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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각하! 도쿄 폭격을 제안합니다 (132/225)

대통령 각하! 도쿄 폭격을 제안합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쟁이 터진 당일 밤늦게까지 정신없이 일본과의 전쟁에 대한 문제를 처리하고 잠이 들었다가 아침 일찍 눈을 떴다.

“진주만 공습의 피해 집계 보고서는 들어왔나?”

“예, 각하 여기 있습니다.”

“밤새 들어온 다른 보고서들은 뭐가 있지?”

“일본은 진주만을 공격한 시각에 홍콩과 웨이크섬 그리고 필리핀을 공격했습니다.”

“필리핀?”

“예, 각하.”

루스벨트 대통령은 비서가 넘겨준 서류를 들고 진주만 이외의 지역에서 발생한 일본군과의 전투 상황을 살폈다.

“필리핀은 다행히 일본군을 잘 막아냈군.”

“예, 다른 곳과 달리 필리핀은 일본군의 공습을 막아냈습니다.”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국민들에게 일본군을 격퇴한 첫 번째 사례로 선전을 할 수 있겠어.”

“각하, 하지만 필리핀의 극동군 사령관이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입니다.”

“괜찮아. 일본군의 공습으로 놀라고 슬퍼하는 국민들에게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을 줘야 할 것 아닌가? 필리핀 전투 결과가 신문에 나올 수 있게 기자들에게 정보를 좀 풀어주게.”

“각하, 필리핀의 극동군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은 이미 기자들을 불러서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뭐? 벌써? 기자회견까지 했다고?”

“예, 각하.”

“하…. 참나.”

“각하, 저는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 걱정됩니다. 이렇게 작은 승리를 크게 홍보하다가 만약 일본군에 크게 패배하기라도 한다면 국민은 더 크게 실망할 겁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비서의 걱정스러운 말에 인상이 살짝 찌푸려졌다.

비서의 걱정이 맞았다.

초전에 승리를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만약 기대하는 맥아더마저도 패배한다면 국민이 얼마나 실망할까?

“일단은 맥아더에게 일본군과의 전투에 좀 더 집중하라고 내 메시지를 전해주게.”

“예, 각하.”

루스벨트 대통령은 12시 30분에 상하 양원 의원들이 모두 모인 의회 연설대 앞에 섰다.

“우리 미합중국은 일본과 평화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 미합중국은 일본 정부와 태평양 연안의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로 의견을 나누고 있었습니다.

--- 중략 ---

어젯밤부터 우리 미합중국의 함정에 대한 일본군의 전방위적인 공격이 시작됐고, 일본은 말레이반도, 홍콩, 필리핀, 웨이크섬, 괌과 미드웨이섬 등을 공격했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우리 미합중국은 절대적인 승리를 쟁취할 것입니다.

우리 군대의 대담함과 우리 국민의 활달한 투지로 우리는 반드시 승리를 쟁취할 겁니다. 신이여! 우리를 도와주소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선전포고 요청이 있고 난 후 3시간 30분 정도 지났을 때쯤, 선전포고문에 하원과 상원의 의장들 그리고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일본과 본격적인 전투 개시가 이뤄졌다.

“각하! 적을 마주한 상황에서 거국적으로 선전포고에 동의하고 포고문에 서명은 했지만, 내 생각에는 누군가는 진주만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만 합니다.”

상원 외교위원장 토마스 코날리 의원이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하지 않냐고 계속 루스벨트 대통령을 압박해왔다.

“코날리 위원장은 전쟁이 터진 이 상황에서 지휘관을 무리하게 교체하라는 말입니까?”

“예, 지금 비록 전쟁 중이기는 하지만 무려 2,000명이 넘는 우리 미국의 장병이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아무 말도 없이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흠….”

“각하. 저는 분명히 이번 진주만 공습 피해를 당한 국민을 달랠 방법을 말씀드렸습니다.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국민들의 아픔과 슬픔을 달래줘야만 합니다.”

“알겠습니다. 내가 조금만 더 생각해보고 조치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각하.”

루스벨트 대통령은 상원 외교위원장 토마스 코날리 의원의 압박이 없었더라도 앞으로 일본 해군과 맞서 싸워야 하는 진주만의 태평양함대 사령부를 개편할 생각이었다.

