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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1, 졸지에 미아가 돼버렸다 (130/225)

D+1, 졸지에 미아가 돼버렸다

“예, 저는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벌써, 맥아더 사령관은 신문기자들과 마닐라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자신도 진주만처럼 기습공격을 받았지만, 일본군의 공격을 잘 막아냈고 앞으로도 충분히 막아낼 자신이 있다고 여론에 대해 선전을 하고 있습니다.”

“음….”

“개새끼! 그걸 지가 막았나? 우리가 막았지.”

광복군 지휘관 중에 누군가 한 명이 맥아더 사령관의 행동에 반감을 표시하면서 혼자 말로 맥아더 사령관에게 욕을 했다.

“김경천 대령님, 맥아더 사령관은 자신의 전공이 그 어떤 것보다도 중요한 사람입니다. 이러다 나중에 맥아더 사령관은 전공을 세우기 위해서 우리 광복군을 가장 치열한 전장에 투입할지도 모릅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냥 조지 대장님의 지시대로 움직이시죠?”

“맞습니다. 아직, 맥아더 사령관은 우리 잠수함대에 대해서는 모를 겁니다. 그러니까 조지 대장님 말씀처럼 잠수함대만큼은 끝까지 숨겼으면 좋겠습니다.”

박하성 항공대장의 말이 끝나고 손원일 잠수함대장까지 김경천 대령을 보면서 조지 대장의 지시대로 하자고 강력하게 요청을 하기 시작했다.

“손원일 중령, 그럼 잠수함대의 보급은 어떡할 생각이지? 나는 잠수함대가 스스로 보급을 해결할 수만 있다면, 나도 조지 대장의 지시대로 할 생각이야.”

조지 대장이 미국으로 떠나면서 혹시라도 맥아더 사령관이 말을 바꿔서 변심하면 잠수함대만큼은 끝까지 숨기라고 했지만 그렇게 하기에는 마땅치 않은 것이 너무 많았다.

먼저, 잠수함대에 대한 보급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공작함과 보급함이 문제였다.

이미, 태평양상의 모든 섬과 미군기지들은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잠수함대와 전투 보조함들이 갈 곳이 없었다.

그리고, 이 당시의 잠수함은 계속해서 바닷속에 잠수한 상태로 있는 배가 아니었다.

이 시기의 잠수함은 필요할 때 잠수를 할 수 있는 배라는 뜻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일반적인 함정들처럼 물 밖으로 노출되어있는 시간이 일반 함정의 90% 이상이라는 소리였다.

“제기랄…. 이제 와서 다시 푸저우 비밀기지로 돌아갈 수도 없고.”

“그건 힘든 상황이야. 현재, 홍콩도 일본군의 공격을 받고 있고, 싱가포르도 마찬가지고, 이제 우리 광복군 해군이 마음 놓고 갈만한 곳은 미국 본토 아니면 오스트레일리아뿐이야.”

“김경천 대령님, 그냥, 조지 대장님이 지시한 대로 민다나오 디폴로그 기지에 숨어 있다가 조지 대장님의 새로운 지시가 있으면 그때 움직이는 것으로 하시죠?”

“손 중령, 민다나오섬 디폴로그 기지에도 극동군 사령부의 눈이 있을 텐데, 우리가 잠수함을 숨긴 사실을 알면 맥아더 사령관이 가만히 넘어갈까? 맥아더 입장에서는 9척의 잠수함 전대라면 엄청나게 훌륭한 패인데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줄까?”

김경천 대령의 의견도 타당성이 있었다.

더글러스 맥아더라는 인간이 워낙 자기 잘난 맛에 사는 인간이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인간이었기 때문에, 만약 광복군이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면 그 후에 돌아올 후폭풍은 생각만 해도 무서웠다.

“그럼, 김경천 대령님은 어떻게 하시자는 말씀입니까?”

광복군 항공대와 광복군 해군의 지휘관들은 김경천 대령이 말리고 나서자 김경천 대령이 따로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 시간상 일본군 선발대의 필리핀 상륙은 막을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나는 일본군 주력이 필리핀에 상륙하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잠수함대가 일본군 주력의 수송선만큼은 막아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다음에는요?”

“그다음에는….”

김경천 대령도 사실 마땅한 대책이 없었다.

