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D+15, ‘M’ 작전의 실패 (2) (139/225)

D+15, ‘M’ 작전의 실패 (2)

일본 제14군 48사단장인 츠치바시 중장이 계획했던 상륙 작전은 탁월한 작전이었다.

소속이 각기 달랐던 세 개의 다른 부대를 지휘해서 마닐라 남서부를 공격했고 상륙한 지점들의 위치 선정도 훌륭했다.

산맥과 해안 사이로 지나가는 필리핀의 3번 도로는 훌륭한 2차선 포장도로였고 세 곳의 상륙 지점에서 3번 도로를 타고 따라가다 보면 마닐라까지 바로 이어져 있었다.

일단 해안에 상륙해서 미군 방어 병력을 물리치고 나면 주력인 제48사단은 바로 마닐라를 향해서 진격하고 상륙해안 지역의 방어는 보병 제9연대에 맞길 생각이었다.

그리고, 츠치바시 중장의 예상으로는 아그노강에서 미군과 제대로 된 첫 번째 전투를 치를 것으로 생각했다.

“빨리빨리 병력을 해안으로 상륙을 시켜라! 지금, 이 상황에서 혹시라도 적들의 공습이라도 받게 되면 모든 계획이 무너진다. 어서 서둘러! 그리고, 나도 지금 당장 하선할 테니까 준비해라!”

츠치바시 중장은 예상치 못했던 포격으로 해안에 상륙한 병력이 그 자리에 그대로 주저앉아 버리자 자신이 직접 병력을 지휘하기 위해서 상륙을 서둘렀다.

“사단장님, 지금은 적들의 포격이 또 잠잠하지 않습니까? 혹시, 적들이 우리가 빨리 상륙하도록 유인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 멍청아! 지금은 우리 함포들의 대응 사격 때문에 미군 포대가 사격하지 못하는 거잖아? 적의 포대들이 자리를 옮겨서 다시 포격을 시작하면 그때는 또다시 큰 피해를 본다는 걸 모르겠나?”

예상 밖의 기습을 받은 상황이라서 그런지 일본군 지휘관과 참모들은 허둥대면서 헛소리까지 지껄이는 참모도 나왔다.

일본군의 상륙 작전을 해안에서 떨어진 산맥 등성이에서 관찰하던 지청천 중령은.

“일본군이 본격적으로 상륙해서 해안 도로를 점령하기 위해서 올 모양이다. 다들 준비들 하라고 해라!”

“예, 대대장님.”

지청천 대대장의 명령에 따라서 산맥과 도로 사이에서 일본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던 광복군들은 언제든지 사격 명령이 떨어지면 바로 공격을 시작하려고 장비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일본군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서서히 전투가 임박해오자 긴장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치직…. 지 중령, 혹시 전차대대의 지원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연락해라. 내가 바로 출동하겠다.”

“예, 연대장님, 감사합니다. 연대장님, 그런데, 혹시 항공대의 지원은 아직도 힘듭니까? 해안에 상륙해서 집결하는 일본군을 항공대가 한 번만 쓸어 버리면 좋을 것 같은데요?”

“지금 당장은 힘들다. 맥아더 사령관 쪽을 지원하느라 전혀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그렇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여기는 최대한 제 선에서 해결해 보겠습니다.”

“그래, 잘 부탁한다. 그리고, 후방에는 우리가 있으니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언제든지 힘에 부친다고 생각하면 후퇴해라.”

“예, 알겠습니다.”

“자! 수화기 받아라.”

“예, 대대장님.”

무전기의 송수화기를 통신병에 넘기려던 지청천 중령을 김경천 대령이 다시 호출했다.

“아! 참, 이봐! 지 중령! 지 중령!”

“예, 연대장님.”

“지금, 맥아더 사령관 쪽은 상당히 고전하고 있으니까 우리가 여기를 빨리 정리하고 어쩌면 맥아더 사령관을 지원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그것도 미리 대비를 해놓고 있어야 할 거다.”

“예? 아니, 미군과 필리핀 국방군 전체가 달려들었는데 그까짓 일본군 1개 사단을 막지를 못하고 있다는 소립니까?”

“미군과 필리핀 국방군의 전력은 앞으로 믿지 않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전투력이 형편없어도 너무나 형편이 없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예? 와! 진짜, 맥아더 이 양반은 도대체 그동안 뭘 한 겁니까?”

“필리핀 친구들하고 술 마시고 파티하시러 다니시느라 정신이 없으셨겠지.”

