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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5, ‘M’ 작전의 실패 (1) (138/225)

D+15, ‘M’ 작전의 실패 (1)

일본 대본영과 남방군 사령부가 두 개 사단의 병력, 겨우 35,000여 명의 병력으로 필리핀의 루손섬을 점령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은 필리핀에 주둔 중인 맥아더 사령관과 미국 극동군 그리고 필리핀 국방군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였다.

미국 극동군이 일본군과 비교해서 부족했던 것은, 단 한 가지 해군뿐이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필리핀 전투에서 패배하고 오스트레일리아로 도망친 맥아더는….

“김경천 대령! 우리가 지금 상당히 많이 다급한 상황이다. 링가옌 만에 상륙한 일본군은 광복군과 필리핀 레인저 연대가 함께 막아줘야 할 것 같은데 잘 할 수 있겠나?”

맥아더 사령관은 마닐라 동남쪽 레가스피에 상륙한 일본군이 마닐라로 향해서 진격하는 것을 제대로 막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졸전을 펼치고 있었다.

자신의 영지나 다름없는 마닐라를 지키기 위해서 맥아더 사령관은 미국 극동군 전 병력과 필리핀 국방군의 모든 병력을 투입해서 일본군의 마닐라 진격을 간신히 틀어막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마닐라 남서쪽 링가옌 만은 막을 능력이 되지 않자 그것을 광복군에게 떠넘겨 버린 것이다.

“예, 맥아더 사령관님. 저희가 책임지고 마닐라 남서쪽의 링가옌만으로 상륙한 일본군을 막아 보겠습니다.”

“‘막아 보겠다.’라는 것은 무슨 뜻이지? 확실히 막을 수 있다는 소린가? 아니면 진짜로 막아는 보겠다는 소린가? 확실하게 대답을 해줘야 나도 다음 준비를 할 수 있지 않나?”

“사령관님. 저희 광복군이 책임을 지고 확실히 막겠습니다. 대신, 후방 보급만큼은 사령부에서 책임을 져 주십시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대답하는 김경천 대령의 모습에 맥아더 사령관의 표정이 밝아지면서

“좋아! 최소한 중화민국에서 했던 것만큼만 해주면 된다.”

“예, 알겠습니다. 사령관님.”

* * *

김경천 대령은 전차대대가 증편된 광복군 1개 연대와 필리핀 레인저 1개 연대를 거느리고 일단 일본군 상륙 예상 지점의 가장 북쪽의 바우앙에서부터 아구까지의 3번 해안 도로 주변에 병력을 포진시켰다.

“김경천 대령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손원일 중령에게 연락하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광복군 내에서 대규모 전투 작전 능력이 가장 뛰어난 김홍일 중령이 나서서 상륙 지점으로 접근해 오는 일본군 상륙 병력을 보면서 잠수함 전단에 지원을 요구하자고 건의했다.

“김 중령, 지금도 맥아더는 우리에게 가장 방어가 힘든 곳을 맡겼다. 어찌 보면 우리를 소모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아마 맞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 잠수함 전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나?”

“저도 그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식으로 육군만으로의 전투는 병사들의 피해만 늘어나고 너무나 비효율적인 방식입니다.”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 광복군 육군의 힘만으로도 일본군 1개 사단쯤은 작살을 내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도 괜찮지 않을까?”

“혹시, 이렇게 양팔 다 묶고 싸워야만 하는 다른 이유가 있습니까?”

“응,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그러니까 이번만큼은 우리 광복군육군만의 힘으로 한번 싸워보자고, 그리고 항공대는 맥아더의 눈치를 보면서 지원을 해줄 거네.”

한창, 김경천 대령과 김홍일 중령이 대화하는 동안 상황실 안의 무전병들이 갑자기 바쁘게 울리기 시작하는 무전기를 들고 교신을 하기 시작했다.

“치직, 연대장님, 해안 관측소에서 긴급 연락이 왔습니다. 일본군은 세 곳으로 나눠서 상륙할 것 같다고 합니다.”

“분명히 일본군의 예상되는 상륙 지점이 세 곳이라고 했나?”

“예, 연대장님. 각각 따로 도착했던 선단들이 그대로 선단을 유지한 채로 상륙을 할 모양이랍니다.”

