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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151/225)

벚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충칭 비행장의 활주로를 가득 채운 100여 기의 B-17 폭격기들이 늘어서 있는 가운데 폭격기 대형 앞으로 폭격기 조종사들과 무기 관제사, 항법사 등등이 모여 있었다.

“다들 잘 들어라! 우리는 이제 진주만의 복수를 하러 간다.”

“Bravo!”

“딱 기다려라! JAP들아! 내가 간다!”

둘리틀 중령의 입이 열리고 도쿄 폭격 작전이 시작됨을 알리자 활주로에 모인 폭격대원들은 휘파람까지 불면서 환호하는 모습을 보였다.

“제군들! 난 이번 작전에 아무런 걱정이 없다. 왜 그런 줄 아나?”

“잘 모르겠습니다.”

“어제자 정보에 의하면 일본군은 레이다가 없단다.”

“Good!”

“oh! Jesus.”

다시 한번 폭격대원들은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환호를 했다.

“그리고, 우리 폭격대의 선도기의 조종사들은 상하이-도쿄를 10년 이상 날아다닌 경험자들이다. 우리는 실패할 수 없는 작전을 하러 가는 것이다. 혹시, 겁나서 갑자기 오줌이 마려운 사람 있나?”

“없습니다.”

“우리는 새로운 역사를 쓰는 사람들이다. 반드시 도쿄 폭격 작전을 성공시키고 다들 무사히 다시 만나자. 설마, 비상 탈출 레버 작동 방법을 모르는 놈은 없겠지?”

“없습니다.”

폭격대원들의 자신감 넘치는 얼굴을 한 명씩 일일이 확인한 둘리틀 중령은 기체 탑승을 명령했다.

“좋다. 지금부터 기체에 탑승해서 도쿄로 간다. 그리고, 작전 지역에 도착할 때까지는 무선 침묵이다. 알겠나?”

“예, 중령님.”

100여 대의 B-17 폭격기가 충칭 비행장에 모이자 중화민국 국방위원회 조사 통계국과 공산당의 정보기관인 홍군 연락처와 그리고 일본군 특무대는 이들이 갑자기 나타난 이유와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난리가 났다.

하지만, 충칭에 도착한 미군 항공대의 B-17 폭격기들은 단 하루를 머물고 다시 떠나가자 일본군 첩보부서에서는 그저 단순한 헤프닝으로 생각했다.

“총통 각하, 미군의 폭격기들이 우리를 지원하기 위해서 온 것이 아니라 소련에 폭격기를 배달하기 위해서 왔답니다.”

미국은 도쿄 폭격 작전의 노출이 두려워서 같은 연합국인 중화민국 정부마저도 속였다.

그리고, 이 일 때문에 나중에 크게 타격을 받은 장제스는 항상 미국 정부를 의심했다.

“다이리 국장, 그 정보는 확실한가?”

“예, 총통 각하.”

다이리 조사 통계 국장의 대답에도 장제스 총통은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는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필리핀군의 조종사들을 교육하겠다고 데려갔던 조선인 항공대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다가 이번에 미군 항공대와 같이 떠났다면서?”

“예, 그렇습니다.”

“조선인 항공대는 뭐라고 하던가?”

“그들도 며칠 머물지 않았고, 뭔가 따로 명령을 받은 것인지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아니야. 아무래도 내 예감이 좋지 않아. 다시 한번 자세히 조사를 해봐.”

“예, 알겠습니다. 총통 각하!”

중화민국 국민당의 장제스 정부만 이런 대응을 한 것이 아니었다.

중화민국 공산당도 국민당과 마찬가지로 광복군과 미군 항공대가 충칭에 들렀다가 바로 사라진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서 노력했다.

더군다나 중화민국 공산당의 경우에는 광복군 항공대에게 ‘장정’ 과정에서 처절하게 당했던 트라우마가 있어서 국민당보다 더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서 수선을 떨었다.

“저우언라이 위원장 동지,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리커눙 동지가 보기에도 그렇소?”

“예, 소련으로 폭격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간다는 것이 오히려 더 수상합니다. 그냥, 차라리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으면….”

“그래! 그거였어.”

리커눙 홍군 연락 처장의 말을 듣던 저우언라이 위원장은 미국의 폭격기들이 어째서 나타났는지 이유를 눈치를 챘다.