다만, 적당한 시기를 조율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홉킨스, 녹스 해군 장관과 어니스트 킹 해군 참모총장에게 새로운 태평양 사령부 사령관을 추천해 달라고 해줘. 내가 생각 중인 사람은 체스터 니미츠 항해 국장인데, 그들이 혹시 더 나은 사람을 추천해줄지도 모르니까 추천해달라고 해.”

“예, 각하.”

“어제오늘 정말 많이 피곤하군.”

“각하, 휴식을 좀 취하시겠습니까?”

상당히 지친 듯한 루스벨트 대통령을 보면서 해리 홉킨스 보좌관은 잠시 휴식할 거냐고 물었다.

“아니야. 헤이우드 브룬이 중요하게 할 이야기가 있다고 잠시만 시간을 내달라고 하더군.”

“뉴욕 헤럴드의 편집 국장 헤이우드 브룬 말씀이십니까?”

“응, 그래. 그 친구하고 조지 리 라고 내 후원자가 있는데 어떡하든지 시간을 조금만 내달라고 하더군.”

“각하, 중요한 만남이 아니면 좀 쉬시지….”

“아니야. 둘 다 나한테는 중요한 사람들이야. 중요한 정보가 있다는데 만나봐야지.”

백악관으로 돌아온 루스벨트 대통령은 2층 집무실 옆의 작은 부속실로 휠체어를 밀고 들어갔다.

“둘은 언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었나? 내가 많이 늦었지?”

헤이우드 브룬과 조지 리가 자리에 앉아서 기다리는 모습을 보면서 루스벨트 대통령을 피곤한 표정을 감추고 환한 얼굴로 둘을 반겼다.

“각하, 아닙니다.”

“프랭키, 얼굴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몸은 어때요?”

“역시, 나를 걱정해주는 사람은 브룬밖에 없군. 아직은 버틸 만하네.”

“프랭키, 다행이에요. 나는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리에 프랭키를 걱정 많이 했어요.”

나와 헤이우드 브룬을 반겨주던 루스벨트 대통령은 시계를 한번 쳐다보고는 표정이 바뀌었다.

“둘과 함께 홍차의 향기를 느끼면서 환담이라고 나누고 싶지만 내가 보는 바와 같이 사실 좀 많이 바쁘네! 그러니까 나한테 해줄 말이 있으면 어서들 해보게.”

루스벨트 대통령과 그의 참모진들은 일본과 갑작스러운 전쟁 발발로 정신없는 것 같았고, 루스벨트 대통령은 내가 보기에도 상당히 많이 피곤해 보여서 긴 시간 동안 같이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기는 어려워 보였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는 오늘 이 자리에서 준비한 이야기는 반드시 하고 가야만 했다.

지금은 생각지도 못한 일본의 진주만 공습으로 미국 정부가 일본에 대한 복수심으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조금 지나면 미국 정부는 일본과의 전쟁보다는 유럽에 더 많이 신경 쓰게 될 것이고 유럽 전선에 훨씬 큰 비중을 둘 것이다.

이 말이 무슨 말이냐면 아시아는 미국의 관점에서는 돈이 되지 않는 그저 그런 동네라서 투자를 하지 않게 된다는 소리였다.

그래서, 랜드리스로 영국과 소련을 지원한 물자에 비하면 중화민국을 지원한 물자가 형편없이 적었다.

“대통령 각하, 이건 그동안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집한 일본 전 지역의 공업시설과 군사시설의 위치입니다.”

내 뒤에서 커다란 서류 가방을 들고 있던 김규식이 가방 속에서 두툼한 서류를 꺼내서 건네주자 루스벨트 대통령은 나와 해리 홉킨스의 얼굴을 쳐다봤다.

“각하,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파견한 외교관입니다. 일본과 전쟁이 시작된 시점에 미국 정부에 도움을 주고자 이렇게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집한 일본군의 정보를 제공하는 겁니다.”

평소에 가끔 김규식과 만남을 가졌었던 해리 홉킨스 보좌관이 나서서 김규식을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소개했다.

“아! 그런 건가?”

“예, 각하.”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는 헤이우드 브룬과 나 이외에도 김규식도 함께하고 있었다.

자리가 부족해서 김규식이 내 뒤에 서 있었더니 루스벨트 대통령은 나를 따라온 수행원 정도로 여긴 모양이었다.

서류를 받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제일 위쪽에 놓여 있는 하나의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렇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불의에 일격을 당했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그건 미국이 아니지.”