대부분의 상륙 작전은 상륙 목표 지점 한 곳이나 적의 눈을 흐리기 위해서 주공과 조공을 나눠서 두 곳 정도만 공격하는데, 링가옌 만에 도착한 일본군은 수송 선단 숫자에 맞춰서 세 곳으로 나누어져서 공격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각기 다른 부대를 빡빡 긁어모아서 필리핀으로 왔다는 소리였다.

아마 각각의 수송 선단에 실린 병력은 서로가 다른 소속의 부대일 확률이 높았다.

일본군은 처음부터 상륙할 병력이 서로 다른 소속이다 보니 통합적인 작전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아예 처음부터 세 부대로 나눠서 상륙 작전을 진행하는 것 같았다.

“이럴 때, 항공대라도 지원을 좀 해준다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포병대대장인 박시창 소령은 항공대의 지원이 아쉬웠는지 많이 안타까워했다.

“항공대가 지금은 도와주기는 힘들 거야. 맥아더 사령관 쪽을 지원해야 하고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일본 항공대의 마닐라 공습을 방어해야만 해서 어쩔 수 없이 대기하고 있어야 할 거다.”

박시창 소령은 김경천 대령의 대답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

“아, 진짜! 처음부터 말을 들었으면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맥아더 사령관은 왜 말을 안 들었을까요?”

“지난 이야기 다시 해봐야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나? 지난 이야기는 이제 그만 잊게.”

“너무 아쉬워서 그렇습니다. 맥아더만 잘했으면 이렇게 고생할 이유가 하나도 없었는데….”

“맥아더 사령관이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려줘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게. 중화민국에서처럼 속을 알 수 없는 짓을 저지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가 뒤집어쓰지 않겠나?”

“하아…. 시발놈.”

박시창 소령이 한숨과 함께 맥아더 사령관에게 욕을 한마디하고 입을 닫자, 김경천 대령은 통신병에게 새로운 명령을 지시했다.

“해안 관측소의 저격수들에게 무전기를 들고 있는 일본군을 우선해서 저격하고 그다음은 장교라고 전달해라!”

“연대장님, 저격수의 제일 목표는 통신병, 제이 목표는 지휘관입니까?”

“그래! 제이 목표까지만 저격하고 현재 위치에서 탈출하라고 전해라! 괜히, 하나라도 더 잡아 보겠다고 자리를 지키지 말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김경천 대령은 몸을 돌려서 3번 해안 도로가 그려진 상황판의 지도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지청천 중령은 잘 매복하고 있겠지?”

“참! 그게, 연대장님. 지청천 중령 부대의 매복 위치가 좀 위험합니다.”

“왜? 매복 위치가 적들의 함포 사격 사정거리 안에 들어있나?”

“예, 순양함 이상들의 함포 사격 사정거리 안에 들어갑니다.”

“그래? 그런데, 설마 아무리 일본군이 인명을 경시한다고 해도 같이 우리와 같이 맞붙어서 접전을 벌이는 상황에 함포 사격을 시도할까?”

“연대장님, 일본군은 언제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잔인했습니다. 지청천 중령님에게도 대비를 시키시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지?”

“예, 연대장님. 시간이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을 때, 유개 엄폐호를 만들기를 건의드립니다.”

김홍일 중령의 건의를 들은 김경천 대령은 곧바로 통신병을 향해서 다시 몸을 돌렸다.

“통신병! 지청천 중령, 연결해!”

“예, 연대장님.”

“지청천 중령! 연대장이다.”

“예, 연대장님. 어쩐 일이십니까? 혹시, 무슨 상황 변화라도 생긴 겁니까?”

“아니야. 너희들이 아무래도 적 함포 사정거리에 노출된 것이 걱정된다. 그래서, 포병대대가 시간을 벌어 줄 테니까 그사이에 유개 엄폐호를 빨리 구축해라!”

“저도 그 부분이 조금 걱정이 됐는데, 연대장님 감사합니다. 그리고, 포병대대의 지원 역시도 감사드립니다.”

“아니다. 항상, 애들 목숨 잘 챙겨라.”

“예, 연대장님.”

“통신병! 해안 관측소를 연결해서 일본군의 상륙이 3분의 2 이상 진행되면 바로 연락하라고 해라.”

“예, 연대장님.”

통신병과의 대화를 끝낸 김경천 대령은 포병대대장인 박시창 소령을 보면서

“해안 관측소에서 연락이 오면 그때 공격을 시작하게.”

“예, 연대장님.”

