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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가옌만의 전투, 그리고 대승 (140/225)

링가옌만의 전투, 그리고 대승

대부분이 전투 부대원이 아닌 전투 지원 병력으로 부대가 구성되어 있었던 일본군을 재빠르게 정리한 광복군 전차대대는 보급을 마치자마자 다시 북쪽으로 11km 정도 떨어진 카바를 향해서 달리기 시작했다.

아구 해변에 상륙한 일본군을 물리친 존재가 광복군 전차대대라는 것을 들키지 않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지금이 중세시대도 아니고 일본군 지휘부도 구조 요청 무전을 통해서 전차대대의 출현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연대장님. 예상대로 일본군에 우리 전차대대가 노출된 것 같습니다.”

광복군 전차대대 정찰소대의 소대장이 김경천 대령에게 무전을 보내왔다.

“장 중위, 어째서 그렇게 판단한 거지?”

“전방에 일본군의 전차들이 꽤 많이 보입니다.”

“그래? 그럼 현재, 전방 상황을 자세히 보고해보게.”

“예, 지금 일본군은 우리 포병대의 포격 속에서도 어떤 방법으로 하역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3번 도로 주변으로는 일본군 전차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연대장님,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찰소대장은 김경천 대령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하고는 일본군 전차의 숫자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 같았다.

“연대장님! 일본군 전차의 총 수량은 160여 대 정도로 보입니다. 그리고, 중전차와 경전차가 뒤섞여 있습니다.”

“그럼, 55 대 160의 싸움인가?”

“예, 연대장님! 하지만, 우리 전차의 전면 방호력이 더 좋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개활지도 아니고 좁은 지형의 전투는 우리 전차대에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이미, 중화민국에서 일본군의 전차는 수도 없이 많이 상대해 봤다.

종잇장보다 얇은 장갑에 형편없는 주포의 관통력, 광복군 전차대대의 주력전차가 M-2 스튜어트 경전차라고 해도 더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정찰과 수색이 특기인 정찰소대장의 의견을 들은 김경천 대령은 잠시의 고민도 하지 않고 바로 전차대대에 돌격을 명령했다.

“우리 전차가 일본 놈들 전차보다 튼튼하다! 너희도 다들 알지?”

“예, 연대장님.”

“좋다. 우리는 저놈들만 쓸어버리면 더 북쪽에 상륙한 놈들을 정리하기는 훨씬 쉬워진다. 저놈들을 한발에 한 놈씩 정리하자! 할 수 있겠나?”

“예, 할 수 있습니다.”

“좋다. 가자! 달려라!”

광복군 전차대대는 일본군 포병들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지형이 그리 넓지 않은 지역이었지만, 산개 대형으로 일본군 전차를 향해서 달렸다.

그리고, 일본군 전차와 1km 근방까지 접근이 이뤄지자 M-2 스튜어트 경전차의 주포들이 일제히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

“펑!”

“펑!”

“사단장님, 미군 전차들입니다.”

일본군 48사단장 츠치바시 중장은 겨우 몇 대의 전차를 가지고 아군의 전차를 향해서 돌격하는 적들을 보면서 속으로 비웃음만 나왔다.

“저것들이 단체로 미친 것 아냐? 뭐, 설마 이렇게라도 해서 우리 사단의 진격로라도 막아 보겠다는 건가?”

“펑!”

“펑!”

그러나, 츠치바시 중장이 비웃음을 짓고 쳐다봤던 미군 전차들의 포격에 아군 전차들의 포탑이 터져 나가자 순간 너무 당황한 나머지 다음 명령을 내리는 것도 잊어버리고 멍하니 아군 전차가 터져 나가는 장면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사단장님! 사단장님!”

“저게 어떻게…. 저게 어떻게 가능하지?”

츠치바시 중장이 놀라서 말을 더듬으면서 눈만 깜빡거릴 때, 김경천 대령의 다짐처럼 일본군 전차들은 중전차, 경전차 가릴 것 없이 정말로 포탄 한 발에 한 대의 전차가 터져 나갔다.

그리고 바로 그때, 3번 도로 옆, 산등성이 참호에서 매복을 하고 있던 지청천의 보병 대대의 박격포와 기관총이 허둥대면서 우왕좌왕하는 일본군을 향해서 불을 내뿜기 시작했다.

