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익스프레스 그리고 울프 팩 전술
밤늦은 시각, 일본과의 전쟁 발발로 바쁜 하루의 일정을 모두 끝낸 루스벨트 대통령은 지친 몸을 이끌고 낮에 넘겨받았던 도쿄 폭격 작전을 의논하기 위해서 미국 군부의 수뇌부들을 모두 소집했다.
“다들 내가 나눠준 서류를 보고 지금부터 각자의 의견을 말해주기를 바라겠네.”
도쿄 폭격 작전계획을 의논하는 자리에는 스팀슨 육군장관, 녹스 해군장관, 마셜 육군 참모총장, 스타크 해군 참모총장,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 그리고 해리 홉킨스 보좌관이 함께했다.
“각하! 이 도쿄 폭격 작전은 어디서 계획한 작전입니까? 혹시, 중화민국 공군입니까?”
“아니요. 대한민국 임시정부라고 일본 식민지인들의 망명 정부군들이 10년 전부터 준비한 작전이라고 하더군.”
“아! 그렇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도쿄를 폭격하기 위해서 상당히 세밀하게 준비된 작전계획인 것 같습니다.”
조지 마셜 육군 참모총장이 확인한 도쿄 폭격 작전계획에는 너무도 자세하게 충칭에서부터 도쿄까지의 폭격대의 항로, 중간 기착지와 폭격고도 그리고 폭격지점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폭격의 대상과 이유 그리고 일본군의 예상 대응 방안까지 자세히 설명되어 있었다.
“마셜 육군참모총장이 보기에는 이 폭격 작전이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요?”
“예, 저는 상당히 괜찮아 보입니다. 대통령 각하! 우리가 진주만에서 당한 만큼은 일본에 갚아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대통령 각하께서 폭격기 100대를 버리실 수 있고, 일본에 복수할 의지가 있으시다면, 저는 이 작전에 전적으로 찬성하겠습니다.”
“음…. 내가 낮에 이 작전계획을 처음 받았을 때,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확실히 잘 만들어진 폭격 작전계획인 것 같지요?”
“예, 각하, 마지막 조종사들의 구조 부분만 작전계획대로만 할 수 있다면 정말 완벽한 계획입니다.”
“대통령 각하! 저도 일본에 이 정도의 보복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항공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폭격기를 꼭 버리지 않아도 될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찾았으면 합니다.”
스팀슨 육군 장관도 도쿄 폭격 작전에 적극적인 동의를 했다.
이제, 루스벨트 대통령의 시선은 해군 수뇌부와 육군 항공대 사령관인 헨리 아놀드에게로 향했다.
“해군과 항공대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일본 해군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호언장담을 하다가 진주만에서 기습공격을 받고 엄청난 피해를 보아서 그런지, 해군 수뇌부들은 의기소침한 표정으로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더구나, 앞으로 해군의 지휘관 중에 누군가는 분명히 진주만 공습에 대해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기 때문에, 스타크 해군 참모총장은 개전 당일 사의를 표시하고 있었다.
“왜들 말들이 없습니까? 책임은 책임이고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는 본인들의 일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이 재차 의견을 물었지만 해군 쪽의 수뇌부들은 별다른 말이 없었고, 육군 항공대 사령관인 헨리 아놀드가 해군 수뇌부들의 처지가 안돼 보였는지 해군의 기를 살려줄 수 있는 방법을 내놨다.
“각하, 저는 이왕이면 우리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전방위적으로 도쿄를 폭격했으면 좋겠습니다.”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의 제안에 회의 참석자들의 시선이 모두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에게 모였다.
“그래요? 그럼, 아놀드 장군이 생각하는 일본에 대한 전방위적인 보복 작전은 어떤 겁니까?”
“저는 우리 해군의 항공모함까지 동원해서 도쿄로 날릴 수 있는 모든 폭격기를 총동원했으면 합니다.”
“오! 아놀드 장군, 그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항공모함이 출동한다면 충칭에서 출발한 조종사들의 구조도 손쉬울 것이고….”
