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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따로, 해군 따로, 각자 제 갈 길로 (1) (153/225)

육군 따로, 해군 따로, 각자 제 갈 길로 (1)

대본영의 참모총장인 스기야마 하지메도 해군의 군령 부장 나가노 오사미도 히로히토 일왕의 물음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육군의 경우는 14군 소속의 48사단과 16사단이 필리핀을 점령하기 위해서 상륙 작전을 벌였다가 처참하게 박살이 나는 실패를 맛봤고, 해군의 경우는 제3함대가 육군 제14군의 필리핀 수송과 상륙을 돕다가 미국 태평양함대 소속의 잠수함 전단에게 기습을 받아서 남양 군도의 본거지마저 털린 상태였다.

하지만, 둘 다 히로히토 일왕에게 그와 관련된 어떤 보고도 하지 않았다.

육군과 해군이 협력해서 만든 남방 점령 작전은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오직, 단 한 곳, 필리핀 공략 작전을 제외한다면 정말로 모든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다른 작전의 성공이 빛이 바랠까 봐서 필리핀 공략 작전과 관련된 말을 일절 하지 않은 것이다.

“폐하! 조만간 필리핀은 예정대로 폐하의 수중으로 들어올 겁니다. 현재는 잠시, 미군의 저항이 격렬해서 시간이 조금 지체되고 있을 뿐입니다.”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과 나가노 오사미 군령 부장을 구원해 준 사람은 내각을 책임지고 있는 도조 히데키 총리대신이었다.

‘이래서 조지 씨가 일본은 이 전쟁으로 망할 것이라고 했구나. 설마, 대본영의 참모총장과 해군의 군령 부장이 폐하께 작전 실패를 보고하지 않고 감출 줄은 나는 정말 몰랐다.’

대본영 정부 연락 회의가 계속해서 진행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은 베를린에서 만났던 조지의 예언이 현실이 돼가는 것 같다고 느끼고 있었다.

사실,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은 리하르트 조르게를 경시청에 고발하는 등 광복군 정보대와 계속해서 협조하면서 아직도 일정 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스기야마 참모총장과 나가노 군령 부장이 히로히토 일왕에게 보고하는 내용은 광복군이 몰래 전해준 정보와는 너무나도 크게 차이가 나고 있었다.

육군과 해군이 욕을 먹을 수 있는 정보들은 히로히토 일왕에게 단 하나도 보고하지 않고 있었다.

아니, 아예 처음부터 작정한 듯 숨기고 감추는 것이 너무 많았다.

‘이거, 뭔가 이상한데? 뭐가 이렇게 달라? 광복군의 백정기가 허위 정보로 나를 속이는 것인가? 아니면, 저들이 폐하를 속이는 것인가?’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이 듣기에는 광복군이 전해 준 정보와 군부의 수장들이 히로히토 일왕에게 보고하는 정보 사이의 괴리가 너무 심했다.

‘흠…. 백정기가 나를 속이는 건 아니구나. 아무래도 저 둘을 봤을 때, 전쟁의 승리는 이미 물 건너간 것 같다. 이제는 정말 어쩔 수가 없는 건가? 정말로, 일본을 살리기 위해서 나라도 나서서 뒷수습을 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인가?’

이제 그나마 일본을 살리는 길은 미국과 협조하는 길이라고 결정한 도고 시게노리 외무대신은 대본영 정부 연락 회의가 끝나는 대로 바로 기도 고이치 내대신을 반드시 만나봐야겠다고 결심했다.

“알겠다. 너희들의 말을 들으니 앞으로도 일본제국의 앞날이 아주 밝을 것 같구나. 육군과 해군은 서로 다투지 말고 계속 협력해서 우리 일본제국을 위해서 일해주기를 바란다.”

“예, 폐하.”

“예, 폐하.”

대본영 정부 연락 회의 참가자들과 히로히토 일왕은 대본영 정부 연락 회의가 모두 끝나는 순간까지도 도쿄 시민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 도쿄 시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구호 활동을 할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이들에게 있어서 일본 국민은 그저 자신들을 위해서 일해주고 싸워주는 노예이거나 시키면 시키는 대로 말을 잘 듣는 개, 돼지일 뿐이었지, 섬겨야 하고 받들어야 하는 대상은 아니었던 것이다.