“대대 사격 개시! 쏴라! 지금이 기회다.”

“사격 시작! 한 방에 한 놈씩 죽여라!”

“두 두두두두!”

“뽕! 뽕!”

자신들이 그렇게 믿고 의지했던 전차들이 종잇장처럼 터져 나가는 모습에 사단장에서부터 일반 병사들까지 단체로 멘탈이 붕괴된 일본군은 갑자기 산등성이에서 날아온 총탄과 박격포탄에 이제까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마저 놓아버렸다.

“사단장님! 아무래도 우리가 포위된 것 같습니다. 이제 어떻게 합니까? 병사들의 동요가 심합니다.”

“뭐라고?”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츠치바시 중장을 보면서 참모들은 어떻게 하든지 사단장이 제정신을 차릴 수 있게 만들려고 포탄이 터지고 기관총탄이 날아다니고 있는 상황에서 큰 소리로 츠치바시 사단장의 정신을 일깨웠다.

“사단장님! 정신을 차리십시오.”

“사단장님, 이러다 우리 다 죽습니다.”

츠치바시 사단장의 눈에 비친 병사들은 살기 위해서 발악을 하고 있었다.

몸을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터져버린 아군 전차 뒤에서 총알과 포탄을 피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전차를 당장 뒤로 빼라! 전차를 더 잃으면 안 된다.”

“사단장님, 그럼 적 전차는 무엇으로 막습니까?”

“병사들에게 대전차 지뢰나 화염병이라도 들고 돌격하라고 해!”

“예? 병사들이 접근하기도 전에 다 죽을 겁니다.”

“그럼, 어떤 방법이 있나? 우리 전차가 저렇게 종잇장처럼 찢겨 나갈지 누가 알았어? 빨리 병사들에게 수류탄이라도 들려서 돌격시켜!”

그러나, 츠치바시 중장과 그의 참모들이 하나 놓친 것이 있었다.

전쟁은 바로 기세 싸움이다.

아군 전차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가고 있는 상황에서 산등성이에서 3번 도로 쪽으로 계속해서 쏟아지고 있는 기관총탄과 박격포탄을 너무 경시했다.

그리고, 그 후유증은 바로 나타났다.

“도망쳐! 우리 이러다가 다 죽어!”

“어머니! 저 좀 살려주세요. 으악!”

전장에서 지휘관의 명령이 없으면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일본군 병사들은 심적인 동요와 타격이 얼마나 컸는지 그대로 몸을 돌려서 자신들이 처음 상륙했던 해안을 향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저 새끼들 막아! 도망치는 놈들은 그냥 다 죽여라!”

“사단장님!”

“그럼, 그냥 놔두라는 말이냐?”

“그게 문제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떡하든지 적을 막아야 하지 않습니까? 이대로라면 부대가 괴멸될 수 있습니다.”

흔들리는 일본군 48사단과는 다르게 광복군 전차대대와 보병 대대는 끈끈한 협력을 보여주면서 일본군의 진형을 정확히 반으로 갈라버렸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일방적인 학살의 시간이 시작됐다.

“항복! 살려주십시오.”

“항복하겠습니다.”

“죽어! 개새끼들아!”

“너희를 이곳으로 보낸 너희 왕을 원망해라.”

“탕!”

“타당!”

도망치다 포위된 일본군 병사들이 항복하겠다고 양손을 번쩍 들어 올렸지만, 광복군은 포로는 일절 받지 않았다.

광복군 병사들은 자신들의 어렸을 적 기억에 간도와 조선에서 겪었던 일본군은 우리 동포들이 아무리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매달려도 절대로 살려주지 않았었다.

광복군은 일본군 병사들을 상대로 당했던 만큼 똑같이 갚아 주고 있었다.

“너희가 그놈들은 아니겠지만 너희도 우리 동포를 살려주지 않았었다. 누구를 원망할 테냐? 그냥 죽어라.”

“항복은 없다. 그냥 죽여! 어차피 우리는 작전 때문에 포로를 잡을 형편도 안된다.”

일방적인 도살의 시간이라고 할까?

서둘러서 해안으로 탈출한 일본군을 제외하고 3번 도로 주변에 있던 일본군들은 광복군 전차대대와 보병 대대에 포위된 채로 하나둘 생을 마감하고 있었다.

