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미국 정부는 개전 첫날부터 일본 대본영의 예상치 못한 일격에 정신을 못 차리고 정보 부족으로 일본군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 대본영은 진주만을 공습하던 그 시간에 타이완을 중심으로 부챗살 모양처럼 퍼져나가는 일본군 남방작전의 전략적 목표인 말레이반도, 홍콩, 웨이크섬 등등에 대한 공격도 동시에 진행을 했다.
그리고, 일본 대본영이 노렸던 전략적 요충지에는 당연히 필리핀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서덜랜드 참모장님, 필리핀이 공격받기 전에 타이완을 먼저 공격해야 합니다.”
“맥아더 사령관님이 현재 연락이 되지 않는데, 누가 명령을 하라는 건가?”
진주만이 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필리핀도 일본군 항공대의 공격받기 전에 먼저 공격하자고 극동군 육군 항공대를 맡은 브레러튼 장군이 건의를 했지만, 극동군 사령부 참모장인 서덜랜드 장군은 최종 결정권자인 맥아더 사령관의 부재를 들어서 난색을 표명했다.
“사령관님이 부재중이시면 참모장님께서 대신 명령을 내려주시면 되잖습니까?”
“이봐. 브레러튼, 자네는 맥아더 사령관의 성격을 몰라서 그러는 건가?”
서덜랜드 참모장의 대꾸에 브레러튼 장군은 맥아더 사령관이 떠올랐다.
맥아더 사령관이 돌아와서 자신의 부재중에 일본군과의 전쟁을 유도하는 엄청난 결정이 내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부하들을 어떻게 대할지 예상이 됐다.
“그렇지만…. 지금이 아니면….”
“브레러튼, 항공대를 출격 준비를 하고 대기하도록 하게. 내가 최대한 서둘러서 맥아더 사령관님을 찾아보겠네.”
극동군 사령부의 참모장인 서덜랜드 장군은 맥아더 사령관의 연락 두절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계속 맥아더를 찾았지만, 연락이 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대기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낙담한 표정으로 니엘슨 항공기지로 돌아온 브레러튼 장군에게 본토의 육군 항공대 사령관인 헨리 아놀드 장군의 긴급 연락을 받았다.
“브레러튼, 진주만이 일본군의 공격을 받아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태평양 사령부 예하의 모든 부대는 일본군의 공습을 대비하고 조심하라!”
“예,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적절히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적절히 대응만 하지 말고 선제 조치를 해도 무방하다. 먼저 칠 수 있다면 선제공격을 해도 된다.”
“저…. 아놀드 사령관님, 저도 그렇게 하고 싶지만, 맥아더 사령관님이 부재중이셔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터졌는데 맥아더 사령관이 부재중이야? 비상 연락망도 가동이 안 되나?”
“예.”
“미친 새끼! 진짜…. 장군이란 게 창피하다.”
“.......”
헨리 아놀드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그리고 조지 마셜 같은 경우에는 더글러스 맥아더를 같은 미국의 장군이라고 생각도 하지 않았고 맥아더를 창피한 존재라고 생각했다.
“이봐. 브레러튼!”
“예, 사령관님.”
“거기, 광복군 항공대도 같이 있지?”
“예, 사령관님.”
“그럼, 광복군 항공대를 출격시켜서 일본군 항공대를 상대해. 그것까지 맥아더의 명령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으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맥아더 사령관님이 아시면 난리를 칠 텐데.”
“우리 미군의 지휘체계 밖의 군대니까 상관없어. 그리고, 내가 알기로는 그들은 베테랑들이니까 일본군 항공대 정도는 충분히 잘 막아낼 거야. 만약, 그들이 전공을 세우더라도 맥아더는 좋다고 전공을 가로채기 바쁠 테니까 상관없다.”
“설마, 그럴까요?”
“응, 분명히 그럴 거다. 뭐하나? 광복군 항공대를 빨리 출격 안 시키고?”
“예, 바로 출격 요청을 해보겠습니다.”
브레러튼은 헨리 아놀드 육군 항공대 사령관의 명령을 받고 급하게 광복군 항공대에 출격 요청 연락을 했다.
“진짜, 조지 대장님의 예상처럼 일본군 항공대가 타이완에서 여기까지 날아오는군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우리가 먼저 타이완을 공습하자고 하니까 미군 지휘관들은 우리 말은 들어주지도 않고 지금은 어디 가서 자빠져 있는지 연락도 안 되고 있습니다.”