* * *

대본영 정부 연락 회의를 끝내고 나온 육군과 해군의 수장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서로를 노려보면서 자신들의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나가노 군령 부장, 폐하께서 필리핀을 빨리 함락시키라고 하시는데 이번에는 수송선과 전함 좀 제대로 지원해주시오.”

“스기야마 총장, 미안하지만 우리도 남양 군도의 3함대가 미국 태평양함대의 공격을 받아서 상황이 그리 좋지 않습니다.”

스기야마 하지메 대본영 참모총장은 나가노 오사미 군령 부장이 육군의 일을 방해하기 위해서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다.

“정말, 필리핀 점령 작전을 지원할 생각이 없는 거요?”

“지원해주고 싶어도 지금 우리 해군의 상황도 그리 넉넉지 못하다니까요.”

“내가 폐하 앞에서 군령 부장의 말을 그대로 보고를 해도 되겠습니까?”

“내가 3함대의 피해가 상당하다고 말하는 것을 못 믿겠다는 겁니까?”

스기야마 하지메 대본영 참모총장은 나가노 오사미 군령 부장을 한참 노려보다 돌아서면서 신경질을 냈다.

“에잇! 그만두시오. 그냥, 차라리 우리 힘으로 수송 선단을 꾸리겠소.”

“처음부터 그렇게 하면 될 것을 왜 우리한테 도와달라고 합니까?”

수송선을 지원해주면 쉽게 끝날 일을 끝까지 협조해 주지 않고 놀린다고 생각한 스기야마 대본영 참모총장은 다시 몸을 돌려서 언성을 높였다.

“진짜요? 진짜로, 앞으로 서로 간의 지원은 없는 거요? 알았소. 그럼, 앞으로 어디를 공격한다고 병력을 지원해달라는 소리는 하지 마시오.”

“좋습니다. 조금 전에 스기야마 총장이 먼저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냥, 우리 서로 각자 알아서 각자 일을 합시다.”

육군의 수뇌와 해군의 수장들이 히로히토 일왕을 모시고 회의를 하고 나오자마자 서로 말다툼하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도조 히데키 총리대신이 말렸다.

“그만들 합시다. 조금 전에 폐하께서 뭐라고 하명하셨습니까? 서로 협조해서 일본제국의 앞날을 위해서 힘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진짜, 일본은 끝이구나. 서로 협력해서 미국을 상대한다고 해도 전쟁에서 이기는 것이 힘들 텐데, 중국과 싸우는 와중에 잠자는 거인 미국을 싸움판으로 끌어들이고는 이제는 그 와중도 자중지란이라니…. 기도 내대신을 서둘러 만나고 백정기를 만나봐야겠다.’

도고 시게노리는 이제는 진짜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미국 정부와 협력해서 최대한 일본제국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 * *

대본영 정부 연락 회의를 끝내고 나오면서 나가노 오사미 군령 부장과 말다툼을 한바탕 한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은 대본영 작전과 참모들을 모두 소집했다.

“폐하를 뵙는 내내 나는 창피해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하겠나?”

“각하, 죄송합니다. 이렇게 미군 항공대가 전격적으로 도쿄 공습을 시도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지금, 그런 이야기를 해봐야 뭐하나? 나는 앞으로의 대책을 묻는 거다.”

“각하, 저희의 생각으로는 일단 지나 방면군을 총동원해서 지나의 모든 공항을 파괴하고 지나에 보복을 해야 합니다.”

뺨은 미국에 맞았는데 앙갚음은 중화민국에 하자고 하고 있었다.

“그건 그렇게 하고, 그럼, 도쿄 대공 방공망은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인가? 이대로 계속 공습을 당할 수는 없잖나?”

“각하, 도쿄를 방어할 고사포 연대를 새로 만들고, 육군항공대도 도쿄 상공을 상시 순찰을 하면 해결될 것 같습니다.”

“만약, 이번 경우처럼 100대가 넘는 폭격기들이 공습을 온다면 겨우 그 정도의 대책으로 도쿄를 지킬 수 있겠나?”

“기존의 고사포 연대와 보강된 고사포 연대, 그리고 적들의 침투를 미리 알 수 있는 레이다 기지를 설치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음…. 좋다. 일단, 빨리 새로운 고사포 연대와 레이다 기지를 설치하고, 지나 방면군에는 지나의 모든 공항을 파괴하고 보복 공격을 진행하라고 해라.”

“예, 참모총장 각하.”

둘리틀 중령의 도쿄 폭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것은 도쿄 시민이 아니었다.