“각하! ‘미국의 육군과 해군이 힘을 합쳐서 비열한 침략자 일본을 응징했다.’라고 대국민 선전용으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헨리 아놀드의 말이 끝나자 해군 수뇌부들은 사색이 됐지만 다른 참석자들은 굉장히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각하! 그건, 절대 안 됩니다. 항공모함의 투입 여부는 함부로 결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대통령 각하, 제가 해군 참모총장 자리에서 이제 곧 물러나겠지만, 항공모함의 작전 참여는 끝까지 반대하고 싶습니다.”
진주만 공습을 받고 전혀 힘을 쓰지 못하던 해군의 두 수뇌부는 항공모함을 동원한 도쿄 폭격 작전을 강하게 반대했다.
“아니, 왜요? 해군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상당히 좋은 기회가 아닙니까?”
자신은 해군의 처지가 안타까워서 해군을 도울 생각으로 제안을 했는데, 막상 해군 수뇌부들은 두 명이 모두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오자 도리어 무안해진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이 그 이유를 물었다.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도 알다시피 도쿄를 폭격하기 위해서는 도쿄와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 합니다. 그렇죠?”
“예, 그렇겠죠.”
“우리가 가진 폭격기로 도쿄를 폭격하려면 최소한 도쿄 근방 1,000km까지는 접근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랬을 경우 일본의 감시망에 노출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우리 항공모함 전단의 안전을 전혀 보장할 수가 없다는 소립니다.”
스타크 해군 참모총장의 설명을 듣고 그제야 자신이 생각지 못한 문제점을 깨달은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은
“아…! 이거 미안합니다. 내가 거기까지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녹스 장관은 항공모함을 잃게 될까 봐서 그런 것이요?”
“예, 각하,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야만 하지 않겠습니까?”
헨리 아놀드 항공대 사령관과 스타크 해군 참모총장이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고 사과를 하는 것을 지켜보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둘과는 다른 생각을 하는 듯 표정이 달랐다.
“그렇지만 녹스 장관, 나는 헨리 아놀드 장군의 의견에 찬성합니다. 진주만 공습으로 땅속 깊이 처박힌 해군의 자존심은 어떻게 할 겁니까? 이번 기회를 통해서 해군의 자존심도 다시 회복시켜야 할 것이 아닙니까?”
“하지만, 대통령 각하…. 태평양 함대에 항공모함은 겨우 세척뿐입니다. 만약에 혹시라도….”
전쟁을 총지휘해야 하는 대통령으로서 해군 장병들의 사기가 걱정된 루스벨트 대통령은 이대로 해군이 참여할 수 있는 일본에 대한 보복계획을 그냥 덮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해군은 자존심도 없습니까? 위험 때문에 항공모함을 많이 투입하지 못하더라도, 이런 기회라면 숟가락을 올려야만 할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만, 단 한 척의 항공모함이라도 잃게 된다면 진짜 태평양에서 일본 해군을 막을 방법이 없습니다.”
녹스 해군 장관과 스타크 해군 참모총장의 소극적인 모습에 속이 타는지 루스벨트 대통령은 해리 홉킨스 보좌관을 불렀다.
“홉킨스, 지금 체스터 니미츠 항해 국장을 빨리 여기로 오라고 하게.”
그런, 루스벨트 대통령을 보면서 해군 수뇌부 두 명은 갑자기 니미츠 항해 국장을 왜 찾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각하, 니미츠 항해 국장은 무엇 때문에 찾으시는 겁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은 녹스 장관은 물음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녹스 장관, 내가 하나만 물어봅시다. 장관이 걱정하는 것은 항공모함 전단이 일본의 정찰기에 발각될까 두려운 것이지요?”
“예, 각하. 저는 초계기들의 감시망에 포착돼서 항공모함이 일본 전투기의 희생양이 될까 걱정됩니다.”
“그렇다면 우리 항공모함을 향해서 출격이 가능한 일본의 모든 비행장도 우리가 깨끗이 폭격하면 되는 것 아니오?”
“각하! 모든 비행장을 폭격하고 일본군 전투기들의 출격을 막는 것이 과연 가능하겠습니까?”
“장관! 정신을 좀 차리시오. 내가 준 작전계획에 일본의 방공 시스템에 관해서 설명해 놓은 부분을 다시 읽어 보시오. 일본군은 레이다가 없어요! 레이다도 없는 비행장을 폭격하는 것이 뭐가 어렵소?”