맥아더 사령관이 워낙 막무가내인 사람이기 때문에 광복군이 건의나 협상을 제의한다고 해도 들어줄 리가 없었고 재수 없으면 다른 지휘관들의 생각처럼 이용만 당하다가 사라질 수도 있었다.

그때, 광복군 지휘관들의 회의가 더는 진행되지 못할 상황이 발생했다.

“박하성 소령님! 박하성 소령님! 일본군의 2차 공습 같습니다. 레이다 상에 적기로 보이는 물체가 다수 등장했다고 합니다.”

광복군 항공대로부터 무전을 받은 통신대원 한 명이 박하성 소령을 급하게 찾았다.

“저는 여기서 부대로 복귀하겠습니다. 회의 결과가 나오면 나중에 알려주십시오.”

말을 마친 박하성 소령은 광복군 항공대를 지휘하기 위해서 부리나케 니엘슨 비행장으로 뛰어갔다.

“나도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본군의 공습이 시작됐다면 우리 방공 구축함대도 방어해야 할 구역이 있었어….”

미국 극동군 사령부로부터 방공 방어구역을 할당받아서 일본군의 공습을 막아야만 하는 최선학 중령도 뛰쳐나갔다.

“김경천 대령님, 회의를 이대로 계속 진행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우리 잠수함대도 만약에 대비해야 해서….”

잠수함대장인 손원일 중령까지 회의실 밖으로 나가버리자 회의실 안에는 광복군 육군 지휘관들만 남게 됐다.

“우리도 이만 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만 할 것 같군. 우리도 부대를 지휘해야 하니…. 다들 몸들 조심하고 내가 상황을 봐서 다시 연락하겠네.”

“예, 대령님.”

광복군 지휘관들은 맥아더 사령관의 독단적인 횡포에 대책을 세우려고 모였지만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도 못하고 일본군 공습 때문에 다시 자신들이 지휘하는 부대로 뿔뿔이 흩어졌다.

* * *

니엘슨 비행기지로 돌아온 박하성 소령은 서둘러서 일본 항공대의 공습을 막기 위해서 광복군 항공대의 출격을 명령했고, 레이다 기지와 계속해서 무전을 주고받으면서 일본군 항공대의 다음 공격이 또 있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박하성 소령님, 일본군 항공대의 공습이 2파가 있습니다. 클라크 비행장이나 니엘슨 기지 방향이 아니고 델카르맨 기지를 노리는지 서북쪽 해안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통신병! 미군 항공대들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지?”

“대장님, 이상하게 미군 항공대의 무전량이 갑자기 줄었습니다. 무전은 일본군에게 감청된다고 생각하는지 다른 방법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것 같습니다.”

“그에 대해서 극동군 사령부로부터 따로 연락받은 것이 있나?”

“전혀 없습니다.”

“진짜, 마음에 안 드네. 이러면서 밑으로 들어오라고, 시발놈들이 누굴 다 죽일 작정인가?”

레이다 병의 일본군 2파 공격대에 대한 보고를 들은 박하성은 통신병을 쳐다보면서 미군 항공대는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물었고 돌아온 대답에 다시 한번 미국 극동군 사령부의 조치에 실망만 하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전쟁이 시작됐다고 하지만 미군의 대처는 허술해도 너무 허술했고, 전쟁이 시작되면 뭘 먼저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중화민국의 군대 같았다.

“나는 브레러튼 항공대 사령관을 좀 만나러 다녀올 테니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달려와라!”

“예, 대장님.”

“똑똑!”

“들어와!”

브레러튼 극동군 사령부 항공대 사령관은 전화기를 붙잡고 통화를 하면서 고갯짓으로 박하성 소령을 반겼다.

“어쩐 일인가?”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라서 너무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

“그것은 나도 마찬가지야. 나도 미칠 것 같네.”

소련군이 핀란드를 침략했을 때 핀란드군에게 고전을 하면서 다른 국가들에게 비웃음 샀던 것과 똑같은 상황이 미국 극동군 사령부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지역 집단군 체계를 처음 시도했을 때 나타나는 단점들이 필리핀의 미국 극동군 사령부에서도 나타나고 있었던 것이다.

