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히로히토가 사라지면 일본은 스스로 망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고 이틀이 지났을 때 루스벨트 대통령이 급하게 찾는다는 소식에 서둘러서 백악관을 찾아갔고 백악관 2층, 대통령 집무실 안의 예상 밖의 풍경에 깜짝 놀랐다.
루스벨트 대통령과 단독 또는 보좌관들과 함께 앉아서 대화를 할 줄 알았는데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안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미국 군부의 수뇌부들이 빼곡히 모여 있었다.
“자! 여기, 이 친구는 내 평생 지지자이자 동지이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후원자인 조지네. 그리고, 여러분들이 이틀 동안 검토했던 도쿄 폭격 작전계획의 기획자이기도 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의 소개에 맞춰서 집무실 안에 모인 사람들에게 가볍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십니까? 조지 리입니다.”
“만나서 반가워요. 조지 씨.”
내가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회의 석상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후원자라고 밝혀도 당당할 수 있는 이유는 미국인들은 미국을 반역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의 고국을 도왔다고 해서 비난하고 그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 단적인 예로 일본이 전쟁을 벌일 때마다 일본에 여전히 충성하는 일본 출신 이민자들은 일본의 전쟁 국채를 엄청나게 사줬다.
일본인 이민자들이 그런 행동을 스스럼없이 해도 미국 정부는 일본인 출신 이민자들에게 아무런 제재하지 않았다.
“자, 조지, 시간이 없으니까 인사는 그만두고 어서 자리에 앉지? 우리가 도쿄를 공격하려고 보니까 몇 가지 걱정돼서 확인할 것이 있어서 말이야.”
루스벨트 대통령과 군부의 수뇌부들은 지난 이틀 동안 시간이 있을 때마다 모여서 도쿄 폭격과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 대해서 토의를 했는지 다들 나를 쳐다보는 모습이 궁금증을 참지 못하는 호기심 가득한 학생들 같은 모습이었다.
“조지 씨, 내가 먼저 궁금한 것을 하나 묻고 싶군요.”
가장 먼저 말을 꺼낸 사람이 누군가 했더니 바로 스팀슨 육군 장관이었다.
“예,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성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떤 것이 궁금하십니까?”
“이 정도로 방대하고 세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첩보 조직이 있어야 하는데 중화민국 조사통계국의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대한민국 임시정부 내에 첩보 조직이 있는 겁니까?”
미국은 이제야 영국의 Mi- 5와 Mi- 6를 롤모델로 벤치마킹해서 전략사무국(O.S.S.)을 출범시켰다.
그만큼 미국은 그동안 외부 정보를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곳이 없었다는 소리였다.
“예, 제가 알기로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에는 최소한 두 곳 이상의 정보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두 곳 이상이라고요?”
“예, 방첩과 대외 첩보 수집 그리고 대외 특수 작전 조직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음…. 그랬었군요.”
아마, 스팀슨 육군 장관은 미국의 전쟁성(육군부)의 장관으로서 일본에 기습을 받았다는 사실이 쪽팔렸을 것이다.
나라도 없는 망명 정부까지도 대외 정보를 수집하는 조직이 있는데 미국은 그동안 너무 안일하게도 정보 조직이 육군과 해군 등 여러 곳으로 갈라져서 제각기 따로 놀고 있었고, 결국 그 덕분에 일본의 침략 정보는 많았지만, 진주만 공습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했다.
“조지 씨,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첩보 조직은 지금도 활동하고 있겠지요?”
“아마,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리고, 장관님, 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후원자이지 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에 첩보 조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음, 그럼 조지 씨는 조직도나 조직의 인원 같은 것은 잘 모른다는 소리군요?”
“예, 저도 그들이 생산해서 건네주는 정보만 받을 뿐입니다.”
스팀슨 육군 장관이 집요하게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의 첩보 조직에 관해서 묻는 이유는 너무나 간단했다.
현재, 아시아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의 첩보 조직만큼 미국의 첩보 조직들이 정보를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이었다.