* * *

“북쪽의 바우앙은 잘 막고 있으려나 모르겠군. 여기서 당한 일본군 패잔병이 바우앙 방면으로 도주를 한 것 같은데 혹시 필리핀 레인저 부대의 옆구리를 치고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초기에는 강력하게 상륙한 일본군을 제압햇다고 하는데 그 이후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카바에 상륙한 일본군 48사단 본대를 괴멸시킨 김경천 대령과 지청천 중령은 모두가 힘들고 지친 상태였지만 카바에서 북쪽으로 11km 정도 떨어진 바우앙의 사정이 걱정돼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일본 제14군이 마닐라를 공략하기 위해서 남서쪽에 상륙한 곳 중에 아직 한곳이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둘러 보급을 하고 다시 한번 힘을 내서 북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연대장님! 연대장님!”

“무슨 일인가?”

“바우앙의 수비를 맡았던 필리핀 국방군 제26 기병연대가 후퇴하겠답니다.”

“일본군의 공격을 더는 막기 힘들다고 하던가?”

“아닙니다. 가지고 있는 장비 중에 작동하지 않는 장비들이 너무 많아서 화력 싸움에서 밀리기 시작했답니다.”

“뭐가 작동을 하지 않는다는데?”

“50mm 기관총을 제외하고는 나머지 기관총들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합니다.”

김경천 대령은 필리핀 국방군 소속의 군인들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보다 더 소중히 다뤄야 할 무기들을 어떻게 관리를 했으면 기관총들이 전부 말을 듣지 않을까 싶었다.

“연대장님, 차라리 우리가 현재 위치한 곳으로 필리핀 레인저 부대를 유도하고 뒤를 쫓아올 일본군을 기회를 봐서 치는 것은 어떻습니까?”

“필리핀 레인저 부대를 미끼로 쓰자는 말인가?”

“예, 이왕 후퇴할 거라면 어차피 우리와 합류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니까 우리가 있는 곳으로 후퇴를 유도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흠….”

지청천 중령의 건의를 받은 김경천 대령은 잠깐 고민을 하더니

“통신병! 항공대에 출동할 수 있는지 물어봐라.”

“예, 연대장님 알겠습니다.”

통신병을 찾는 김경천 대령을 보면서 지청천 중령이 항공대를 찾는 이유를 물었다.

“지 중령, 필리핀 레인저들을 미끼를 쓰면서 항공대가 일본군이 자연스럽게 필리핀 레인저를 따라가게 할 생각이네.”

“항공대가 공습해서 필리핀 레인저 부대 쪽으로 일본군을 몰아갈 생각이시군요?”

“그래. 맞아. 그럴 생각이네.”

“연대장님! 많이는 힘들고 3개 편대 정도는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라. 내가 도착해서 좌표를 알려줄 테니까 그때 출격을 부탁한다고 해라.”

“예, 연대장님.”

“연대장님, 이곳 지형이 항아리형으로 적을 몰아넣어서 잡기에는 딱 좋은 것 같은데 혹시 그것을 노리시는 겁니까?”

“그래. 맞아. 항공대가 몰이하면 일본군은 필리핀 레인저들을 추격하면서 이곳으로 들어오게 될 거야. 나는 그때를 노릴 생각이네.”

“그럼, 지금부터 준비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아직은 아니야. 필리핀 레이전 부대가 후퇴하는 도중에 사방으로 흩어지면 안 돼. 그러니까 필리핀 레인저 부대와 교신을 하고 나서 그때부터 준비하자고.”

“아!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광복군이 루손섬 서남부 링가옌 만에 상륙한 일본군을 괴멸시키기 위해서 작전을 짜고 있을 때, 필리핀을 점령해야 하는 일본 제14군 사령관 혼마 마사히루 장군은 링가옌 만에 떠 있는 수송선에 머무르고 있었다.

링가옌 만의 세 곳으로 상륙한 부대가 사방으로 진격하고 있었으나 통신이 끊겨서 전장 상황을 전혀 알 수도 없었고 상륙 부대에 직접 명령을 내릴 방법도 없었다.

그는 엄습하는 불안과 싸우면서 만사가 제발 잘 풀리기를 기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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