미국 극동군 맥아더 사령관 아래의 해군 지휘관과 항공대 지휘관에게 각 군의 지휘 계통에 따라서 지역 집단군 사령부의 명령과는 다른 별도의 명령이 내려지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눈앞의 브레러튼 항공대 사령관에게는 미 본토의 육군 항공대 사령관인 헨리 아놀드 장군의 명령이 전해지고 있었고, 해군도 태평양 사령부의 명령이 아시아 함대에 전해지고 있었다.

“사령관님, 맥아더 사령관님이나 서덜랜드 참모장님으로부터 어떤 지침이나 명령이 없습니까?”

“두 분은 육군 출신이시라서 우리의 요구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네.”

“그럼, 어떡하실 생각이십니까? 오늘은 항공 기지 간의 무전도 없던데?”

“아! 무전이 없었던 이유는 일본군의 도청 때문이네. 텔레그래피로 명령이나 지시를 전하고 있는 형편이야.”

“그럼, 저희한테도 텔레그래피를 설치를 해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우리 광복군 항공대는 눈뜬장님들처럼 일본군 전투기들이 나타나면 무작정 하늘로 날아오르고 있습니다.”

“미안하군. 그건 내가 사과하지. 바로 설치해 주겠네. ”

“브레러튼 사령관님, 광복군 항공대가 만능이 아닙니다. 우리도 인간입니다. 지금 우리 대원들은 체력적으로 너무 힘듭니다. 레이다 기지에서 연락이 오면 미군 항공대와 필리핀 항공대도 출격을 좀 해주십시오.”

“그것도 미안하네. 우리가 가진 기체가 성능도 안 되고 조종사들의 실력이….”

“기체나 조종사의 실력이 안 될 때는 2인 1조로 움직이면서 일본군 전투기를 상대해야 한다고 이미 교육을 했습니다. 일단을 출격을 시켜서 격추되더라도 실전 경험을 쌓게 만들어야 합니다.”

“알겠네. 내가 참고하겠네.”

박하성 소령은 브레러튼 항공대 사령관의 대답을 들으면서 점점 더 화가 나고 있었다.

말로는 사과를 하고 있지만 사과한 내용이 시정될 것으로는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령관님, 이제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진주만 공습에 참여했던 일본 해군에서 가장 우수한 조종사들의 항공 전대가 이곳 필리핀에 투입될지도 모릅니다. 그전에 타이완 기지를 반드시 폭격해야만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엄청난 숫자의 적을 상대해야 합니다.”

“맥아더 사령관님께서는 필리핀에서 일본군을 상대하는 것이 훨씬 더 낫다고 판단하신 모양이다.”

“필리핀 상공에서 일본 전투기들에게 페널티를 주고 전투하자는 맥아더 사령관님의 생각도 맞습니다만, 한 손으로 계속해서 적의 두 손, 세 손을 막기는 힘듭니다. 결국, 언젠가는 우리가 먼저 지쳐서 쓰러집니다.”

“음….”

“그리고, 우리 광복군 항공대가 반드시 막아야 하는 지역과 비행장을 할당해주십시오. 나머지는 체력 때문에 더는 힘들어서 출격하지 못하겠습니다.”

“많이 힘든가?”

“클라크 항공 기지와 수빅만의 군함들을 우리 항공대가 지켜 드렸으면 됐지 않습니까? 나머지 비행기지와 작전에는 미군과 필리핀군을 동원해 주십시오. 이러다가는 내일이나 모레쯤에는 우리 항공대원들이 전부 퍼져버릴 것만 같습니다.”

전쟁이 시작되고 하루 동안 미국 극동군 사령부가 노출한 다양하고 심각한 불협화음을 수습하기 위해서 박하성 소령은 광복군 항공대의 건의 사항을 브레러튼 극동군 항공 사령관에게 먼저 건의했다.

이 건의 내용을 브레러튼 항공 사령관이 맥아더 극동군 사령관에게 제발 보고해 주길 빌었다.

진주만 공습에 참여한 일본 해군 항공 전대가 필리핀 전투에 참여한다면 광복군 항공대는 엄청난 희생만 치르고 아무런 전과도 남기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본 육군 항공대의 발진 기지인 타이완 쑹산 비행장을 없애든지 아니면 미군과 필리핀 항공대가 광복군 항공대의 총알받이 노릇을 해줘야 했다.

박하성 소령이 마닐라에서 브레러튼 항공대 사령관을 상대하고 있을 때, 또 다른 한 명이 광복군 해군을 살리기 위해서 워싱턴에서 보이지 않게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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