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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스벨트에게 전환점을 만들어 주다 (145/225)

루스벨트에게 전환점을 만들어 주다

김규식 선생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회의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일본과의 전쟁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해놨는지 다들 놀라워했고, 미국이 아직 완벽한 전시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전쟁 초반부인 만큼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함께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그럼, 미스터 김은 광복군의 정보 조직이 우리 미국 태평양 함대를 직접 도울 수 있다는 소리지요?”

광복군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대해서 아직은 잘 모르는 윌리엄 리히 육, 해군 총사령관 총참모총장의 질문에 김규식이 대답했다.

“예, 광복군의 정보 조직은 중화민국과 일본, 그리고 조선에 퍼져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본토에 있는 다른 미국의 정보기관과의 협조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바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태평양 함대가 나을 것 같습니다.”

지금 김규식의 말은 이 자리에 참석해 있는 미국의 정보기관장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문제였다.

일본과의 전쟁 정보의 독점과 주도.

일본과의 전쟁 초반, 수많은 일본의 정보를 알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넘겨주는 정보를 미국 해군이 혼자서 독점할 수 있다는 말이었고, 미국 정보기관의 대표 격인 연방 수사국 FBI와 새롭게 생겨난 정보조정국 COI를 배제하고 해군 정보기관과 협력하겠다는 소리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미국의 해군을 더 신뢰한다는 소리나 다름없었다.

“각하,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해군과 함께한다는 것은 좋습니다만 작년 여름에 이승만이라는 사람이 우리 정보조정국 부국장인 굿펠로우 대령을 찾아와서 이상한 소리를 하고 갔는데….”

새롭게 만들어진 정보조정국의 필요성과 위상을 높일 필요가 있는 도너번 정보조정국장이 생각지도 못한 소리를 했다.

“도너번, 이승만이 누구요?”

“자신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통령이라고 소개했습니다.”

나는 설마 이 회의 자리에서 이승만이 거론될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하지만, 정보조정국의 도너번 코디가 말을 꺼낸 이유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이승만은 자신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대통령이라고 소개하면서 일본과의 전쟁에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미국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협력하겠다고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우 몇만 명이 되지도 않는 미주 한인 동포들을 군인으로 만들어서 전쟁터에 내보낼 생각을 가지고 정보조정국 관리를 만났을 것이다.

물론, 모든 것을 입으로만 해결하는 이승만 자신은 절대로 군인이 될 생각은 없었을 것이다.

“각하,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그저 일개 독립운동가일 뿐입니다.”

“대통령 각하, 이승만은 더 이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표하지 않습니다.”

나와 김규식 선생의 입에서 동시에 나온 소리였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내부 문제를 전혀 알지 못하는 회의 참석자들은 추가적인 설명을 요구하는 얼굴로 나와 김규식 선생을 쳐다봤다.

“처음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생길 당시, 대한민국의 독립을 바라는 워낙 많은 단체와 사람이 모여서 임시정부를 만들다 보니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하면서 여러 가지 불협화음이 났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 자리에서 이런 소리까지 할 줄은 몰랐지만, 미국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하나의 창구를 통해서 우리나라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게 만들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임시정부가 숨기고 싶은 이야기까지 모두 꺼내 놓게 됐다.

“그렇게 노선 갈등을 겪던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이승만을 통합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추대를 했지만 육 개월 후 이승만은 탄핵했습니다. 그 이후, 미국과의 외교를 이승만에게 전담하게 했지만 역시 또 문제를 일으켜서 지금은 임시정부의 모든 직책에서 배제된 상태입니다.”

“그러니까 미스터 김의 설명은 이승만은 현재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아무런 연관이 없다는 말입니까?”

“예,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정부하고는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표한다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입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치부를 드러내면서까지 이렇게 상황 설명을 하는 이유는 앞으로 이승만으로 인해서 벌어질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나의 창구로 통일되지 못하는 독립운동 단체는 상대국에 신뢰를 줄 수 없고 나중에는 결국 이용 거리밖에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현재는 미국 정부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신뢰하지 못했던 이유가 모두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에 김규식 선생은 자신 있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유일한 외교 창구인 자신과 소통하면 된다고 말했다.

“잠깐, 미스터 김, 좀 전에 조선 내에도 정보 조직이 있다고 했지요?”

이번에는 육군 장관인 스팀슨이 질문을 했다.

“아! 스팀슨 장관님, 조선 내부에 있는 정보 조직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정보 조직이 아닙니다. 조선 내의 조직은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행정 조직입니다.”

“행정 조직이라니요?”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조선 내에 구축해 놓은 조직은 의원 선거도 하고 세금도 걷는 일반적인 행정 조직과 같습니다. 그리고, 우리 광복군이 조선으로 상륙하고 들어갈 수만 있다면 국내의 행정 조직은 바로 국가를 건설하고 운영할 수 있습니다.”

내가 김규식 선생에게 혹시 연통제에 대해서 말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말하라고 했는데 바로 그 주제가 나왔다.

국가의 성립 요건은 영토와 주권 그리고 국민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영토는 잃었지만, 최소한의 주권과 국민의 일정 부분은 확보하고 있었다.

“그게 정말 가능합니까? 벌써, 30년 이상을 일본의 지배를 받아 오지 않았습니까?”

“대한민국은 반만년의 역사를 가진 민족입니다. 그런 우리 민족에게 30년의 치욕은 언제든지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작은 역사에 불과합니다. 우리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언제든지 원상회복이 가능합니다.”