내가 건네준 정도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조직과 교류를 한다든지 아니면 정보 공유를 할 수 있다면 미군 정보 조직의 정보력이 단시간에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자리에서 미국의 시민으로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후원자 역할을 해야만 한다.
“조지 씨,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묻겠습니다. 중화민국 영토 내의 비밀 활주로의 안전은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그 지역들은 이미 일본군이 점령한 지역이던데?”
“저…. 여러분들께서 먼저 아셔야 할 것이 있는데 도쿄 폭격 작전은 원래 광복군의 항공대가 일왕 히로히토를 폭사시키기 위해서 마련한 작전입니다.”
내 대답이 미군 수뇌부들에게는 뜻밖의 대답이었는지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제 고국이기 때문에 후원하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스스로 힘으로 원수를 갚기 위해서 도쿄 폭격 작전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상황이란 것이 뜻대로만 되지 않았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우리가 검토해본 결과 도쿄 폭격 작전계획은 거의 완벽하던데, 뭐가 뜻대로 되지 않았다는 겁니까?”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모든 것을 준비했지만 문제는 폭격기의 성능이었습니다. 처음 독일의 폭격기를 중화민국 정부를 통해서 들여오려고 했지만, 그 당시에는 성능이 원하는 만큼 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독일이 성능이 좋은 폭격기를 개발했을 때는 독일과 일본이 동맹이 되어버렸습니다.”
“아! 그랬었군요.”
“그리고, 스팀슨 장관님. 비상 활주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일본군의 점령 지역이라고 생각하는 지역이 실제로 일본군이 모두 점령한 지역은 아닙니다. 현재, 일본군은 중화민국이라는 바닷속에서 섬과 같은 도시와 섬과 섬을 연결해주는 항로와 같은 철도, 도로 시설만을 겨우 점령하고 있습니다.”
“아! 그래요? 그럼, 조지 씨는 비상 활주로의 안전은 확실하다는 말이지요?”
“예, 비상 활주로는 완벽하게 안전합니다. 다만, 한 번 이용하고 나면 무조건 폐쇄해야 해서 다시 이용하기는 힘들겠지요.”
“음, 조지 씨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 이후로는 도쿄를 폭격할 생각을 버린 겁니까?”
중화민국에서 출발하는 도쿄 폭격 작전은 이번 한 번밖에는 할 수 없다는 것을 강조했다.
B-29 폭격기가 나오기 전까지는 중간에 연료를 보충할 수 있는 기착지가 없는 이상 다시는 시도할 수 없는 작전이라는 것을 강조했다.
이왕에 도쿄를 폭격할 거면 세게 하라는 무언의 암시였다.
“아닙니다. 그렇게 시간을 놓치고 난 다음에 운이 좋게도 더글러스 맥아더 중화민국 군사고문단장과 클레어 세놀트 중화민국 항공위원회 고문의 도움으로 미국 육군 최강의 폭격기인 B-17을 시험 운용할 수 있게 됐지만, 광복군에 지원된 폭격기의 수량이 너무 적어서 작전을 실행에 옮기지 못했습니다.”
“어째서 폭격계획만 세워두고 실행을 하지 못했는지 이해가 됩니다.”
스팀슨 육군 장관의 질문에 대답을 끝내자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이 반색하면서 질문을 했다.
“아! 그럼, 조지 씨. B-17 폭격기의 시험 평가보고서가 광복군 항공대에 의해서 작성이 된 겁니까?”
“예, 그렇습니다.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님.”
“아! 그럼, 내 생각에는 B-17 기체를 오랫동안 사용해본 광복군 항공대원들은 지금쯤이면 다들 베테랑이 됐을 것 같은데 그런가요?”
“예, 벌써 2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베테랑이 아닌 조종사들이 있겠습니까? 그리고, 광복군 항공대의 조종사들은 이미 모든 조종사가 에이스들입니다.”
“모든 조종사가 에이스라고요? 이야! 그게 정말입니까?”
“예, 광복군 항공대의 조종사들이 중화민국 공군을 돕느라 엄청나게 고생했습니다. 출전한 전투 기록을 따지자면 어마어마할 겁니다.”