“그리고, 적당히 상륙을 방해할 정도만 공격하고 적의 대포병 사격이 시작되기 전에 빠지라고. 알겠지?”

“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일본군의 링가옌만 상륙 작전을 저지하기 위해서 작전을 지시한 김경천 대령은 연대 작전참모인 김홍일 중령에게 이후 광복군 연대의 작전 통제권을 넘기고 자신이 직접 지휘하는 전차대대로 향했다.

“치직…. 일본군이 해안에 병력 3분의 2 이상이 상륙했습니다.”

“작전참모님, 해안에 3분의 2 이상이 상륙했다고 합니다.”

“바로, 포병대대에 연락해줘라.”

“예, 알겠습니다.”

김홍일 중령은 해안 관측소에서 일본군의 상륙에 대한 소식이 도착하자 바로 포병대대에 연락해서 일본군 상륙 병력을 타격하라고 명령했다.

벌써, 상륙 병력이 3분의 2 이상이 해안에 상륙한 상황인데도 예상했던 미군의 공격이 없자, 제48사단장 츠치바시 중장은 수송선 긴요마루 위에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부정을 타게 한 것일까?

“후유…. 다행히 미군의 매복은 없었군.”

“꽈 광!”

“꽝!”

상륙 주정에서 내려 해안에서 물자를 분배하고 상륙전을 준비하고 있던 일본군 병사들은 갑자기 날아든 포탄의 폭발에 찢겨져서 사방으로 날아갔고 해안에 적재해 놓았던 물자들도 파괴돼서 불타올랐다.

“사단장님, 해안에 상륙한 병력의 머리 위로 포탄이 무수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나도 알아! 하필이면 지금이냐?”

“적들이 분명히 노리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빨리 해군에 지원 사격을 해달라고 해!”

“예, 알겠습니다.”

“치직…. 대구경 야포를 싣고 운반하는 주정이 보입니다. 구경을 봤을 때 나중에 우리 군에 상당한 피해를 줄 만한 야포로 보입니다.”

“야포가 아직 상륙 주정에 실려 있나?”

“예, 그렇습니다.”

“좌표를 불러라. 바로 타격하겠다.”

“좌표는….”

김홍일 중령은 해안 관측소에서 보내온 좌표를 다시 박시창 소령의 포병대대에 전달해서 공격하고 이 포격을 마지막으로 후방으로 빠지라고 지시했다.

“꽈 광!”

“꽝!”

“으악! 우리 해군은 도대체 뭐 하는 거야?”

“빠가야로! 우리보고 다 죽으라는 거냐?”

상륙 주정에 대구경 야포를 싣고 해안으로 접근해오던 일본군 포병 병력은 바다 한가운데서 엄청난 포화를 뒤집어쓴 채로 바닷속으로 하나둘씩 가라앉았다.

단 20분 동안, 미친 듯이 포탄을 퍼붓던 광복군 포병대대의 포격이 멈추자 아구마을 해안은 일본군 병사들의 시체와 불타는 물자들로 가득했다.

그 모습을 긴요마루의 함상에서 지켜본 제48사단장 츠치바시 중장은 눈이 완전히 뒤집혀 버렸다.

“칙쑈! 칙쑈! 빨리 상륙해서 적을 잡아라!”

“예, 사단장님.”

“빨리 서두르라고. 주정이 없으면 헤엄쳐서라도 빨리 상륙해라! 반드시 잡아라!”

일본 해군의 대응 포격으로 유개 엄폐호 안에 들어가서 웅크리고 있던 지청천 중령의 부대는 일본 해군의 포격이 멈추자 고개를 내밀고 전방을 주시했다.

“그래, 잘하고 있다. 어서 와라. 너희들을 위해서 준비해둔 만찬이 기다리고 있다.”

“탕!”

“악!”

“뭐냐? 또, 통신병이냐?”

“예, 중대장님.”

“탕!”

“으악!”

통신병이 저격을 당하자 군조를 닦달하던 일본군 중대장의 머리통이 터져 나갔다.

“중대장님! 중대장님!”

통신병이 저격당한 것에 화를 내던 중대장도 저격을 당하자 해안에 상륙한 일본군 중대 병력은 우왕좌왕하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른 채 해안을 떠나지도 못하고 있었다.

아구 마을 해안에 상륙한 일본군 부대의 무전을 담당하는 통신병과 중대급 지휘관들을 저격한 해안 관측소의 저격병들은 조용히 해안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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