마닐라만의 항공 방어를 책임진 최선학 중령의 광복군 해군 방공 구축함대가 마닐라만으로 들어와 있었고 진주만 공습 소식을 접하고 타이완 일본 항공대 기지를 공격하자고 요청하려고 했지만, 맥아더 사령관을 비롯한 미군 지휘관들과는 연락이 닿지를 않고 있었다.
“그런데, 일본 놈들 미친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니, 겨우 10만도 안되는 병력으로 그 넓은 지역을 점령하겠다고 나서다니 난 아무래도 일본 놈들이 전부 미친놈들 같습니다.”
“조지 대장님이 미리 말해줬듯이 우리만 잘하면 필리핀은 충분히 방어할 수 있어서 좋지 않습니까?”
“우리 말을 들어 처먹어야 그게 가능하죠?”
“하긴, 조지 대장님이 안 계셔서 그런지. 미군들이 우리 말은 전혀 들어주지를 않네요.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이라면 정말 큰 일입니다.”
“뭐, 어쩌겠습니까? 더부살이하는 주제에…. 일단, 여기에 뭐 처먹을 게 있다고 날아온 저 새끼들부터 조지고 오겠습니다.”
“예, 박하성 소령, 건투를 빌겠습니다.”
임시로 광복군 항공대의 대장을 맡고 있는 박하성 소령은 최선학 중령과의 대화를 마치고 클라크 항공 기지를 노리고 접근하는 일본군 항공대를 요격하기 위해서 출격을 했다.
일본이 전쟁을 준비하면서 대본영 소속의 정보원들은 크게 실수한 것이 하나가 있었다.
민다나오섬 디폴로그 항공기지에서 훈련하고 있던 필리핀군 조종사들과 광복군 항공대의 존재를 전혀 알아내지 못한 것이 실수였다.
그리고, 진주만 공습이 있기 하루 전에 클라크 항공기지로 필리핀 항공대와 광복군 항공대가 이동해 온 것을 전혀 알아내지 못한 것은 더 큰 실수였다.
“이야! 저 새끼들의 전투기 선회력이 죽이네요.”
“헛소리하지 말고 네 꽁무니에 붙은 놈이나 얼른 떼어내라.”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 그런데, 이 새끼들의 비행기도 성능이 좋네요.”
광복군 항공대 조종사들은 일본 해군 전투기의 성능이 좋은 이유가 영국 전투기를 그대로 베껴서 짝퉁으로 만들어서 그런지는 전혀 모르고, 일본 해군 0식(제로센) 전투기와의 전투가 조금 답답했던지 성능이 월등했던 bf-109 전투기를 사용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모습이었다.
“멍청아! 선회하려고 하지 말고 급상승을 하라고. 그래야 부실한 기체 덕분에 우리를 쫓지 못한다고.”
“아! 참, 그랬죠. 저 새끼들 비행기가 하체가 부실하다고 했지요? 편대장님처럼….”
“야! 너, 전투 중에 개소리할래?”
“편대장님, 저는 셋을 세고 급상승하겠습니다. 뒤를 잡아 주십시오.”
“알았다. 3, 2, 1, 올라가!”
“투 두 투 두 둥!”
“투우 두 두 둥!”
수백 대의 광복군 항공대의 F6F 헬캣 전투기와 일본 해군의 0식 전투기들은 루손섬 상공 곳곳에서 공중전을 벌이고 있었다.
필리핀에 주둔 중인 미군 항공 전력과 비행장 시설을 괴멸시키기 위해서 출동했던 일본 해군 항공대는 뜻밖에 예상치 못했던 강적인 광복군 항공대와의 전투에서 서서히 밀리기 시작했다.
“뒤를 잡아! 그렇지! 죽여버려!”
“투투 두 둥!”
“잘했다. 다들 뒤를 잡히면 무조건 급상승을 하든지 아니면 급강하를 시도해서 적기를 떨쳐내라!”
“예, 편대장님.”
“애들아! 저 새끼들 기름이 떨어질 시간이 됐다. 전투 현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계속 따라붙으면서 전투를 유도해!”
“예?”
“대장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타이완 항공기지에서 필리핀으로 날아온 0식 전투기의 잔여 연료량을 계산한 박하성 소령은 모든 항공대원에게 더 끈질기게 일본 해군 전투기들을 잡고 늘어지라고 명령했다.