“그런데, 조지 씨, 내가 듣기로는 광복군 항공대는 지금 필리핀에서 우리 육군 항공대를 돕고 있다고 하던데?”
“예, 맞습니다. 더글러스 맥아더 중화민국 군사고문단장님의 요청으로 필리핀 국방군 조종사들을 교육하고 있다가 이번에 전쟁에 휘말리게 됐습니다.”
“내가 브레러튼 장군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맞았군요. 나는 진심으로 광복군 항공대가 필리핀에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운이 좋게도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이 광복군 항공대의 현재 거취를 물어줌으로써 만약 맥아더가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그의 마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은 만들 수 있게 됐다.
나는 맥아더 사령관이 제발 처음 방어 작전계획대로 움직이기를 빌지만, 만약 그렇지 않는다면 필리핀에서 광복군을 모두 뺄 생각이었다.
광복군 항공대가 현재 필리핀에 있다는 말에 회의실 안에 모인 미군 수뇌부들은 비록 숫자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전원이 에이스인 항공대 하나를 공짜로 얻은 얼굴들이었다.
다들 아직은 미숙하고 실력이 부족한 미국의 육군과 해군 항공대의 전위 부대 역할을 맡길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이봐! 지금 다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지? 내가 여기서 한가하게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다는 것을 다들 모르는 건가?”
언제나 시간이 부족한 루스벨트 대통령이 말리지 않았다면 광복군에 대한 모든 것이 까발려지는 시간이 됐을 것이다.
“그런데, 조지!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정말로 일왕을 폭살할 생각이었나? 나는 그게 진짜로 궁금했네.”
“대통령 각하, 저도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았기 때문에 동양에 대해서는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제가 이번에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느낀 점인데 동양과 서양은 전쟁의 주체를 다루는 방법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지?”
“서양은 전쟁 당사국의 항복을 받고 끝을 내지만, 동양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동양은 전쟁을 일으킨 당사국이나 당사자의 멸망을 노립니다. 그래야만 전쟁이 끝이 난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그게 말이 되나? 전쟁의 최종 책임자가 살아 있어야 그를 상대로 협상을 하든 항복을 받든 하는 것이 아닌가?”
“아닙니다. 제가 아는 한도 내에서는 대통령 각하께서도 진정으로 동양의 평화를 바라신다면 일왕을 죽이면 전쟁은 바로 끝이 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이 너무나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회의실 안의 모든 사람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봤다.
그러나, 내 대답은 사실이다.
일왕 히로히토가 사라지는 순간 일본은 그대로 자멸한다.
지금도 육군과 해군 그리고 권력에 야심이 있는 정치가들이 일왕 히로히토 뒤에 숨어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일왕 히로히토를 내세우면서 서로 싸우고 있는 나라였다.
“조지! 진짜 그렇게 되리라고 생각하는 건가?”
“예, 제가 느낀 일본은 일왕 히로히토가 사라지는 순간 스스로 자중지란에 빠져서 얼마 못 가고 붕괴가 될 나라입니다.”
내가 히로히토 일왕만 죽이면 전쟁이 끝난다고 해도 미국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에 기초해서 다음에 자신이 해야 할 행동을 결정한다.
내가 아무리 일왕 히로히토만 죽이면 전쟁이 끝난다고 주장해봐야 미국의 지도층들은 나를 과격한 사람으로만 생각하지, 절대로 일왕을 폭살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들은 지금까지 전쟁했던 사이라도 협상하고 항복을 받으면서 살아왔지, 상대를 말살하면서 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니야. 그건 말이 안 돼. 국가의 지도자가 사라지면 누굴 상대로 협상을 하고 항복을 받나?”
“각하! 누군가는 살기 위해서라도 항복을 하러 나오지 않겠습니까? 아시아 역사를 조금만 알아보시면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음…. 그건 나중에 다시 한번 생각해보고 오늘은 내가 시간이 없으니까 도쿄 폭격 작전과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 주제로 한정을 짓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