김규식의 대답은 내가 주문했던 말 중 하나였다.

지금 김규식의 말은 미국 군부 지도자들에게 엄청난 카드 하나를 손에 쥐여주는 말이었다.

“미스터 김! 우리는 지금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짜로 그게 가능하다는 말입니까?”

역사가 짧고 단일민족이 아닌 미국인들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소리였다.

김규식이 미국 정부의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서 거짓말로 자신들을 현혹하고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여러분! 내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만약, 미국이 현재 중화민국을 지원하는 정도의 지원만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해준다면 우리는 국가를 회복하고 바로 징집을 해서 일본이 대륙으로 진출한 모든 곳을 차단하고 끊어 낼 수 있습니다.”

“각하, 김규식 선생의 말은 모두 사실입니다. 그래서, 각하께 동아시아를 1879년 이전으로 돌리겠다고 선포를 해달라고 한 겁니다. 조선과 오키나와가 일본과 분리가 된다면 일본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가 됩니다.”

일본에 있어서 대한민국과 오키나와가 떨어져 나간다면 일본은 본토의 섬 내 개만 남는다.

그것은 바로 일본의 패망으로 연결된다.

이 자리에 참석한 군부 지도자들의 뇌리에서 내가 던진 화두는 절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조선과 오키나와의 분리, 일본과의 전쟁에서 한꺼번에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조커였다.

그리고, 이것이 내가 태평양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해서 지금까지 노력하고 생각해온 방법이었다.

김규식 선생과 내 말이 끝나고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길 수 있는 몇 분 정도의 정적이 회의실 안에 흘렀다.

“각하, 우리 군이 완전한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 어쩔 수 없이 방어 전략을 가져가야겠지만 어느 정도 전력을 회복한다면 조지 씨의 말처럼 하는 것이 전쟁을 가장 빨리 끝내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각하, 저도 동의합니다. 만약, 조선과 오키나와를 일본에서 분리를 시킨다면 전쟁은 필승입니다.”

해군 제독 출신의 윌리엄 리히 육, 해군 총사령관 총참모총장과 육군 출신의 스팀슨 육군 장관이 루스벨트 대통령을 보면서 아주 강력하게 건의를 했다.

그리고, 나와 친분이 있는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도 거들었다.

“각하, 항공대가 조선과 오키나와에서 일본을 폭격하기 시작하면 이 전쟁은 금방 마무리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맥아더! 개새끼야! 너는 이제 끝이다. 내가 마지막 기회를 줬건만 광복군의 전공은 하나도 보고를 안 해? 네가 필리핀을 뺏기고 오스트레일리아로 쫓겨가도 내가 제안한 작전이 통과되면 필리핀은 수복할 필요도 없이 전쟁은 끝낼 수 있다.’

김규식 선생이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심을 돕기 위해서 숨겨 놨던 비장의 카드를 꺼내서 보여줬다.

“대통령 각하, 만약 미국 정부와 군이 정말로 조선과 오키나와를 분리하는 방법으로 작전을 진행한다면 일본 내에서도 동조하는 사람들의 협조가 있을 겁니다.”

김규식 선생의 말은 일본 내에도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연결된 고위 인사들이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이었다.

“미스터 김, 그건 또 무슨 말이지요? 설마, 일본 내에도 동조 세력이 있다는 거예요?”

“예, 각하, 일본 정부의 고위 관료들 전부가 이 전쟁을 지지하고 동조하는 것이 아닙니다. 고위 관료들 상당수는 군인들에게 암살을 당하는 것이 두려워서 숨을 죽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김규식 선생은 2.28 사건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해줬다.

“그러니까 미스터 김의 말은 일본 군부가 지금 국가를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인가요?”

“예, 사실 알고 보면 일본의 대다수 지도층은 죽기 싫어서 군부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설명도 맞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일본은 천 년 동안 칼잡이들이 지배한 나라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렇게 될 수밖에 없는 겁니다. 앞으로도 일본의 손에는 아무것도 쥐여주면 안 됩니다. 일본의 손에 힘이 생기면 이런 일은 또 생길 겁니다.”

역시, 김규식 선생이었다.

기회가 생길 때마다 일본은 상종하면 안 되는 국가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이것도 나중에 전후 처리하는 과정에서 분명히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들이 누굽니까?”

“지금은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일본 왕과도 긴밀히 연결된 사람들입니다.”

정보조정국장인 도너번이 놀라서 던진 질문을 김규식 선생은 가볍게 씹어줬다.

우리가 아무리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너무 날로 먹으려고 했다.

“각하, 전쟁을 끝내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일본 왕을 없애는 겁니다. 그러나,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조선과 오키나와를 분리하면 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일본의 동조 세력들이 알아서 항복할 겁니다.”

“그것을 어떻게 장담할 수 있는 겁니까?”

회의 내내 아무런 말이 없이 듣고만 있던 에드거 후버 연방수사국장이 처음으로 질문을 했다.

“여러분들은 잘 모르시겠지만, 일본의 경제는 지금 무너지기 바로 일보 직전입니다. 만약, 이 상태에서 조선과 오키나와까지 분리돼서 자원 공급마저 끊긴다면 일본은 육 개월도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집니다.”

“그러니까 그것을 어떻게 장담하냐고 묻지 않습니까?”

“현재, 일본 국내는 현금이 10% 이상 증가해서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발생한 상태입니다. 여기에 물건을 만들 수 있는 자원의 공급이 끊기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에드거 후버 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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