“예? 위원장님, 그게 무슨 말입니까? 설마, 진짜로 일본을 공격하기 위해서…. 아! 이제 생각해 보니까 그게 어쩌면 맞겠군요. 일단, 블라디보스토크로 가는 척하느라고 기수만 동북쪽으로 향했다가 중간에는 얼마든지 변경할 수가 있으니까요?”

“그래, 그것이었어. 그런데, 왜 미국은 국민당을 속였지?”

“미국이 국민당의 장제스를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요?”

저우언라이와 리커눙은 미국 정부가 국민당 정부에도 알리지 않고 일본을 공격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미국과 국민당의 사이가 생각만큼 단단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거 어쩌면, 우리한테도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는데.”

“예? 위원장님, 미국과 국민당 사이를 파고들 생각이십니까?”

“연락 처장이 보기에는 좋은 기회인 것 같지 않나?”

“그렇긴 합니다만, 미국은 언제나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놈들이라서…. 믿을 수가 없습니다.”

리커눙 홍군 연락 처장은 주저하면서 조심하자는 의견이었지만 저우언라이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야. 이게 어쩌면 우리한테 기회가 될 수 있겠어. 바로 미국 쪽과 접촉을 시도해봐.”

“무엇을 가지고 미국과 접촉을 합니까? 우리는 소련의 지원으로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다가 이제는 그나마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처지입니다.”

“그러니까 미국이 원하는 것을 주고 미국의 지원을 받아보자고.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나?”

그 이후로 저우언라이와 리커눙의 밀담은 계속 이어졌고, 저우언라이의 명령을 받은 리커눙은 충칭에 있는 미국의 주중 대사관을 찾았다.

* * *

둘리틀 중령이 지휘하는 도쿄 폭격대는 중간에 급유를 한번 하고 다시 날아서 도쿄를 향해서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도착했다.

원래 B-17의 스펙이면 충칭에서 도쿄까지도 비행이 가능했지만 워낙 많은 폭탄을 실은 상태여서 어쩔 수가 없었다.

“치직…. 지금부터는 작전 진행을 위해서 무전을 개방하겠다.”

도쿄의 벚꽃 개화 시기는 3월 15일부터 4월 중순까지다.

1942년 3월 29일 일요일, 한창 벚꽃이 멋들어지게 피어서 벚꽃 축제를 즐기고 있는 도쿄 시민들의 머리 위로 일본의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사신들이 등장한 것이다.

108대의 B-17 플라잉 포트리스가 서서히 구름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우리는 진주만에서 죽어간 동료들의 복수를 원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 미국의 의지다. 혹시라도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대원들이 있다면 그런 생각은 지금 당장 버려라! 알겠나?”

둘리틀 중령은 폭격의 잔인함과 무서움에 놀랄지도 모를 폭격대원들의 마음을 다잡고 시작을 했다.

“치직…. 예, 중령님.”

“치직…. 에스 써.”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선도기의 뒤를 따라서 날아가다 폭탄창을 열면 끝이다, 그리고 나서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무조건 정해진 위치로 바로 날아간다. 모두 이해했나?”

“예, 중령님.”

“예, 알겠습니다.”

둘리틀 중령과 박하성 소령이 계획한 도쿄 폭격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순식간에 폭탄을 쏟아붓고 사라질 작정이었다.

어차피 폭탄창을 가득 채우고 있는 폭탄의 종류는 소이탄이었기 때문에 적당히 떨궈놔도 도쿄는 불바다가 될 것이다.

“좋다. 그럼, 친구들 자네들이 먼저 앞장을 서주게.”

“예, 둘리틀 중령님. 그럼, 지금부터 폭격대의 선두는 광복군 항공대가 맡겠습니다. 아무런 걱정하지 말고 다들 안전하게 따라와서 폭탄창을 열면 끝입니다. 자! 출발하겠습니다.”

둘리틀 중령의 무전이 끝나자 박하성 소령의 음성이 들려왔고 잠시 후, 박하성 소령의 B-17 플라잉 포트리스 기체가 도쿄 상공에서 급하게 고도를 낮췄다.

“대장님, 고도 1500입니다.”