가장 크게 피해를 본 사람들은 바로 중화민국인들이었다.

일본군은 도쿄가 공습받은 3일 후부터 중화민국의 중부지역에 있는 거의 모든 비행장을 맹렬하게 파괴하기 시작했고, 지상에서는 지나 방면군 제11군과 제13군을 주축으로 하는 대규모의 부대를 동원해서 중화민국군은 물론이고 중화민국 민간인들에게 조직적으로 보복을 가했다.

이후, 약 석 달 동안 줄잡아 수십만 명의 중화민국인들이 일본군의 가혹한 보복으로 인해서 목숨을 잃었다.

“도쿄 방어와 지나 문제는 그렇게 처리하면 되겠고, 남은 것은 폐하께서 특별히 지시하신 필리핀 점령이 문제군.”

“각하, 필리핀 점령 작전을 주도했던 14군 사령관을 교체하고 다시 상륙 작전을 진행해야 합니다.”

“사령관을 교체하고 다시 점령 작전을 시작하자고? 사령관은 누구로 교체할 것인가? 그리고, 지금 당장 필리핀에 투입할 병력은 있나?”

일본 육군에도 장군급 지휘관은 많다.

그러나, 다들 워낙 쓰레기들이어서 그렇지.

그리고, 현재 일본 육군 병사들의 숫자도 수백만 명으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필리핀으로 보낼 병력은 없었다.

지금 세상에서 가장 멍청하게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일본군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사람 숫자가 많은 중화민국과 이미 전쟁 중인 상태에서 지구에서 두 번째와 네 번째로 인구가 많은 영연방 즉, 영국과 미국을 상대로 새롭게 전쟁을 시작했다.

그래도 그나마 다행이라면, 세 번째로 인구가 많은 소련과는 다행히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만, 하지만 여기도 국경을 방어해야 할 기본적인 병력은 유지되고 있었다.

“투입할 병력이 부족해서 필리핀 공략에 대만군을 투입했다가 실패했는데, 더 어디서 병력을 뽑아낸다는 말인가? 설마, 가끔 폭동이 발생하고 있는 조선에서 군을 빼자는 말은 아니겠지?”

“각하, 우선은 관동군에서….”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노몬한에서 몇 개의 사단이 사라졌나? 지금도 소련과의 국경을 방어하는데 병력이 부족한 판국인 것을 다들 모르나?”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은 말을 하면서 노몬한 사태의 주역인 츠지 마사노부 대좌를 노려보는 것을 잊지 않았다.

“그렇다면, 각하. 방법은 징집밖에는 없습니다. 하지만, 폐하께서 지금 당장 성과를 원하신다면 관동군밖에는 해결책이 없습니다.”

“현재, 관동군은 겨우 9개 사단밖에 남지 않았다. 그런데, 거기서 두세 개 사단을 또 뺀다면….”

“각하, 소련군도 독일과의 전쟁이 당장 급해지니까 유럽 전선으로 이미 극동군을 차출해서 데려갔습니다.”

옆에서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과 작전 과장의 대화가 진행되는 것을 가만히 듣고 있던 츠지 마사노부 대좌는 둘의 대화 가운데 틀린 점을 지적했다.

“각하! 관동군은 폐하 직속의 군대여서 우리 마음대로 동원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누가 모르나? 이 모든 것이 바로 너 때문이다. 네 놈이 노몬한에서 관동군을 날려 먹지만 않았어도…. 그리고, 이번 작전도 네가 짠 것이 아니냐? 알고 있나? 현재 우리가 힘든 이유는 바로 너 때문이다. 네가 알아서 해결해라.”

화를 내던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은 츠지 마사노부 대좌에게 필리핀 점령을 알아서 해결하라고 명령했다.

“각하, 제 작전은 완벽했습니다. 정신 상태가 썩은 놈들이 제대로 제 작전을 수행하지 못했던 것뿐입니다.”

“그러니까 네가 해결하라고!”

“알겠습니다. 각하. 제가 책임지고 필리핀을 점령해 내겠습니다.”

스기야마 하지메 참모총장은 화가 나서 츠지 마사노부 대좌를 제14군 작전참모로 바로 발령을 내버렸다.

그리고, 이 일로 인해서 일본군은 결국 필리핀을 점령하지만, 그 후 벌어진 사태로 인해서 미국의 지독하고 악독한 보복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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