가 당연히 미드웨이가 맞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태평양함대 사령부의 참모 중 일부는 ‘AF’가 미드웨이라는 것을 믿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고, 더구나 육군 같은 경우는 일본의 다음 목표가 샌프란시스코라고 주장하고 있던 형편이라서 태평양함대의 암호해독반으로서는 ‘AF’가 미드웨이를 뜻한다는 더욱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필요가 생겼다.

그래서, 정보참모인 레이튼 대령은 암호해독반의 제안에 따라 미드웨이에 도청의 우려가 없는 해저전선을 통하여 미드웨이의 해수담수화시설이 고장이 나서 식수가 부족하다고 태평양함대 사령부에 평문으로 무전을 치도록 명령을 내렸다.

미드웨이에서는 영문도 모른 채 명령에 따라서 멀쩡한 해수담수화시설이 고장이 나서 식수가 부족하다고 태평양함대 사령부에 무전을 쳤다.

그리고, 2일 후에 암호해독반이‘AF에 식수가 부족하다고 한다,’ 는 내용의 일본군 무전을 도청하면서 ‘AF’가 미드웨이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확인했다.

“자! 이제, 다들 일본해군 연합함대의 공격 목표가 미드웨이라는 것을 확인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해군의 공격 목표는 알지만, 어느 방향에서 어떻게 공격할지는 모른다는 사실이다.”

니미츠 제독은 이미 일본 연합함대의 작전은 눈 감고도 그릴 정도로 알고 있었지만, 그것을 참모들 앞에서 말할 수는 없었다.

“지금부터는 일본해군 연합함대가 어떤 식으로 미드웨이를 공격할지 한 번 예상해보자.”

니미츠 제독은 태평양함대 참모들과 지휘관들을 모아 놓은 상태에서 가상 시뮬레이션 즉 일본해군 연합함대를 상대로 하는 워게임을 시작했다.

참모들과 지휘관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놨고 니미츠 제독이 알고 있는 일본해군 연합함대의 작전과 다른 의견은 눈에 띄지 않게 수정을 해주면서 일본해군 연합함대가 실행하려는 작전을 태평양함대의 참모들과 지휘관들의 뇌리에 기억을 시켰다.

“이제 한 가지만 남았다. 일본해군 연합함대를 우리가 먼저 발견해야 하는데 그들은 어디로 올까? 이봐! 정보참모. 레이튼 대령 자네는 어디를 예상하나?”

니미츠 제독의 질문을 받은 태평양함대 정보참모 레이튼 대령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일본함대는 미드웨이 현지 시각으로 6월 4일 오전 6시에 북서쪽인 방위 325도, 175마일 거리에서 우리에게 발견될 것입니다.”

레이튼 대령의 대답을 들은 니미츠 제독은 다른 참모들과 지휘관들을 보면서

“나도 레이튼 대령과 같은 생각이다. 이번에 진주만에서 당했던 모든 것을 갚아주자.”

“예, 사령관님.”

“제독님, 정말로 기대가 되는군요.”

실제로 일본함대가 발견된 시각은 6월 4일 오전 5시 55분, 방위 320도, 거리 180마일로서, 레이튼 대령의 예측으로부터 시간으로 5분, 방위 5도, 거리도 5마일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니미츠 제독은 미드웨이를 지키고 일본해군 연합함대를 박살을 낼 계획 외에도 다른 한 가지를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기회에 진짜로 일본해군을 끝장낼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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