“조금만 더 밑으로”

“너무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이 정도면 일본군도 우리의 출현을 알았을 겁니다.”

“괜찮다. 100대가 넘는 폭격대 안으로 뛰어드는 놈은 벌집이 된다. 그동안 봐왔던 일본 육군 항공대 스타일을 봤을 때는 초동 대처가 느리고 미숙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에 기대를 걸고 모험을 하기에는….”

“아니야. 딱, 한 번…. 이번 한 번만 모험해보자. 이왕 하는 것 도쿄를 제대로 불살라주고 싶다.”

“알겠습니다.”

조금 더 밑으로 내려온 박하성 소령의 B-17 플라잉 포트리스 기체는 폭탄창을 열어젖히고 그대로 도쿄 동쪽 바다를 향해서 날아갔다.

에도 시대에서부터 최고의 정원으로 불렸던 리쿠기앤(육의원)의 시다래 사쿠라는 높이 15m에서 떨어지는 붉은 벚꽃잎으로 유명하다.

사구래 사쿠라의 꽃잎이 날리는 것을 구경하기 위해서 하늘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낯선 비행기들이 나타나자 일본군 항공대인 줄 알고 손까지 흔들면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벚꽃을 구경 중이었던 도쿄 시민들은 잠시 후 있을 악몽의 시간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모습들이었다.

“꽈 광!”

“꽝!”

박하성 소령의 편대는 박하성 소령의 기체가 지나간 궤적을 따라서 지나갔고 소이탄이 떨어진 자리에 또 다른 소이탄들이 다시 한번 더 덮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순식간 지상의 모든 것들을 태워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급격하게 뜨거워진 화염의 기운들을 폭탄창을 통해서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꽝! 꽝!”

“꽈 광!”

박하성 소령의 편대가 지나간 자리를 조금 비켜서 다른 광복군 항공대 장교의 인솔을 받은 B-17 폭격기 편대가 또 지나갔다.

이제는 지상의 모든 것을 태우는 화염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짙은 연기와 함께 사람의 살이 타는 냄새까지 폭탄창으로 밀려 들어왔다.

“우웩!”

“견디기 힘드냐?”

폭격 순서를 기다리면서 대기 중이었던 둘리틀 중령은 무장 관제사가 연기와 함께 밀려 들어온 사람들의 살 타는 냄새에 헛구역질하자 등을 두드려 주면서 확인을 했다.

“많이 힘드냐?”

“아니…. 예, 그렇습니다.”

그러자 둘리틀 중령은 자신의 목에 걸고 있던 십자가 목걸이를 건네주면서 무장 관제사의 손을 잡고 기도를 하기 시작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죄를 용서하실 것이다. 이것은 단지 받을 것을 되돌려 주는 것뿐이다.”

“예, 알겠습니다. 중령님.”

둘리틀 중령은 아직 폭격기들이 반도 폭격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 불바다로 변해버린 도쿄와 도쿄 안에 같힌 시민들과 무장 관제사를 위해 기도를 해주었다.

“이봐, 존, 자네도 나를 위해서 기도를 좀 해주게…. 그리고, 죽어가는 도쿄 시민들을 위해서도….”

“예, 알겠습니다. 중령님.”

30분 정도 지나고 도쿄의 한쪽 귀퉁이가 완전히 타서 사라질 때가 돼서야 일본 육군 항공대의 Ki-45 와 얼마나 급했던지 현재 실험 중인 Ki-61 전투기를 출격시켜서 반격을 시도했지만, 이미 둘리틀 폭격대 전원은 도쿄의 동쪽 바다를 향해서 모두 도망친 후였다.

둘리틀 중령의 도쿄 폭격대는 대당 7t씩의 폭탄을 싣고 와서 총 700여t의 소이탄을 도쿄에 퍼붓고 사라져 버렸다.

폭격에 사용했던 소이탄은 글리세린과 오일 그리고 비누 등을 혼합하여 만들었기 때문에 물을 뿌리거나 강한 바람이 불면 더욱 기세를 높이면서 훨훨 타올랐다.

마지막으로 폭격을 마치고 떠나는 둘리틀 중령의 눈에 비친 도쿄는 벚꽃처럼 화려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벚꽃처럼 화려하고 아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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