“지금부터는 쪽발이 새끼들하고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돌아가지 못하게 방해만 해라! 저 새끼들이 타이완으로 돌아가다가 바다에 추락하도록 유도해!”
“아! 예, 대장님. 알겠습니다.”
“에스. 써!”
그리고, 박하성 소령은 최선학 중령에게 일본 해군 항공대의 필리핀을 공격하는 제2파 공격대가 혹시 있는지 확인을 먼저 했다.
“최선학 중령님, 혹시 일본군 공격이 2파나 3파가 있는지 확인이 됩니까?”
“지금, 레이다로 그런 징후가 확인된 것은 없는 것 같다.”
“중령님, 확실합니까? 만약 2파나 3파가 없다면 우리가 되치기를 하려고 합니다.”
“레이다 상으로는 전혀 안 보인다.”
“예,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박하성 소령은 일본 해군 항공대의 공습에 대비해서 기지 밖으로 도망쳐 있던 B-17 폭격기 전대에 기지로 모두 돌아오라고 무전을 쳤다.
“B-17 폭격기 전대는 빨리 기지로 돌아와라. 돌아오는 대로 타이완 쑹산 기지를 폭격할 준비를 해라!”
* * *
루손섬 곳곳에서 공중전이 벌어지고 격추된 전투기들이 땅으로 추락하고 어쩌다 일본 해군 항공대의 전투기들이 공격한 기지 근처가 불타오르고 있을 때 맥아더 사령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서덜랜드 지금 상황이 뭔가?”
“사령관님, 일본군 항공대의 대대적인 기습공격입니다. 현재, 타이완 기지에서 출발한 일본군 전투기들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아군의 피해는? 피해 상황은 어때?”
맥아더는 그래도 극동군 사령관으로서 책임감은 있었는지 피해 상황을 먼저 확인했다.
“다행히도 광복군 항공대가 급히 출격해서 일본군 항공대의 기습공격을 막아낸 것 같습니다. 아군 기지와 시설의 별다른 피해 보고는 아직까지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런데, 서덜랜드,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맥아더는 전투가 발생했으면 서둘러서 상황을 파악하고 부대를 장악해야 할 사령관으로서 밖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부대로 복귀할 생각은 하지 않고 전화로 상황 파악만 하고 있었다.
“사령관님, 진주만이 공격당했습니다. 상황이 시급한데 언제 복귀하십니까?”
“진주만이? 우리가 먼저가 아니고 진주만이었다고?”
“예, 사령관님. 상황이 매우 심각합니다. 언제 복귀를….”
“알았어. 곧 돌아가지.”
서덜랜드 참모장과 전화 통화가 끝나고 한 시간이 더 지난 후에야 맥아더는 사령관실로 돌아왔다.
“진주만이 공격받은 것은 확실해?”
“예, 하와이 시각으로 오전 7시 30분에 공격을 받았답니다.”
“왜? 우리가 먼저가 아니었지?”
“예?”
“아니야. 그런데, 우리 항공대는 이번 전투에서 전혀 출동하지 않은 건가?”
“예, 사령관께서 부재중이신 관계로 함부로 출동 명령을 내릴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
“예, 사령관님.”
“잘했어. 그런데, 광복군 항공대는 누구의 명령으로 출동한 거야?”
일반적인 지휘관이라면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대답을 듣고도 맥아더는 서덜랜드 참모장을 칭찬했다.
그리고, 광복군 항공대는 어떻게 출동을 했는지를 물었다.
“광복군 항공대는 우리 극동군 사령부의 지휘를 받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통제하지 못했습니다.”
“음…. 아무래도 광복군 항공대도 내 지휘 아래 둬야 할 것 같군.”
“사령관님, 법적이나 외교적으로 그럴만한 방법이 전혀 없잖습니까?”
미국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서로가 정부 승인을 하고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맥아더의 말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조지가 지금 미국에 있다고 했나?”
“예,”
“조지가 없을 때 광복군의 지휘권을 장악할 방법을 찾아봐. 전시인데 통제를 받지 않는 병력을 우리 미군의 영역에 안에 두는 것은 불안하지 않나?”
“그것은 이미 중국에서부터 서로 교관이나 훈련단을 하기로 필리핀에 지원을 온 것이….”
“그것은 그때고. 지금은 전시잖아?”
“사령관님, 광복군은 지금까지 사령관님의 지시에 잘 협조했는데….”
“서덜랜드, 난 협조가 아니라 확실한 내 통솔권 아래에 두기를 바라네.”