그리고는, 서류를 천천히 읽어 나가기 시작했다.

“이 도쿄 폭격 계획은 누가 준비한 겁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은 김규식을 예리한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물었다.

“도쿄 폭격계획은 현재 필리핀에서 미국 극동군 사령부의 필리핀 국방군의 훈련 요원과 교관을 활동 중인 광복군 지휘관들이 10년 전부터 준비해왔던 계획입니다.”

“호오! 10년 전부터 이런 폭격계획을 준비했다고?”

“예, 여기 앉아있는 조지 사장의 항공사를 통해서 중화민국과 일본을 오가는 항공 노선을 통해서 폭격기 조종사들을 훈련시키고 독일 잠수함 전단에서 직접 배운 장교들이 잠수함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음….”

루스벨트 대통령이 감탄사를 터트리면서 기뻐하는 모습과 함께 김규식을 경계하는 것 같은 모습을 보인 이유는 도쿄 폭격 작전이 진행되고 난 후에는 중화민국이 일본군의 보복 공격을 받도록 설계가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미국의 동맹인 중화민국의 장제스 정부가 난처한 처지가 되는 것을 조금은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이렇게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고 나면 중화민국의 충칭이 그 대가를 대신 치르게 될 것 같은데 그것은 염두에 두고 작전을 계획한 겁니까?”

“각하, 그 부분은 제가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조지 자네가?”

“예, 각하. 그 폭격 작전계획은 저도 관여가 되어 있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아! 조지, 자네 소유의 항공사를 통해서 폭격기 조종사들을 훈련했다고 했었지?”

“예, 맞습니다. 각하.”

루스벨트 대통령은 시계를 보면서 해리 홉킨스 보좌관에게

“해리, 내 일정에서 시간을 뺄 수 있는 것들이 있나?”

“앞으로, 십오 분 정도의 시간 밖에는 여유가 없습니다.”

“십오 분이라는군. 자! 조지, 내가 이 폭격 작전을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게 빨리 설명해보게.”

나는 앉아있던 의자에서 일어나서 루스벨트 대통령의 곁으로 다가가서 루스벨트 대통령이 들고 있는 도쿄 폭격 작전계획의 지도를 하나씩 집어 가면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미국 육군 항공대는 충칭에서 출발해서 여기 이렇게 세 곳에 숨겨진 임시 활주로를 이용해서 연료를 보충하고 다시 도쿄를 향해서 날아갑니다.”

“이봐! 조지, 그곳의 비상 활주로와 연료가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 있나?”

“예, 지금도 그곳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비밀 요원들이 관리하고 있고 수시로 교신하고 있습니다.”

“혹시, 그들이….”

루스벨트 대통령은 혹시라도 비밀 요원들의 변절 가능성은 없냐고 물으려다 말고 깐깐하게 보이는 김규식을 한번 쳐다보고는 말을 멈췄다.

“대한민국 임시정부 비밀 요원에게 일본은 반드시 찢어 죽여야 할 원수들입니다. 그들은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중화민국의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그래, 알겠네. 그런데, 내가 궁금한 것은 왜 폭격기를 버리자고 한 건가?”

“각하! 진주만에서 죽은 우리 미합중국의 장병과 시민이 수천 명입니다. 도쿄에서는 최소한 그 몇 배 이상은 보복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연료를 실을 공간에 폭탄을 더 실을 계획입니다.”

“음….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지만 조종사들의 구출은 확실히 책임을 질 수 있나?”

“단, 한 명의 조종사도 복귀 중에 잃지는 않을 겁니다. 그리고, 각하께서도 느끼셨겠지만, 이 도쿄 폭격 작전은 일본군의 눈을 중화민국으로 돌리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내가 그게 좀 걱정이 되는데….”

“각하, 진주만은 지금 복구해야 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지금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제안한 도쿄 폭격 작전은 진주만이 공습을 당하고 미국이 급하게 마련한 둘리틀 폭격대의 허접한 도쿄 폭격과는 차원이 다른 보복 작전이었다.

아마, 일본 군부는 도쿄가 폭격당하고 나면 중화민국에 엄청난 보복을 가하게 될 것이다.

“음…. 나는 이 폭격 작전이 아주 마음에 드는데 우리 장관들과 장군들은 어떻게 생각을 할지 모르니까 한번 상의를 해보겠네. 조지, 어디 가지 말고 워싱턴에 머물고 있게.”

“예,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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