지청천 중령이 연대장인 김경천 대령과 무전을 주고받고 있는 사이에 해안에 상륙한 일본군들의 모습에 변화가 생겼는지 선임 중대장이 지청천 중령을 불렀다.

“대대장님! 잠시 해안 쪽을 한번 봐주십시오. 일본군 고위 지휘관이라도 해안에 상륙한 모양입니다. 일본군들이 대열을 빠르게 정비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초반에 저격을 당해서 흔들리던 놈들이 벌써 재정비를 하고 있다고?”

“예, 대대장님. 일본군이 상륙한 해안을 살펴보십시오.”

선임 중대장의 말에 급하게 망원경을 들고 해안을 살피던 지청천 중령은 다시 무전기의 송수화기를 들고

“연대장님, 포병대대의 지원을 다시 한 번만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잘하면 해안에 상륙한 일본군들을 한 번에 쓸어 버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 중령, 그게 무슨 소리야?”

“연대장님, 일본군 고위급 지휘관이 해안에 상륙한 모양입니다. 저격수들에게 당해서 어리버리한 움직임을 보이던 일본군들이 빠르게 정비를 해나가고 있습니다. 한 번만 더 포격을 해주시면 상륙해 있는 일본군의 지휘부를 쓸어 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이냐?”

“예,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그래? 알았다. 지 중령, 좌표를 불러라.”

“예, 연대장님, 좌표는….”

“꽈 광!”

“꽝!”

“으악! 엎드려! 모든 병사는 빨리 엄폐물을 찾아서 각자 엄폐해라!”

탁 트인 바닷가에서 엄폐물이 어디 있겠는가?

광복군 포병대대의 일차 포격 때 생긴 구덩이로 많은 일본군 병사들이 한꺼번에 몰렸고 포탄 구덩이와 같은 엄폐물을 찾지 못한 일본군 병사들은 하역해놓은 물자 뒤에 몸을 숨기기 바빴다.

그러나. 그 정도의 엄폐물로는 상륙한 일본군 전체를 보호할 수 없었다.

“꽈 광!”

“꽝!”

“으악!”

“악! 아…. 살려줘!”

1차로 병력이 상륙한 해안에서 병력을 수습하고 재정비를 지시하고 있던 48사단장 츠치바시 중장은 중요한 순간마다 포격으로 병력을 갉아먹는 적에 대해서 이를 갈았다.

“내가 이 치욕은 반드시 갚아 주마. 그런데, 아직도 지원 함선들과는 교신이 안 되나?”

해안에 상륙한 일본군은 재수가 없는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은 지원 함대와 무전 교신이 되지를 않고 있었다.

“예, 사단장님, 그리고, 이렇게 훤하게 노출된 해안은 위험합니다. 차라리 상륙한 병력을 빨리 3번 도로 쪽으로 전진을 시키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함포 지원을 전혀 받을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그렇게 하자.”

훤하게 탁 트인 개활지에 대규모 병력이 모여 있는 것은 적에게 죽여달라고 비는 행동밖에는 안 보인다는 것을 망각하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냈다가 해안에 상륙한 병력은 피해만 엄청나게 보고 말았다.

“뭣들 하나? 빨리 병력을 인솔해서 3번 도로 쪽으로 이동을 시켜라!”

48사단장 츠치바시 중장이 병사들의 사기를 진작시키기 위해서 군도까지 빼 들고 명령하자, 해안에 상륙해 있던 일본군들은 서둘러서 3번 도로 쪽으로 서둘러서 전진을 하기 시작했다.

“대대장님, 포격을 받은 일본군들이 도로 쪽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병신같은 놈들이 여기가 자기들 목숨을 끊어 줄 범의 아가리인데 그걸 모르고 우리 품으로 알아서 뛰어들어주는군.”

“대대장님, 그럼 이대로 참호를 기다립니까? 아니면, 저희도 마주 보면서 전진할까요?”

“지금은 아니야. 조금만 더 기다리자. 일본군이 도로와 산등성이 쪽으로 조금만 더 접근해오면 그때를 노리자.”

“예, 대대장님.”

선임 중대장의 건의를 잠시 미루고 지청천 중령은 다시 무전기 송수화기를 들었다.

“연대장님, 일본군이 포격을 받자 3번 도로 쪽으로 급하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일본군이 조금만 더 저희 쪽으로 접근을 하면 저희가 먼저 치고 나가려고 합니다. 그래도 되겠습니까?”