녹스 해군 장관은 일본군의 진주만 기습으로 잠도 못 자고 정신없는 이틀을 보내다 보니까 대통령과의 작전회의에서 엄청난 실수를 하고 말았다.
“녹스 해군 장관! 그리고, 내가 하나만 더 물읍시다. 넓은 태평양에서 정찰기가 항공모함 전단을 찾는 것이 빠르겠소? 아니면, 잠수함을 찾는 것이 빠르겠소?”
“그야, 당연히 항공모함 전단을 찾는 것이 빠르지 않겠습니까?”
“그럼, 만약에 우리 정찰기가 일본 해군의 항공모함 전단을 발견하고 그 위치를 잠수함 전단에 알려준다면 우리 해군의 실력으로 일본의 항공모함 전단을 잡을 수 있겠소? 없겠소?”
“독일의 잠수함 전단처럼 움직일 수 있다면 충분히 잡을 수 있습니다.”
“좋소. 그럼, 장관! 우리 미국 해군에서 잠수함에 가장 정통한 해군 장성이 누구요?”
“그야, 니미츠….”
“니미츠 항해 국장이 여기에 도착할 때까지 내가 나눠준 작전계획서 중에 두 번째 다른 작전계획도 한번 읽어 보시오.”
나는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도쿄 폭격 작전뿐만 아니라 독일 해군 유보트 전단의 울프 팩 전술을 모티브로 해서 미국 잠수함대가 일본의 자원 수송 선단과 항공모함 전단을 박살 낼 수 있는 전술을 루스벨트의 손에 쥐여줬었다.
“각하, 찾으셨다는 말씀에 왔습니다.”
체스터 니미츠 항해 국장은 업무 폭증으로 지금까지 퇴근하지 못하고 근무를 하고 있었는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 도착했다.
“니미츠 국장은 아직 퇴근하지 못한 모양이지?”
“예, 처리해야 할 서류가 워낙 많아서….”
“그래? 그럼, 일단 따뜻한 차라도 한잔하면서 거기 놓여 있는 서류들을 한번 읽어봐요.”
“예, 각하.”
체스터 니미츠 항해 국장이 서류의 마지막 장을 덮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이 질문을 했다.
“니미츠 국장이 보기에는 우리 태평양 함대가 무제한 잠수함 작전을 펼친다면 작전 성공 가능성이 얼마나 있을 것 같으시오?”
“예, 각하. 제가 생각하기에는 만약, 이 작전대로만 할 수 있다면 일본은 2년 안에 국가 전체가 마비됩니다. 그리고, 우리 태평양 함대의 재건에 필요한 시간도 충분히 얻을 수 있습니다.”
니미츠 항해 국장의 대답을 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다른 두 명의 해군 수뇌부를 보면서
“니미츠 항해 국장까지 해군은 다들 같은 의견이군. 자! 그렇다면, 우리가 도쿄 폭격 작전으로 항공모함을 한 척을 잃어도 이 전쟁에서 일본을 2년 안에 제압할 수 있다는 소리지요?”
“각하! 하지만, 문제는 하와이와 필리핀의 안전이 먼저 보장되어야 합니다. 잠수함이 머물 기지가 없다면 무제한 잠수함 작전이 아무리 좋아도 효과가 떨어질 겁니다.”
“필리핀은 맥아더 장군이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고, 진주만은 킴벨 제독을 해임하고 여기 니미츠 국장을 보낼 생각인데 다들 어때요?”
순간, 해군의 수뇌부들은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음부터 체스터 니미츠를 태평양 함대 사령관으로 내정을 해놓고 자신들이 반발하지 못하게 잠수함 작전을 이야기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현재 해군 수뇌부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정을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니미츠 항해 국장을 후임 태평양 사령관으로 내정하신 것은 대통령 각하의 탁월한 결정인 것 같습니다.”
“각하, 킴벨 제독에게는 미안하지만, 진주만 공습은 킴벨 제독과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아요. 지금은 도쿄를 폭격해서 일본에 본때를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제지에 다시 집무실 안에 모인 회의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광복군이 세워놨던 도쿄 폭격 작전을 미군이 완벽하게 실행할 수 있도록 다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