“이봐! 지 중령. 자네 마음은 알지만 자네 부대 겨우 대대 병력인데 그 병력만으로는 상륙한 일본군 사단 병력을 모두 제압하기는 힘들지 않겠어? 너무 무모한 결정은 아니야?”

“그렇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지금 일본군의 상태를 보신다면 연대장님께서도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판단하실 겁니다.”

“아니야! 지 중령!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봐!”

김경천 대령은 부하들과 뭔가를 상의하는지 무전기에서는 한동안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이삼 분 정도가 지났을 때, 김경천 대령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현재, 내가 대기 중인 곳으로는 일본군 상륙 병력이 군함의 지원 없이 상륙 주정과 발동선만을 이용해서 상륙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저놈들을 밀어버리고 바로 그쪽으로 가겠다. 그때까지만 대기해라.”

“아니, 그쪽은 어째서 일본 해군이 지원을 가지 않은 겁니까?”

“여기는 해안의 뻘밭이 너무 길어서 아마 그런 모양이다.”

“아! 연대장님,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아니야. 세 곳으로 분산해서 상륙한 병력 중에 두 곳을 우리가 쓸어버린다면 이쪽 링가옌만은 금방 정리가 되겠지. 그럼, 전체적인 전황도 좀 더 나아지지 않겠나?”

“그거야 당연히 전황이 바뀌지 않겠습니까?”

“그래, 알았다. 조금만 기다리고 있어라.”

사실, 천운으로 일본군 수송함대와 일본군 상륙 부대 간의 무전 교신이 원활하지 않았다.

그 틈을 노리고 광복군 전차대대는 일본군 48사단이 상륙한 세 곳의 상륙 지점 가운데 가장 남쪽의 상륙 부대를 향해서 M-2 스튜어트 경전차들이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부아 앙!”

“부아 앙!”

“타 타 타 타당!”

“두 두두두!”

엔진 출력을 최대로 높인 M-2 스튜어트 경전차들은 해변에 상륙해서 정비하던 일본군을 향해서 기관총을 난사하면서 일본군을 깔아뭉갤 듯이 달려갔다.

“적이다! 빨리 숨어!”

“적 전차를 향해서 돌격! 덴노 헤이카 반자이!”

전차를 향해서 돌격하는 일본군과 돌격하는 일본군을 향해서 돌격하는 광복군 전차들이 서로 뒤엉켰다.

“저 미친 새끼들은 총알도 아깝다. 그냥 갈아버려!”

“우리 뒤는 보병들이 받치고 있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그냥 달려!”

기관총 공격에 쓰러지는 일본군 병사들을 뚫고 맛이 살짝 간 병사들은 총검이 장착된 소총을 들고 전차를 향해서 육박전을 전개했다.

그러나, 전차로 돌격하는 일본군 병사들은 그대로 전차의 캐터필러에 갈려서 피와 고기로 분해가 됐고, 전차 뒤를 따르는 광복군 병사들에 의해서 수류탄이나 대전차 지뢰를 몸에 안고 뛰어들던 일본군 병사들은 접근도 하지 못하고 죽어서 나자빠졌다.

11km 정도 북쪽에 상륙한 일본군에게 전차를 노출하지 않기 위해서 오직 기관총만으로 일본군을 쓸어버린 광복군 전차대대는 서둘러 탄약을 보충했고 그사이에 전차대대를 엄호하던 보병 병사들도 트럭에 올라타서 북쪽으로 진격할 준비를 서둘렀다.

다음 전투를 준비하면서 부산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을 보면서 김경천 대령은 하늘에 기도하듯이 하늘을 보면서 혼자서 말했다.

“이번에 일본 제14군의 상륙 작전을 막을 수만 있다면 한동안 일본군이 필리핀을 공략하기 위해서 동원할 병력이 없을 겁이다. 이번 한 번만 더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현재, 일본 대본영은 급격하게 넓어진 전선을 커버하기 위해서 징집을 시작했지만 당장 급하게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라고 해봐야 지나 전선에서 중화민국군과 전투 중인 군대인 지나 방면군과 아니면 조선이나 타이완을 지키는 조선군이나 타이완군 병력을 빼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것은 바로 지나와 조선 그리고 타이완에서의 일본의 지배력을 약화시키는 것과 같은 결과를 초래할 뿐이었다.

그리고, 지나와 조선, 그리고 타이완에 대한 일본의 지배력이 약해졌을 때 어떤 일이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